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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흡혈 퇴마사
작가 : 제이드Q
작품등록일 : 2022.1.2

빙하 속 바이러스, 우주로 부터 날아든 괴물질에 의해 초토화된 지구.
흡혈귀 출신 파로크는 지구 정화를 위해 인간으로 환생한다.
숨어 있는 사악한 영혼들을 퇴마하는 임무를 맡고 내려온 파로크의 앞날은..

 
지구? 2
작성일 : 22-01-03 15:49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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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을 떴다. 완전히는 아니고, 절반만 뜬 상태.

 

 희뿌연 시야 사이로 보이는 건 얼룩진 천장이다.

 

 어두 컴컴한 시야와 단단한 떡갈나무 향이 느껴져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등 아래는 푹신했고, 코끝에 와닿는 향은 오래된 나무 냄새가 아닌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먼지 섞인 공기였다.

 

 -킁킁

 

 본능적으로 피 냄새를 찾으려 했다. 몸이 움찔거렸다. 몸에 배어있는 사냥꾼의 본능, 포식자만이 갖고 있는 우월함과 잔혹함 같은 걸 느낄 수가 없다.

 

 가까운 곳에 여자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나 이제 인간이잖아.’

 

 실망스러움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지만, 달리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힘없이 팔을 내렸다.

 

 “아흠.”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했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배도 고팠다.

 

 반쯤 몸을 일으킨 후, 푸른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창밖을 쳐다봤다.

 

 잿빛 하늘. 사납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귓가를 윙윙거렸다.

 

 떨어지는 빗줄기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었다.

 

 -쿠르릉!

 

 올 테면 화끈하게 오든가!

 

 해가 저물 때쯤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질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삐져나온 머리칼을 쓱쓱 정리했다.

 

 크고 작은 혼령과 악령들이 드글거리는 곳이라지만, 그래도 스타일을 포기할 순 없었다.

 

 오래전, 그러니까 젠다르시아 흡혈가문 서열1위였던 황금 시절.

 

 주로 내 몸에 걸친 것들은 부드러운 벨벳으로 만들어진 기다란 망토였다. 그 안에 눈처럼 흰 셔츠와 광택이 감도는 검은색 바지, 그리고 가죽 신발. 목엔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다윗의 별이 아닌 붉은 루비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루비 목걸이의 용도는 주로 아름다운 레이디를 꼬시거나 변장을 하고 인간 마을에 볼일을 보러 나갈 때 화폐처럼 쓰곤 했다.

 

 그때의 버릇처럼 무심코 손가락으로 목에 걸린 펜던트를 매만졌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어? 아무 이상 없잖아? ... 이참에 이걸 확 끊어버려?”

 

 그러나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찌릿, 하는 강렬한 통증이 삽시간에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인상을 찌푸릴 새도 없이 재빨리 손을 내렸다.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 좀 괴롭혀라.”

 

 지구 밖. 멀리 우주 너머. 그리고 또 그 너머에 있는 고귀한 존재의 명을 받고 매일 같이 촤르륵, 서류 뭉치를 넘기며 환생준비에 여념이 없는 둔한 녀석을 향해 투덜거렸다.

 

 하늘에 번개라도 치는 건 아닌지, 슬쩍 밖을 응시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훗,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네.”

 

 중얼거리며 바닥을 가로질러 부엌을 향했다. 대나무줄기로 만든 커다란 바구니 안에 담긴 쿠키가 눈에 띄었다.

 

 “썩었나?”

 

 투명한 봉지를 뜯고 초콜렛이 박힌 동그란 쿠키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깨물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감돌았다.

 

 “나쁘진 않군.”

 

 배가 고픈 탓에 선 채로 봉지 안에 담긴 쿠키를 모조리 먹어 치워버렸다.

 

 “뭔가 부족해.”

 

 갈증이 느껴졌다. 입속의 쿠키맛이 사라질 때쯤 갈증의 원인이 뭔지 알 수 있었다.

 

 흡혈하고 싶다.

 

 그건 바로 흡혈욕구 때문이었다.

 

 재수 없게 눈에 띈 사냥꾼에 의해 심장에 말뚝이 박혀 지옥으로 끌려간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00년 동안 불구덩이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꽥꽥 소리를 내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습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찌 보면 내 성격은 게으르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랬다.

 

 잠에서 깨어나 배가 고프면 피 빨고, 뭐 좀 색다른 거 없나 하고 깜깜한 숲속을 들락날락거리거나 마을로 내려가 불 꺼진 집 주위를 배회하며 좀 더 싱싱하고 맛좋은 먹이를 찾아 코를 벌름거리며 기웃거리는 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었으니까.

 

 물론 대부분의 마을에선 나에 대한 소문이 쫙 퍼져버렸기 때문에, 해가 지기가 무섭게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집구석 밖으론 아예 나올 생각도 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인간들뿐이긴 했지만.

 

 내겐 오히려 그 점이 더 흥미진진했다.

 

 어서 옵쇼, 하며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인간들은 솔직히 사냥할 맛이 나질 않았다.

 

 스릴 넘치는 사냥.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런 거였다.

 

 지루한 시간들 가운데, 가끔 근사한 먹이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오우.”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그 때, 목에 걸린 다윗의 별 펜던트가 요동쳤다. 심상찮음을 감지한 순간 용암처럼 뜨거운 불길이 온몸을 강타했고, 충격에 몸이 휘청거렸다.

 

 “알았어. 알았다구! 생각도 못 하냐? 응? 상상하는 건 내 자유잖아!”

 

 투덜거리며 머릿속에서 흡혈 욕구를 물리쳤다.

 

 채찍처럼 무자비하게 내 몸을 후려치던 불꽃이 금세 사라졌다.

 

 오래전 악마 새끼들을 가지고 놀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쩝.

 

 입맛을 다시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밖을 살폈다. 저녁이 되려면 3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동안 뭘 해야 하지?

 

 누가 동료가 될지 궁금했다.

 

 “아직 안 온 건가? 설마 몇 년 후에 내려보낼 생각은 아니겠지?”

 

 -고요

 

 흡혈귀의 삶으로 살아갈 땐 고요와 침묵을 즐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곁에 누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색기가 좔좔 흐르는 하녀, 아니 흠흠. 고분고분 내 말을 잘 따르는 똘똘한 하인 녀석 하나만 있어 줘도 심심할 것 같진 않았다.

 

 “내 복에 무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축축하고 시원한 바람. 이리저리 맴도는 짙은 회색 덩어리, 부유령들. 모두 내가 잡아 들여야 할 것들이다.

 

 순순히 고개를 숙이는 놈들은 승천할 것이고, 반항하면 그대로 소멸행이었다.

 

 -헐

 갑자기 내 눈동자가 부풀어 올랐다.

 

 손등으로 눈가를 비볐다. 부유령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한두 놈이 아니었다. 하나 둘 다섯 일곱 열 열 셋 스물... 세기를 포기했다.

 

 조금전, 보았을 땐 이렇게 많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그 수가 훅 늘어난 거다.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갑작스레 눈앞을 휙 지나쳤다. 냉큼 손을 뻗어 그걸 잡아채려 했다.

 

 하지만 일정한 형체가 없는 그것은 이내 스르륵 내 손을 빠져나가더니 멀리 사라져 버렸다.

 

 뚫어져라 부유령을 노려 보았다. 삐죽삐죽 솟은 머리칼, 얼굴쯤으로 생각되는 가운데 부분에 두 개의 붉은색 점이 엿보였다.

 

 단순히 주위를 떠도는 부유령이라 단정 지으며 우습게 봤지만. 허공에 우글거리는 저 많은 수의 부유령들을 잡아 소멸시키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크흠.”

 

 내 곁을 스친 부유령의 생애가 머릿속을 꿰뚫었다. 고통스럽고 힘겨운 녀석의 일생과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내 몸을 강타했다.

 

 커다란 망치로 머리통을 후려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칼로 내 몸을 들쑤셔 놓는 기분이었다.

 

 -우드득!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말없이 부유령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거였어? 나한테 내린 임무란 게? 이런 ...!”

 

 지금 이 순간은 다윗의 별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할 말이 무척 많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위로 몸을 솟구쳐 올라가 임무와 사명 따위가 적힌 종이 조각을 아무렇게나 휙휙 넘기며 번쩍이는 황금 의자에 앉아 있던 뺀질뺀질한 놈의 낯짝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싶었다.

 

 몸을 휘감는 정적.

 

 온몸을 강타하는 뜨거운 불길은 느껴지지 않았다.

 

 적갈색 눈동자가 점점 짙은 색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내 몸에서 힘을 빼고 치켜떴던 눈을 바닥으로 향했다.

 

 그래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단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흡혈귀나 인간이나. 고달픈 인생은 마찬가지다.

 

 막상 인간이 되고 보니 감정과 마음을 컨트롤 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지옥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영혼들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또 지르고, 기절하지도 못한 채 계속 욕설도 내뱉으면서 온몸이 녹아들고 살과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며 주어진 시간을 견뎌냈건만.

 

 환생하면, 인간의 몸을 가지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겠지만.

 

 지금 보니, 착각에 빠져있었다는 걸 알았다.

 

 지구 정화 임무. 말은 간단했지만, 그 안엔 수십 수백 가지의 뜻이 담겨 있었다.

 

 죽은 녀석들이 어디 한둘인가? 수십도 아니고 수백도 아닌 수천 수만은 훌쩍 넘을 텐데.

 

 나보고 그 많은 영혼들의 고통과 절망 따위를 고스란히 받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마디로.

 

 -너 한번 죽어봐라.

 

 이 뜻이다.

 

 차라리 전장에 나가 쏟아지는 화살을 맨몸으로 받아내는 게 낫지.

 

 “야! 이 그지같은 것들아! 그냥 불구덩이 속에 처박아 버리지. 뭐하러 꺼내줬냐!”

 

 악에 받쳐 빽 소리를 질러댔다.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멀찍이 물러나 있던 부유령의 형체가 흩어지더니, 다른 곳을 떠돌던 칙칙한 덩어리들 또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천천히 몸에서 힘을 뺐다.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려다 꾹 참았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임무 완수하고 돌아간다.”

 

 각오를 다졌다.

 

 젠다르시아 흡혈 가문 서열 1위인 파로크.

 

 후퇴는 없다. 내겐 전진만 있을 뿐이다.

 

 첫 번째 타깃은.

 

 뒤통수가 따가웠다. 천천히 뒤돌아섰다.

 

 짙은 먹구름처럼 느껴지는 영혼. 크기는 2층 주택 만한 부유령이었다.

 

 “좋아. 너다.”

 

 입꼬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

 

 

 -탁!

 

 에오는 가뿐히 땅 위에 내려앉았다. 날개가 없는 것 치곤 아주 매끄러운 동작으로 착지한 셈이다.

 

 어마 무시한 높은 굽을 자랑하는 검은 부츠를 신고 있는 그녀의 몸엔 부드러운 비단으로 만들어진 차이나 드레스가 걸쳐져 있었다.

 

 굴곡진 몸에 딱 달라붙은 검은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에오의 피부는 새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일 지경이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녀가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치렁치렁 등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렸다. 돌연 그녀가 인상을 팍 구겼다.

 

 “여기가 지구?”

 

 말도 안 된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 속에 머물러 있던 지구와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 너무 달랐다.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

 

 잘못 온 거 아닌가, 생각하며. 아무런 동의도 없이 무작정 그녀를 이곳으로 몰아넣은 살찐돼지 같은 놈을 향해 고래고래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황당한 기분이었다.

 

 “으, 최악이야.”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부서지고 무너진 건물들. 그 사이로 간신히 서 있는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구조물조차 조만간 바닥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낡고 녹슬고 황폐하게 변해버린 지구 모습에 그녀가 혀를 내둘렀다.

 

 “쯧.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주위에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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