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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19. 리코 티에라
작성일 : 22-01-03 13:59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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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소스를 도망치듯 떠난 마르카는 로비스가 마을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충격이 커서 말을 못 하는 게 아닌지 염려했다. 소년은 마르카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몸을 피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어느 여관에 도착하고 나서도 로비스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가 늘 차고 다니던 단검도 마르카가 눈에 잘 띄지 않게 갖고 다녔다. 예의 냉정한 눈빛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로비스는 자신이 벌인 행동을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여관 ‘리코 티에라’의 주인 리코는 오랜만에 들른 손님이라 신경 써서 대접했다. 자기라면 쉽게 못 들법한 묵직한 쇠망치를 든 청년, 동공이 굳은 차가운 인상의 소년, 발굽에 짚신을 신은 소 한 마리.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마르카라고 일컬은 남자가 점잖은 말투로 인사했다.

 “소 팔러 가는 길에 방향을 잃었는데, 정말 다행히 이곳을 발견했지 뭡니까. 그런데 여기 외양간이 있습니까?”

 리코는 아내 티에라더러 손님에게 방을 안내해주라고 이르고, 자신이 소와 소 주인을 숙소 옆 외양간으로 인도했다. 안에는 낙타 한 마리가 묶여 있었는데, 얌전한 놈이라 소한테 침을 뱉진 않을 거라며 리코가 웃었다.

 “이제 말씀드려 죄송하나 저희는 사실 돈이 없습니다. 때문에 돈 대신 이 소를 드리려고 하는데, 혹시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청년의 요구를 들은 리코가 정색하며 손을 저었다.

 “그만한 대접을 해드리지도 않았고, 해드리기도 어렵습니다. 보시다시피 평범한 여관인데다가 음식도 많이 못 드려요. 소 한 마리 값어치를 해드리기에는 우리 여관은 너무 조촐합니다. 어차피 오랜만에 받는 손님이고 우리 내외만 있어서 심심하던 참에 말동무나 되어 주시면 충분합니다. 아내도 이해해줄 겁니다.”

 “하지만 뭐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필요하시면 제가 아귀힘이 좋으니 물건을 나르겠습니다.”

 리코가 좀 더 친근한 어조로 거절했다.

 “아직 제 몸뚱어리만으로도 못 할 노동이 없구먼. 정말 말동무만 되어줘도 충분해요, 청년. 잠깐, 허리춤에 그거 칼 아니요? 한 번 봐도 좋으려나.”

 마르카가 단검이 든 칼집을 리코에게 건넸다. 그는 단검을 유심히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바꿔서 민망하지만, 정 뭔가 지불하고자 한다면 이 칼을 주는 건 어떻겠소? 호신용으로도 좋고 재료손질 할 때도 폼나겠는데. 무엇보다 정말 잘 만들었소. 손잡이며 날이며 정말 잘 만들었어. 어디서 난 거요?”

 대장장이가 멋쩍게 웃으며 여관주인이자 요리사에게 출처를 알려주었다.

 

 *

 

 홀로 목욕탕에 들어간 로비스는 안주인 티에라가 데워준 목욕물로 몸을 씻었다. 몸이 따뜻하게 데워져서일까. 온기를 만끽하던 로비스는 갑자기 울상을 짓다가 이내 큰 소리로 울었다. 안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 티에라가 소년이 숨넘어가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목욕탕에 들어갔다. 그녀를 본 로비스가 울음을 그치는가 싶다가 다시 목 놓아 울었다. 티에라는 조심스럽게 로비스를 안아주었다. 자기 품에 안기는 낯선 아이를 다독여주었다.

 

 *

 

 “맛있어.”

 로비스는 식탁에 올라온 다양한 음식을 맛볼 때마다 감탄했다. 티에라가 체하지 않도록 마음껏 먹어도 좋다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마르카는 자기라도 이렇게 빨리 회복하지 못 했으리라고, 어린 친구가 대단하다고 마음으로 인정했다.

 오랜만에 손님과 식사를 해서 즐거운지 부부가 자기 얘기를 서슴없이 들려주었다.

 티에라와 리코는 수도의 선셋 텔링이란 식당에서 공동 셰프를 담당했다. 고위 조정관이나 부자들이 방문하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두 사람은 주방에서 처음 만나 부부로 연을 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독립을 하기로 했다. 마침 저렴한 매물이 나와서 구입한 토지와 건물이 이곳 리코 티에라.

 세월을 보내며 길 잃은 손님이 찾아와 만족스럽게 쉬고 떠나곤 했고, 일단 두 사람이 온전히 영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에 감사하며 살았다. 수도에서 같은 값이면 방 한 칸 밖에 못 샀을 값이었으니.

 부부는 자식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장면을 함께 벽에 그리기도 했다. 우리가 너희들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보여주려고.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부부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려웠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르카는 로비스가 칭얼대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의외라 여겼다. 옆을 보니 아이는 의자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마르카는 로비스를 바라보는 부부 미소가 빚는 주름을 응시했다.

 티에라가 로비스를 안고 침실로 데려갔다. 리코와 단 둘이 남은 마르카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 얘기했다.

 “참, 제가 말씀드렸나요? 저희를 손님으로서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일인 걸요. 여러분은 지금 여관에 계시잖습니까? 게다가 숙박비도 제대로 치루셨지요.”

 “고작 단검 한 자루인데요. 소를 드려도 아깝지 않습니다.”

 “어휴, 그런 말 마시오. 과해요 과해. 수십 년 칼을 잡아본 제가 인정하는데, 대장장이 마르카의 단검은 으뜸입니다.”

 “그렇게까지…… 여하튼 감사합니다. 손님으로서 편하게 머물 수 있어서…….”

 리코가 말을 잇지 못하는 청년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래요. 편한 장소로 여기셔서 다행입니다. 리코 티에라의 한 주인으로서 그만한 칭찬을 받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지.”

 

 *

 

 다음 날 아침, 두 손님과 소 한 마리가 리코 티에라를 떠났다. 마르카는 지푸라기나 다름없이 해진 짚신을 소 발에서 벗겨냈다. 소 등에 탄 소년이 내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앞에 걷던 마르카도 로비스의 시선을 따라 같은 지점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티에라와 리코 부부도 여관 앞에 서서 응수했다. 이윽고 서로 형상을 확인하지 못할 만치 멀어졌다. 조금 뒤 로비스가 입을 열었다.

 “마르카. 우리 수도에서 할 일 다 끝나면 같이 돌아가는 거지?”

 마르카가 주먹으로 살짝 로비스의 종아리를 쳤다.

 “러비.”

 그렇게 말한 청년은 소년의 배를 간지럽혔다.

 “그래, 같이 돌아갈 거야. 우리가 돌아가고 싶을 때면 언제든 돌아가는 거야.”

 누주로 말이지?

 “맞아. 누주로.”

 
작가의 말
 

 이 챕터로 2부를 마치고 3부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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