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
작성일 : 22-01-03 02:19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87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이 나이에 부모 사인이라니. 된장! 조옷,

 

 입안에서 튀어나오려는 욕을 슬라이스 치즈로 막았다.

 나는 시험지를 식탁 위에 던지듯 올려놓았다.

 제출일을 두 번이나 넘겼다. 이번엔 벌점이란다.

 벌점을 계산하다 몇몇 얼굴이 떠올랐다. 교육을 빙자한 장사꾼부터 꽃뱀까지 다양하다.

 또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려고 한다.

 나는 남은 치즈를 둘둘 말아 입을 막았다. 내 입만 더러워질 뿐이다. 누구의 말대로.

 

 오물거릴 틈도 없이 치즈가 한꺼번에 목구멍을 넘어갔다.

 나는 그제야 포장지를 살핀다.

 냉장고 구석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희미하게 인쇄된 날짜가 보인다. 오래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꺼림칙하다.

 나는 안경을 찾아 유효기간을 확인했다. 글자는 선명한데 유효기간은 한 달을 넘겼다.

 멀쩡했던 배에서 이상한 신호를 보냈다.

 

 “조금 지난 건 괜찮아! 이참에 장 청소도 하고 좋잖아.”

 

 당당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설사가 장 청소를 돕는다는 무식한 발언을 하는 남자다.

 

 나는 휴대폰에서 동거인을 찾았다.

 계속되는 전화벨에도 응답이 없다.

 발신자 확인과 동시에 미간을 찡그리고 있을 얼굴이 그려졌다.

 물론 발신자에는 의문부호가 떠 있을 것이다.

 

 “왜?”

 

 당당한 목소리가 짧게 울렸다.

 

 “왜에?”

 

 당당한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달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배달 안 시켰어?”

 “밥 먹고 싶어.”

 “그럼 밥으로 배달시켜!”

 “따뜻한 밥에 달걀프라이 먹고 싶어.”

 “까다롭긴. 그런 거 배달되는 곳은 없냐?”

 “까다로운 음식이 아니라 배달되지 않을걸.”

 “젠장, 그러게 도우미 아줌마에게 예의 좀 지키라니까!”

 “지금 통화하는 사람도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닐 텐데.”

 “나가서 사 와!”

 “식용유도 없어. 장 본 지 얼마나 됐는지 알아?”

 “그럼 오늘만 피자 먹어!”

 

 피자만 떠올려도 속이 메스껍다. 점심도 피자와 핫윙, 치즈스틱 등등이었다.

 반갑지 않은 학부형의 한턱이 내 식단을 망가뜨렸다.

 전교생에게 낸 거대한 한턱이라서 근처에 있는 배민 오토바이가 학교 건물 앞에 쫙 모였다.

 누군가 그 광경을 봤다면 배달원들이 시위 중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조 이사장의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세 명의 조리사를 제외한 식당 알바 아줌마들의 일당이 깎이게 됐다.

 

 “앞으로 밥 정도는 할 줄 아는 애인을 구해. 사이즈만 보지 말고.”

 “너를 위한 애인이냐?”

 

 참 한결같은 태도다.

 

 “동거인에 대한 배려지.”

 “밥하라고 하면 바로 안방 차지할 텐데, 괜찮아?”

 “매번 한결같은 협박인 거 알아? 그렇게 단순해서 먹히겠어?”

 “요즘은 단순한 게 트렌드야. 복잡한 사람은 매력 없어.”

 “복잡해야 할 부분에만 단순한 거 아니고?”

 “야! 넌 날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뭐가 원인이야?”

 “됐고. 사 올 물건 문자로 보낼게.”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나는 기억나는 것을 줄줄이 적다 지웠다.

 긴 물품을 적어 보내면,

 

 - 배달시켜!

 

 라는 답변이 날아올 것이다.

 

 - 달걀, 우유, 식용유. 꼭 사 와!

 - 노력해 보겠음

 

 답변도 참으로 한결같다.

 21세기에 이 정도로 단순한 영혼을 가진 어른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생각났다.

 

 - 식탁 위에 사인할 거 있어. 꼭 해놔!

 

 한결같은 답변을 예측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 사인? 시험지? 아직도 엑스만큼 세모가 많냐? 세모는 정답일 수도 있다는 거냐, 오답일 수도 있다는 거냐?

 

 분명 내게 보내는 메시지는 몇 가지 복사해둔 게 틀림없다.

 띄어쓰기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했다.

 

 미스터 성의 말대로 내 시험지 답안엔 세모가 많다.

 동그라미를 주기엔 터무니없고, 엑스를 주기엔 조사가 필요했다.

 조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설명이 필요했다. 나는 늘 설명을 요구하는 학생이다.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다. 재시험을 보지 않으려는 나만의 방침이다.

 낙제하면 한 학기를 더 머물 수도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시간 낭비였다.

 요즘 교육 현장의 심각한 실태 중 하나가 깔끔한 설명이 불가능한 사람이 교사라는 거다.

 물론 깔끔한 설명을 못 하는 건 부모의 자리에 있는 어른도 마찬가지다.

 내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그냥 외워” 또는 “라떼는 말이야, 너처럼 어른의 말꼬리 잡지 않았다.”가 그들의 공통 답변이었다.

 

 ***

 

 아주 매운 맛 짬뽕을 두 그릇 시켰다.

 세 개씩 서비스로 주는 만두가 냉동실에 가득했다. 그 외에도 탕수육, 햄버거, 치킨 등 다양했다.

 

 “음식 버리면 안 돼. 세계 곳곳에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아. 먹을 만큼만 덜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둬. 그럼 나중에 먹어도 괜찮아. 네가 먹지 않으면 내가 가져갈게.”

 

 두 개의 냉동고는 벌써 포화상태였다. 이런 음식은 얼마 동안 냉동보관이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휴대폰 1번을 길게 눌렀다.

 

 “밥 먹었어?”

 

 유일하게 내 밥부터 챙기는 사람이다.

 

 “짬뽕시켰어.”

 “왜? 아줌마는?”

 “이번엔 확실히 나오는 거지?”

 “또 그만뒀어?”

 

 정 여사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이 또한 당당한 잔소리다. 마지막 말만 빼면 들어줄 만하다.

 

 “난 이제 일 못 해. 정말 새 도우미 구해야 해.”

 “일하지 말고, 그냥 놀러 와. 나와 함께 밥 먹고, 영화도 보고. 정 여사는 영화의 결말을 정확하게 추측하잖아. 그건 인정!”

 “이젠 인정도 받고, 황송하네.”

 

 정 여사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기력은 없지만 아름다운 웃음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매력적인 웃음이 있다.

 정 여사가 그랬다.

 

 “움직이는 청소기 하나 더 사서 풀어놓으면 돼. 다림질은 세탁소에 맡기고.”

 “그럼 내가 필요 없네.”

 “정말, 왜 그래? 병원에서 이해력 상실약 처방했어? 내겐 영화 해설자가 필요하다고!”

 

 돈이 필요한 정 여사였다.

 처음 얘기와는 달리, 봉사 차원으로 하는 노동이 아니었다.

 목구멍에 풀칠해야 한다는 뜻 모를 얘길 했었다.

 지금은 나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 우리는 다사다난하게 5년을 함께 보낸 사이다.

 

 ***

 

 미스터 성은 정 여사를 반대했다. 나이가 많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정 여사를 찬성했다. 나이가 많다는 게 이유였다.

 

 “젊은 도우미가 빠릿빠릿해 보여도 정작 중요한 부분엔 소홀해요. 게다가,”

 

 정 여사는 젊은 도우미의 문제점을 길게 나열했다.

 대부분 내 성장과 정서 함양에 관련된 말이었는데 미스터 성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 여사는 굽히지 않았다. 다른 방향으로도 설득했다.

 그중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가 작다는 말이 미스터 성의 마음을 잡았다.

 미스터 성은 장사꾼이다.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안 했다.

 그는 조 이사장이 정규직을 골치 아파하는 이유를 내게 간단하게 이해시켰던 사람이다.

 나는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란 단어가 더 정상적으로 보였다. 조 이사장이 골치 아파하는 이유를 한동안 몰랐다.

 

 “돈 때문이지!”

 

 미스터 성은 자기 수준에 맞는 얘기를 할 때면 전문적이었다.

 아주 쉽게 설명했다.

 

 “정규직 사원 한 명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 줄 아니? 자르기도 힘들고, 자기 돈 주며 기분까지 맞춰야 해. 그래서 너희 학교에 강사가 많은 거야. 주요 과목 교사만 빼고 다 강사잖아, 맞지? 배부르게 사는 네가 뭘 알겠냐? 먹고사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마지막은 꼭 나를 무시하는 말로 끝맺어서 순간 생긴 공경마저 스스로 깔아뭉갠다는 게 그의 한계다.

 

 내가 겪은 젊은 도우미들의 음식 맛도 만만치 않았다.

 땡 하면 바로 튀어도, 청소가 엉망이어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냄비 가득 버릴 음식을 담아놓고 달아나는 행위만은 참을 수 없었다.

 정 여사의 음식 맛을 본 미스터 성은 내 결정을 단번에 따랐다.

 정 여사는 코디 실력도 대단했다. 미스터 성과 내게 어울리는 빛깔과 디자인의 옷을 잘 골랐다.

 여자들이 미스터 성의 맵시를 칭찬하자 정 여사의 능력은 더욱 인정받았다.

 미스터 성에게 여자들의 칭찬은 일상의 에너지를 불러일으켰다. 아마 명언보다 가슴에 더 와닿을 것이다.

 

 정 여사는 유일하게 나와 대화도 하는 사람이다.

 사실 대화라곤 할 수 없다.

 나는 아직 그 분야에 소질이 없다. 일방적인 정 여사의 말이 전부였다.

 그래도 나는 정 여사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행동으로 실천하진 않아도 듣긴 들었다.

 그런 변화 하나에 미스터 성은 정 여사를 진심 존경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존경했다.

 젊은 도우미들은 말보다 글을 애용했다. 물론 휴대폰으로 보내는 메시지였다.

 집 청소는 분명 사람이 하는데 기계 소리만 났다.

 

 “네가 고분고분 말을 받아줬으면 문자로 보냈겠니? 나도 너와 말 섞기 싫어! 너와 대화를 하려면 남다른 인내심이 있어야 해. 남의 집 노동도 힘들어 죽겠는데 요즘 누가 인내심을 발휘하며 너의 개떡 같은 성질을 받아주니?”

 

 내 일상이 알만하다는 듯 미스터 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정 여사는 계속 말을 하던데?”

 “그러니까 존경스럽다는 거지! 얼마나 고맙니?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그만뒀어! 다시 기계음만 듣고 싶지 않으면 잘해!”

 

 다시 집안엔 기계 소리만 났다.

 사람 말소리가 기계 소리보다 낫다는 건 오래전에 터득한 사항이었다.

 나를 돌보는 게 사람이란 건 축복이었다.

 그래서 정 여사의 말도 듣기 시작했다. 자꾸 듣다 보니 들을 만했다.

 

 “이제부턴 내가 봉사할게.”

 

 나는 정 여사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봉사? 봉사는 찾아와서 하는 거야! 내가 봉사 받으러 거기까지 가리?”

 “난 공부해야지!”

 “공부? 정말?”

 “그렇다니까!”

 “야동 보며 영어 공부하는 건 아니지?”

 “아, 정말! 안 본다니까!”

 

 야동을 보거나 몽정을 하고 난 뒤 깔끔한 뒤처리도 알려줬던 사람이다.

 농담하는 걸 보면 이번 퇴원은 확실한 것 같다.

 

 “봐도 돼. 그것도 성장 과정 중 하나야.”

 “됐고! 퇴원하는 날 데리러 갈게. 미스터 성하고.”

 “바쁜 사람은 왜? 너만 와. 네가 집까지 데려다주면 고맙지.”

 “미스터 성이 뭐가 바빠? 여자 바꾸느라 바쁘지.”

 “사실 그게 제일 바빠야 해. 그리고 미스터 성이 뭐니? 몸만 크면 곤란해.”

 “아휴, 또 시작! 끊어!”

 

 신경질적으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문자로 대화하는 게 잔소리를 덜었다.

 정 여사의 문자는 군대용어보다 간단했다.

 그래서 좋았다. 아주 좋았다.

 

 - 정 여사, 퇴원하는 날 갈 테니 기다려. 먼저 토끼면 안 돼!

 - ㅇㅋ

 
작가의 말
 

 당신에게

 혈연관계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제일 큰 축복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0. (1) 2022 / 1 / 9 222 0 2903   
20 19. 2022 / 1 / 9 183 0 2884   
19 18. 2022 / 1 / 9 192 0 6502   
18 17. 2022 / 1 / 9 198 0 4789   
17 16. 2022 / 1 / 9 185 0 4877   
16 15. 2022 / 1 / 9 201 0 3587   
15 14. 2022 / 1 / 8 185 0 4700   
14 13. 2022 / 1 / 8 197 0 4749   
13 12. 2022 / 1 / 8 186 0 5665   
12 11. 2022 / 1 / 8 180 0 6864   
11 10. 2022 / 1 / 7 183 0 8068   
10 9. 2022 / 1 / 7 191 0 5626   
9 8. 2022 / 1 / 7 184 0 6469   
8 7. 2022 / 1 / 6 193 0 8947   
7 6. 2022 / 1 / 6 185 0 8676   
6 5. 2022 / 1 / 5 196 0 7047   
5 4. 2022 / 1 / 5 188 0 10959   
4 3. 2022 / 1 / 3 172 0 6681   
3 2. 2022 / 1 / 3 193 0 11070   
2 1. 2022 / 1 / 3 194 0 4879   
1 0. 2022 / 1 / 3 295 0 178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