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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흡혈 퇴마사
작가 : 제이드Q
작품등록일 : 2022.1.2

빙하 속 바이러스, 우주로 부터 날아든 괴물질에 의해 초토화된 지구.
흡혈귀 출신 파로크는 지구 정화를 위해 인간으로 환생한다.
숨어 있는 사악한 영혼들을 퇴마하는 임무를 맡고 내려온 파로크의 앞날은..

 
지구? 1
작성일 : 22-01-02 20:56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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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정신을 차려 보니 바닥에 철퍼덕 엎어져 있었다.

 

 -윙윙

 

 -폴폴

 

 -쩝쩝

 

 뿌연 날개를 가진 파리 떼, 썩은 악취, 굶주린 개들이 빈 깡통을 기다란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눈동자를 굴리던 내가 냉큼 몸을 일으켰다.

 

 고귀한 혈통,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아무나 잡아 들여 목을 물어뜯는 일 따위는 벌이지 않을 만큼, 도도하고 위엄있고 명예를 중시하는 서열 1위인 나.

 

 그런 내가 이렇게 지저분한 곳에 발을 딛고 있다니.

 

 뺨에 달라붙어 있던 쓰레기 조각을 거칠게 떼어내 바닥에 내던졌다.

 

 “사람을 그지 새끼로 만들어 내보내냐! 이놈들아!”

 

 지구정화 임무를 띤 내가 환생한 곳은 어이없게도 쓰레기 더미 위였다.

 

 “지금 뭐하자는?”

 

 고개를 들고 허공을 노려 보았다. 적개심 가득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고요

 

 -적막

 

 주먹을 꽉 움켜쥐었지만, 마땅히 휘두를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내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흠.

 

 주먹을 풀었다. 주위를 둘러볼 것도 없이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긴 다리를 성큼성큼 움직여 쓰레기로 뒤덮인 곳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찌걱

 

 발밑에서 깨진 유리조각과 끈적이는 비닐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보내려면 좀 깨끗한 데로 골라서 보내던가.”

 

 온갖 잡동사니. 냄새나는 쓰레기 집합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이르러, 손으로 머리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냈다.

 

 -콜록콜록

 

 기침이 터져 나왔다.

 

 이따위 일로 기침을 하다니.

 

 지구에 도착한 지 겨우 5분. 내 몸이 형편없이 변해버렸다는 걸 알아챘다.

 

 강하고 빠르고 빈틈없는 공격력 최상위 존재에서 쓰레기 등급으로 나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야! 이 개 쓰... 휴.”

 

 쏟아지려는 욕설을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맘에 들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지구인들보단 뛰어난 육체란 사실이었다. 힘과 정신력 모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길이 몸을 집어삼킬 때, 생존에 필요한 몇 가지는 남겨 놓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중 하나는 주위를 맴도는 혼령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흡혈귀로 살아갈 땐 별 신경 쓰질 않았는데. 막상 인간이 되고 보니, 내 뜻과는 아무 상관 없이 강제로 굴러떨어진 이곳에서 맞닥뜨린 모든 것들이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눈을 부릅떴다. 천천히 주위를 떠돌고 있는 덩어리들을 살폈다.

 

 그것들의 모양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찢긴 구름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한 덩어리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그 크기도 주먹만 한 것에서부터 바윗돌만 한 것까지 다양했다.

 

 뚫어져라 허공을 떠다니는 것들을 노려보았다.

 

 적갈색 동공. 점점 그 색이 짙어지더니 급기야는 타오르는 노을처럼 붉게 물들었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들.

 

 “귀찮아.”

 

 눈앞에 떠돌아다니는 저 덩어리들은 부유령이었다. 내가 상대해야 될 것들. 그나마 가장 처리하기 쉬운 녀석들이었다.

 

 “오늘은 좀 쉬자.”

 

 점점 짙어지던 내 눈동자는 평소대로 되돌아 왔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퇴마술을 행한 적 없었다.

 

 그런 내게 왜 이런 귀찮은 임무를 부여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내가 너무 잘났기 때문이지.”

 

 존잘 끝판왕이자 젠다르시아 흡혈가문 서열1위인 만큼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맡긴 것이라 멋대로 결론지어 버렸다.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끄덕끄덕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게 뭐든, 딱 한 번만 봐도 끝내주게 잘하거든.

 

 -쿠르릉!

 

 내 생각에 화답이라도 하듯 갑자기 천둥이 소리를 내질렀다.

 

 건방진 녀석이라고 눈을 한번 흘겨주던 중, 차갑고 가느다란 뭔가가 왼쪽 눈을 푹 찔렀다.

 

 “으헉!”

 

 다시금 입에서 새어 나오는 괴상한 소리.

 

 이건 뭔 소리?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 외에 다른 인간은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찌그러지거나 둥글거나 기다란 모양으로 시시각각 변해가며 떠도는 부유령 만이 주위에 가득했다.

 

 천둥소리가 겁나는 건 아니다.

 

 절대 절대 아니다.

 

 거친 손가락으로 천천히 턱을 매만지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검은 가죽자켓. 긴 다리를 감싼 흰 청바지. 180미터 키에 군살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단단한 몸. 짙은 구렛나루 덕에 더더욱 강렬해 보이는 인상. 굵은 내 목덜미 위로는 은줄에 매달린 주먹만 한 크기의 펜던트가 대롱대롱 걸려있었다.

 

 다윗의 별이었다.

 

 이기적인 우주신께서 걸어준 귀한 선물이다. 지구정화를 위해 주위에 떠돌거나 숨어 있는 혼령, 악령들을 찾아내어 승천, 소멸하는 임무를 맡은 내가 혹여라도 다른 곳으로 새버리거나 허튼짓을 할라치면 그 즉시 무시무시한 고문이 가해진다는 물건이다.

 

 하나둘 떨어지는 빗방울을 응시했다.

 

 슬그머니 손을 들어 올렸다. 목걸이를 빼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뒤로 물리치며, 천천히 다윗의 별을 매만졌다.

 

 어차피 받을 벌 다 받았고, 젠다르시아 흡혈가문 서열1위인 나를 멋대로 인간으로 바꿔버려 말 같지도 않은 쓰레기 임무를 내려준 것에 대한 소심한 저항.

 

 속마음은 이까짓 목걸이, 그냥 확 길바닥에 내던져 버릴 작정이었다.

 

 -뜨끔

 

 아주 살짝 손끝을 스칠 뿐임에도 뜨거운 불길이 몸속에 휘몰아 쳤다.

 

 목걸이에서 얼른 손을 뗐다.

 

 “젠장.”

 

 머릿속을 아예 비워 버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시간은 많다. 무려 1000년이란 생이 주어진 것이니까.

 

 인간 수명치곤 너무 길지만, 난 특별한 몸이다.

 

 존잘 끝판왕. 젠다르시아 흡혈가문 서열1위 파로크.

 

 오래전, 밤의 황제가 되어 세상 모든 걸 손에 넣으며 흡족해하던 그땐, 중급 악령까지도 날 보면 벌벌 떨었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이 되어 버린 지금은 그 새끼들이 어떻게 나올지, 몹시 궁금했다.

 

 “까불면 뒤진다, 네 들.”

 

 짙은 눈동자가 주위를 훑었지만 아무리 살펴도 악령은 보이질 않았다. 온통 부유령 천지였다.

 

 고개를 다시 내렸다.

 

 가죽옷에 묻은 빗방울을 대충 털어냈다.

 

 흡혈귀였다면 이런 비 따윈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거다. 옷에 먼지가 묻는 것도 그렇고, 점점 늘어가는 부유령이나 목에 걸린 망할 놈의 감시 목걸이 따위에 짜증 내며 인상을 구기는 일도 없을 텐데.

 

 그래도 어쨌거나 임무가 주어진 이상 포기할 생각은 없다. 도망칠 계획도 없다.

 

 그래봤자 우주 손바닥 안이었고, 걸리면 다음 생엔 내가 어디로 굴러떨어질지 예측할 수조차 없을 만큼, 머리 꼭대기에 계신 분들의 성격은 칼날처럼 냉혹했다.

 

 재수 없으면 악마 새끼들의 노리개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그 생각을 하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더럽게 못생기고 흉측한 놈들이 다가와 내 볼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할지도 모른다는 악몽 같은 생각을 재빨리 지워 버렸다.

 

 -투둑. 투둑.

 

 빗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고개를 휙휙 돌려 잠시 쉴 곳을 찾았다.

 

 저 멀리 앞쪽으로 다른 곳과는 달리 나름 멀쩡해 보이는 주홍색 지붕을 얹은 3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입구 앞에서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절로 불이 켜졌다.

 

 한낮이긴 했지만, 우중충한 날씨 덕에 사방이 살짝 어두컴컴한 상태였는데.

 

 밝고 환한 빛 아래 잠시 서 있었다.

 

 800년간 흡혈귀로 살아온 탓에 밝고 환하고 하얗고 눈 부신 빛이 낯설었다.

 

 본능적으로 인상을 구기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흡혈귀가 아닌 인간임을 자각했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찌푸린 얼굴을 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쿵쿵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냈다.

 

 그래 봤자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생각보다 소리가 크진 않았다.

 

 아래층, 위층. 모두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게 당연했다. 지구에 불어닥친 재앙에 대해선 위에서 대충 전해 듣긴 했다.

 

 한쪽에선 테러가, 그 반대편에선 참혹한 전쟁이 벌어졌다. 그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었고, 살가죽이 녹아들 만큼 뜨거운 태양과 혹독한 겨울이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을 덮쳤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길고 긴 어둠 속에서도 인간들은 악착같이 버텼고, 그 결과 잔혹한 폐허 속에서도 새 생명이 태어났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생존을 이어가던 그들이 희망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다시금 날아든 초고농도 변질에너지가 우주로부터 날아들었다.

 

 결과는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끔찍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좀비 사태가 이어졌다. 인간성을 상실해 버린 그들은 인간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만큼 난폭하고 사악한 생명체로 탈바꿈해버린 채, 서로를 죽이며 으르렁거렸다.

 

 거기에 더해 지옥문까지 뚫려버리고 말았다.

 

 세상은 금세 아수라 개막장으로 치달았다. 혼령과 악령들이 인간의 몸을 점령하자 그나마 버티던 인간들마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버렸다.

 

 세상 곳곳에 널린 시체들. 빈 껍데기로 살아가는 인간들. 하늘과 땅, 숲, 강, 바다. 낡고 부서진 건물들 사이로 온갖 영들이 빼곡히 스며들었다.

 

 영혼의 힘이 강력한 얼마 안 되는 인간들만이 간신히 가이아의 힘이 미치는 신성한 땅으로 숨어들었다.

 

 그 한복판에 뚝 떨어진 파로크. 적갈색 눈동자가 천천히 주위를 훑었다.

 

 널찍한 거실엔 기다란 소파와 가전제품, 네모난 나무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뽀얀 먼지가 내려앉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성큼성큼 긴 다리를 움직여 안으로 걸어 들어가, 풀썩 소파 위에 몸을 던졌다.

 

 처음엔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귀를 기울였다. 낮게 그르렁거리는 천둥소리가 전부였다.

 

 “아 심심하다.”

 

 중얼거리며 기다란 소파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활활 타오르는 지옥 불 속에 갇혀 있었을 땐, 사방에서 쉴 새 없이 비명 소리가 날아와 귀를 찔렀다.

 

 그래도 그땐 외롭지 않았었다. 많이 갑갑하고 뜨겁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이 일을 맡았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도 아닌, 지구정화 임무인데. 간단하게는 저급 영부터 고위 악령까지 상대해야 한다. 얼마 동안은 쉽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내 육체는 흡혈귀가 아닌 인간이다.

 

 칼에 찔리고 베이면 피가 나는 여린 살을 지닌 육체다.

 

 “한 5명쯤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서류를 만지작거리며 제 할 말만 내뱉던 건방진 녀석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역시나 사방은 고요했다.

 

 하긴. 일단 날 이 망할 곳에 내동댕이쳤으니, 제 할 일은 다한셈이다.

 

 “냉혹한 놈. 피도 눈물도 없는 아 썅!”

 

 욕설을 멈췄다. 그래 봤자 입만 아플테니.

 

 목에 걸린 차가운 펜던트의 느낌을 뒤로 한 채 질끈 눈을 감았다.

 

 지옥에서 나온 이후.

 

 달리 한 것도 없는데 피곤이 몰려들었다. 양어깨와 발목에 거대한 추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겁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게 인간의 육체였던가? 이렇게 형편없는 체력과 나약해 빠진 정신력과 무기력한...

 

 “흠냐.”

 

 어둡던 주위가 점점 더 까맣게 변했고, 곧장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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