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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16화 돌아갈 수 없는 전진
작성일 : 22-01-02 18:21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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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 대령은 필요한 장비들을 그 즉시 준비해 주었다.

 

  12000발의 탄약과 60일치 식량, 50구경 기관총이 탑재된 가장 빠른 로버 한 대, 극도로 위험한 화성용 네이팜탄 한 발과 토양 채굴용 다이너마이트 스무 상자, 그리고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출발할 준비가 된 우리의 우주선까지.

 

  사실 그것들은 화성 연합군이 얻게 될 이익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것들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목숨을 부지해줄 소중한 무기였다.

 

  우리는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는 요새의 격납고에서 출발하기 전 마지막 정비 시간을 가졌다. 계획된 출발 시각은 내일 아침 8시였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그나저나, 격납고도 정말 더럽게 넓었다. 웬만한 학교 체육관 정도의 크기였다. 높이만 그보다 조금 낮았다.

 

  나는 MAR의 전용 드럼 탄창 네 개에 탄약을 가득 채워 넣고 한 개는 MAR에, 나머지 세 개는 MBS의 허리 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을 마치고는 MBS 슈트 내부의 약물들과 전력을 점검했다. 적어도 총알이 부족하거나 숨을 못 쉬어서 죽는 것은 사양이었다.

 

  사실 죽는 것 자체가 사양이었다.

 

  슈트의 전력을 충전하는 사이, 뻐근해진 허리를 펴며 주변을 둘러보니 이새안과 최 중위는 나와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었고 한수아는 로버와 폭발물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브라운 소령이 격납고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있는 곳까지 곧장 걸어오더니 입을 열었다.

 

 “감염자 무리들이 전투요새의 센서에 잡혔네. 자네들을 쫓아 온 모양이더군.”

 

  끈질긴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로버를 타고도 반나절은 걸리는 거리를 열심히 걸어온 것이다.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동쪽으로 10km. 아쉽게도 그들이 다가오는 속도가 요새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빨라. 거래를 지키려면 서두르는 편이 좋을 걸세.”

 

  최 중위가 머리를 긁으며 다가왔다.

 

 “이 전투요새와 맞닥뜨릴 때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브라운 대령은 눈썹을 물결 모양으로 만들며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3시간. 그 이후에는 우리도 대응을 할 거야. 그렇게 되면 MUIT는 화성 연합군에 큰 빚을 지게 되겠고. 그 대가로 MUIT에 남은 모든 자료들과 화성의 51구역 전체를 양도해야만 하겠지. 아, 물론 자네들도 함부로 떠날 수 없네.”

 

  오늘 저녁에는 따뜻한 샤워를 한 번 더 할 생각이었는데, 정말 아쉽게 되었다.

 

 “전 준비 끝났어요. 어차피 오늘 밤에는 잠도 안 왔을 거예요.”

 

  이새안이 정비가 끝난 소총과 MBS로 무장을 마치고 말했다. 뭐,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이어서 로버 위에 올라타있던 한수아도 말했다.

 

 “다행히도 로버는 멀쩡해요. 불량탄도 없었고요. 근데 채굴용 다이너마이트가 과연 좋은 생각일까요?”

 

  그건 나도 모른다. 감염자 무리를 상대할 때에 폭발물을 사용하자는 의견은 전적으로 최 중위가 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중위가 대답했다.

 

 “화성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점만 빼면, 최고의 선택이지. 600명의 감염자를 뚫고 길을 만들기에는 그만한 게 없지 않겠어?”

 

  최 중위도 어느새 MBS와 소총을 모두 챙기고 로버의 에어로크로 올라서고 있었다.

 

 “서준성 씨, 언제 오실 건가요?”

 

  이제 막 MBS를 입기 시작한 나를 한수아가 장난스럽게 재촉했다. 그녀를 향해 나는 보란 듯이 양 다리를 느릿느릿 슈트에 넣다가, 슈트에 다리가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억!”

 

 ‘쪽팔리게….’

 

  나는 잠시 그대로 죽은 듯 엎드려 있었다.

 

 “푸흡… 서준성 일병님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이새안은 가끔씩 한 마디씩 많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게 나쁘지 않게 작용했다.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나는 그의 말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며 물 흐르듯 자리에서 일어나 로버에 탔다.

 

 “벌써 준비가 되었다니 다행이군, 건투를 비네!”

 

  브라운 대령이 격납고 에어로크를 나서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푸근한 인상과 말투의 인물이었지만 가끔 보이는 계산적인 모습 때문인지 나는 그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여기는 MUIT 최 중위. 격납고의 개방을 요청한다.”

 

  로버의 운전대를 잡은 최 중위가 로버의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알겠다. 격납고 감압을 실행한다.”

 

  스피커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격납고 안쪽에서 밥통 김빠지는 소리가 울리며 공기가 빠져나갔다.

 

 “격납고 감압 완료. 이상 무. 격납고 개방까지 3…2…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로버의 정면에 있는 벽면이 통째로 뒤로 내려갔다. 벽면이 전부 내려가자, 그것은 로버가 타고 내려갈 경사로가 되었다.

 

  최 중위는 로버에 시동을 걸었다.

 

 “MUIT, 출발해도 좋다.”

 

  그리고는 경사로를 타고 쏜살같이 나아갔다.

 경사로를 내려온 로버의 굵직한 바퀴가 흙먼지를 일으켰다.

 

  우리는 감염자가 다가오고 있는 동쪽으로 속도를 높였다. 화성 연합군에서 받은 이 로버는 정찰용이라, 우리가 버려두고 온 화물용 로버보다 두 배는 빨랐다. 그건 정말 희소식이었다.

 

  MUIT 본부까지 가는 데에는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기에 운이 좋다면 오늘 중으로 임무를 마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젯밤과는 다르게 화성의 하늘은 개어있었다. 물론 화성의 하늘에는 구름이 거의 항상 없다. 그러므로 내 말은, 시속 190km의 모래 폭풍이 멀리 지나갔다는 뜻이다.

 

  덕분에 서쪽으로 이동식 전투요새가 멀어지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어제는 볼 수 없었던 요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제는 그것이 한 면이 10m 정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큰 오산이었다.

 

  어제는 모래폭풍에 가려서 전체가 보이지 않았을 뿐. 요새는 가로가 30m, 세로는 50m가 넘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성냥갑 같은 몸체를 마찬가지로 거대한 캐터필러 네 쌍이 짊어지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요새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용이었다.

 

  나는 다시 로버의 진행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운전석에는 최 중위가, 조수석에는 한수아가 로버와 연결된 50구경 기관총의 스위치를 잡고 있었다. 한수아가 잡고 있는 그것은 그것은 마치 헬리콥터의 조정간 같이 생긴 것이었다.

 

  나와 이새안은 에어로크와 가까운 뒷좌석에 소총을 세운 채로 들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생기면 재빨리 로버 밖으로 나가 전투를 속행하기 위함이었다.

 

  창밖으로는 아직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황야, 황야, 그리고 황야. 언제 봐도 무미건조한 풍경이었다.

 

  마치 신이 세상을 만드는데 지형과 하늘만 대충 만들어놓고 지쳐서 한숨 자러 간 것 같은, 그런 몰골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대충 만든 세상의 지평선에 무언가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신이 다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저들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신이 있었다면 이곳저곳이 종양으로 부풀고 살가죽은 말라가며 이빨 비슷한 것들이 우주복을 뚫고 돋아난, 이토록 끔찍하게 생긴 녀석들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 패러사이트에 감염된 감염자 무리와의 재회였다.

 

  로버에 달린 50구경 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감염자들이 하나 둘 그것에 쓰러지자, 600명이 넘는 대군이 일제히 속도를 내며 로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저들을 본 것도 벌써 이번이 세 번째였지만, 솔직히 아직도 무서웠다.

 

  잉어가 가득한 연못에 빵 조각을 던져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내 감상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내 상황은 빵을 던져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던져진 빵 조각이다.

 

  그리고 감염자들이 잉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감염자들이 훨씬 똑똑하다는 점이다. 한수아의 기관총 세례가 한동안 이어지자, 그들은 처음에는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우리는 이대로 간다면 그들을 손쉽게 물리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가 무색하게, 돌연 그들의 대형이 바뀌었다. 그들은 다른 감염자와 진득한 종양으로 합체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 감염자의 등과 다른 감염자의 가슴이 서로 붙어버린 것이다.

 

 

  그런 현상이 600명의 감염자에게서 나타났다. 한수아는 개의치 않고 기관총의 스위치를 눌렀지만, 이내 그녀는 방아쇠에서 손을 땔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붙은 감염자들이 등이 붙은 감염자들을 방패 삼아 전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네 개의 다리로 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고 두께가 두 배가 된 몸으로 기관총의 납탄을 막아냈다.

 

 

  심지어 그들은 원래 사람이었기에 두터운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 우주복이 두 겹으로 늘어나니, 그것은 정말 두꺼운 방패막이 되었다.

 

 

  마치 야생마처럼 달려오는 감염자들을 보고 한수아가 기겁했다.

 

 “윽… 저게 뭐야!”

 

  그들은 점점 적응하고 진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속도가 순식간에 빨라지자, 최 중위는 감염자들과 정면으로 마주 보며 달리고 있던 로버를 왼쪽으로 급하게 꺾었다.

 

  로버의 차체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붉은 모랫바닥에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며 밀렸다.

 

  그 시점에서 로버와 감염자 무리 사이의 남은 거리는 20m가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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