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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17인_나를 찾아서
작가 : 범인은바로나
작품등록일 : 2021.12.27

거친 파도를 타고 육지로 오는 순간, 17살 이전의 기억은 사라졌고 대한민국에 없는 사람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씩 사건이 터질수록 환각,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누군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

 
7인
작성일 : 22-01-02 16:36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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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돌아갈 집이 없었지만 혜원이 여태 모은 돈 일부로 우리는 이 지역에서 제일 좋은 호텔에서 일주일 동안 묶기로 했다. 6년의 삶을 살며 처음 와보는 비싼 호텔은 빽빽한 도시 숲이 보였고 넓은 공간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낯설었다.

 

 “지민아, 우리 쇼핑 갔다 올래, 관리사무소에 짐 두고 왔잖아, 지금 가지고 있는 게 돈밖에 없네?”

 “호텔에만 있을 건데 옷을 왜 사냐? 돈 있을 때 아껴 써야지”

 “언니가 쏜다, 나가자”

 

 도심의 중심에 있는 그곳 근처에는 없는 가게가 없었다. 그녀 덕분에 처음으로 옷을 매장 사서 사게 되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여성스러운 옷들을 몇 가지 골라 계산대로 차곡차곡 올렸다. 나는 편하고 실용성 있는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매장에서는 원하는 옷을 찾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의 쇼핑을 끝내고 혜원은과 함께 아웃도어, 스포츠 매장으로 데려갔다.

 

 “여기에는 네가 원하는 거 있겠지?”

 “아마도?”

 

 대충 둘러보며 검은색의 위, 아래 체육복 세트하나를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주위를 보니 또 런닝화 코너에서 쇼핑을 하는 그녀가 보였다.

 

 “쇼핑 중독이라니까”

 

 매장의 구석에는 캠핑용품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캠핑용 미니 도끼가 눈에 띄었다.

 

 ‘호신용품으로 하나 들고 다닐까’

 

 하는 생각에 그것도 살며시 계산대 위에 올려두었다. 2학기로 넘어가면서 많은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쇼핑을 모두 끝내고 문구점으로 넘어갔다. 과제 했던 것들이 모두 우리 집에 있어 다시 사야 했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짐을 두 손 무겁게 들고 호텔 1707호로 들어갔다.

 

 깨끗했던 호텔은 우리의 각종 재료로 더러워질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일주일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틀 동안의 일들로 피로가 쌓여있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담아 그곳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댁에 살았을 때 빨간 큰 대야에서 목욕하는 것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한테 학기 시작하고 전화를 자주 못 드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과제를 좋게 마무리하고 추석에 혜원과 함께 집으로 내려가는 상상을 하며 물속으로 잠수했다. 눈을 뜬 장면에는 욕실의 천장이 희미하게 물결에 따라 흔들리게 보였고 웅장한 물 안의 소리를 들으며 피로를 풀었다.

 

 그때 또 환상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 앞에 유리막 하나가 생겼다. 그 안에는 나와 같이 맨몸의 여성이 있었다. 그 사람은 입에 기다란 호스를 물고 있었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흙탕물처럼 뿌옇게 보이는 시야는 점점 입자가 깨끗해져 보이기 시작했다. 유리 너머 여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것은 나였다. 육지로 떠밀려 왔을 때의 나, 17살의 내 얼굴이었다. 나를 보는 얼굴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보였다. 무서운 살기의 눈빛으로 뚫어지라 노려봤고 중심부의 심장을 쥐어 잡았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고 어느샌가 내 오른손엔 매장에서 샀던 작은 손 도끼가 쥐여 있었다. 나의 생명의 근원인 중심부를 향해 강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물속에서 우리는 죽이려는 나와 살려고 버둥 거리는 내가 있었다. 물론 유리 너머의 그녀는 몸짓이 아닌 눈빛으로 조종했고 힘이 빠진 나에게 다가오는 날카로운 도끼는 부드러운 살을 파고들어 몇 번이고 심장을 향해 휘둘렸다.

 

 몸속으로 차갑고 날카로운 쇠가 들어올 때마다 뼈가 으깨지고 조직들이 찢기는 것이 느껴졌으며 주위가 빨갛게 피로 물들어갔다. 조종당했지만 자의적으로 내가 나를 죽이는 고통은 육체적인 고통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잊을 수 없는 분노였다. 난도질 당한 너덜거리는 몸과 하얗게 질려 나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건너편의 여자가 웃으며 유리창에 입을 가까이 대고 작게 속삭였다.

 

 “이 고통을 잘 기억해, 앞으로 네가 해야 하는 일이니깐”

 

 그러더니 자기 입에 박혀있던 호스를 끝없이 토해냈고 투명막 너머로 손이 빠져나오더니 나를 물 위로 올려주었다. 사라져만 갈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밑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끝없이 내려갔다. 그렇게 물 밖으로 나온 곳은 호텔 욕조였으며 내 무릎 정강이만큼 물이 차 있었다.

 

 소름 돋게 내 손에는 손도끼가 들려있었다. 반대편 거울에 비친 나의 가슴에는 살짝 긁힌 것 같은 상처가 보였다. 벌써 이렇게 나온 환각들이 몇 번째 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나올 때마다 나의 주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얽고 싶지 않은 일에도 내가 있었다. 피곤을 풀려는 목욕은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샤워가운을 주워 입고는 어두웠던 그곳에서 나왔다. 이미 작업대를 위에서 TV를 보며 진행하는 혜원이 보였고 스툴에 올려진 스킨 로션을 바르며 침대 위에 누웠다.

 

 “속보입니다. **시, **구에 있는 공원 남자 화장실에서 토막 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현장에 나와 있는....”

 

 혜원은 고개를 저으며 채널을 돌렸고, 나의 기억 속에서는 그 사건이 잊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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