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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13화 Martin Republic
작성일 : 22-01-02 08:47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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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어느정도 진정이 된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고, 에어로크를 통과한 것은 그로부터도 한참이 지난 뒤였다.

  에어로크 너머의 넓은 푸른색 금속재 복도에는 군인 두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MBS와 비슷하지만, 무채색의 MBS와는 다르게 번쩍이는 푸른색과 크롬 빛으로 도색된 전투 슈트를 입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MBS와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슈트가 각진 느낌이었고 슈트의 가슴에는 Martin Republic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긴 직사각형 모양의 소총이 들려 있었다.

 

 

  내가 그들의 모습을 살피는 사이, 그들이 입을 열었다.

 

 

 “따라와 주십시오. 함장님이 기다리십니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묵묵히 복도를 걸었다. 그들은 MUIT의 군인들은 아닌 모양이었지만, 우리는 반항할 이유도 의지도 힘도 없었다.

 

  내부는 정말 넓었다. 이만한 것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언제쯤 끝에 다다르나 하는 생각이 들 쯤 우리는 푸른색 군인들을 따라 어떤 방 앞에 멈춰 섰다.

 

 “여기로 들어가십시오.”

 

  문이 열리고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의 뒤로 그들이 따라섰다. 온통 푸른색 금속제인 복도와는 다르게, 방 안은 미국 보안관의 집무실을 떠올리게 하는 지극히 ‘지구적인’ 모습이었다.

 

  한쪽 벽에는 소 머리뼈 장식과 영어로 된 상장 액자와 훈장들이 걸려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잘 관리된 윈체스터 M1866 소총과 MR이라는 글자가 적힌 푸른 깃발이 걸려 있었다.

 

  벽과 바닥은 전부 목재로 덮여 있었으며 특히 바닥에는 여러 겹의 가죽 카펫들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고풍스러운 탁자 뒤에 보안관 모자를 쓴 남자가 앉아있었다.

 

  최 중위가 그를 향해 경례하며 말했다.

 

 “한국 MUIT 소속 최제호 중위입니다.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슈트를 통해 최 중위의 말이 영어로 번역되었다.

 그러자 남자가 만화에서 나올 법 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그의 베이지색 셔츠 가슴 주머니에 들어있는 작은 스피커 모양 장치에서 번역되어 우리에게 들려왔다.

 

 “화성 연합군의 카터 브라운 대령이네, 지금은 이 이동식 전투요새의 함장이지. 동료의 일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네. 유해는 부하들을 시켜 잘 보관해두겠네.”

 

  그는 담배를 하나 꺼내들어 불을 붙이고는 말을 이었다.

 

  화성에서 담배라니, MUIT에서는 징역감이었을 것이다.

 

 “지쳤을 와중에 미안하지만, MUIT의 현 상태와 감염자 무리들에 대한 조사를 바로 진행해야겠네. 마음 같아서는 미루고 싶지만 상부의 명령이라 말이야. 자네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네. 흠, 따뜻한 코코아라도 한 잔 들면서 하겠나?”

 

 “가… 감사합니다.”

 

 이새안이 대뜸 대답했다. 역시 엉뚱한 녀석이다.

 

 

  우리는 조사에서 MUIT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일과 그 후로 엄청난 수의 감염자 무리가 습격해온 일, 그리고 그들이 전술을 사용해 추적대를 함정에 빠뜨리고 MUIT 본부를 함락시킨 일까지 브라운 대령에게 말했다.

 

  브라운 대령은 그것을 유심히 듣더니, 우리 모두에게 같은 일들을 몇 번이나 다시 물어봤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감염자 샘플이나 연구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가져온 게 있었지만 모래폭풍에 유실되었습니다.”

 

  내가 답했다. 탈부착식 가방 안에는 이제 모래만이 가득했다. 그 안에 들어있던 연구자료와 식량들은 지금쯤 드넓은 분화구 어디쯤에 처박혀 있지 않을까.

 

 “이건 아주 심각한 상황이군. MUIT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데다가 감염자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없고 말이야.”

 

  어딘가 우리를 나무라는 듯한 브라운 대령의 말투가 느껴졌다.

 

 “이제 돌아가도 좋네. 병사들이 숙소로 안내할걸세. 아 참, 혹시라도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최 중위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저희 우주선이 정박되어 있습니다. 우주 왕복선이라 발사대나 추진 로켓은 따로 필요하지 않지만, 돌아갈 연료가 부족합니다. 연료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브라운 대령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 그 정도쯤이야. 대신 자네들이 돌아가는 시기는 내가 결정할걸세. 그건 알아두게.”

 

  우리는 다시 푸른 복도를 지나 숙소로 안내받았다.

 

 

 

 2037.7.15

 

  숙소로 돌아오자 다시 하루가 지나갔다. 그만큼 조사는 길었다.

 

  숙소로 쓰이는 방은 MUIT에서 사용하던 생활관보다 넓었다. 침대가 네 개 있었는데, 하나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더 이상 양준혁이 없었다. 또다시 머리가 시큰해졌다.

 

  요새 안에는 샤워실도 있었다. 우리 말고도 화성 연합군 병사들이 스무 명은 지내고 있는 이 이동식 전투요새의 크기가 좀처럼 짐작 가지 않았다.

 

 

  그러나 뭐, 요새의 크기는 어찌 되었든 상관없었다.

 

 

  그보다는 지금 내 몸에서 끔찍한 냄새가 날 것이 분명했기에, 난 코를 막고 샤워실로 뛰어갔다. 한수아도 있었기에 더러운 몰골은 사양이다.

 

  따뜻한 물이 몸에 닿으니 다시 삶의 세계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죄책감과 슬픈 기분도 조금 씻겨 나간 것 같았다.

 

 “이젠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화성 연합군의 손에 구출되었다.

 앞으로 조사가 더 남아 있겠지만, 머지않아 우리는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이 감염자들이 닥쳐온다고 해도, 시속 190km의 모래폭풍에도 끄떡도 없던 이 요새가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다. 즉, 살았다고 볼 수 있다.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분명.”

 

  환청일까, 건너편에서 한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잘못 들은 게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샤워실에는 공중전화기 부스와 비슷하게 생긴 샤워 부스 여섯 개가 세워져 있었다.

 

  당연히 상대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엄연히 여기는 남자 샤워실이었다. 생각해보니 전부 남자 샤워실밖에 없었다.

 

 “제가 묻고 싶네요 서준성 씨. 밖에 병사분께 잠시 저만 써도 되겠냐고 정중히 부탁드리고 들어왔는데요.”

 

  그러고 보니, 내가 샤워실로 뛰어들어갈 때, 문 앞의 병사가 나에게 뭔가 말하려 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나는 그를 매몰차게 무시하고 들어갔다. 이상한 냄새를 맡게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거였나….’

 

 “죄송하게 됐습니다. 근데 절대 고의는….”

 

 “그럴 수도 있죠 뭐, 정 미안하면 등이라도 밀어줄래요?”

 

 “…”

 

  나는 물을 잠그고, 수건으로 어디를 가리고 도망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만 화성용 특제 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휴지에 가까운 물건이라, 그 즉시 근처의 물을 모두 머금고는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왜 말이 없어요? 설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후후후, 그거 다시 못 쓸 텐데요.”

 

 “큰일이지만, 지금까지 겪은 일에 비하겠습니까.”

 

  나는 그냥 나가기로 했다.

 

 “받아요 서준성 씨.”

 

  샤워부스 위로 수건 한 장이 날아왔다.

 

 “그거 주시면 어떻게 나가시려고….”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머리 말리려고 하나 더 가져왔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새로웠다. 마치 단조로우면서도 어딘가 향수를 자아내는 피아노 가락 같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서준성 씨 실은 상의할게 있어요.”

 

 “…여기서요?”

 

 “아, 그건 아니고. 좀 있다가 숙소에서 봐요.”

 

 “알겠습니다.”

 

  나는 수건으로 하반신을 가리고 뛰쳐나갔다.

 

 

  숙소로 돌아와 생활복으로 갈아입었다. 디지털 무늬가 새겨진 생활복을 보며, 내가 군인임을 새삼 깨달았다.

 

 ‘디지털 위장이 화성에서 의미가 있나….’

 

  물론 이것은 훈련소 시절 받은 것이었다.

 MUIT의 침대와는 또 다른 느낌의 심플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이새안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왁!!!”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그러자 이새안이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서준성 일병님, 감염자 봤을 때도 그렇게 안 놀라셨으면서….”

 

  그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상처받을 만도 했다. 감염자들의 얼굴은 정말 끔찍했기에.

 

 “미안해, 잠깐 정신을 놓고 있었어. 무슨 일이야?”

 

  나는 이새안을 달래며 물었다.

 

 “한수아 씨가 모두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셔서요.”

 

 ‘그거 나한테만 상의하는 거 아니었어?’

 

  나도 모르게 실망했다.

 

  몸을 일으키니, 어느새 한수아와 최 중위가 방 한구석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상의할 게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들이 앉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볼펜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나도 본 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바로 내가 한 대위의 연구실에서 주운, 그가 감염자가 되기 전에 지니고 있던 물건이었다. 동시에 한수아가 그에게 선물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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