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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5화 파도
작성일 : 22-01-02 08:34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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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7번 격벽 방향의 에어로크를 열고 공기가 빠져나가자마자 우리는 밖으로 뛰쳐나와 격벽으로 나아갔다.

 

  27번 격벽으로 향하는 길의 광경은 평소의 텅 빈 화성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붉고 황량하던 화성의 황야는 종양과 살점으로 더욱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불길한 징조였다.

 

  조금 더 나아가자 10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MBS를 입은 군인들이 27번 격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종양투성이의 끔찍한 감염자들을 향해 총구의 불을 뿜고 있었다.

 

  그러나 10년은 뒤처져 보이는 낡고 찢긴 우주복 사이로 살점과 이빨 같은 뼈들이 당장에라도 흘러내릴 듯 튀어나온 감염자들은 병사들이 그들을 저지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격벽을 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방파제 너머로 찔끔찔끔 물을 흘리는 것처럼 감염자들의 파도가 격벽 너머로 넘쳐흐르기 시작하자. 격벽 위의 병사들이 하나둘 그것에 휩쓸려 사라졌고 격벽 안쪽의 병사들은 조금씩 뒤로 주춤거렸다.

 

 “위치를 사수하라! 분대지원화기병은 27번 망루로!”

 

  전열의 전방에서 개량형 M60 기관총을 다루며 부대를 통솔하는 하천만 소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최 중위가 멍하니 광경을 지켜보던 내 어깨를 건드리며 재촉했다.

 

 “우리는 28번 망루로 간다. 서둘러!”

 

 “옙!”

 

  분명 발은 착실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내 정신은 곧 감염된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눠야 한다는 사실에 사로잡혀 착잡해졌다.

 

  쏘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훈련 때 말고는 제대로 총을 쏴 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나는 머리라도 쥐어뜯고 싶은 심정으로 망루를 향해 나아갔다.

 

  그 순간이었다. 불과 3m 정도 떨어진 전방에서 격벽을 넘어온 감염자가 병사 한 명에게 달려들었다. 병사가 반항할 틈도 없이 감염자는 종양으로 덮인 오른팔에서 솟아난 송곳니 비슷한 기관으로 병사의 MBS를 난도질했다.

 

 “으악… 억! 크아악!”

 

  MBS를 뚫고 솟구친 분수 같은 핏줄기가 내 헬멧까지 튀어 눈앞에 방울졌다.

 

  감염자. 그것은 분명 사람의 형태였지만 그 움직임은 가축을 도축하는 기계나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맹수의 앞발에 가까워 보였다.

 

  그렇게 내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나처럼 몇십 년 동안 온갖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을 사람이. 그것을 실감하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허억, 헉!”

 

  속이 울렁거렸다. 죽음이 풍기는 냄새가 이런 것일까.

 내 달음질은 이미 멈춰있었다. 나는 두 손에 쥔 K2-M0 소총을 감염자를 향해 겨누었다.

 

 “쓰읍...후...쓰읍.”

 

  그러나 마음과는 다르게 감염자의 짐승 같은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했음에도 그것이 사람의 가죽을 덮어쓰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방아쇠를 섣불리 당길 수 없었다.

 

  감염자에게 희생당한 병사의 경련과도 같은 버둥거림 마저 완전히 멈추자, 감염자는 관절이 꺾일 것만 같은 기묘한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수 초간 응시했다.

 

  둥그렇고 낡은 헬멧 사이로 비치는 감염자의 얼굴은 해골 위에 검붉은 거죽을 겨우 씌워 놓은 듯한 시체 같은 몰골이었다. 어깨에 붙여진 국기가 아니었다면 그의 국적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눈알도 없는 눈으로 나를 용케 알아챘는지, 그 끔찍한 얼굴의 입을 찢어질 듯이 벌리며 나에게로 점점 빠르게 다가왔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감염자는 분명히 나를 향해 기괴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런 시발.”

 

  사람을 쏜다는 두려움보다 눈앞의 끔찍한 것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두려움이 더 커져, 나는 욕지거리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틱.

 

 그러나 약실이 비어 있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장전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나는 재빨리 장전손잡이를 뒤로 잡아당겼지만 감염자의 팔에 돋아난 날카로운 뼛조각은 이미 내 눈앞까지 다가온 후였다.

 

  -촤앙!

 

 

 

 

 뚫린 것은 내 머리가 아니었다. 총성과 함께 감염자의 구식 헬멧 안쪽이 붉은 단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놈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감염자다. 머뭇대면 저들처럼 될 뿐이야.”

 

 하천만 소령이었다. 늠름한 전차 같은 그의 개량형 M60은 아직 연기를 뿜고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 소령은 M60 기관총의 총열 덮개 대신 달려 있는 냉매 모듈을 갈아 끼우며 말했다.

 

 “살아서 보지, 가게나!”

 

  나는 28번 망루 방향을 돌아보았다. 최 중위와 이새안, 양준혁은 이미 망루 꼭대기에서 감염자들을 향해 총알을 쏟고 있었다.

 

  뒤늦게 그들을 쫓아 27번 격벽과 28번 격벽 사이에 격벽보다 높이 솟아 있는 망루의 계단을 올랐다.

 

  최 중위와 양준혁, 이새안은 내가 뒤처진 것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자 가지고 있던 탄창 두 개를 진작에 다 비우고는 망루에 비치된 비상용 탄약상자를 덜컹이며 꺼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병 서준성,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것들이 격벽을 못 넘어오게 막아! 곧 여기까지 타고 넘어올 거다!”

 

  최 중위가 탄약을 탄창에 쑤셔 넣으며 소리쳤다.

 나는 망루의 난간으로 움직여 격벽을 넘고 있는 감염자들의 산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이미 죽은 사람들이야!’

 

  더 이상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늠쇠 근처의 감염자가 서너 명씩 격벽 아래로 나가떨어졌다. 총알에 직접 맞은 놈은 물론이고, 그놈을 붙잡고 위로 오르던 감염자들과 처음 관통된 총알에 맞은 감염자들도 우수수 떨어져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감염자들의 흐름이 저지되는 일은 없었다.

 

  800명은 되어 보이는 그들은 불과 폭 50m에 높이가 10m 밖에 안 되는 27번 격벽에만 벌 때처럼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그것은 ‘이 격벽을 넘어라.’라는 명령 하나만 삽입된 게임 속의 군대 같았다.

 

  단 한 개체도 밖으로 나돌지 않고 직선적으로 격벽에 몸을 날리고 있었다.

 

  나는 조정간을 연발로 바꾸고, 거대한 구렁이 같은 감염자들의 파도를 향해 K2-M0를 난사했다.

 

 -투타타타타.

 

  내 뒤를 이어. 탄창을 채우고 돌아온 부대원들이 화력을 더해 망루 위에서는 네 정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총열이 과열 상태입니다. 냉각 모듈을 교체해주십시오.

 

  곤뇽의 목소리가 헬멧 안쪽에서 들려왔다.

 

  화성은 공랭 방식의 소총이 오랫동안 작동할 수 없으므로 총열 덮개 대신 그 자리에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냉각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나는 냉각 모듈을 잡아빼고는 탄입대에 넣어 둔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이어서 다시 가늠자에 눈을 가져다 댄 나는 믿을 수 없지만, 기지 안쪽으로 기울고 있는 격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때마침 아래쪽에 있던 병사들이 소리쳤다.

 

 “격벽이 무너진다!”

 

 “후퇴!”

 

  격벽의 두께는 1.3미터는 되었다. 격벽은 로버보다 무거운 철덩이도 가볍게 날리는 화성의 모래바람을 반영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분명 그렇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최 중위님,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

 

  이새안이 다시 한번 현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윽고 27번 격벽은 땅속에 박힌 부분까지 깔끔하게 뽑혀 버렸고, 감염자들의 산은 MUIT 기지 안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소리가 닿지 않는 처절한 비명 속에 진영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도 위험하겠는데….”

 

  최 중위가 큰일 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준혁은 욕지거리를 뱉으며 쉼 없이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망루 아래쪽은 감염자로 가득 들어차, 자칫 아래로 떨어지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죽음의 냄새가 가득했다.

 

 “감염자들이 움직입니다!”

 

  내가 말했다.

 

  예상 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감염자들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지 않았다. 그들은 길목에 걸기적 거리는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무시하며 27번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인 둥그런 반구 형태의 연구소로 향한 것이었다.

 

 “이건 좋지 않은데. 뒤를 쫓는다.”

 

  최제호 중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확실히 연구소에는 비전투 요원들과 민간인 연구자들밖에 없었다. 그들은 감염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유린 당할 것이 뻔했다.

 

  망루 아래에서 지휘하던 하 소령도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격벽을 막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부대를 연구소 쪽으로 돌렸다.

 

 “감염자들이 연구소로 이동한다. 연구자들의 신변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결국 감염자들의 무리와 병사들은 연구소를 둘러싸고 공방을 펼치게 되었다.

 우리도 망루의 계단을 철컹거리며 내려와 연구소 방향으로 향했다.

 

  그때 연구소의 방향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섬광은 없었지만 연구소 방향에서 감염자들과 그들을 저지하던 병사들이 종잇장처럼 나가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에어로크가.’

 

  항공우주학을 전공하며 우주선의 에어로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일어나는 참사에 대해서 익히 들었던 나는, 연구소의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애벌레가 발에 밟히듯 터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사체와 탄피가 사방에 널브러진 격벽 주변을 지나는 우리의 발걸음이 숨이 차오를 정도로 빨라졌다.

 

 “이쪽으로는 뚫고 가기 어렵겠는데!”

 

  양준혁이 연구소 앞에 득실거리는 감염자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가진 총알을 모두 합친 수보다 많은 감염자들이었지만 다행히도 우리 쪽에는 관심이 없는 듯 등을 돌리고 있었다.

 

 ‘끔찍한 얼굴들을 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군.’

 

  그 와중에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쪽 입구로 우회한다.”

 

  최 중위가 말했다.

 

 연구소는 제법 거대했지만 저것들을 뚫고 가는 것보다는 우회하는 쪽이 빠를 것이었다. 우리는 탄창 한 개 분량의 탄약만 남기고 가는 길에 보이는 종양투성이의 감염자들을 소탕하며 연구소의 반대쪽 입구로 나아갔다.

 

  다행히도 반대쪽 입구에는 아직 감염자들이 미치지 않았다. 나와 이새안, 양준혁 그리고 최 중위는 오늘 아침 연구소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왔던 에어로크에 다시 한번 발을 들이고는, 기압이 맞춰질 때까지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총을 지녔다는 점 외에는 우리는 아침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아침과 달랐던 것은 에어로크 문 너머, 연구소의 내부 쪽이었다.

 

 “…”

 

 “난장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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