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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3화 감염체
작성일 : 22-01-02 08:30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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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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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언제 들어도 요란한 목소리의 최 중위를 뒤따라 하얗고 차가워 보이는 금속재 복도를 걸어갔다.

 

 

 무거운 슈트를 입었음에도 지구보다 낮은 중력에 복도를 지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복도에서 우리를 스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군인 완장을 차고 있었지만 MBS나 우주복 대신 연구원 가운을 입고 있었기에 우리는 MUIT가 군대보다는 연구소에 가까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여긴 원래 비 전투 요원들이 대부분이었어. 화성 북극의 빙하에서 발견된 그들이 여기까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말이지.”

 

 

  최 중위는 걸맞지 않게 분위기를 잡으며 건물 밖으로 나가는 거대한 문 옆의 콘솔에 자기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콘솔이 중위의 홍채를 붉은빛으로 훑고 지나가더니 이윽고 문이 열렸다.

 

 

  문 뒤편에는 웬만한 사무실만큼 널찍한 에어로크가 있었다. 우리가 모두 에어로크 안쪽으로 들어서자 뒤편의 문이 닫히고 감압이 시작되었다. 감압이 끝나자 에어로크의 문이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푸쉬이이이, 기이잉

 

 

  에어로크 너머에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화성의 붉은 대지가 존재하고 있었다. 대기가 희박해 더욱 눈 따가운 태양 빛 아래, 붉은 대지와 하얀 컨테이너를 닮은 건물들이 펼쳐진 풍경을 새삼 두리번거리며 바라보는 신병들을 지켜보던 최 중위가 건물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둥그런 건물 보이지? 저기가 연구소다. 여기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건물이지.”

 

 

  최제호 중위는 내가 이틀 전에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눈에 익힌, 거대한 축구공의 반 쪽을 엎어놓은 듯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겁니까?”

 

 

 양준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당연히 안 될 것이 분명했지만, 나 또한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 중위의 대답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들어가 보고 싶나?”

 

 

 중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나와 양준혁이 재빠르게 대답하자 중위가 MBS에 덮인 목덜미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소령님께는 비밀이다. 엄밀히 말하면 징계 거리는 아니지만, 설교 듣는 건 사양이야.”

 

 

 “넵!”

 

 

 우리는 그렇게 다른 건물들을 제쳐 놓고 곧바로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의 경계는 걱정과는 달리 느슨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보일 때마다 중위가 경례를 하며 지나쳤지만 단지 그뿐. 그 누구도 우리를 멈춰세우거나 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금세 긴장을 풀고 연구소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단… 밋밋하군.’

 

 

  하지만 흥미도 잠시,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자그마한 현미경과 어디에 쓰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커다란 기계들뿐. 우리가 기대하던 길쭉한 머리의 외계인 박제 같은 것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라 실망했나?”

 

 

  실망한 모습이 역력한 양준혁을 몇 걸음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흰 가운을 입은 인자한 목소리의 중년 남자가 벽에 기대서서 말을 걸어왔다.

 

 

 “예… 아, 아닙니다!”

 

 

 “충성 고생하십니다. 한 대위님.”

 

 

  한 대위라는 사람을 알아본 최 중위가 재빨리 그를 향해 경례하고는 검지로 양준혁의 옆구리를 찌르며 무언의 경고를 가했다.

 그러나 한 대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하하하! 그럴 만도 하지, 그다지 볼 만한 게 없어 여기는. 어떤가 좀 볼 만한 걸 보고 싶나?”

 

 

 그의 아저씨같이 털털해 보이는 인상이나 가운의 가슴 주머니에 대충 찔러 넣은 볼펜, 그리고 적당히 헝클어진 머리가 어딘가 친근한 느낌을 풍겨 왔다.

 

 

 “아…, 그….”

 

 

  넉살 좋은 양준혁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최 중위가 눈총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준혁이 허둥대는 사이 모험심 가득한 내 입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한 대위는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 했다.

 

 

 “좋은 패기야, 그래야 신병이지.”

 

 

  그는 연구소의 후미진 곳까지 우리를 끌고 가서는 의심스럽게 생긴 엘리베이터에 우리를 밀어 넣었다.

 엘리베이터 문짝에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는 표지를 보자니, 정말 박제된 외계인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대위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우리의 표정에 희비가 교차했다. 최 중위와 이새안은 앞으로 날아올 하천만 소령의 질책에 낯빛이 하얗게 질려 버렸고 나와 양준혁의 표정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여기야, 좀 볼 만한 녀석이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내려간 끝에 도착한 어두운 방은, 땅 아래에 지어졌는지 햐얀 철제 벽판 대신 두툼한 H빔과 거친 바위들로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다지 크지 않은 방의 중앙에는 바닥으로 굵직한 전선들이 난잡하게 들어진 커다란 기계와 녹색 액체로 채워진 커다란 유리관이 빛나고 있었다.

 

 

 “중위도 갇혀 있는 놈은 처음 보지 않나?”

 

 

  최 중위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는 한 대위의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빛나는 유리관 속에는 오래된 미국제 우주복을 입고 있는 우주비행사 한 명이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우주비행사의 등과 얼굴을 뚫고 나온, 발톱이 여기저기 솟아 있는 징그러운 종양들이 이어서 눈에 들어왔다. 정말 외계인이었다.

 

 

 “허업… !”

 

 

  이새안의 탄식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놀라운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허… 저도 이렇게 커진 건 처음 봅니다.”

 

 

  최 중위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우웩, 끔찍해라.”

 

 

  양준혁이 욱 하는 소리를 내며 헛구역질했다.

 

 

 “외계인.....입니까?”

 

 

  마지막으로 이어진 내 조심스러운 질문에 입이 근질거리던 한 대위가 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놈들은 화성의 빙하 속에서 발견된 녀석들이야. 기생충처럼 다른 생명체에 기생해서 양분을 빨아먹으며 점점 자라는 게 특징이고. 그래서 이름도 '패러사이트'. 이건 아주 운 좋게 넘겨받은 패러사이트 샘플이라… 일부러 영양액 안에 담가서 크기를 불리는 중이지. ”

 

 

  나는 다시 에메랄드빛 유리관으로 얼굴을 돌려 심장처럼 펄떡이는 종양을 바라보았다. 왠지 한 대위의 설명을 듣고 난 뒤로 종양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한 대위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말을 이었다.

 

 

 “이 샘플, 심지어 알려진 것 중에는 가장 오래된 물건이야. 그래서 이름도 ‘알파’라고 하지.”

 

 

 “썩거나 하진 않는 겁니까?”

 

 

  양준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것들 이래 봬도 살아 있는 것들이야. 유리관 밖으로 풀어놓으면 아마 당장에라도 자네한테 달려들걸? 저렇게 돋아난 표족한 가시들에 찔리면 그걸로 끝이야 끝.”

 

 

 “으윽… 찔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양준혁이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계속해서 물었다.

 

 

 “저놈들의 본체는 아주 작아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체내에 들어가는 순간, 순식간에 혈류 기관을 타고 뇌까지 침투해서 희생자의 뇌를 장악하지. 그렇게 좀비가 되는 거야 좀비. 우리는 그걸 감염자라고 부르지.”

 

 

  한 대위는 양팔을 덜렁거리며 양준혁을 골려댔다.

 충분히 끔찍한 이야기였지만, 내 신경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아무래도 유리관 안의 감염자가 당장에라도 그것을 깨고 나올 것만 같았다. 그것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좀비 말입니까?”

 

 

 양준혁은 소름이 돋았는지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러자 한 대위가 웃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 말게, 이놈은 믿을 만한 기관에서 준 물건이야. 보관은 안전하지. 게다가 밖에서 들어오는 놈들은 절대 MUIT의 높은 격벽을 넘을 수 없고 말이야.”

 

 

  그러나 내 생각은 그와 달랐다. 그것은 내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확연했다. 녹색 유리관 안에 담긴 감염자는 온몸에 돋아난 종양들이 점점 부풀고 있었다. 그 속도는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나는 신나게 떠들어 대는 한 대위의 말에 감히 끼어들었다.

 

 

 “한 대위님 저거 혹시 부풀고 있지 않습니까?”

 

 

 “음,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하고 있을 거야. 말했다시피 영양액을 주입하고 있거든.”

 

 

  나는 답답한 심정에 유리관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말했다. 어느새 종양은 유리관 안쪽 벽에 눌릴 정도로 커져 있었다.

 

 

 “제 말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쩌걱… 팡.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유리관이 폭발하며 그 공간에 서 있던 모두를 몇 발자국 정도 날려 버렸다.

 

 

 “크아아아악!”

 

 

  단말마 비명과 함께 날아간 나는, 패러사이트 샘플이었던 것의 끔찍한 잔재가 슈트에 뒤덮인 채로 쓰러졌다.

 

 

 -경고. 화성 유기체 농도 증가. 경고. 화성 유기체 농고 증가.

 

 

 ‘곤뇽’이 내보내는 경고음과 폭발이 자아낸 이명이 어지럽게 늘어지며 내 정신을 괴롭혔다. 슈트 덕에 큰 충격은 면한 나는 재빨리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헬멧의 바이저에도 감염자의 살점들이 들러붙어 시야가 흐렸지만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방 안의 광경은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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