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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화 신병
작성일 : 22-01-02 08:30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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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조금 뒤에 도착한 수송 로버의 뒤칸에 올라타 MUIT로 향했다. 몬스터 트럭을 연상시키는 수송 로버의 거대한 타이어가 화성의 붉은 대지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이곳에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나는 옆을 보고 앉는 긴 좌석에 이새안과 나란히, 기절한 듯한 양준혁과 소령과는 마주 보고 앉았다. 어렸을 적 지직거리는 할리우드 DVD 속에서 보았던 그랜드캐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절벽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좁고 두툼한 유리 밖으로 보였다.

 

 

  황량한 대지를 가로지르는 로버 위에서 거의 반나절을 보냈을 때쯤 나는 당연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이곳은 정말 공허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한 점의 녹색 빛도 없는 드넓고 황량한 지평선을 보며 나는 한숨 같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무것도 없지는 않아. 적어도 이 51번 구역에는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있지.”

 

 

  유리로 막혀 있는 운전석에서 내 혼잣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수송 차량을 운전하던 깡마르고 실실대는 남자가 붉은 선글라스 너머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최 중위, 함부로 발설하지 말게.”

 

 

  소령의 험악한 얼굴이 더욱 험악해지며 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목소리로 최 중위에게 경고했다.

 

 

 “이 불쌍한 친구들도 자기들이 어떤 곳으로 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최 중위는 고개를 돌려 소령의 경고를 능글맞게 웃어넘기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잘 부탁한다 신병들, 최제호 중위다.”

 

 

  자기 경고를 무시한 것도 모자라, 앞도 보지 않고 운전하며 우리에게 자기소개까지 하는 최제호 중위를 바라보는 소령의 미간이 점점 더 찌푸려졌기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일병 이새안! 잘 부탁드립니다, 최제호 중위님!”

 

 

 그러나 나 대신 이새안이 해맑게 대답했다.

 

 

 ‘음, 좋지 않군.’

 

 

  소령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음에도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예 눈을 질끈 감아버릴까 생각하던 순간 이번에도 예상과는 다르게 소령은 한숨을 내쉬더니 온화한 중저음으로 말했다.

 

 

 “흠… 생각해 보니 자네 말도 일리가 있지. 결국은 알게 될 사실이기도하고. 나도 잘 부탁하네 신병들, 하천만 소령이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일병 서준성!”

 

 

 나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재빨리 고개를 들어 답했다.

 

 

  어느새 눈앞의 황야에는 하얀 컨테이너 모양 건물들과 거대한 돔 모양의 건축물 그리고 수많은 태양광 패널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고속도로 방음벽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보다는 훨씬 두꺼운 하얀 격벽에 빙 둘러싸여 있었다.

 

 

 

  수송차량이 격벽으로 다가가자 벽 판넬 하나가 땅밑으로 내려가며 차량이 지나갈 문을 만들었다.

 

 

 “환영한다! 외계인이 가득한 51구역의 MUIT 본부에 잘 왔어.”

 

 

  최제호 중위가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다시 수송차량을 움직였다. 나는 그의 말이 농담이라고만 생각했기에 격벽에 낭자한 딱 봐도 수상한 자국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쳤다.

 

 

 

 

 2037.7.10

 

 

 

 

  MUIT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다지 힘든 일은 없었다. 보급품을 받는 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화성에서 사용하는 소총인 K2-M0를 한 정씩 보급 받았다. K2-M0는 K2의 개량형 모델이다.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서는 기존의 공랭 방식 소총은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거의 항상 영하의 온도를 웃돎에도 말이다.) K2-M0의 총열덮개 부분에는 냉매 냉각식 냉각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또한 K2-M0는 화성 중력이나 공기저항을 반영하여 수정된 가늠자와 강선을 가지고 있었다.

 

 

  최 중위 왈, 다른 소총들이나 기관총들도 같은 방법으로 개량되었다고 한다.

 

 

 ‘알 게 뭐람.’

 

 

  다음으로 우리는 하천만 소령이 입고 있던 것과 같은, 마치 갑주를 연상케 하는 우주복을 보급 받게 되었다.

 슬슬 양팔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어디에 쓰이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보급품들을 받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지혈용 수지 스프레이를 캔 음료인 줄 알고 마실 뻔했다는 소리다.

 

 

  그것만 빼면 K2-M0 소총과 우주복, 그리고 나머지 보급품들을 낑낑대며 생활관까지 들고 오는 일이 이 이틀 동안 가장 힘든 일이었다.

 

 

  나는 생활관의 우주복 거치대에 걸린 우주복을 살펴보았다.

 이 멋들어진 우주복은 ‘MBS(Mars Battle Suit)’라고 불렸다. 엄밀히 따지자면 우주복이 아니라 슈트였다.

 

 

  나는 MBS의 각진 오토바이 헬멧을 연상케 하는 날렵한 헬멧을 손에 들어 보며 다시 한번 불길한 미래에 대해 의심해 보기 시작했다.

 

 

 ‘화성에서 전쟁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건가.’

 

 

  나는 이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 같은 생활관으로 배속 받은 이새안, 양준혁과 함께 논의해 보고 싶었다. 화성에 묻히는 일 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 가득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새안과 양준혁은 푹신한 2층 침대에 파묻혀 아침부터 대차게 늘어져 자고 있었다.

 

 

 ‘팔자 편히 잘 수 있는 것도 부럽군.’

 

 

 그들의 느긋한 태도에 나도 덩달아 힘이 빠져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듯 드러누웠다. MUIT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들은 우리 3명이 지내는 생활관에도 예외는 아니라서, 이곳의 침대는 훈련소의 맨바닥 같은 침상과는 결이 다른 안락함을 선사해주었다.

 

 

  나는 천장에 매달린 미래시대적인 LED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며, 앞으로 이틀이면 끝나는 ‘화성 적응기간’을 최대한 느긋하게 보내기로 마음을 고처먹었다. 그것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휴식이 될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눈을 붙인 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돌연 생활관의 자동문이 옆으로 열리더니 최제호 중위가 요란스럽게 들어왔다.

 

 

 

 “쉬어!”

 

 

 용수철이 튕겨 나가듯 반사적인 내 반응에 양준혁과 이새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훈련소 때의 군기는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냐, 아냐 됐어. 잘 들 쉬고 있는데 들어와서 미안 하지만, 소령님께서 너희 부대 안내를 부탁하셔서 같이 따라와 줘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파릇파릇한 신병 셋이 동시에 대답했다.

 

 

 “15분 후에 다시 오지. MBS는 처음 입어보는 거라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말이야.”

 

 

  최 중위가 나가자마자 우리는 달콤한 휴식의 종말에 탄식을 내뱉으며 슬퍼했지만 잠시 뒤 군말없이 주섬주섬 MBS를 챙겨 입기 시작했다.

 아직 이틀 전에 깨문 혀가 낫지 않아 헝겊 비슷한 것을 물고 있던 양준혁이 입에서 그것을 빼내며 웅얼거렸다.

 

 

 “이허 어허게 인는이 아라? (이거 어떻게 입는지 알아?)”

 

 

 고개만 갸웃거리는 나와는 다르게 그것을 용케도 알아들은 이새안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MBS 뒤에 다가서면 저절로 등 부분이 열려요. 다리부터 집어넣고 팔을 넣는 게 편하실 거예요.”

 

 

 이새안은 처음 보는 MBS를 이미 능숙하게 챙겨 입고는 헬멧에 머리를 쑤셔 넣고 있었다.

 

 

  MBS는 얄상하고 길쭉길쭉한 이새안의 체형에 제법 잘 들어맞아, 게임에나 나올 법한 늘씬한 우주 군인의 기세를 뿜어냈다. 그에 질세라 양준혁도 열심히 낑낑대며 슈트에 두툼한 팔다리를 쑤셔 넣기 시작했다.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어쩐지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 나는 MBS의 널찍하고 견고해 보이는 등판에 다가섰다. 그러자 등 뒤에서 바위로 얻어맞아도 멀쩡할 것만 같은 등판이 반으로 갈라지며 입을 벌렸다.

 

 

  벽에 고정된 채로 얼른 자신을 입으라는 듯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MBS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마치 스쿠버다이빙 슈트를 입는 기분으로 팔다리 구멍에 몸을 구겨 넣었다. 이윽고 내가 몸을 전부 집어넣자, 기계음과 함께 MBS의 등판이 닫히며 나를 슈트 안에 가둬버렸다.

 

 

  나는 슈트 옆에 걸려 있던 날렵한 헬멧까지 덮어쓰고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두툼한 매트리스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었지만, 동시에 덥지나 답답하지는 않은 자유로운 감각이 느껴졌다. 게다가 적당히 묵직해서, 마치 지구의 중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때 헬멧의 안쪽에서 전자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성화 전투 갑주 MBS입니다. 귀하의 건강, 위협요소 배제, 전투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 AI도 들어 있나 보군.”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냈다.

 

 

 “하, 이런 식으로 국방비의 혜택을 보는 날이 오다니. 그래도 제법 맘에 드는데.”

 

 

  양준혁이 빈정거림과 들뜸이 섞인 말투로 거들었다.

 

 

 -호칭을 설정하시겠습니까? 별도의 설정이 없을 시에는 MBS로 자동 설정됩니다.

 

 

 “호칭이라…”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몇 달 전 훈련소에서 동기들과 낄낄거리던 짧은 추억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곤뇽’… 곤뇽으로 할게.”

 

 

  그것은 2주도 채 못 채우고 전출 나간 훈련소에서 책자에 쓰인 ‘육군’이라는 글자를 뒤집어보며 다 같이 웃던 그나마의 추억이었다.

 

 

 “킥, 곤뇽이라니. 사람들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네.”

 

 

  양준혁이 그 의미를 깨달았는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이새안도 수수한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나는 문득 그들이 설정한 호칭도 궁금해졌다.

 셋 사이에 아직 서먹하던 공기가 사라지는 듯하던 그때, 문이 열리며 최제호 중위가 돌아왔다.

 

 

 “요, 신병들. 아직 못 입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 자 가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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