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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1화 착륙
작성일 : 22-01-02 08:09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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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7.7.7

 

  흔히 자대 배치를 받는다고 한다면 묵직한 의류대를 들쳐메고 열차나 버스 혹은 그 두 개 모두를 타고 가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아니, 적어도 우주선에 올라 온몸을 감싼 롤러코스터 안전바 비스무리한 것에 옭아매어져 중력을 거스르며 엄청난 진동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떠올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성에 위치한 MUIT로 징집병들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기 때문이다.

 파릇파릇한 젊은이들을 화성으로 쏘아 올리는 것은 대체 누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일까. 무튼,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름 모를 그에게 저주를. 내 짧아진 명줄에 조의를.

 

 

  우주선의 내부는 언뜻 보면 조금 세련된 컨테이너의 내부처럼 보이기도 했기에 우주선이 출발하기 전까지는 이곳이 곧 대기권을 벗어나 근일 점을 기준으로 5천6백만km나 떨어진 화성에 이틀 만에 도착하는 우주선의 내부라는 사실이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 꼴이.’

 

 

 내 양 옆자리에 앉은, 나처럼 운 없는 신병 두 명이 대기권을 돌파하는 진동에 이를 악물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무슨 사연을 가졌기에 이곳에 끌려왔을까. 그들의 흰색 우주복에 붙어 있는, 각각 양준혁, 이새안 이라고 적혀 있는 이름표를 눈으로 읽으며 나는 앞으로 이들과 함께 헤쳐 나가야 할 가장 끔찍한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 보면 이미 끔찍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항공우주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MUIT에 배속이 결정된 순간, 나는 육군 훈련소 기간을 전부 채우지도 못하고 위치도 모를 군사 시설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중력에 견디는 훈련과 무중력에 적응하는 생활을 병행해야만 했고 철저한 기밀 유지로 인해 휴대폰은 물론이거니와 편지 한 통 조차도 밖으로 보내거나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식사는 우주비행사들이 먹는 음식들을 먹어야 했는데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히게 끔찍했다.

 

 

  마치 오랫동안 음식점에서 사용하던 수세미를 바짝 말린 뒤에 박스 두 장 사이에 끼워서 씹어먹는 그런 맛이었다. 대신 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음식만 먹으면 근 3일은 허기조차 지지 않는다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긴 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그보다 더 끔찍할 것으로 생각하니 수세미 맛 우주 비상식량을 먹은 것처럼 속이 부대꼈다.

 

 

  사실 나의 정신 상태와는 상관없이 나를 태운 우주선이 중력권을 벗어나며 중력에 눌리던 내장이 자유로워지며 속이 울렁거렸을 뿐이었지만 알 턱이 없었다.

 

 

  나는 메스꺼움에 몸부림치며 억지로 눈을 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잠 만한 것이 없었다. 현실도피는 덤이었다.

 

 

 ‘자면 좀 나아지겠지.’

 

 

 선택받은 자들만이 갈 수 있는 희귀한 우주여행의 기회에 잠이나 잔다는 건 웃기게 들릴 수도 있다. 기왕이면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신병 세 명이 앉은 자리에는 양쪽으로 창문이 단 한 개도 뚫려 있지 않았기에 나는 그나마의 위안거리마저 찾지 못하고 잠들 수밖에 없었다.

 

 

  중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나를 옭아매던 안전바가 제법 느슨해졌다. 드디어 나는 헬멧을 안전바에 기대고는 한결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2037.7.8

 

 

  사람을 바짝 긴장하게 하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고 왔다.

 

 “기상! 기상! 지금부터 화성 강하 단계에 돌입한다. 전 대원은 중력권에 대비하라. 반복한다, 전 대원 중력권에 대비하라.”

 

  시간 개념 따윈 느낄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나는 잔 것 같지도 않은 몸을 반사적으로 바로 세우며 경련하듯 일어났다. 헬멧 내부와 우주선 내부에서 동시에 들리는 방송이 마치 메아리처럼 귀를 때려왔기에 졸음은 순식간에 달아났지만, 전혀 개운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이런 시발,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내 오른쪽에 앉은 양준혁이 헬멧 두 겹을 거치고도 내 귀에 아주 잘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절규했다. 아마도 나처럼 이 시끄러운 방송에 선잠에서 깨어 기분이 나쁜 것이랴.

 

 “양준혁 일병님, 힘내요!”

 

 “시발… 시발!”

 

  양준혁의 절규에, 내 왼편에 앉은 이새안이 어수룩한목소리로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나 양준혁은 여전히 욕지거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사실 나도 그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꿈보다 끔찍한 현실은, 언제나 절망적인 법이다.

 

  21살에 입대한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이새안과 스물 중반은 되어 보이는 양준혁의 사이에 끼어 나는 아무 말도 않고 당겨져오는 안전바를 꼭 움켜쥐었다.

 

  우주선은 화성의 중력권에 들어섰다는 것을 생색이라도 내듯 선채를 부르르 떨며 철판 떨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앞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우리를 감쌌다.

 

  그렇게 걸리적 거리던 안전바가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졌다.

 지구에서 떠날 때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얼굴에 핏기가 붉게 올라왔다.

 

  마치 롤러코스터에 정상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차라리 빨리 떨어졌으면 하는 떨리는 느낌. 그런 느낌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계속해서 선체가 삐그덕 거리며 점점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졌다. 이대로 어디선가 나사 하나가 빠지며 우주선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이 우주선은 화성에 몇 번은 다녀온 베테랑 우주선이었다.

 몇 분 같던 수초의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 다리를 아래로 쑥 잡아끄는 듯한 가속도가 느껴졌다.

 

 “으… 으윽!”

 

 “시발 시발, 이런 깡통 안에서 뒤지긴 싫어!”

 

  우주선의 소음과 양옆에서 신음하는 이새안과 양준혁 사이에서 나는 틀어막을 수도 없는 귀를 헬멧 위로 틀어막으며 속도에 몸을 맡겼다.

 아래로 끌리는 힘에 엉덩이가 의자의 쿠션 아래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내 힘이 두 배가 되어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본 함선은 곧 화성의 51구역에 착륙한다. 충격에 대비하라. 반복한다, 충격에 대비하라. ”

 

  기계음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무미건조한 중저음의 방송이 앞으로 닥쳐올 공포를 선고해 왔다.

 이 난장판에서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방송하는 저 간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직감적으로 이 긴 추락의 끝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머지않아, 머리가 앞으로 퉁겨져나가며 엄청난 충격이 전해져 왔다.

 

  이어서 헬멧에 감싸인 내 머리는 탁구공처럼 안전바 사이에서 흔들리며 이리저리 튀어 나갔다.

 

 “악! 억! 악!”

 

  우주선이 그대로 산산이 분해되어 내가 앉은 의자만 남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심한 진동이 턱뼈를 흔들었다. 양준혁은 욕지거리를 내뱉다가 혀라도 씹었는지 우주선이 화성의 지각을 갈아내듯 착륙하는 동안 비명 같은 옹알이를 반복했다. 물론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야에 양준혁의 얼굴을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왼쪽으로 한 뼘 정도 떨어진 자리의 이새안이 정신이 나간 채로 혼잣말을 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우주선이 내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착륙하여 김이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나는 안전바가 느슨하게 밀려 나가자마자 왼손으로 넋이 나간 듯한 이새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나 두터운 우주복 탓인지 아니면 큰 충격에 정신이 나간 것인지 이새안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래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보였기에 나는 오른 편으로 고개를 돌려 양준혁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헉!”

 

  나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올 정도로 양준혁의 상태는 꽤 끔찍했다. 정말로 혀를 깨물었는지 헬멧 안쪽에 피가 튀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나는 안전바를 덜컹이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양준혁 일병! 괜찮습니까?”

 

 “……”

 

  그때 정면의 금속제 벽이 위아래로 갈라지며 그 뒤편에서 ‘헤일로’에 나오는 슈트 같은, 멋들어진 우주복을 입은 군인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이미 우주복에 내장된 지혈제가 자동으로 투여 되었을 거다. 걱정 말도록.”

 

  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나를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그가 방송에서 나온 목소리의 주인공임을 알아보는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서 하사, 수송대에 응급 환자가 있다고 전하게.”

 

  열린 벽 뒤편으로 보이는 조종석을 향해 명령하는 그의 모습은 우락부락한 우주복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머리 두 개는 더 높아 보였다.

 

 “방금 전에 이미 연락해 두었습니다. 도착까지 3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의 명령에 서 하사라고 불린 사람이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그는 헬멧 뒤편으로 비치는 검은 피부의 험악한 인상을 다시 나에게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서준성 일병, 이새안 일병을 데리고 나를 따라오게. ”

 

 “넵.”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오랫동안 나를 구속하던 안전바가 기계음을 내며 위로 올라갔다.

 

  허리가 지르는 비명이 입으로 새어 나올 뻔했지만 나는 그것을 겨우 참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이새안을 잡아올렸다. ‘일으켜 세우다’ 대신 ‘잡아올리다’ 라는 표현을 택한 이유는 이새안이 가벼운 덤벨처럼 아주 손쉽게 들어 올려졌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정도였다.

 

  그것이 여기가 화성이라는 사실을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대로 천장까지 날아갈 것만 같은 이새안을 붙들어 세우고는 어느새 양준혁을 등에 업고 있는 간부를 바라보았다.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그의 우주복 어깨 부분에 번쩍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소령 완장이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나를 흘겨보더니 말없이 열린 벽 너머로 고개를 살짝 까딱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다친 시민을 덤덤히 들쳐업은 슈퍼 히어로를 연상시키는 그의 뒷모습을 열심히 쫓으며 우주선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기다란 복도를 걸어 나갔다.

 

  다 열려 있음에도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만한 크기의 에어로크에 도착하자, 내게 부축되어 끌려가던 이새안의 멍한 고개가 우주선의 출구 밖에서 흘러나오는 쨍한 햇빛에 생기를 되찾으며 서서히 정면을 향해 올라갔다.

 

 “부축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젠 괜찮습니다.”

 

  이새안은 정신을 차렸는지 곧이어 스스로 자리에 섰다.

 그는 다행히도 정신적인 쇼크를 빼면 멀쩡해 보였다.

 

 “따라오게.”

 

  양준혁을 들쳐업은 거대한 체구의 소령이 에어로크의 출구로 몸을 욱여넣으며 무심한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나와 이새안은 저 거구가 문에 끼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의 뒤를 따랐지만. 그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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