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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댕댕이인줄 알았는데, 늑대라니!
작가 : 블랙다이아몬드
작품등록일 : 2021.12.26

# 여주.
- 홍임수(여, 35살, H 푸드의 대리)
“동생 대신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팥쥐가 된 철벽녀.


# 남주
-지국장(남, 30살 H 푸드의 낙하산 인턴.)
“외로워서가 아니라, 누나를 사랑해서. 누나의 가족이 되고 싶은 거야!”
교통사고로 가족은 잃은 그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 그녀를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 순정남.

#서브 남
-최재현(남, 37살 H 푸드의 본부장)
“무서운 꼬맹이, 겁쟁이 오빠한테 시집와라.”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기에 대세를 따르는 실속파.

#서브 녀.
김희주(여, 30살, H 푸드의 이사)

“쫓겨난 주제에, 뭐가 그렇게 당당해! 그래서 더 짓밟고 싶어.”
열등감에 모든 걸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가식적인 콩쥐.

 
제5화-직장인의 정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어!
작성일 : 21-12-31 16:2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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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숨구멍이 필요했다! 넌더리 나는 네 엄마도. 생때같은 내 아들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있는 그 집에서 살 수가 없었어. 너도 가출 해잖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신 H 그룹의 회장이라도, 말은 바로 하셔야죠.”

 

 “밤새도록 엄마한테 구타당해서, 아버지에게 도망갔지만. 길바닥에 저를 버리고 가셨잖아요. 나가 죽으라고!”

 

 울분을 쏟아내는 딸보다 자신의 고통이 더 애달프신 아버지는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

 

 내려놓았던 포크와 나이프를 다시 쥔 아버지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스테이크를 썰었다.

 

 “대통령하고 밥 먹는 것보다, 딸하고 한 끼 먹는 게 힘들어서야 원~! 먹고 가라.”

 

 테이블 위에 휘황찬란하고 맛깔스럽게 담긴 접시들을 아버지 앞으로 밀어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H 그룹의 총수답게! 제발~혼자 많이 드시고, 만수무강하세요. 참고로, 아버지랑 밥 먹다가 죽기 싫습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아버지가 버럭 화를 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부녀지간이라고 해도. 네 밥에 독이라도 뿌렸을까 봐! 앉아라. 좋은 말로 할 때.”

 

 “잊으셨나 본데! 저는 갑각류 알레르기 때문에 수혁이 생날, 응급실로 실려 가잖아요.”

 

 “…사실이냐?”

 

 “설마! 제가 죽는 꼴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랍스타와 독도 새우를 준비하셨나?”

 

 “…몰랐다. …미…미안하다.”

 

 어처구니없는 사과에 한탄이 흘러나왔다.

 

 “~하! 모를 수도 있나, 보죠. 아버지니까. 죽기 싫은 불효녀는 이만 물러갑니다.”

 

 “부모가 미안하다고 하면, 사과를 받을 줄도 알아야지. 쯧쯧쯧. 이렇게 속이 좁아서야…….”

 

 박차고 나갈 생각에 문 쪽을 힐끔거리는데, 꿈에서라도 보기 싫은 희주가 보였다.

 

 “속~넓으신 차기 부회장님과 맛있는 식사나 하시죠.”

 

 달갑지 않은 희주의 등장에 심기가 불편한 아버지가 신경질적으로 따졌다.

 

 “네가 오라고 했냐?”

 

 “H 그룹의 회장 자리가 불렀겠죠. 축하드려요. 홍 회장님. 훌륭한 따님을 두셔서 든든하시겠습니다.”

 

 직원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쳐들어온 희주가 가식적인 미소로 테이블에 앉았다.

 

 “언니, 같이 먹자고 날 불러놓고! 벌써 가려고? 아빠가 섭섭해하셔.”

 

 ‘너도 강적이다. 하긴, 그래야 뻐꾸기 새끼도 살아남지.’

 

 “언니가 보고 싶어 달려온 동생의 성의를 봐서라도, 간만에 우리 가족끼리 식사하자.”

 

 단란한 가족 코스플레이를 하자고 덤비는 희주에게 비비 꼬인 꽈배기를 던져줬다.

 

 “이상하다? 아버지와 밥 먹는다고 했지. 어디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설마 나 미행했니?”

 

 곁눈질로 아버지의 안색을 살피던 희주가 위선적인 입매를 놀렸다.

 

 “뭐~야. 농담도 참 재미없게, 왜곡하네! 여전히 사회성이 제로구나. 언니.”

 

 “사회성이 제로인 내 눈엔 미행한 사람처럼, 하도 빨리 쫓아와서! 놀랬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오붓한 부녀시간이 되시길.”

 

 “사랑스러운 동생을 위해서, 밥 한 끼 정도는 먹어줄 수 있잖아. 언니. 앉아. 나 배고파.”

 

 소름 돋는 징그러운 희주의 애교에 섬광탄을 쐈다.

 

 “이렇게까지 붙잡으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고 싶어지는데.”

 

 “응?”

 

 “나 갑각류 알레르기 있는 거 알고, 몰래 새우 먹였잖아. 그걸 또 아버지 앞에서 하고 싶어?”

 

 매서운 아버지의 눈총에 희주가 새파랗게 질려 변명을 해댔다.

 

 “밥 한번 같이 먹어, 본적이 없는 사이인데! 어떻게 내가 그걸 알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언니.”

 

 쥐덫에 몰린 쥐처럼 파르르 떠는 희주의 모습에 얹혀있던 체기가 내려갔다.

 

 “하긴, 우리가 같이 밥 한번 먹은 적이 없지. 너는 거실의 식탁에서. 난 차고에서 개밥처럼 잔반 처리했으니까!”

 

 “언니!”

 

 “미안, 몰랐을 수도 있겠다.”

 

 착한 딸 코스플레이 때문인지. 당장이라고 내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고 싶은 희주가 안쓰러울 정도로 참는 게 보였다.

 

 “아버지, 언니가 짓궂은 농담한 거예요! 제가 언니한테 어떻게 그래요? 아빠도 아시잖아요. 언니가 제 손목을……흑흑흑.”

 

 “아직도, 허접한 네 자해 쇼가 먹힐 거 같아?”

 

 불청객 주제에 같잖은 하수로 변명을 늘어놓은 희주나. 원수처럼 죽일 듯이 덤비는 임수도 다 꼴 보기 싫은 홍 회장은 와인병을 벽에 던졌다.

 

 펑! 쫘~악.

 

 “저것들, 다~치워, 내 눈앞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시는 아버지 등 뒤로 연막탄을 던졌다.

 

 “축하다. H 그룹 총수 자리에 앉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희주 씨!”

 

 기쁨을 주체못하고 날 쳐다보는 희주의 등 뒤로 아버지가 붉으락푸르락 낯빛으로 매섭게 날 노려봤다.

 

 “정말? 내가? 아버지, 감사,”

 

 살기 어린 목소리로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입 다물어! 둘 다.”

 

 아버지의 노기에 겁먹은 희주는 입을 닫았고, 총지배인은 납작 엎드리듯 눈을 내리깔았다.

 

 그들과 달리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음~ 싫은데요.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아버지가 정 듣기 싫으시면, 아버지가 나가시면 됩니다.”

 

 적어도 장기판에 말 신세는 벗어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생각에 없던 콧노래도 나왔다.

 

 빈정대는 내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는지, 핏대 세운 아버지가 입만 뻐금거렸다.

 

 “너…너!…감히! 감히.”

 

 감히 타령과 함께 뒷목을 잡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아버지를 부축한 희주가 호들갑을 떨었다.

 

 “아빠. 진정하세요. 그렇다가, 혈압이라도 올라가면, 아빠 정말 큰일 나요! 뭐해요? 총지배인!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말고, 어서 빨리 이 박사님한테 연락하라고!”

 

 고리타분하게 목덜미 잡고 쓰러진 아버지와 속이 뻔히 보이는 희주의 발연기를 직관하고 있으니. 지루하다 못해, 하품이 나왔다.

 

  “더는 하실 말씀 없는 것 같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버지. 오붓한 부녀지간은 희주로 만족하세요. 그럼.”

 

 웃기지도 않은 H 왕국의 VVIP 테마 홀에서 아버지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고 나왔다.

 

 “당장, 나가! 대한민국도 좌우할 수 있는 나를! 감히! 허수아비로 취급해. 다들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내 눈앞에서 사라져.”

 

 

 ***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감히 타령이 왜 이리도 흥겨운지, 콧노래를 불렀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때쯤,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안 봐도, 비디오다. 희주다.’

 

 못 들은 척, 앞만 보고 천천히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희주가 잔뜩 독기가 오른 얼굴로 내 팔을 붙잡았다.

 

 “언니, 나한테 할 이야기 있잖아. 안 그래.”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이야기 타령이야? 나도 모른 이야기를 자꾸 하래?”

 

 “언니! 말장난은 그만하고, 제대로 이야기나 하시지.”

 

 초조한 눈초리로 다그치는 희주를 깐죽거리는 맛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라고 할까.

 

 시치미 떼는 나를 죽이고 싶은지, 입술을 깨문 희주가 인내심을 자랑하듯 되물었다.

 

 “돼먹지 못한 농담 따위는 집어치우고. 빨리 말해! 이 사회성 없는 언니야!”

 

 열불 내는 희주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내 중지 손가락으로 구겨진 그녀의 미간을 눌렀다.

 

 “너도 세월은 어쩔 수 없구나. 미간의 세로 주름 어떡할 거야? 보톡스라도 맞아라! 돈도 많으면서. 꼭 못된 마녀 할멈 같다.”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희주가 내 팔을 끌어당기며 윽박질렀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다 필요 없고, 당장 말해. 언니, 언니! 빨리 말해.”

 

 “네 동생이라고 우겨대던 희주야! 나 청각 정상이야. 그만 소리 질러. 보는 눈 많다. 이 손 좀 놓고 말할래.”

 

 “빨리 말해. 분명히 들었어. H그룹의 총수 이야기.”

 

 희번덕한 눈을 돌리며 내 입만 쳐다보는 희주의 모습은 마치, 먹이를 두고 침을 질질 흘리는 광견 같았다

 

 “아~ 그 이야기! 별 이야기도 아닌데. 궁금해하니까, 말해줄게.”

 

 희망의 회로를 돌리는 희주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싶어, 핸드폰을 꺼냈다.

 

 “그래. 그 이야기! 나중에라도, 아버지의 결정에 토 달지 마. 언니.”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데? 정말 동의할 수 있겠어?”

 

 뒷이야기가 궁금한 희주는 꺼림직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맞장구쳤다.

 

 “…당연하지. 아버지 뜻인데.”

 

 “하긴, 우린 아버지의 장기판에 말이니까. 너도 들을 권리 있지.”

 

 내 핸드폰에 저장된 녹음 파일을 재생하려는 순간, 소리 없이 다가온 총지배인이 만류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하실 말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짜증이 난 희주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총지배인에게 삿대질했다.

 

 “감히, 내가 누굴 줄 알고 이래! 어디서 호텔 나부랭이가 사장의 말을 잘라. H 그룹의 딸이자! H 모직 대표! 건방지게.”

 

 개념 없는 막말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총지배인이 차분하게 응대했다.

 

 “H그룹의 총수에 따님이시고, H 모직의 희주 대표님만 출입할 수 있는 곳으로! 모실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부디 저한테 주십시오.”

 

 무례하고 버릇없는 희주를 달래는 총지배인의 노련미에 새삼 놀랬다.

 

 고개 숙인 총지배인의 뒤통수를 내리깔아보던 희주가 우월감과 허영심이 충족됐는지, 큰 인심을 쓰듯 화답했다.

 

 “그러죠. 총지배인이 부탁하니, H그룹의 대표로서 승인하겠습니다! 그러니, 안내하세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싱긋 웃으며, 앞장서는 걸어가는 총지배인의 뒷모습에서 호텔 직원들의 한탄이 들리는 것 같다.

 

 월급쟁이들의 애환과 서글픔에 시달렸던 홍 대리로 살아가는 나라서, 호텔리어 앞에서 희주를 단죄하기로 마음먹었다.

 

 '직장인의 정의를 위해서, 널 용서하지 않겠어.'

 

 총지배인의 따라가는 희주의 등 뒤로, 녹음된 아버지의 음성을 들려줬다.

 

 [ 이왕이면, H그룹 회장 자리, 물려주신다고 하시면. 그때, 다시 찾아뵙죠. 아버지.]

 

 [그래야. 내 딸이지. 지금 당장은 귀찮은 시선도 있고. 그럴싸한 절차로 포장해야 하니. 1년 정도는 크라운 호텔 대표로 만족해라]

 

 녹음된 아버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희주가 다급하게 외쳤다.

 

 “뭐 하는 짓이야! 당장 끄지 못해! 어디서 날조하고 지랄인데! 총지배인! 당장 그 핸드폰을 뺏어와. 당장.”

 

 미친X처럼 날뛰는 희주 앞을 막아선 총지배인이 냉담하게 응수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여긴 H 모직이 아니라. 엄연히 크라운 호텔 직원으로서, 저는 홍 임수 대표님의 지시만 받겠습니다!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멸감에 파르르 떠는 희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디 감히! 일개 호텔 나부랭이가 H 모직 대표의 말을 막아! 내가 좋게 대우해주니까, 내가 우스워! 꼴값들 떨지 마. 야! 야! 니들, 내 말 한마디에 평생 백수로 살 수 있어. 어디서, 감히!”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총지배인의 냉담한 태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희주가 그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짝!

 

 말리 새도 없이, 짝 소리와 함께 총지배인 고개가 돌아갔다.

 

 

 
작가의 말
 

 독자님들, 재미 있게 읽어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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