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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3
작가 : 갈마루
작품등록일 : 2016.9.5

선(善)은 승자의 역사이고 악(惡)은 패자의 더럽혀진 이름일 뿐, 선과악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어! 정말 선과 악이 싸우는 거라 믿는 거야? 천만에! 악(惡)과 악(惡)이 싸우는 거야!

 
3화. 저승사자의 저수_5
작성일 : 16-10-29 17:26     조회 : 557     추천 : 0     분량 : 5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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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라한! 최고의 주술사인 당신의 주술도 통하지 않는 그런 주술사가 존재한단 말이오?”

  “흠….”

 

  다라한이 바이투의 물음에 대답대신 깊게 한숨을 내쉬자, 모두들 말없이 다라한을 쳐다보았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침묵을 깬 것은 바이투였다.

  “다라한! 거룩의 땅이 대체 뭐라고 다들 그 난리요?”

  그러자 다라한이 바이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세상이 만들어 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거룩이 인간 세상에 내려왔네! 그때 거룩이 첫 발을 디딘 바로 그 땅! 그 땅을 거룩의 땅이라고 한다네…. 거룩은 그곳에서 인간 세상을 보았지.”

  “그곳이 그렇게 대단한 땅이오?”

  “거룩의 권능은 절대자에 버금갈 정도야 그의 형제인 염라와 환인도 감히 그에게 대항할 수 없을 정도니까…. 절대자와 그의 형제들과 그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는 십이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를 본 자가 없어 심지어 천상의 존재들조차도 그를 본 자가 없었지 그런데 그런 그가 이곳에 내려왔고 그의 성체가 닿은 유일한 곳이 바로 거룩의 땅이야! 그의 힘이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거룩의 땅이고 그 땅을 차지하는 자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것이지….”

  다라한의 말에 모두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둘러보며 다라한이 말을 이었다.

  “그때, 거룩의 모습을 본 인간이 있었어! 존재하는 그 어떤 자도 본 적 없는 거룩을 말이지….”

  “그자가 누굽니까?”

  “주작!”

  “주작?”

  “그래 주작! 웅족의 시조이자 투란의 조상이지.”

  “….”

  “주작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당황한 십이신들이 주작을 죽이려 하자 거룩이 그들을 만류하고는 주작에게 자신을 본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하자 주작이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했어. 그러자 십이신 중 하나가 인간은 나약하여 신의가 없으니 주작을 죽여야 한다고 청을 올리자 거룩은 주작이 약속을 지키는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두고 그와 내기를 했지. 그리고 주작에게는 약속을 지키면 자신이 밟고 선 땅의 주인이 될 것이고 그 후손이 인간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지.”

  “그렇다면 다라한께서 그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은 주작이 그 약속을 어겼다는 것 아닙니까?”

  “아니! 주작은 약속을 지켰어! 죽을 때까지 그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약속을 지켰다고 해야겠지.”

  “그런데 어찌하여 다라한께서 그 일을 알고 계십니까?”

  “하하하! 주작은 말을 안 한다고 맹세했지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고는 맹세하지 않았지.”

  “네? 그게 무슨 소립입니까?”

  “주작은 자신의 두 아들이 성장하자 둘째 아들의 등에 그 모든 것을 문신으로 남겼지! 그리고는 첫째 아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그곳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당부했어.”

  “그런데 어찌하여 그 땅의 주인이 되지 못한 것입니까?”

  “인간의 욕심이 그런 것이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아들이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될 욕심에 형을 죽이자 분노한 주작이 둘째 아들을 죽이고는 지도와 기록이 남겨진 그의 등가죽을 벗겨버렸어.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주작의 둘째아들의 등가죽에 기록된 거룩의 땅은 피의 역사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 주인이 결정되지 않은 것이야!”

  “후….”

  모두들 다라한의 이야기를 듣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같이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그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침묵을 깨고 바라칸이 입을 열었다.

  “주은과 주술사 나락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지도의 행방을 알고 있는 자들은 그들뿐이다 반드시 잡아서 지도를 찾아야한다! 알겠느냐?”

  “존명!”

  바라칸의 명령에 모두들 하나처럼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라칸에게 다라한이 말했다.

  “바라칸! 아이랑은 살아있습니다. 후환을 남기시면 안 됩니다.”

  “다라한! 당신의 걱정을 모르는 바 아니오! 하지만 그 야수가 아이랑이라는 확증도 없고 만에 하나 아이랑이라 해도 그런 모습으로 언제까지 숨어 지낼 수도 없는 일이오! 당장은 지도의 행방을 찾는 것이 시급한 문제니 아이랑 문제는 그 후에 논하도록 합시다.”

  “…”

  바라칸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다라한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처음 주은을 보았을 때, 주은은 절대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자라고 다라한은 확신했다. 그의 아들 아이랑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거룩의 선택을 받은 아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들 정도로 아이랑은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데도 나락은 주은을 선택했다. 이 시대 최고의 주술사인 나락이 자신이 주은과 아이랑을 통해 본 것을 못 봤을 리 없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락은 주은을 선택한 것일까? 다라한은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을 수 없었다.

 

 ※ ※ ※

 

  한 낮에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첩첩산중, 커다란 침엽수들이 빼곡히 들어선 비탈진 산기슭에 가죽 끈으로 나무를 얽어 세운 기둥에 짐승의 가죽을 덮어 추위나 겨우 피할 수 있는 옹색한 움막이 보였다. 한참동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움막 앞, 모닥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움막 안에서 보름동안이나 생사의 갈림길에 시름하던 아이랑이 힘겹게 눈을 떴다. 비몽사몽간에 주위를 둘러보는 아이랑의 희미한 시야에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낯선 노인의 괴팍한 모습에 화들짝 놀란 아이랑이 몸을 빠르게 뒤로 빼자,

  “아 인석아! 무섭기로 따지면 네놈이 나보다 더 무서워! 놀래긴 뭘 그렇게 놀래? 정신이 좀 들었으면 이거나 마셔!”

  노인은 아이랑 앞에 조롱박을 내려놓고는 움막 밖으로 나가 모닥불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이랑이 등지고 앉아있는 노인과 조롱박을 번갈아 보며 머뭇거리자,

  “눈치 볼 것 없어! 살고 싶으면 어서 마셔!”

  노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허기를 느낀 아이랑은 조롱박에 담겨진 검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웩!” 급하게 몇 모금을 들이켰던 아이랑이 고약한 냄새와 맛을 느끼고 헛구역질을 하자,

  “뱉지 말고 다 마셔! 그 약초물이 널 살린 거야!”

  노인의 말에 아이랑은 조롱박으로 눈길을 돌리자, 조롱박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아이고 이제 살려나 보다 배고파하는 것을 보니….”라고 말하며, 노인은 어께 위로 나무꼬챙이를 꽃아 구운 고기를 흔들어 보였다. 아이랑은 노인 곁으로 냉큼 다가가 고기를 빼앗듯이 낚아채고는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노인은 허겁지겁 고기를 뜯고 있는 아이랑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피부, 오른쪽 눈은 반 쯤 감겨있고 왼쪽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위태롭게 튀어 나왔다. 튀어나온 눈 아래 입술은 한껏 치켜 올라가 잇몸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상체를 수북이 덮고 있는 검고 긴 털을 보며 노인이 입을 열었다.

  “춥지는 않아서 좋것다.”

  “켁!켁!”

  허겁지겁 고기를 먹던 아이랑이 목이 메여 컥컥거리자, 노인은 아이랑의 등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아이랑에게 조롱박을 건넸다. 아이랑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자,

  “아 인석아! 천천히 마셔!”

  급하게 물을 들이키던 아이랑이 갑자기 조롱박의 물위에 비췬 괴수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 조롱박을 떨어트렸다. 아이랑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리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 하루 빨리 아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 실컷 울어라! 울고 울어서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을 때가 되면 네 가슴에 응어리진 것들도 다 말라버리겠지.”

  라고 혼잣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으앙!”

  아이랑의 울음을 뒤로 하고 노인은 산기슭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조롱박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은 아이랑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럽게 울었다.

 

 ※ ※ ※ ※ ※

 

  그로부터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활시위를 당긴 채, 숨을 죽이고 있는 아이랑의 활 끝에 노루가 있었다. 그런 아이랑의 뒤통수를 누군가 세게 쥐어박으며 말했다.

  “이놈아! 이산의 산짐승들을 네놈이 죄다 잡아먹을 작정이냐?”

  “아야! 하…한아비!”라고 말하는 아이랑의 시선은 노인에게서 다시 활촉을 향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게 아니라니깐!”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저쪽을 봐!”

  라고 말하는 아이랑의 고개 짓을 따라 노인이 시선을 돌리자, 나무 뒤에서 숨을 죽이고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커다란 이리의 모습이 보였다.

  “이 미련한 놈아! 저것도 다 세상의 섭리다 네가 이런다고 그 섭리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야!”

  “한아비는 조용하고 그냥 지켜보기나 해!”

  그때였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이리가 노루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갔다. 그 소리에 놀란 노루가 허둥지둥하자, 순식간에 노루 곁에 다다른 이리가 노루를 향해 뛰어 올랐다. 그 순간,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이리의 심장에 정확히 박혔다.

  “깨갱! 깽!”

  화살에 맞고 바닥에 고꾸라진 이리가 몸을 일으키려 몇 번을 버둥거리더니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는 꼼짝을 안했다. 그사이 노루는 숲속으로 사라져 버려 보이지 않았다.

  “그게 섭리라도 나는 막을 거야! 나처럼 당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라고 말하며 아이랑이 이리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 할 때, 이리의 시체로부터 한참 떨어진 풀숲에서 두 마리의 새끼들이 뛰쳐나왔다. 잠시 동안,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고 제자리를 빙빙 돌더니 제어미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뒤뚱거리며 달려갔다.

  “거 봐라 이놈아! 네놈의 사사로운 감정놀음에 저 이리새끼들은 하루아침에 어미 잃은 고아가 되 버렸다. 이 일을 네놈이 어찌 돌릴 거냐? 이 어리석은 놈!”

  아이랑은 뭔가에 세차게 머리를 맞은 사람처럼 머릿속이 멍해졌다. 마치 얼어붙은 사람처럼 한동안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랑에게 노인이 말했다.

  “놈의 무리가 몰려오기 전에 어서 자리를 뜨자! 안 그러면 너나나나 여기서 이리 밥이 될 수도 있어.”

  노인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랑은 죽은 이리를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

  “아 인석아! 어디가?”

  “한아비!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책임져야지!”

  죽은 이리에게 다가간 아이랑은 그때까지도 제 어미의 시체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리새끼를 두 마리를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날랜 걸음으로 노인에게 되돌아와서는,

  “이놈들 내가 키울 거야! 한아비 그래도 괜찮지?”

  노인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랑은 망태기에 새끼이리들을 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런 아이랑의 뒷모습을 보며 혀끝을 차던 노인은 이내 아이랑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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