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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청조만리성
작가 : 수담.옥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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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 폭정의 왕도를 타도하고자 뭇 영웅이 저마다 일통 강호를 외치며 궐기한다.
이로써 천하는 사국쟁패의 각축장이 되니. 난세를 평정할 진정한 영웅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제 1 화
작성일 : 16-07-14 10:03     조회 : 1,026     추천 : 0     분량 : 5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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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序 추락하는 제국

 

 

 

 명. 가정(嘉靖) 삼십삼년.

 그해 재앙 같은 가뭄이 산동성 서부 지역을 덮쳤다.

 삼월부터 구월까지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고, 지하수는 말라 버렸는지 땅을 파면 바스러져 죽은 지렁이만 나왔다.

 메마른 대지는 민생마저 황폐하게 하였다. 곡식도 없고, 가축도 없고, 하다못해 잡아먹을 만한 산짐승도 없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온 산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었고, 그것마저 모자라 소나 말이 먹어야 할 여물을 씹어 먹었다.

 항간에는 누군가가 인육을 먹는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떠돌았다. 어쩌면 거짓 소문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해, 유독 실종된 아이들과 노인들이 많았고, 또 홀아비와 과부가 많이 생겨났다.

 주민들이 그렇게 가뭄과 사투를 하고 있을 때, 산동성의 행정을 책임진 좌우참정(左右參政) 및 좌우참의(左右參議)들은 해당 관청에서 열댓 명의 관기를 모아놓고 연일 술판을 벌였다.

 누군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개놈의 세상, 더러워서 못살겠다! 확 뒤집혀 버려라!”

 

 명. 가정 삼십사년.

 그해 여름 호북성. 가뭄이 극심했던 전년도의 산동성과 반대로 이 지역엔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특히 칠월 한 달은 하루도 빠짐없이 종일토록 비가 내렸다. 그러다가 결국 팔월의 첫날, 장강이 범람해 강변 지역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죽은 사람만 오만이 넘었으며, 졸지에 생활 터전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수재민은 못 되어도 오십만은 되었다.

 물난리에서 겨우 생존한 사람들의 삶도 먼저 죽은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들어 죽고, 굶주려 죽고, 괴로워 죽었다.

 괴로워 죽은 건, 가족을 두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파 스스로 목을 조른 결과이다.

 장강이 범람하기 전날, 이 지역권 수해를 최종 관리하는 호북성 무창 위지휘사(衛指揮使)는 가진 재물을 몽땅 수레에 실어 주민들 몰래 한밤 도주했다. 수레만 다섯 대가 넘었다.

 누군가 그 일을 전해 듣고 말했다.

 “나라 꼴 잘 돌아간다. 관리들이 온통 도둑놈인데, 이따위 개 같은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으리오. 젠장, 확 뒤집어져 버려라!”

 

 명. 가정 삼십오년.

 그해 가을 절강성. 안탕산 주변 지역으로 역병이 돌았다. 이전에 보지 못한 전염병인데, 하루에 십 리씩 전염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랐다.

 원체 가난한 지역이라 역병을 치유할 약재는 없었다.

 치료할 의원도 없었다. 한 달이 지나자 이 지역 백성의 절반이 역병에 걸려 하루하루 죽음과 다름없는 고통의 삶을 연명했다.

 백성들이 그렇게 역병에 시름하며 죽어갈 때, 당국에서는 의원이나 약재를 보내는 대신 창칼로 무장한 군사들을 그곳에 투입했다.

 안탕산 동서남북 이백 리 지역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되었고, 종내에는 전염병 확산을 방지한다는 구실로 역병에 걸리지 않은 온전한 주민들까지 모조리 불태워 죽여 버렸다.

 그 소식을 접한 누군가가 말했다.

 “이게 어찌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백성이 죽어가고 있거늘, 관리란 놈들은 자기 한 목숨 살자고 도망가기 바쁘고, 만백성의 어버이란 작자는 의원을 보내 병의 진상을 알아보기는커녕 군사들을 투입해 온전한 백성마저 학살하는구나. 희망이 없다. 미래가 없다. 명은 이제 대륙을 지배할 자격이 없도다.”

 

 명. 가정 삼십육년.

 그해 봄 산서성 북부. 변방의 한 중년 무장이 파국의 세상을 보다 못해 달단을 견주던 칼날을 북경의 심장부로 돌렸다.

 “백성의 마음이 명을 떠났도다!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의인들이여, 집 밖으로 뛰쳐나와 제국의 무리와 맞서 싸워라! 그리하여 이 나라의 주인이 주씨가 아닌 만백성임을 천하 방방곡곡에 분명히 알려라!”

 무장의 이름은 임자석.

 임자석의 민중봉기 선언 후, 수많은 백성이 그를 추종하며 따랐다. 녹기군(綠錤軍)이라 불린 그들은 한때 그 수가 무려 이십만을 헤아렸을 정도로 대단한 기세를 떨쳤다.

 명나라 황실은 이들을 대역죄로 다루어 군사 이십만을 보내 진압하도록 하였다.

 녹기군이 낫과 호미를 들고 대항하자 그때는 다시 창검으로 무장한 전투 병력 십만을 더 보내 그들을 마치 전쟁터의 적처럼 무참히 학살했다.

 기세와 기개는 비록 대단했지만 녹기군의 대다수가 논밭을 일구던 평민. 결국 녹기군은 대륙의 산야에 무수한 시체를 남기고 진압당했다.

 녹기군의 핵심 인사들은 현장에서 즉결 처분되었고, 그들의 수장 녹기장군 임자석은 군사들에게 사로잡혀 북경으로 압송되었다.

 임자석이 압송되는 거리에는 수많은 백성이 녹색의 띠를 옷고름에 묶고 나와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눈물을 쏟아냈다.

 

 ***

 

 북경 자금성 앞 승천문(承天門) 대광장.

 임자석이 참수되기 전날, 자금성으로 직통하는 승천문 앞 광장에는 임자석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백성의 집결 규모에 놀란 북경 당국은 이날 운집한 백성을 겨우 일만이라고 공표했으나, 실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십만은 넘었다고 한다.

 임자석 참수 직전엔 전날보다 두 배는 더 많은 백성이 몰려왔다.

 인산인해. 축제의 날이었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이 집결은 애환과 원성, 분노를 삼키는 민중들의 모임이었다.

 여차하면 그들의 분노가 자금성으로 직행해 버릴 수도 있었다.

 명 조정은 당장 초비상이 걸렸고, 그에 따라 창검으로 무장한 금위군 오만을 승천문 광장에 긴급 투입해 운집한 백성들이 자금성으로 난입하지 못하도록 경계하였다.

 

 “틀렸어, 틀렸어. 현장 척결을 했으면 간단히 끝났을 일을 뭐 하러 북경까지 끌고 와서 참수해. 이따위 멍청한 생각을 한 놈이 대체 누구야?”

 병부상서 감부득이 불만스런 얼굴로 투덜댔다. 시선은 장인태감(掌印太監) 유강을 향해 있었다.

 유강이 감부득을 힐끗 째려보곤 답했다.

 “놈이라고 하시면 대역죄이지요. 황상께서 친히 내린 명이거늘…….”

 “끄응.”

 감부득의 얼굴이 소태 씹은 듯 일그러졌다. 그는 무언가 영 마뜩찮은 숨결을 토하며 승천문 광장의 참형 장소, 참수 직전에 있는 임자석에게 걸어갔다.

 감부득은 이번 참형을 최종 주관하라는 황명을 받았다. 처음, 대내에서 이 일을 주관할 사람을 구했을 때 관리들은 하나같이 사양했다.

 그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자칫하면 불명예의 역사에 올라 백성들에게 두고두고 씹힐 건수가 되는 일인 것이다.

 감부득 또한 같은 생각으로 극구 사양했는데, 황제가 그만 귀찮다며 그에게 이 건을 일임해 버리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탐탁지 않은 보직. 그로선 더럽게 재수가 없었다고 해야 하리라.

 감부득이 임자석의 앞에 서서 엄히 말했다.

 “대역죄인 임자석은 황상께서 머물고 계신 태화전(太和殿)을 향해 참회의 절을 올리도록 하라.”

 임자석은 감부득이 명한 태화전 방면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추호도 주눅 들지 않은 얼굴로 감부득을 노려보고 있었다.

 풀어헤친 머리, 고문의 흔적이 역력한 몰골, 그럼에도 기개가 펄펄 살아 있는 눈빛. 감부득은 임자석의 그런 독한 모습에 낯을 찡그리며 황명이 적힌 성지(聖旨)로 시선을 돌렸다.

 “너는 대명의 녹을 먹은 장수로서 대역무도하게도 여린 백성들을 선동하여 모반을 감행하였다. 그럼에도 너그러우신 황상께서는 천인공노할 네놈의 대역죄를 눈감아주고자 그렇게나 큰 번민을 하셨는데…….”

 “닥쳐라!”

 임자석이 눈을 번쩍 뜨고는 감부득의 말을 끊었다.

 “나는 명의 썩은 녹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만백성이 피 흘린 땀으로 준 녹을 받았다! 또한 온 나라 백성이 명의 폭정에 죽어가고 있거늘, 거기에 너그러운 황제가 어디에 있느냐! 너는 개돼지들의 궁에 가서 분명히 전하라! 이 나라는 주씨의 것이 아니다! 오늘의 내가 죽으면 또 다른 녹기군이 대륙에 웅비하리니 주씨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도다!”

 “으으음.”

 감부득은 수치와 곤혹으로 얼굴을 붉혔다. 솔직히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임자석을 보고 있노라면, 특히 임자석의 시퍼런 눈빛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팔뚝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현재 대내의 많은 관리가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죄인을 추궁하는 형식은 갖추어야 한다.

 감부득은 장문의 황명을 대충 빠르게 읽어 내려가다가 끝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다니 참으로 대역무도한 놈이로다! 오늘 대역죄인을 엄히 참수하여 이 천하가 황상의 것이며, 또한 대명이 천세만세할 것임을 천하 만백성에게 똑똑히 알리노라!”

 “갈!”

 임자석이 다시금 일갈을 질렀다. 쩌렁쩌렁한 그 음성에 감부득뿐만 아니라 참형장에 참관한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이 나라가 어찌 주씨의 것이더냐! 원나라 말기에 만백성이 죽기를 각오하고 원과 맞서 싸우지 아니했다면 어찌 주씨가 감히 명을 세울 수 있었겠느냐! 또한, 천세만세라니 참으로 가소롭도다! 전날 무불일조께서 무 제국 건설에 조금만 더 열정을 쏟으셨다면 명의 운명은 이미 그때 끝났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냐. 후에 청무조의 남무제께서 조금만 더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어찌 주씨가 아직까지 황상에 남아 있었겠느냐!”

 감부득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다. 임자석의 말은 대외적으로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내 오늘 비록 두려움없이 한세상을 가지만, 참으로 여한이 남는 일이라면, 남무제께서 청무사조를 선언하셨을 때 왜 목숨 걸고 그것을 막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오오오, 아아아, 청조여! 으흑흑흑흑!”

 임자석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쏟아졌다. 눈물은 곧 피와 섞여 피눈물로 변하였고, 그는 그때부터 통곡하기 시작했다.

 임자석의 그런 모습에 백성들이 다 함께 울먹거렸다. 더불어 밀집된 군중 곳곳에서 소요가 일어날 조짐이 비쳤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변하자 장인태감 유강이 감부득의 옆으로 걸어와 무언가 귀띔을 하고는 대신해 형장을 주관했다.

 유강이 말했다.

 “하면, 죄인에게 마지막으로 묻겠다. 너그러우신 우리 황상께서 내게 말씀하시길, 임자석이 진정으로 뉘우친다면 그땐 지난 죄를 모두 사하고 조정에 크게 등용하신다고 하셨다. 또한 그렇지 않을 경우엔 구족을 멸한다고 하셨다. 하니 너는 지금이라도 죄를 참회하고 황상의 품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느냐?”

 “네 이놈! 그 더러운 아가리를 닥치지 못할까!”

 임자석이 통곡을 멈추고 시퍼런 눈으로 유강을 노려봤다. 유강 역시 감부득처럼 그를 마주하기 껄끄러운 듯 시선을 급히 돌렸다.

 “구족이 아닌 십족을 멸한대도 나는 주씨의 개가 되지 않는다! 하니 개소리 말고 어서 내 목을 잘라라! 나는 비록 오늘 죽지만, 차후 원귀가 되어서라도 명의 운명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대역죄 인정 불가능. 회유 불가능. 더는 방법이 없다.

 감부득과 유강은 결정의 눈빛을 교환하고는 참형장을 뒤돌아섰다. 참형장을 빠져나오며 유강은 대기하고 있던 도부수에게 말했다.

 “집행해라. 나름으로 강직한 사람이니 고통없이 단칼에 끝내도록 해라.”

 푸우우우우!

 도부수가 대감도에 술을 뿌리고 형장으로 나섰다.

 유강의 말대로 도부수는 다른 몸짓 없이 곧장 임자석의 앞으로 걸어가 칼을 높이 쳐들었다.

 임자석은 눈을 감고 있었다. 칼날이 목을 자르기 직전, 그의 입에서 작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하정아, 못난 아비를 용서하거라.”

 퍽!

 임자석의 목이 잘려 나갔다.

 잘린 임자석의 목은 형장을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뺨을 땅바닥에 붙인 채 멈추었다.

 눈은 감지 않았고, 목이 잘린 한참 후에도 그의 부릅뜬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나왔다.

 콰쾅!

 의인의 죽음에 하늘도 분노했음인가.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쳐댔다.

 대명 가정 삼십육년.

 그해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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