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익숙하지는 않아
그래도 조금쯤은 넘길 수 있어
내 정신병은 강박증도 조울증도 우울증도
다 섞여있지만 예전처럼 극단적이지 않게 되었고
좋은 생각을 하면 충분히 괜찮아 질 수 있을 만큼, 그 만큼 좋아졌어.
지금도 조금만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이면
머리카락이 모두 바짝 서는 기분이긴 한데
그래도 정신 차리면 죽고 싶고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아.
누군가에게 해를 입힐 수 도 있다는 기분은 아직도 너무 무섭고 두렵기만 해도
좀 더 조절 할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행복한 생각들을 많이 생각해 내고 있어.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상태가
짧아진 주기와 생각만으로도 오는 그 불안들이 겁나긴 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좀 대견하고
또 좀 더 대견해질 테니까
-
내가 사랑을 저의 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진정으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온 마음을 다해 너무 행복하다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큰 세상에 버려진 듯 있을 때
연락을 준 네게 너무 감사한다.
‘영원’이 아닌 ‘늘 함께’ 하자.
잘리는 머리카락 소리를 들으면서
딱 잘린 만큼 홀가분하고 머리만큼 나도 차분해 지더라.
이래서 사람들은 머리를 정리하고
싹둑 자르는가 봐.
일했던 곳을 도로건너 한참을 보니까
1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그 곳에서 보냈던 짧았던 3개월이 무척이나 그립고 애석하더라.
창문너머 보이는 2층 아래는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차분해지고
손톱 끝을 매만지고 표정은 점점 없어지고 생각도 계속계속 떠오르던데…….
7개월? 8개월?
나는 나를 끝까지 몰았던 그 계절.
그 시간이 다시 왔는데 모르겠어.
이번 겨울은 대체 얼마나 잘 버텨내고 잘 넘길지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나 좀 봐 달라, 하지 않아.
그게 하면 안 되는 거라고 또 그렇게 할 거야. 누구든.
아,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글은 쓸지는 모르겠네.
아슬아슬하게 잡았던 손은
분명 누군가 탁 하고 놓으면 떨어질 것 같았는데
어제 그 거리는 충분히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래서 힘을 뺐는지도 몰라.
별이 참 예쁘더라.
너무 예뻐서 손까지 뻗을 뻔 했네.
그렇다고 닿을 거리도 아닌데.
별하니까 궁금한 게 있는데
과연 생각은 빛의 속도를 초월할까?
-
여보,
좀 만 더 있으면 우리 결혼한 지 1년이야.
사귀고 5개월쯤 쏙쏙이를 임신하고
바로 혼인신고를 했었지.
지금 생각해도 후회하지 않아.
당시 26살이던 너와 27살이던 나는
그렇게 연인에서 부부가 되고 이제 부모가 됐어.
쏙쏙이가 올해 1월, 역아로 수술로 태어나고
우린 네 식구가 됐어.
공황장애가 있어 약을 먹는 나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어.
모유 수유도 하고 싶었으니까.
정신과 선생님과 의논하고 약을 몇 차례나 거쳐
용량을 줄이고 또 줄여서 모유 수유를 잘 해내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완벽한 건 아니라서
걱정이 되기도 해. 혹 탈이라도 날까 봐.
이런 생각 때문인지 맛이 있든 없든 몸에 좋은 것만 먹게 돼.
적어도 모유라도 건강했으면 하니까.
덕분인지 뭔지 50kg에서 임신하고 27kg 늘었는데 출산 3개월인 지금 55kg으로 줄어들었어. 더 빠지면 안 된다는 너에게
그게 내 맘대로 되냐고 내가 그랬지.
뭐, 빠지면 빠지는 거고 찌면 찌는 거지.
요새 일이 너무 바빠 항상 야근을 하는 너는 얼굴 보기도 어려워.
그래서 새벽에 깨면 너 옆에 잠시 누었다가 쏙쏙이에게 돌아가.
스트레스인지 요새 계속 말라가는 너를 보면
마음이 아려와.
내일 토종닭 한 마리 홈플러스 당일 배송으로 오니까
찹쌀 넣고 백숙해줄게요.
내일도 일하니까 저녁에 먹을 수 있겠다.
맛있게는 못해도 잘 만들어볼게.
먹고 기운 내.
그러니 너무 무리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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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줄 알았던 초하나
덕분에 28개가 아닌 27개의 초로 불을 밝힌 케이크
내가 맞은 생일이 현실이라고 알려주는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