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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몬스터헌터: 괴물의 시선
작가 : 유툽작성TV
작품등록일 : 2021.12.27

인간, 엘프, 드워프, 오크 등 여러 종족과 마법이 공존하는 정통 판타지.

용병을 중심으로 풀어 나가는 현실 판타지.

 
0.1 뭘 하고 싶은 데에는 거창한 이유 같은 거 필요 없어
작성일 : 21-12-27 20:57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6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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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만치 않지?”

 

 검을 뽑을 때는 많은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각오를 가지고 검을 쥐었을 때는 절대 검을 놓아서도, 놓쳐서도 안 된다.

 

 검을 놓치지 말라는 말은 검사라면 수없이 들었을 말이었다. 설령 전투가 끝난 뒤여도 항상 경계하고 언제든 검을 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절대 검만은 놓치지 말자던 처음의 다짐이 무색하게 쟈크는 검을 바닥에 버려둔 채였다. 피가 묻은 검은 바로 닦아주지 않으면 오래 관리하기 힘든 법이란 걸 알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눈앞에 버려진 검을 다시 주워들 용기가, 아니 말로 표현 못 할 어떤 각오나 명분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전 운명 어쩌고 했던 또 한 번의 어린 치기는커녕 다시 한번 용병이 되려고 했던 이유를 떠올렸다.

 

 어떤 게 명분이었고 어떤 게 이유였는지 곱씹을수록 그저 칼 찬 검사들이 멋있어 보여서 저도 따라 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병신.’

 

 어릴 적부터 용병을 보고 자라 그게 자연스레 마음에 품은 꿈이 되었고, 용병이 되겠다던 그의 말에 등에는 어머니의 손자국이 남았더랬다. 그러나 아버지는 성인이 됐을 때 다시 말해보라는 말만 넌지시 던졌다.

 

 하지만 말 뒤의 표정에서는 이미 정해진 답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지겠지 하는, 영악했던 어린 눈에도 보이던 반대.

 

 그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성인이 되어서 여전했던 마음에 달라진 거라곤 커진 머리에 차곡차곡 모아둔 말뿐인 명분뿐이었다.

 

 어쩌면 정말 자연히 사라질 수도 있는 꿈이었다. 그러나 그 반대가 오히려 오기가 되어 명분을 만들었고, 그날의 감정에서 비롯된 치기가 맹목적으로 꿈을 추구하게끔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로넬. 당신은 왜 용병이 됐어요? 검을 잡은 이유가 뭐죠?”

 

 피 묻은 검에서 명분을 찾던 쟈크의 옆으로 로넬이 앉았다.

 

 “살기 위해서.”

 

 짧은 말이었지만 쟈크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말이었다. 말로는 다 설명 못 할 깊이가 느껴졌다.

 

 “사실 어떤 기분, 무슨 생각으로 검을 잡았는지 지금에 와서 이유는 잘 모르겠어. 나 때는 전시였고, 그때 나는 너만큼 어렸고,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어. 그저 살아남아야 했지.”

 

 자신에게 필요한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구태여 그를 돌아보지 않아도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그려졌다.

 

 그간 봐온 로넬과는 대화가 잘 통할 만큼 생각도 비슷했고 머리가 조금 커서는 가끔 그가 자신에게서 그를 투영해 본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자신을 동생처럼 챙기는 이유가 그 때문일 지도 몰랐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근데 저는 아니었나 봐요.”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말해보란 아버지의 말에 쟈크는 그동안 묵혀놓은 뻔한 명분들을 내세웠다.

 

 “처음엔 저도 그 이유로 검을 잡았어요. 살기 위해서라고.”

 

 전쟁이 끝났다지만 여전히 전쟁의 피해로 죽어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수많은 피난민을 보았고, 굶주려 죽는 사람을 보았고, 저들 살기 위해 남을 위협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전란의 잔해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사람 목숨은 칼바람 속 촛불만치 했다.

 

 와중에 다행이라면 그나마 남들보다 나은 사정에 피부로 체감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런 일은 언제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위험이 오기 전에 검을 잡고 스스로 용병이란 다른 위험을 자처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언제든 스스로를, 주변인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그냥 검을 잡기 위해 아버지를 설득하려던 핑계에 불과했던 것 같아요. 검을 잡고 사는 게 멋있어 보여서 그에 걸맞을 만한 멋들어진 명분도 하나 만들고 싶었던 거죠.”

 

 내심 한 편으론 알고 있었지 싶었다. 그저 그럴싸한 명분에 가려져 있기에 구지 보려하지 않았을 뿐, 어린 치기로 보이기 싫어서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자신과 동료와 적의 피로 값을 치르고서야 마주하게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눈앞의 검을 다시 잡는 게 어려웠다.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괜히 애쓰는 게 귀찮아서 외면했던 방구석 먼지가 뒤늦게 목을 괴롭히듯, 그간 마주 보지 않았던 그 사실이 건방진 숨을 조였다.

 

 “그거면 충분해.”

 

 “예?”

 

 “뭘 하고 싶은 데에는 거창한 이유 같은 거 필요 없어. 요즘 같은 세상엔 더욱이.”

 

 쟈크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로넬은 눈앞의 참담한 잔해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하루하루 사는 걱정만 해도 버거운 세상이야. 당장에 끼니는 해결할 수 있을지, 오늘 밤은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영위를 위해 같은 처지 사람을 약탈하고 살해하는 놈들도 태반이지. 내 입장이면 너였어도 그랬을 거다. 불안도 감추지 못하고 합리화하는 놈들, 그리고 그런 일말의 변명조차 없을 만큼 죄의식까지 못 느끼는 놈들.”

 

 전쟁이 끝나기 전에도, 끝나고 난 후에도 그 피해는 국가를 운운하기 이전에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루가 멀다고 약탈자들이 생겨났고 그들 대부분은 소문으로 듣던 파렴치한 적군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겠다던 자국의 군사들이었다.

 

 군인, 용병할 것 없이 마을을 지나는 군대나 탈영병이 보인다면 사람들은 경계부터 해야 했다. 심한 곳에서는 이웃끼리 칼부림 나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도 저버린 게 당연하게 된 지금이야. 그런 세상에서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검을 잡았더라도 내가 보기엔 충분히 훌륭해. 적어도 넌 그들처럼 무너지지 않았고 그들에 비하면 훨씬 순수한 이유를 가졌으니까.”

 

 검에 묻은 피가 말라가고 있었다. 그런 검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혼이 나간 듯 초점을 잃었다.

 

 “정말 그럴까요. 검을 잡는다는 건 결국 누군갈 헤칠 수 있다는 의미일 텐데. 그게 정말 그들과 다른 행동일까요.”

 

 “내가 여태 많은 곳을 다녔지만 말이야. 이 세상은 누구를 죽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야. 최소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누군갈 죽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잔인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가 있기 전에 그 사실을 알고도 검을 잡으려 했던 거니까. 검이란 결국 무언 갈 해치는 도구였고, 어떠한 명분이 있더라도 그 쓰임엔 변함이 없었다.

 

 “네가 가진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겠다면 그 이유를 바꿔. 멋있으려 들지도 말고, 해치려 들지도 말고, 지키기 위해 들어. 네 말처럼 널 지키기 위해, 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거면 충분하잖아? 그리고 누군갈 지키기 위해 잡은 검이라면, 명분 따윈 없어도 돼. 명분이란 건 사실 누군갈 납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면죄부 같은 거거든. 내 목숨, 내 가족을 지키겠다는 데에 누굴 납득시킬 필요는 없어. 거창해 보일 필요도 없고. 그 자체로 충분한 거니까.”

 

 쟈크는 검을 주워들었다. 오래간 앉아 있다 일어나서인지, 숨 막힐 정도로 뜨거운 햇살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각오와 책임 때문인지 손이 떨리고 현기증이 돌았다.

 

 등줄기에 흐르는 불편한 땀을 느낀 그는 아직 서지 않은 확신 대신 뙤약볕 핑계를 들며 검을 끌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아직은 검을 닦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걸로 충분할까요? 이번엔 오크였지만, 어쩐지 몬스터를 죽이는 기분이 아니었어요. 하물며 검을 휘둘러야 될 대상이 사람이라도, 그 이유로 되는 걸까요. 내 입장이라면 너였어도 그랬을 거야. 결국 죄의식을 합리화 한다는 그들과 다를 게 없는 것 아닌가요?”

 

 로넬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느끼고 있는 지금의 감정을 로넬도 한 번쯤은 가진 적 있을 거란 심정으로 내심 이 고민을 털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역시 방금과는 다른 안색을 비췄다. 섣불리 답을 내지 못하는 그의 표정에서 쟈크는 되레 답을 깨우친 기분이었다. 사실 올바른 명분 따위는 없다는 걸.

 

 ‘명분이란 건 사실 누군갈 납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면죄부 같은 거거든.’

 

 검을 잡는다는 건 결국 누군갈 헤친다는 걸 의미하고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것. 그뿐이란 생각이었다.

 

 검에 명예가 있을지언정 휘두르는 행위에 올바른 명분 따위는 없다. 명분은 그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검을 잡고, 검을 휘두르는 데에 대한 핑계거리일 뿐.

 

 그렇게 생각하니 기사들이 가진 명예란 것도 결국 국가의 권력을 위해 살인을 정당화하고 기사들의 죄의식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추상적 훈장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래, 어쩌면 명예를 갖기 위한 면죄부일지도.

 

 그럼 최소한 그런 가식 따윈 없는 용병이 차라리, 명예가 아닌 실리를 추구하는 그들의 검과 행동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손에 쥔 피 묻은 검이 더없이 부질없고 하찮게만 느껴졌다. 방금까지 가지려 했던 각오와 책임, 제대로 된 명분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지 싶었다.

 

 “그만 떠들고 일어나. 여기서 날 샐 참이야? 대충 정리했으니 움직이자고.”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안 일어날 수가 없네.”

 

 나오지 않는 답을 곱씹던 로넬은 쟈크에게 건네는 머쓱한 미소 뒤로 몸을 일으켰다. 부상을 입은 슬라든이 먼저 일어났으니 힘든 시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팔은 좀 어때, 쟈크?”

 

 로넬은 일어나면서 쟈크에게 안부를 물었다. 왼팔에 두른 거즈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슬라든이 몸을 비틀어 막아낸 덕에 상처로 그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꽤나 다행이었다. 거즈를 감아주던 베르타도 걱정만큼 상처가 깊지 않다며 안도의 한숨을 뱉었었다.

 

 쟈크는 욱신거리는 붉은 거즈를 바라봤다. 흉터는 좀 남겠지만 덧없는 로망에서 깰 수 있던 값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괜찮아요.”

 

 “그깟 상처로 질질 짜거나 동정받을 생각은 마라. 혹시라도 그런 마음이면 돌아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슬라든. 쟈크 출가한 지 이제 이틀도 안 됐어. 처음 경험하는 세상인데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혼란스러울 거라고.”

 

 슬라든을 치료하고 한바탕 어지럽힌 배낭을 꾸리던 베르타가 말했다. 슬라든은 시큰둥한 채였다.

 

 “그러니까. 고작 그런 정신 상태로 들떠서 나온 거라면 지금에라도 꺼지라는 말이야. 가서 엄마한테 파이나 만들어 달래고 목검이나 휘두르면서 기사 놀이하면 되잖아.”

 

 문득 로넬의 변호 하에 일행에 합류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졌다. 들뜬 마음에 떠들어대며 길을 나섰던 불과 하루 전의 일이 지금에 와선 스스로 생각해도 못 봐줄 정도로 철이 없게 느껴졌다. 쟈크 본인도 느끼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팀원들이 조용히 재정비를 하는 가운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지켜보던 이들이 별말 하지 않는 건 부상 때문에 예민해져 있을 슬라든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내심 모두 쟈크의 답을 기다렸다.

 

 같은 마음이라도 심경을 표현하는 것과 홀로 조용히 삭이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마음가짐을 다 잡을 다짐을 갖는 건 자신을 의심하거나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었다.

 

 스스로가 가지는 각오와 행동에 확신이 없다면 어떤 일이든 부딪힌 벽 앞에 무너질 게 뻔했다. 더욱이 용병처럼 하루하루에 목숨을 거는 일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무너지기 전에 앞으로 나아갈지 그만 멈춰야 할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겉으로는 슬라든을 저지하고 쟈크를 두둔하는 모양새지만 내면적으로는 모두 침묵으로 하여금 쟈크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당신 말이 맞아요. 그동안 내가 너무 들떠있었어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랬죠.”

 

 “그렇게 좋다고 망아지마냥 뛰어다니더니 그새 네 아빠 울타리가 그리워졌냐. 데려다줄 생각은 없지만 지금에라도 내달리면 내일쯤엔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을 거다, 꼬맹아.”

 

 “슬라든. 대낮에 별 보느라 못 봤겠지만, 그 꼬맹이가 방금 전 내 목숨을 살렸어.”

 

 “고용주도 아니고 칼 잡고 무리에 섞였으면 그 정돈 당연히 해야지. 동료 등도 지키지 못하고 되레 칼만 들이대는 놈이었다면 진즉에 내가 먼저 쳐냈을 거야.”

 

 “슬라든!”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지만 수위 높은 그의 언행에 베르타는 못내 말을 뱉었다. 이미 무너져 있는 쟈크였다. 괜한 심경을 건드려 폭발할 수 있는 사람은 슬라든이 아니라 그였다.

 

 “막상 검에 피 묻혀 보니까 마냥 재밌을 줄 알았던 용병 생활이 이게 아닌가 싶냐. 이제 와서 무섭다고 다시 검 잡을 용기가 안 생겨? 뭐하고 있어, 네 집은 저쪽이야. 그 검은 가다 여관비로 던져줘라. 네가 상상하는 모험가 대접 정도는 받을 테니.”

 

 뒤에서 지켜보던 로넬은 내심 걱정이 앞섰다. 검이 가지는 무게감을 알기에 딱히 동정해줄 생각은 없지만, 그에게 있어 쟈크는 이제 막 검을 잡은 풋내기이기 전에 그의 유년 시절을 지켜본, 어쩌면 막냇동생과 같은 아이였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쟈크의 태도는 사뭇 차분했다.

 

 “맞아요. 내가 어리석었어요. 한 손으로도 휘두를 수 있다고 이 검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본 거 같아요.”

 

 “안 늦었다. 시답잖은 명분 그만 찾고 지금에라도 돌아가면 돼.”

 

 “아니요. 안 돌아갈 거예요. 나도 방금 알았어요. 명분이니 로망이니, 검 따위에 그런 거 없다는 걸.”

 

 “근데 왜 안 간다는 거냐. 알았으면 이제라도 돌아가서 집에 일손이나 보태라.”

 

 “꿈이니까요. 꿈이었으니까요. 현실이 다르다는 건 알았는데, 아직 포기가 안 돼요.”

 

 “그래서 어쩐다고. 그래서 매번 휘두르지도 못할 검 들고 피라도 보는 날엔 방금처럼 쭈그려 사색에 잠길 거냐? 아서라. 네가 사는 세상에 꿈이란 건 기사들 명예보다 부질없는 소꿉장난이니까. 포기가 안 된다고? 제 목숨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남의 목 날아가는 거 걱정하다간 말이야. 네 모가지도 그 빌어먹을 꿈 따라 날아가는 거야.”

 

 “슬라든, 이쯤 하자. 네 말마따나 여기서 날 샐 거 아니잖아. 그리고 쟈크 이놈 검 잡고 첫 실전이었어. 베르타 말마따나 너무 몰아치진 말자고.”

 

 “로넬. 네 말 존중해서 이 녀석을 동행시키긴 했지만, 길을 나선 뒤부턴 얘기가 달라. 감싸주는 건 울타리 안에서나 하라고.”

 

 “명심하지.”

 

 “너도 한마디 보탤 거야? 그게 아니면 갑옷 매듭 좀 묶어줘.”

 

 슬라든은 옆에 있던 베르타에게 말을 돌렸다. 쟈크의 어깨를 밀어내고 그의 시선을 대신 받았던 로넬도 다시 쟈크에게 몸을 돌렸다. 동정은 아닐지라도 성인이 아닌 어린애로 보는 그의 시선은 쟈크에게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안심하게 되는 그의 선한 얼굴은 이상하게도 충분한 위로와 힘이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에서는 그런 로넬보다도 슬라든이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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