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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몬스터헌터: 괴물의 시선
작가 : 유툽작성TV
작품등록일 : 2021.12.27

인간, 엘프, 드워프, 오크 등 여러 종족과 마법이 공존하는 정통 판타지.

용병을 중심으로 풀어 나가는 현실 판타지.

 
0.0 익숙함에 물든 자만
작성일 : 21-12-27 20:53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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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쟈크! 정신 똑바로 차려라!”

 

 쟈크는 나무를 등지고 검을 내밀었다. 간격을 유지하고 손에는 적당한 긴장감.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건 호흡이었다.

 

 “흐럇!”

 

 쇠붙이가 쓸리고 살가죽이 베이는 소음은 허공만 베던 지난날에는 알 수 없던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대형을 유지하려 애쓰는 용병들을 보면서도 부디 눈앞의 오크들이 자기한테만은 오지 않길 바라는 이기심에는 부끄러움만큼이나 두려움이 앞섰다.

 

 “중앙 쐐기꼴! 좌우 선두 로넬, 타자끄!”

 

 푸에티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단 두 호흡 만에 쐐기꼴 대형이 만들어졌고 오크들의 글레이브가 날아드는 그 순간에도 로넬과 타자끄는 다시 좌우로 치고 나가 오크들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일부러 적진으로 파고드는 로넬을 보고 있자니 이젠 감탄이 앞섰다. 날붙이가 날아오는 전선에서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검을 두 자루나 들고 태연함을 유지하는 몸놀림은 그의 호칭이 그저 동료들의 놀림거리가 아니었음을 처음 목격한 장면이었다.

 

 <두 자루의 왈츠>. 부드러움과 경쾌함이 묻어있는 그 움직임과 균형은 신기하리만치 안정적이고 조화롭게 보였다. 분명 빨라 보이지 않은데 잔잔한 물결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동작이 되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회오리마냥 주변의 적들을 빨아들였다.

 

 사각으로 이동하는 발놀림, 상대방의 무기를 흘리고 쳐내는 기술들, 그 모든 게 두 자루의 원심력에서 나오는 춤사위와 같았다.

 

 “로넬! 너무 멀어졌어! 돌아와!”

 

 “됐으니까 대형 유지해! 쟈크만 지켜!”

 

 “타자끄! 내 자리 채워!”

 

 그 예술 같은 검술에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협동을 요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부드럽게 몰아치는 쉴 새 없는 동작의 연속에는 반대로 절제미가 없었고, 때문에 지금과 같이 밀집을 요하는 진형에서 동료와의 협동을 이루기가 힘들어 보였다.

 

 동료들의 움직임에 해가 되지 않기 위해 따로 떨어지며 둘러싸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의 춤사위는 적들을 빨아들이는 대신 스스로를 지속적인 위험 속에 몰아넣고 있었다.

 

 적진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탈출과 진입의 반복, 마치 날붙이 사이를 무대로 누비는 죽음의 왈츠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과 경외심을 일게 하는 그 모습도 서로의 등 뒤를 지켜줄 동료에게는 다른 문제였다. 진형의 끝에 있던 베르타는 그대로 방패를 밀어 넣어 돌진했다.

 

 “베르타! 이런 젠장! 쟈크! 정신 차리고 우리 뒤로 붙어라!”

 

 중심에 있던 푸에티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소리쳤다. 로넬과 같이 앞에 나서 산개했던 타자끄는 창을 찔러 거리를 벌려내며 진형으로 복귀했다.

 

 쟈크는 심호흡할 새도 없이 검에 힘만 잔뜩 들어서는 그들의 뒤로 달려가 붙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에게 있어 명령과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비록 정신없는 공포감에 자신만만했던 검을 내밀지조차 못하고 있지만,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폐가 되고 싶지만은 않았다.

 

 쟈크가 온 것을 확인한 그들은 그를 둘러싸는 동시에 그에게 오크들의 날붙이가 닿지 않도록 선두를 따로 두고 로넬과 베르타 쪽으로 이동했다.

 

 용병들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고약한 인상들에 쟈크는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 어릴 적부터 적지 않은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때마다 공포와 함께 자신이 모르고 지낸 삶의 잔인한 부분을 알게 됐던 그였다.

 

 그러나 눈앞의 현장은 여태껏 다가왔던 죽음이란 공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이었다.

 

 네퍼슨씨네서 도축하는 걸 봤을 때도, 굶어 죽은 피난민을 목격했을 때도 물론 죽음에 대한 충격과 공포가, 그리고 그게 절대 삶과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진실이 울림을 일게 했지만, 지금 펼쳐진 현실은 비로소 그 구분되어 있지 않은 삶과 죽음 사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죽음을 처음 만난 그때와 다를 것 없는 감정이 다시 한번 이는 동시에, 그 감정들을 깨우치고 견뎌냈다고 생각했던 어린 치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쟈크! 나한테 검날 들이밀지 마!”

 

 로넬들에게 이동하면서 굳어있던 쟈크에게 부딪친 샘이 놀라 소리쳤다. 적인 줄 알고 집중이 흐트러진 그의 사각으로 오크의 글레이브가 들어왔다.

 

 쿵!

 

 “샘! 안으로 들어가!”

 

 옆에 있던 푸에티가 글레이브를 쳐내며 몸으로 밀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대형이 무너졌지만 일행은 노련하게 푸에티와 간격을 맞춰 들어가 다시금 대형을 복구했다.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쟈크도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방금의 실수로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민폐를 끼칠 뻔했다는 사실이 되레 차분한 감정을 일게 했다. 언젠가 로넬이 말했던 차분한 긴장감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그제야 알 것만 같았다.

 

 처음 그의 말을 들었을 땐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며 허풍으로 치부할 때가 있었다. 그저 그들이 떠드는 무용담에 첨가된 흔해 빠진 영웅적 클리셰. 그러나 이제야 그 말이 허풍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대 그들이 우습게 보이지도 않았다.

 

 가히 초인적인 반응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빠릿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몸의 긴장감과는 반대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마치 하늘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턱이 부서져라 이 악물고 집중한 채였지만.

 

 그나마도 샘이 같이 진형 안으로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을 따르며 좀 더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차츰 그들의 움직임과 대형을 이루는 원리 또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깨너머로 보이는 새로운 죽음도 점점 눈에 익어가는 듯했다.

 

 서늘하게만 느껴졌던 날붙이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이제는 정신만 차리면 피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호흡을 가다듬고 디딤발을 뒤로 물렸다. 조금이라도 자만적인 생각을 해서는 안 됐다.

 

 ‘잡념 버리고, 눈앞의 상황에 집중.’

 

 곧 대형이 이동할 거고 이맘때쯤에 발을 물려야 했다. 짐작대로 대형이 움직였고 아까와 같이 앞선 동료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하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호흡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차분한 긴장감과는 반대로 익숙함에서 오는 자만은 항상 경계해야 했다. 그 또한 로넬이 들려준 말이었다.

 

 ‘익숙함에 물든 자만을 노련함이라 해석하는 거야말로 베테랑이 가져선 안 될 안일함이다. 그런 생각은 초심자의 안일함보다 서슬 퍼렇고 위험하다.’

 

 쟈크는 스트레아드의 마법사마냥 주문을 외듯 심신을 달래면서도, 생각이 다른 데로 흐르지 않도록 눈앞의 상황, 주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멀리 떨어져 지켜보고 있을 때만 해도 난잡하게 뒤섞여 검을 맞대는 전장에서는 운만을 바라야 하는 게 현실인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그 전장 안에 뒤엉켜 동료의 뒤를 지켜보다 보니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질서와 그들과 같은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위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신만 가지고 쉽사리 행동할 수는 없었다. 실전 경험도 없는 자신의 판단 하나에 자칫 목숨을 걸고 있는 동료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자리했다.

 

 신기하게도 그의 생각은 딱딱 들어맞았다. 날아오는 글레이브를 피해야 할 것 같은데 하면 생각이 끝나기도 무섭게 그들은 글레이브를 피했고 안쪽에 있던 샘이 글레이브를 낚아채 끌어당기며 수를 줄였다.

 

 누군가 미처 날아드는 날붙이를 못 보는 것 같다고 느껴 위험을 알리려고 할 땐 때맞춰 옆의 동료가 막아내고 밀어내는 식이었다.

 

 모든 일은 대부분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때론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가는 순간이 보이기도 한다는 말이 실감 되는 순간이었다. 눈에 보인다는 게 신기할 정도의 쾌감을 가져왔다. 예상이 들어맞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 재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들어맞는 눈앞의 현실에 어쩌면 검을 잡겠다던 꿈이 의지가 아니라 운명이진 않을까 하는 망상까지 일게 했다.

 

 “우라크 하르카!”

 

 쾅! 커억!

 

 “슬라든!”

 

 “피해!”

 

 그리고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났다. 숨이 턱 막혔다. 엄청난 중압감이 몸을 내리눌렀다. 꿈틀대는 중압감을 밀어내려 할 때 햇빛을 가린 검은 배틀엑스가 시야를 덮쳤다.

 

 몸을 옆으로 굴리려 했지만 몸을 덮은 중압감에 다시 짓눌렸다. 살이 파이는 느낌이 온몸을 통해 전해졌다.

 

 “슬라든!”

 

 자신을 덮치며 넘어진 슬라든이 막아내지 못했다면 그대로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가지 않았을까싶었다.

 

 익숙함에 물든 자만. 쟈크는 마른침을 삼켰다. 따가운 목 넘김 뒤로 피 맛을 닮은 시큼한 신물이 고였다.

 

 일순간의 방심도 한순간의 잡념도 날 선 전장에선 적들의 살의만큼 위험하다는 걸 피로 배운 공포였다.

 

 그러나 그보다 무서운 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을 수도 있다는 억울함과 자신의 마지막을 아무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허무함이었다.

 

 억지로 일으키는 무자비한 손들과 무너진 대형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적들의 포효가 정신 줄을 뒤흔들었다. 그들이 말하던 아비규환이라는 말뜻을 몸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정신 차려!”

 

 그런 와중에 누구의 말이 정신을 붙잡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저 눈앞의 동료가 자신이 방금 느꼈던 그 허무함 속에 갇히진 않을까 하는 새로운 공포가 그를 붙잡았는지도 몰랐다.

 

 “베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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