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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17인_나를 찾아서
작가 : 범인은바로나
작품등록일 : 2021.12.27

거친 파도를 타고 육지로 오는 순간, 17살 이전의 기억은 사라졌고 대한민국에 없는 사람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씩 사건이 터질수록 환각,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누군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

 
시작
작성일 : 21-12-27 00:09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3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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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빅 삐빅 삐빅’

 

 그날 이후로 똑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내가 17살이 되던 해, 나는 거친 파도를 타고 육지로 떠밀려 왔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나에 관한 정보는 대한민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기억을 잃은 채,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나를 처음으로 발견한 할머니는 자기 친자식, 친손주처럼 키워주셨고 2016년인 이번 연도부터 법적으로 할머니의 진짜 가족이 되었다.

 

 “지민아, 밥 먹자”

 

 오래된 문짝을 열며 할머니가 나를 깨웠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섬마을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나의 고향 집이다. 마당에서는 반짝거리는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왔고 공간은 작았지만, 나의 6년간의 추억이 있는 소중한 곳이었다.

 

 “할머니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하니깐, 할미가 좀 챙겼어.”

 

 평상에는 밥상과 짐 꾸러미들이 쌓여있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 다가온 오늘은 다시 도시로 나가야 하는 날이다. 손수 만드신 밑반찬부터 솜이불, 밥상 등 있는 짐들을 다 내놓으셨다.

 

 “저거 어떻게 다 들고 나갈까 걱정이구먼”

 “뭣이 또 걱정하고 난리데, 그냥 가지고 쳐 나가면 되지. 밥이나 먹어라 이년아”

 “오늘 아저씨 몇 시에 오신다고 했지?”

 “11시 30분까지 온다고 했으니깐 여서 10시에는 나가야제”

 

 섬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다시 육지에서 차를 3시간 정도 타야 하는 여정은 내가 3년째 하는 정해진 루트이다. 대학교를 먼 곳으로 가게 되어 기숙사 생활해야만 했고 이번 학기부터는 자취방을 얻어 처음으로 나 혼자 살게 되었다.

 

 “혼자 섬에 있으려면 안 외롭겠어?”

 “나야 뭐 쭉 여기서 살았으니깐 똑같지 뭐”

 “이참에 남자친구 좀 사귀어봐, 내가 놀아주기 힘들어 죽겄어”

 “아주 못 하는 말이 없어!”

 

 할머니는 나의 머리를 바구니로 툭 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혼자 살아오시던 분이시다. 마을 분들 말로는 20년 전 남편과 아이를 잃게 된 후 사람들과 왕래하지 않고 더 외롭게 지내셨다고 들었다. 그렇게 일만 여념하고 살아가던 중 갯벌에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했고 지금까지 친자식처럼 키워주셨다. 나의 유일한 가족이자, 할머니, 엄마 같은 분이다.

 

 “지민아 순길 댁에서 리어카 좀 빌려와라.”

 “아유 그냥 가서 사면되는데 무슨 짐을 이렇게 많이 싸서....”

 “저것이 아주 매를 벌어, 시간 없으니깐 빨리 갔다 와”

 

 나는 투덜대며 2분 거리의 순길 댁으로 향했다. 순길 댁은 이 섬에서 유일하게 동갑내기 친구 민지네 집이다. 내가 적응 못하고 방황할 때 먼저 손을 내어준 친구가 민지였다.

 

 “할매 집에 있어요?”

 파란 대문을 열고 민지네 집으로 들어갔다. 마당에는 어린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3살배기의 아기가 보였고 그 옆에서 방망이로 빨래를 두들기고 있는 순길 댁과 민지가 보였다.

 

 “지민이 오늘 나간다고 하더구먼, 아직 안 갔어?”

 “이제 나가야 하는데 할매가 집에 있는 짐을 모조리 싸서 골치 아파요”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에게 딸기 맛 사탕을 주며 안아 들었다. 하얀 피부에 귀엽게 생긴 이 아이는 민지의 딸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남자와 20살이 되자마자 사고를 쳤고 지금은 그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지율이 엊그제 본 것 같은데 벌써 자전거 타고 있고만”

 “아이고 말도 마라 아주 집안에 두 면 지앙을 부리는지 피곤해 죽겄어”

 “이때가 제일 좋을 때니깐 사진 많이 찍어둬”

 

 나는 수돗가 옆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고 그 옆에 가져온 종이가방을 두었다.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가 되어 청춘을 즐기지 못하는 민지가 안쓰러웠다. 저번 학기 때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조금씩 모아두었던 돈으로 친구가 가지고 싶어 했던 카메라를 선물로 준비했다.

 

 “이게 뭐여?”

 “열어봐라, 네가 젤 좋아하는 것이야”

 

 고무장갑을 벗고 웃으며 종이가방을 뒤지는 그녀였다. 맨 위에 있는 상자에는 지율이의 옷과 아기자기한 신발이 들어있었다.

 

 “아따 딱 맞춰서 사 왔네, 저것이 하도 나대가지고 신발이 다 떨어져서 걱정이었는데 고맙다”

 민지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으로 가득했고 제일 밑의 큰 상자를 열어보더니 토끼 눈이 되어 나를 쳐다봤다.

 “오메 이렇게 비싼 걸 학생인 네가 어떻게 사 왔어”

 “언니가 힘 좀 썼다. 아기 사진 좀 많이 찍어놔, 언제 또 이때를 보겠어?”

 “애 낳아본 것처럼 꼭 말한다?”

 

 나의 배를 꼬집으며 마루 위 보자기에 싸여있는 짐을 나에게 주었다.

 

 “아따 나 짐 많은데 뭘 또 이렇게 준데?”

 “이제 가면 혼자 산다며, 내가 또 생필품 좀 챙겼어.”

 

 괜히 퉁명스럽게 말하며 분홍색 보자기를 풀어보았다. 직접 만든 비누와 향초, 수가 놓인 수건과 잠옷이 들어있었다. 민지는 손재주가 좋아 취미로 시작한 부업이 지금은 아주 유명한 공방으로 이름을 알렸다.

 

 “바쁜데 언제 이런 건 만들었데?”

 “내가 손이 좀 빠르잖아, 다 쓰면 연락해라”

 “그래야제, 야야 저기 리어카 좀 빌려줘라”

 

 창고에 있는 먼지 묻은 리어카를 꺼냈고 민지가 만든 보따리를 챙겨 순길 댁에서 나왔다. 대문 앞에서 아이와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를 그녀였다. 이곳에서의 새로운 삶은 나의 행복이자 축복이었다. 17살 이전의 삶은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내가 있는 지금은 만족스럽고 모두에게 고마웠다.

 

 “왜 이렇게 늦게 오냐, 빨리 짐 실어놔야 혀”

 

 평상에 쌓여있는 짐을 리어카에 옮겼고 선착장에 멈춰있는 작은 배에 실었다. 세 번에 걸쳐 옮겼고 나는 마지막으로 캐리어를 가지고 내려왔다.

 

 “할머니도 같이 올라가서 집 구경하면 좋을 텐데, 왜 안 갈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할매는 늙어서 거기까지 가는 것이 힘들어서 그려, 가서 살림 차리는 거 도와주고 싶은 디 몸이 따르질 않아”

 “요번 추석에는 친구랑 같이 내려올게, 밥 먹을 때 순길 댁 가서 꼭 같이 먹고”

 “아따 그런 거는 내가 알아서 잘 하제”

 

 마지막 짐인 캐리어와 나는 작은 배에 탔고 할머니와 순길 댁의 마중으로 이곳 섬에서 떠나게 되었다. 오늘따라 바다는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그렇게 60분 정도 물길을 지나 다시 3시간의 육지 길을 타고 나의 첫 자취방에 도착했다.

 

 “학생, 안 도와줘도 되겠어?”“여기다가 짐만 내려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창문 너머의 아저씨한테 20만 원이 든 봉투를 주었고 짐을 내린 트럭은 아파트 단지에서 나갔다. 대학교 근방에 있는 오래된 복도식 임대아파트에 운 좋게 들어오게 되었다. 다양한 아이들이 있는 기숙사도 좋긴 했지만, 그들과 생활방식이 맞지 않아 좀 불편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혼자 살게 되었다.

 

 내 집은 204호, 저층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지 않아 2~3배는 더 힘들게 짐을 옮겼다. 복도에는 불법 전단지들이 유령처럼 기어 다녔고 으슥해 보였다. 복도의 중간만큼 가니 녹슨 회색 문에 204호 문패가 보였고 나는 오래된 열쇠로 문을 열었다. 7평의 작은 원룸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자형 부엌과 작은 화장실 하나가 있었고 지저분한 흰색 벽지의 하나의 공간이 나를 반겨주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고 섬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할머니께서 챙겨주신 반찬들은 썰렁했던 냉장고와 생기 없던 수납 칸을 채워나갔다. 그러던 중 신문에 쌓여있는 어떠한 꾸러미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손잡이가 오래된 식칼과 작은 과도 하나가 있었다. 그 순간 칼에는 검은 빨간 피가 묻혀 있었고 익숙한 듯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잊지 마.’

 

 눈을 뜬 채로 가위에 눌린 기분이었다. 귀에서는 듣기 싫은 휘파람 소리가 들렸고 나의 시야는 점점 검은 연기로 가려졌다.

 

 오늘은 나의 독립의 시작이자 내 안의 누군가가 깨어나는 새까만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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