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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달빛이 그린 나라
작가 : 서늘솔길
작품등록일 : 2021.2.15

신개념 설렘 가득 첫사랑 로맨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치유 로맨스!!!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 볼수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

17세기 우리나라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조선 제 16대 임금 인조의 아들인 소현세자와 그의 부인 세자빈 강 씨(강빈)의 삶과 사랑을 소설 속 가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현세자와 강빈 부부를 삶과 그들이 하고자 했던 꿈을 이야기 하는 동시에 그 시대에 사람들이 격은 고통, 삶을 들여다본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 한 소설로 실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 등과 많이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제9화-벽이 무너지는 순간
작성일 : 21-03-05 10:04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9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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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반달이 뜨던 봄날의 밤.

 

 한빛은 마당을 걷고 있었다.

 

 한빛은 민의 집 앞에서 자신을 그냥 지나친 문에게 묘한 섭섭함을 느꼈다.

 

 그냥 지나쳤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되는데 그게 아니었다.

 

 ‘쾅! 쾅! 쾅!’

 

 그때, 누군가 대문을 세게 두드렸다.

 

 한빛은 조심히 문을 열었다,

 

 문을 두드린 이가 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한빛.

 

 그런데 문의 행색이 이상했다.

 

 붉은 피로 물들고, 역겨운 피비린내가 그녀의 코를 찔러댔다.

 

 그리고 문이 그대로 쓰러졌다.

 

 “저하! 저하!”

 

 자신의 품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문을 보고 한빛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한빛은 손을 떨며 문을 불렀지만,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문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문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낀 한빛.

 

 한빛은 놀란 마음을 달래 틈도 없이 문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세자익위사와 함께 의원을 모시러 옷에 피가 묻은 채 의원의 집으로 달려갔다.

 

 중간에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고 신이 벗겨졌음에도 한빛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녀에게는 문이 중요했다.

 

 

 ***

 그사이, 대사헌 조치형은 병조판서 정의영과 함께 정신을 잃고 쓰러진 문을 제일 가까운 방으로 데려가 눕혔다.

 

 “깨끗한, 깨끗한 천을 가지고 오라.”

 

 강일이 깨끗한 천들을 가지고 왔다,

 

 정의영은 강일이 가지고 온 천으로 의원이 올 때가지 하혈된 피를 최대한 막아보려고 했으나, 칼을 맞은 부위가 너무 큰 탓에 강일이 가져온 수많은 천에 피가 흡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혈이 되지 않았다.

 

 “의원은? 아직 의원은 당도하지 않았는가?”

 

 정의영이 물었다.

 

 “아직 입니다, 대감.”

 

 윤 씨 부인이 답했다.

 

 

 ***

 의원의 집.

 

 한빛의 의원의 집에 도착했다.

 

 한빛은 숨을 헐떡이며 문을 인정사정없이 두드렸다.

 

 “뉘십니까? 뉘신데 이 야심한 시각에...”

 

 “지금 세자저하께서 변을 당하셨습니다, 지금 위독하십니다.”

 

 “위독하시다니!”

 

 세자가 위독하다는 말에 한빛이 누군지도 모르고 의원은 의녀와 함께 집을 챙겨 한빛과 익위사군사들을 따랐다.

 

 

 ***

 의원이 정의영의 집에 도착을 했다.

 

 의원과 의녀들은 세자의 상태를 보고 놀랐다.

 

 정의영은 의원이 도착하자 의원에게 지혈을 하고 있던 손을 의녀에게 넘겼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의원이 물었다.

 

 “저하께서 자객의 칼에 맞은 듯하네.”

 

 의원은 진맥을 시작하고 의녀와 함께 약과 함께 시료를 시작했다.

 

 정의영의 옷에는 피가 범벅이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가? 저하께서, 그것도 이 야심한 시각에 어찌 이곳까지 행차하시여 이런 변을 당하신 게야!”

 

 “장부를 저하께 맡기려 저하와 함께 이곳에 모시고 왔는데...이런 사단이 났습니다.”

 

 “그런 일은 저하를 여기로 모셔 올 것이 아니라 저하께서 계신 동궁전으로 장부를 갖다드렸어야지! 어찌 그리도 생각이 짧으신가?”

 

 조치형의 말을 듣고 정의영은 조치형을 나무라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조치형은 자책을 했다.

 

 

 ***

 문이 시료를 받는 동안 한빛은 밖에서 문이 열린 틈으로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문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한빛은 초조하고, 불안하고, 손에 땀이 났다.

 

 그녀의 신경은 지금 방 안에 누워있는 문에게 쏠려있었다.

 

 한빛의 마음이 찢겨졌다.

 

 “한빛아, 너 무릎에 피가...”

 

 “예? 피라뇨?”

 

 어머니 윤 씨 부인이 딸의 무릎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말에 그제 서야 자신의 무릎에 난 상처를 확인한 한빛.

 

 한빛은 지금 무릎이 까졌단 사실보다, 그 고통보다 마음이 더 괴로웠다.

 

 

 ***

 궐 안.

 

 대전에서는 아들이 다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문조가 무슨 일인지 오늘따라 평화로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하, 전하!”

 

 세자가 궐 밖에서 변을 당했다는 세자익위사를 통해 소식을 들은 최상선이 대전 문을 벌컥 열고서 간만에 평화로운 밤을 보내고 있던 문조를 깨웠다.

 

 “무슨 소란인 게야?”

 

 “전하, 저하께서...저하께서 병판대감의 댁에서 자객들의 습격을 받고 변을 당하셨다고 하옵니다. 지금 위중하시다 하옵니다.”

 

 “뭐라? 변이라니! 대체 누가 감히 세자에게 칼을 겨누었단 말이냐! 의, 의원은?”

 

 “오어의가 지금 의녀들과 병판대감 댁에 달려갔다고 하옵니다.”

 

 “어서, 어서 병판을 불러와라! 어서!”

 

 아들의 변고에 극대노하며 대전 바닥을 내리치는 문조.

 

 

 ***

 반면, 대조전에서의 현의왕후는 달랐다.

 

 현의왕후는 마음이 어수선하여 눈을 감고 염주를 하나둘씩 만지며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세한 불안한 기운이 그녀의 온 몸을 휘감았다.

 

 ‘이 무슨...’

 

 “마마, 중전마마!”

 

 조상궁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조상궁, 대체 무슨 일이 길래 이리 호들갑을 떠는 겐가?”

 

 “마마, 저하께서 지금 변을 당하시고 목숨이 위중하시다 하옵니다.”

 

 “뭐라?”

 

 조상궁의 말을 듣고 현의왕후는 넋이 나간 상태로 들고 있던 염주를 세게 잡아 당겨 염주를 끊어트렸다.

 

 염주구슬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숨을 점차 약해지더니 그대로 눈을 감고 기절을 했다.

 

 “마, 마마! 중전마마!”

 

 조상궁이 기절한 현의왕후에게 다가갔다.

 

 

 ***

 시간이 지난 후, 동이 튼 새벽녘.

 

 정의영의 집에서 문의 시료가 계속되었다.

 

 다행히 밤새 하혈을 멈추지 않았던 피가 새벽이 돼서야 지혈이 되었다.

 

 문은 동이 트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의원이 문을 진맥을 하고,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을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었다.

 

 “어떻습니까?”

 

 한빛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다행히 지혈이 되시고, 안정을 되찾으셨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의원과 의녀들이 물러갔다.

 

 의원과 의녀들이 나가고, 아버지 정의영도 문조의 부름을 받고 황급히 입궐을 한 탓에 방안에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문과 한빛만 남겨져 있었다.

 

 안정을 되찾았고 하자 한빛은 꾹 눌러놨던 눈물을 터트리며 조용히 소리 없는 오열을 했다.

 

 한빛의 오열은 깊숙이 숨겨놨던 연민이었다.

 

 한빛의 마음은 그대로 문에게 전달되었다.

 

 의식이 없었을 뿐, 양쪽 귀는 모두 열려 있던 문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궐 안, 대전.

 

 정의영이 조치형과 함께 대전에 들었다.

 

 “병판은 대체 집을 어찌 관리를 했기에 그리 허술한가! 내 이번 일을 절대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야!”

 

 문조는 정의영을 책망했다.

 

 “전하, 병판대감에게는 죄가 없사옵니다. 소인이 세자저하를 야심한 시각에 궐 밖으로 모셔갔습니다. 죄를 물으시려거든 소인에게만 물으시옵소서.”

 

 “내가 지금 죄를 묻자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허나. 두 사람 때문에 세자가 변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병판과 대사헌이 책임지고 이번 일에 대한 배후를 반드시 색출해내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내 두 사람에게 세자를 시역한 죄를 물을 것이야!”

 

 문조는 정의영과 조치형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이를 밖에서 이 일에 진범인 영의정 윤제혁과 좌의정 윤선호가 듣고 있었다.

 

 

 ***

 대전 밖.

 

 윤 씨 형제들은 대사헌이 아니라 세자가 대신 변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계획이 틀어졌다는 사실에 초조했다.

 

 특히, 윤선호가 더욱 호들갑을 떨었다.

 

 “어찌합니까, 대감? 만약, 이번 일에 대한 진범이 저라는 것을 병판과 대사헌이 알게 된다면...세자께서는 왜 대사헌과 궐 밖으로 행차를 하시여...”

 

 대전을 나서자 윤선호는 소변이 급한 강아지 마냥 호들갑을 떨었다.

 

 “시끄럽네.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 것이야! 침착하시게, 침착!”

 

 윤제혁은 호들갑을 떠는 윤선호를 꾸짖었다.

 

 형의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윤선호의 호들갑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모든 일이 밝혀지게 생겼는데 침착이라니, 그럴 수 없었다.

 

 “증거는? 자네가 자객을 샀다는 증거는 있는가?”

 

 “....”

 

 “왜 말을 못하는 것인가? 설마하니 증거가 있는가?”

 

 “자객들을 살 때 그 식솔들에게 제가 직접 돈을 건네주었습니다.”

 

 “이런, 멍청한 사람!”

 

 윤제혁이 윤선호의 때렸다.

 

 “그런 일은 다른 이를 통해 했었어야지! 어우, 이 답답한 사람아.”

 

 윤제혁은 자신의 가슴을 쳤다.

 

 “어찌합니까?”

 

 “어찌하긴 뭘 어찌해. 자네 말고 자제와 함께 일을 저지른 자에게 뒤집어 씌어야지.”

 

 “허면, 포도대장에게 모든 죄를 다...”

 

 “김자영, 그 미꾸라지 같은 늙은 승냥이 놈이 뒤집어 씌운다고 해서 잘도 잡히겠는가? 늙은 승냥이보다 곰에게 뒤집어 씌어야지.”

 

 “곰이라고 하시면...”

 

 윤제혁은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죄를 호조판서 이승복에게 전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

 정의영의 집.

 

 밤새 시름시름 앓았던 현의왕후가 겨우 몸을 추스르고 연을 타고 아들이 있는 정의영의 집에 찾아왔다.

 

 집에 들어오기 전, 현의왕후는 집 앞에 있는 미세한 핏자국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들이 어떻게 칼에 맞았는지가 상상이 되어 핏자국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중전마마 납시오!”

 

 “중전마마.”

 

 현의왕후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윤 씨 부인과 집안사람들은 모두 엎드려 그녀를 맞이했다.

 

 “일어나십시오.”

 

 현의왕후는 윤 씨 부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세자저하가 걱정이 되셔서 이리 행차를 하셨습니까? 그래, 얼마나 노심초사를 하셨나이까.”

 

 윤 씨 부인은 현의왕후의 손을 어루만졌다.

 

 “세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지만 단단한 현의왕후는 강했다.

 

 그녀는 담담하게 문이 있는 곳을 물었다.

 

 “저 쪽 사랑방에 계시옵니다.”

 

 “헌데, 마당 뒤에서 탕약을 달이고 있나봅니다. 내 잠시 가 봐도 되겠습니까?”

 

 탕약을 달이는 향이 현의왕후의 코끝을 찔렀다.

 

 그녀는 윤 씨 부인에게 물었다.

 

 “예, 마마.”

 

 현의왕후는 윤 씨 부인과 함께 마당 뒤편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당 뒤편에서 탕약을 짓고 있는 의녀에게 다가갔다.

 

 “이것이 세자께 받칠 탕약인가?”

 

 현의왕후가 기운이 없지만 애써 괜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 마마.”

 

 “이리 주게. 내 직접 할 터이니.”

 

 의녀가 들고 있던 부채를 가져온 현의왕후.

 

 탕약을 달이는 이를 중전인 현의왕후가 직접 하다니, 윤 씨 부인과 의녀, 그리고 조상궁은 크게 놀랐다.

 

 “하오나, 마마. 이런 미천한 일은 의녀가 하는 일이옵니다.”

 

 조상궁이 그녀를 말렸다.

 

 “말씀삼가하게. 미천한 일이라니. 사람을 살리는 일을 어찌 미천하다고 하는가?”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는 조상궁을 꾸짖는 현의왕후.

 

 “송구하옵니다. 하오나, 마마...”

 

 “내 아들을 살리는 일인데, 어찌 어미가 된 자가 가만히 있으랴. 탕약을 내가 달이고 있을 터이니 조상궁, 정부인을 모시고 의녀들과 궁인들을 잠시 멀리, 아주 멀리 물러가있게.”

 

 “알겠사옵니다, 마마.”

 

 조상궁은 윤 씨 부인과 의녀, 궁인들을 데리고 멀리 물러갔다.

 

 모두들 물러가자 마당 뒤편에는 현의왕후만이 남겨졌다.

 

 현의왕후는 주변을 살피고 주저앉아 부채질을 하며 탕약을 달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손에 쥐어 있던 부채를 떨어뜨리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현의왕후는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게 두 눈을 양손으로 세게 눌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늘 궁인들 앞에서 단단했던 철옹성 같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의식이 없는 아들에게 손수 탕약을 달이는 어머니의 마음은 쓰디쓴 이 탕약과 같았다.

 

 땅에는 아들을 생사를 오가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아픈 눈물 세 방울이 떨어졌다.

 

 이미 깊게 폐인 현의왕후의 속은 더 파고 들였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을 멀리서 한빛이 목격해버렸다.

 

 법도에 엄격하고, 궁인들과 조정신료들에게 당한 국모에서 자식의 생사에 한 없이 약해져 버린 어머니의 뒷모습을.

 

 한빛은 현의왕후의 뒷모습을 보고도 그녀를 생각하여 모른 척을 했다.

 

 

 ***

 탕약을 가지고 혼자서 문이 누워있는 문 앞에선 현의왕후.

 

 그녀는 차마 방문을 열기가 두려웠다.

 

 방문을 열고 붕대를 감고 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달인 탕약을 떨어 트리까봐.

 

 현의왕후는 차마 아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현의왕후는 들고 있던 탕약 대신 눈물을 쏟았다.

 

 “제가 대신할까요?”

 

 한빛이 혼자 들어간 현의왕후가 걱정이 되어 그녀를 따라왔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한 손으로 눈물을 닦는 현의왕후.

 

 그런데 눈물을 닦는 약한 어머니의 뒷모습을 또 한 번 보고야 말았다.

 

 “송구하옵니다.”

 

 그 모습에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사과를 하는 한빛.

 

 “아니, 아니다. 네가 한빛이구나.”

 

  온화한 미소로 한빛을 맞이한 현의왕후.

 

 “예, 마마.”

 

 “어릴 적 모습이 그대로 있구나. 어여쁘게 자랐구나.”

 

 “황송하옵니다. 마마.”

 

 “네가 대신 하겠다고? 그래줄 수 있겠니? 차마 이 방문을 열기가 두렵구나.”

 

 한빛에게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현의왕후.

 

 “걱정 마시옵소서, 마마. 제가 대신 저하께 이 탕약을 떠먹여드리겠나이다.”

 

 현의왕후의 마음을 헤아린 한빛은 탕약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의왕후는 누워 있는 문을 보면 이미 깊게 파고 든 자신의 마음이 더 파고들 것을 이해한, 아들을 향한 걱정스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한빛에게 작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현의왕후는 한빛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한빛을 며느리로 점찍은 현의왕후는 더욱이 그녀를 세자빈으로 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새벽녘이 돼서야 궐 안으로 들어갔다.

 

 

 ***

 탕약종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온 한빛은 숟가락으로 탕약을 한 술 떠 문의 입 속으로 넣었다.

 

 하지만 문이 의식이 없이 누워 있는 터라 탕약이 목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온 탕약들이 문의 입가에 묻자 한빛은 깨끗한 천으로 그의 입을 닦았다.

 

 한빛은 문이 빨리 회복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탕약을 문에게 먹였다.

 

 

 ***

 그날 밤, 안방에서 정의영과 조치형이 진범에 대해 추측을 했다.

 

 정의영과 조치형의 머릿속에는 네 사람이 관통되었다.

 

 윤제혁과 윤선호, 그리고 김자영과 이승복.

 

 “아무래도 영상대감과 좌상대감이 의심스럽습니다.”

 

 이들 중 그래도 가장 유력한 윤제혁과 윤선호를 지목한 조치형.

 

 “나도 그리 생각하네. 포도대장과 호판은 자네가 장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고, 두 사람이 그렇다고 세자저하를 노린 이유 또한 없으니.”

 

 조치형과 생각이 일치한 정의영.

 

 그런데 자객들이 모두 숨을 거둔 탓에 정황은 확실하나, 증거가 없었다.

 

 한 명이라도 살아 있었더라면 심문을 하여 증거를 찾아내어 추포를 할 테지만 그럴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두 사람은 일단 숨을 거둔 자객들 중 하나의 인상착의와 얼굴을 그려 사람을 시켜 알아보기로 했다.

 

 그럼, 단서가 하나 둘 씩 나올 것이니.

 

 

 ***

 다음 날, 자객들 중 한 명의 얼굴에 대해 아는 이가 나왔다.

 

 정의영과 조치형은 그 한 명이 식솔이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두 사람이 찾은 자객의 집에는 그 자객의 어린 딸이 살고 있었다.

 

 “애야, 혹 너 말고 다른 어른 은 없느냐?”

 

 정의영이 물었다.

 

 아이는 말을 못하는 아이였다.

 

 아이는 정의영의 물음에 말을 할 수 없으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도 귀는 뚫려있으니 조치형은 윤제혁과 윤선호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각각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이 어른들이 네 아비를 찾아오거나 너를 찾아 온 적이 있느냐?”

 

 아이는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의영과 조치형은 좌절했다.

 

 두 사람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김자영과 이승복의 그림도 보여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이는 이승복을 지목했다.

 

 “이 사람이더냐? 네 아비를 찾아온 사람이 이 자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상상조차 못한 이가 범인이라니, 정의영과 조치형은 당황스러웠다.

 

 

 ***

 사실, 지난 밤 식솔들의 집 하나하나 찾아온 이가 있었다.

 

 바로 진범인 윤선호다.

 

 윤선호는 그들의 식솔들에게 이승복의 얼굴이 그려진 자화상을 주며 자객에 대해 묻는 이가 있거든 며칠 전에 자객들을 찾아 온 이가 자신이라 하지 말고 이승복이라고 말하라고 하며 안 그러면 남아 있는 식솔들까지 사살하겠다고 그들을 겁박을 했다.

 

 어린 자식들을 지켜야 했던 사람들은 윤선호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 했다.

 

 그 어린 아이에게도 이미 죽고 사라진 그 아이의 아비를 상대로 아이에게 아비의 목숨을 거두겠다 겁박을 했다.

 

 아무 사실도 모르고 아비를 잃을까 두려웠던 아이는 윤서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아이는 이미 죽고 사라진 아비를 살리기 위해 윤서호가 겁박한 대로 따랐던 것이다.

 

 

 ***

 아이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긴 정의영과 조치형.

 

 두 사람은 아이에게 한 번 더 물었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은 똑같았다.

 

 계속해서 이승복을 지목하는 아이.

 

 정의영과 조치형은 거림직했다.

 

 조금만 더 조사하기 위해 주변의 있는 집들도 돌아다녔다.

 

 주변 이웃들도 자객들의 식솔들이였다.

 

 그런데 그림들을 보여줄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이승복.

 

 “어찌합니까, 대감.”

 

 “대감마님, 대감마님.”

 

 저 멀리서 강일이 뛰어와 정의영을 불렀다.

 

 “자네가 여기까지 어인 일인가?”

 

 “그것이 세자저하를 시해한 범인이 방금 잡혔다합니다. 글쎄, 그 범인이 호판대감이라고 합니다.”

 

 “호판이라니?”

 

 진범으로 이승복이 잡혔다.

 

 정의영과 조치형이 손을 쓰기 전에 윤제혁이 먼저 김자영과 짜고 이승복을 잡아드린 것이다.

 

 “대감!”

 

 “우리가 당했네, 저들의 계략에 우리가 당했어.”

 

 정의영은 그 자리에서 한탄을 했다.

 

 

 ***

 이승복의 집.

 

 내금위군사들과 함께 밖으로 끌려나오는 이승복.

 

 “놔라, 놔라 이놈들!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끌려나온 이승복 앞에는 김자영과 내금위장 고정환(윤제혁의 매제)이 서있었다.

 

 “이보게 포도대장, 이유를 좀 말씀을 해주시게. 내가, 내가 부슨 연유로 잡혀가는 것인가? 포도대장?”

 

 김자영은 묵묵부답으로 휘파람만 불었다.

 

 “내금위장, 자네가 말씀을 해보시게.”

 

 “세자저하를 시역한 대역죄로 추포하는 겁니다, 대감.”

 

 “시, 시역이라니? 내가 무슨...”

 

 “죄인을 압송해라!”

 

 “놔라, 놔라 이놈들! 시역이라니!”

 

 이승복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내금위군사들과 함께 끌려 나갔다.

 

 

 ***

 같은 시각, 정의영의 집.

 

 방안에는 문과 문을 간호하다 지쳐 그의 옆에서 잠든 한빛이 있었다.

 

 창가에 내리는 따사한 햇살.

 

 그 햇살을 받으며 지난밤까지 의식이 없었던 문이 손을 움직였다.

 

 그러다 서서히, 서서히 눈을 뜨는 문.

 

 문은 따사로운 햇살이 눈이 부셨는지 손을 올려 손바닥으로 창가를 가렸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사이로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문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한빛이 보였다.

 

 문은 옆에서 잠든 한빛을 보며, 한빛이 밤새 자신을 간호한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시선이 다시 한빛으로 옮겨졌다.

 

 한빛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그녀가 깨지 않게 쓸어내리는 문.

 

 문은 밤새 자신을 간호하다 잠든 한빛을 보며, 칼에 맞은 고통이 사라졌다.

 

 그때, 머리를 만지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낀 한빛이 살며시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그녀를 반긴 것은 창가에 내린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문이었다.

 

 한빛은 문과 눈이 마주쳤다.

 

 문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안 한빛.

 

 “저하? 눈을 뜨신 것입니까?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문.

 

 다시 살아난 문을 보며 웃는 한빛.

 

 그리고 어서 문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의원에게 전달하러 일어나는 한빛,

 

 그 순간, 일어나는 한빛의 손을 잡아 누워있는 자신의 쪽으로 끌어 당기는 문.

 

 끌어당기는 문 탓에 한빛은 문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문이 끌어당기자 한빛의 누가 심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서로의 입이 맞춰 질 듯, 아닐 듯 아슬아슬한 거리.

 

 서로의 숨소리, 심장소리가 다 들릴 것 같은 가까운 거리.

 

 방안에는 두 사람만 있었다.

 

 문과 한빛은 서로를 바라봤다.

 

 한빛은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 했지만, 문은 놓으려는 한빛의 손을 아프지 않게 꽉 잡았다.

 

 그리고 한빛 마음의 벽을 무너지게 한 문의 한마디.

 

 “내게 있어주시오. 아무대도 가지 말고 잠시만, 아주 잠시만 내 옆에 이렇게 있어주시오...내가 사랑하는 그대여...”

 

 문의 그 한마디는 한빛이 문에게 세웠던, 문에 대한 마음을 지우려고 세웠던 철벽이 점차 금이 가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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