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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달빛이 그린 나라
작가 : 서늘솔길
작품등록일 : 2021.2.15

신개념 설렘 가득 첫사랑 로맨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치유 로맨스!!!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 볼수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

17세기 우리나라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조선 제 16대 임금 인조의 아들인 소현세자와 그의 부인 세자빈 강 씨(강빈)의 삶과 사랑을 소설 속 가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현세자와 강빈 부부를 삶과 그들이 하고자 했던 꿈을 이야기 하는 동시에 그 시대에 사람들이 격은 고통, 삶을 들여다본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 한 소설로 실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 등과 많이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제7화-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잠시 잊혀 질 뿐...
작성일 : 21-02-26 14:44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7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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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이야기-

 12년 전, 비가 내리는 어느 장마철 여름의 오후 덕성군(문조)의 집.

 

 그날은 장마철이라 새벽녘부터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비는 오후까지 지속되었고 온 도성바닥이 빗물로 가득 찰 정도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한다면 여름 장마의 동반자인 천둥과 벼락은 내리치지 않았다.

 

 어느 한 곳. 덕성군의 집만 제와하고.

 

 아니, 어쩌면 천둥과 벼락은 덕성군의 집에 몰려갔기 때문에 다른 곳은 고요했을 지도 모른다.

 

 “그만 좀 하시오! 대체 언제까지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오. 대체 언제까지!”

 

 덕성군의 부인 권 씨(현의왕후)가 덕성군을 향해 벼락을 내리쳤다.

 

 덕성군은 왕좌의 욕심이 많은 위인이다.

 

 그는 매번 지금의 임금인 이복형 유성군이 흠이라도 보이면 그것을 명분 삼아 반란을 꾸미곤 했다.

 

 다행히 늘 실패로 돌아갔지만, 유성군은 그에게 죄를 묻지 않았다.

 

 역모의 죄는 아무리 종친이라도 삼족을 멸해야 하는데, 그의 부인과 어린 조카들은 죄가 없기에 조용히 덕성군에게 경고만 주고 넘어갔다.

 

 이번에도 유성군을 용상에 끌어내릴 역모를 꾸미고 있는 남편을 보며 그녀의 속이 뒤집어졌다.

 

 “상감께서 왜 당신이 하는 일에 간섭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시는 줄 아십니까. 당신이 무능해서? 아니! 우리가 가여워서 그럽니다. 나와 내 자식들을 과부로, 애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 수 없기에 그저 가만히 계시는 겁니다.”

 

 “시끄럽소! 아녀자가 뭘 안다고. 부인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유성은 그저 나를 하찮게 여겨 가만히 있는 것이오. 그러니 보여드려야지. 내가 하찮지 않다는 것을. 내가 주상보다 훨씬 거 왕재라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식한 여편네 같으니.”

 

 덕성군이 선을 넘어버렸다.

 

 “뭐, 뭐요? 무식? 지금 나보고 무식이라고 하셨소? 그럼 당신은 뭐 유식하시오? 무식한 걸로 치면 도성 내에서 댁만큼 무식한 자는 또 없소!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종친이면 붜하나. 하는 짓은 천한 백정보다 천박하거늘.”

 

 덕성군이 선을 넘자 군부인 권 씨 또한 같이 넘어버렸다.

 

 “천박? 내가 지금 백정보다 천박하다는 것인가!”

 

 이성을 잃어버린 덕성군.

 

 그는 권 씨의 멱살을 잡았다.

 

 “그래!”

 

 덕성군에게 멱살을 잡히자 권 씨 또한 이성을 잃고 같이 멱살을 잡았다.

 

 두 사람은 멱살을 잡으며 언성을 높이며 목에서 쉰 소리가 나올 때까지 서로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천둥과 벼락을 내리쳤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건너 방에 있는 어린 소년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어린 소년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두 사람의 장남 여덟 살 어린 문에게.

 

 “괜찮다...괜찮다...안 들린다...안...”

 

 “이 여편네가!”

 

 “안 들린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악담을 퍼붓고 천둥과 벼락을 내리치자 문은 병풍 뒤로 숨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양손으로 두 귀를 막고 벌벌 떨며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두려웠다.

 

 저러다 두 분이 피를 보실까봐.

 

 ‘쨍그랑!’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에서 덕성군 부인 권 씨가 청자를 깨는 소리였다.

 

 문은 더욱 귀를 막았다.

 

 “이 양반이!”

 

 “이 사람이!”

 

 “괜찮다...괜찮다...아무것도 안 들린다...안 들린다...”

 

 덕성군 내외의 다툼은 이어졌고, 문은 다툼이 끝날 때까지 귀를 막고 주문을 외우며 커져가는 무서움을 애써 달랬다.

 

 그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어린 자식에게 평생지울 수 없는 기억들을 하나하나 안겨줬다.

 

 

 ***

 12년 후, 동궁전 깊은 밤.

 

 도성에는 봄비가 내렸다.

 

 봄비라 하면 따뜻해야 하는데 문의 동궁전은 그렇지 못했다.

 

 차갑고, 슬프면서, 칼에 배이듯 아팠다.

 

 ‘잊는 다고하여, 덮는다하여, 상처받았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기억들이 다시 떠올라 저를 아프게 합니다. 저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습니다.’

 

 한빛의 말을 떠올리는 문.

 

 문은 한빛의 마음을 잘 알기에 잡지 못했다.

 

 자신을 밀어내는 한빛을 손 놓고 봐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한빛의 그 마음, 잘 아는 마음이라서.

 

 문 또한 평생지울 수 없는 상처, 아버지 문조와 어머니 현의왕후에게 받았던 상처들을 잊어버리고, 이해하고, 덮으려고 애쓰고, 노력하고 있으나, 상처받았던 기억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언제고 자다가 문뜩, 아침마다 문안인사를 드리다 문득 떠오른다.

 

 다시 그 기억들이 떠올라 어머니, 아버지와 잘 지내보려고 해도 불편하다.

 

 항상 그 기억, 그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 때문에 다가오는 부모님을 밀어낸다.

 

 한빛이 문을 밀어내는 심정과 똑같다.

 

 그런데 어떻게 한빛을 잡을 수 있을 까.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에게 그 기억을 준 당사인 자신이.

 

 문은 동궁전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눈을 감았다,

 

 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서히, 아주 서서히 잠이 들었다.

 

 

 ***

 그날 밤.

 

 비는 여전히 내렸다.

 

 밤이 깊어질수록 비의 세기는 강하게 변했다.

 

 비의 절친한 벚인 천둥과 벼락도 함께 내리쳤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진 문은 꿈을 꿨다.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에게 언사를 높이고, 서로의 멱살을 잡으며 싸우며 천둥과 벼락을 내리쳤던 그날.

 

 꿈속에 문은 그날로 돌아갔다.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가 병풍 뒤로가 양손으로 두 귀를 막으며 벌벌 떨었다.

 

 “괜찮다...괜찮다...아무것도 안 들린다...안 들린다...”

 

 그리고 현실에서 주문을 입 밖으로 꺼내는 약관(스무 살)의 문.

 

 몸을 뒤척이다 눈을 뜨는 문.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날이었는데,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장면이었는데, 천둥과 벼락을 치자 다시 그날로 돌아갔다.

 

 달갑지 않은 꿈이었다.

 

 문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도 못 듣게, 밖에 있는 으뜸과 복실, 그리고 동궁전 모든 궁인들이 못 듣도록 울었다.

 

 

 ***

 다음 날, 대전.

 

 현의왕후가 불같이 노하여 대전에 들었다.

 

 현의왕후가 노한 이유는 문조가 현의왕후와 한 마디 상의 없이 세자빈을 이미 결정을 했다는 것.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닌 윤 씨 가문의 수장인 영의정 윤제혁의 여식으로 말이다.

 

 지금도 조정에 윤 씨 가문이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 외척까지 윤 씨 가문이라니.

 

 지금도 포도대장 김자영 하나만으로 말들이 많은데, 윤제혁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들이면 김자영과 더불어 윤 씨 가문이 날 뛰는 것은 불 보듯 자명한 일이었다.

 

 한빛을 세자빈으로 결정한 현의왕후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전하께서 기침을 하셨는가?”

 

 “예, 마마. 하온데...마, 마마!”

 

 최상선이 문조에게 중전이 왔다는 것을 고할 틈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버리는 현의왕후.

 

 “이게 무슨 짓이오, 체통 없이.”

 

 갑작스러운 현의왕후의 방문에 놀라는 문조.

 

 문조의 동공이 커졌다.

 

 “전하께서 그리하셨습니까?”

 

 뜬금없는 물음에 의아해하는 문조.

 

 “영상의 여식으로 세자빈으로 낙점한 것이 전하냐 묻는 겁니다.”

 

 “내가 그리했소. 그 때문에 이 이른 새벽부터 그리 성급하게 온 것입니까? 왕실을 든든하게 해 줄 외척이 필요하다 싶어 내 그리 했소.”

 

 “그건 왕실을 든든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왕실을 더 나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도성백성들이 포도대장 다음으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윤 씨 가문입니다. 헌데, 그런 윤 씨 가문을 외척으로 둔다 생각해 보세요. 지금도 반정공신이라고 뒤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더욱 날 뛸 것은 지나가던 개도 알 것입니다. 어찌 그리 생각이 짧으십니까?”

 

 현의왕후가 문조를 다그쳤다.

 

 “지금 나를 지나가던 개보다 못한 임금이라는 뜻입니까?”

 

 현의왕후의 다그침에 문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말이. 조금만 더 신중을 기하시란 말입니다.”

 

 “해서, 중전께서 그리도 신중하여 세자의 혼례를 지금까지 미루셨소?”

 

 문조는 현의왕후를 비꼬았다.

 

 “지금 세자의 혼사가 늦춰진 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입니까?”

 

 “중전이 세자의 부탁을 하나하나 들어주니깐 여기까지 온 게 아니오!”

 

 “세자가 왜 여태까지 혼사를 미뤘는지 정녕 모르십니까? 나 때문이 아니라 우리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둘이서 자식들 보는 앞에서 피나게 싸웠으니. 그 어린 아이의 마음속에 뭐가 남았겠습니까? 혼인을 안 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 세자뿐인 줄 아십니까? 대군과 공주도 마찬가질 것입니다.”

 

 현의왕후는 문이 혼인을 미루고 싶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은 세자이기에 혼사를 미루고 싶다던 문을 다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깐 중전이 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뭐라 하지만 안했어도 우리가 다투는 일이 없을 것 아니오. 우리가 다투는 건 다 중전이 지아비의 앞길을 막으니.”

 

 문조는 반성은커녕 현의왕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내가 전하의 앞길을 이유도 없이 막았겠습니까. 전하께서 바보 하도 같은 짓만 하니 내 답답해서 그랬습니다, 답답해서.”

 

 두 사람은 목에서 피가 나도록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

 

 밖에 대전, 중궁전 궁인들이 들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이 둘의 다툼은 아침문안을 온 문의 귀가에도 들어갔다.

 

 문은 부모님의 다툼에 상처를 받고 두려움에 떠는 어린 아이를 지나, 이제는 다 큰 성인으로 부모님의 이런 다툼이 지칠 때로 지쳐 상처를 넘어 아버지 문조와 어머니 현의왕후에게 화가 났다.

 

 문은 대전 문고리는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문고리를 부들부들 잡고 있는 손에는 분이 쌓여있었다.

 

 대전, 중궁전 궁인들은 문의 심기를 살폈다.

 

 “저하, 괜찮으십니까? 전하께 고할까요?”

 

 한상궁이 문을 걱정하며 물었다.

 

 “아니, 그럴 것 없네. 전하와 마마께 내가 왔다는 말씀들을 하지 마시게.”

 

 문은 매몰차게 뒤돌아갔다.

 

 

 ***

 밖에 나온 문은 문안을 올리러 입궐한 민, 경과 마주쳤다.

 

 문은 입궐한 동생들을 발견하고 혹시라도 두 분이 다투는 것을 목격하거나 들을 까봐 두 동생들의 걸음을 막아섰다.

 

 “오늘은 그만들 들어가거라.”

 

 들어가는 걸음을 막고 돌아가라는 형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민과 경.

 

 “형님, 어찌 그러십니까?”

 

 “전하께서 오늘 몸이 편찮으시다는 구나.”

 

 “하오나...”

 

 “돌아가라 했느니!”

 

 문은 겨우 참았던 분노를 민과 경, 두 동생들에게 터트렸다.

 

 민은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경은 처음 보는 형의 모습에 경직되었다.

 

 화를 내는 형의 모습에 처음으로 문에게 상처받은 경.

 

 “미안하다, 내 순간...그만, 오늘은 그만 돌아가거라.”

 

 문은 민과 경에게 미안해했다.

 

 특히, 작은 화에도 경직되어 버리고, 상처 받는 경에게 몹시 미안해했다.

 

 “경아, 내가 미안하다. 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러면 안 되는 것인데 너희에게 터트렸다. 미안하다, 미안해.”

 

 문은 경을 안아주면서 자신 때문에 상처 입은 경을 토닥거렸다.

 

 문은 민과 경을 잘 설득하여 두 사람을 각자 사가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민과 경이 돌아가자 안에서의 다툼이 밖에 까지 다 들려왔다.

 

 문은 문조와 현의왕후가 다투는 방을 노려보며.

 

 ‘전하, 중전마마.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십시오! 그만! 궁인들보기 민망하지 않으십니까. 대체 언제까지 누님과 저, 화경과 순월에게 이런 모습만 보여 주실 것입니까? 대체 언제까지!’

 

 속으로만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지금이라도 저 문을 열고 다투는 부모님께 원망을 다 늘어놓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원망을, 마음에 억눌렀던 상처를 밖으로 꺼내 부모님께 놓으면, 또 다른 부모님께서 상처 받으실 까봐 그러지 못했다.

 

 문은 동궁전으로 돌아갔다.

 

 문이 돌아가자 곧바로 현의왕후가 더 이상의 분을 못 이기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현의왕후는 돌아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세자가 언제부터 대전에 들었느냐?”

 

 “저, 그것이...”

 

 현의왕후의 물음에 머뭇거리는 조상궁.

 

 “혹, 전하와 내가 하는 얘기를 세자가 들었는가?”

 

 조상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숙였다.

 

 현의왕후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자책을 했다.

 

 또 한 번 아들에게 상처를 안겨줬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현의왕후.

 

 

 ***

 동궁전으로 돌아온 문.

 

 “저하, 괜찮으십니까?”

 

 문이 걱정이 되어 묻는 으뜸.

 

 으뜸의 물음에 문은 차분히 심호흡을 하며 올라오는 화를 애써 눌렀다.

 

 하지만 눌러지지가 않았다.

 

 그때, 문의 시야에 띈 서랍장 위에 놓인 꽃병 한 병.

 

 문은 서랍장으로 가 그 위에 놓아져 있던 꽃병을 높이 들어 바닥으로 던졌다.

 

 ‘쨍그랑!’

 

 꽃병이 깨지자 깨지는 소리에 놀라 으뜸은 귀를 막아버렸다.

 

 꽃병은‘와장창’ 그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깨져버렸다.

 

 깨진 꽃병 조각은 동궁전 바닥에 흩어졌다.

 

 문의 손에 피가 흘러나와 동궁전 바닥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

 

 꽃병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깨진 조각이 문의 손을 긁은 것이다.

 

 문의 손에서 피가 떨어지자 이를 발견한 으뜸은 날카로운 조각들을 피해 문의 곁으로가 천 하나를 꺼내어 피가 떨어지는 그의 손에 갖져다 댔다.

 

 “어의를, 어의를 불러라. 저하...저하...”

 

 으뜸은 문이 걱정이 되어 울먹거렸다.

 

 밖에 있던 복실은 의원을 부르러 허겁지겁 달려갔고, 몇몇 궁인들이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치웠다.

 

 문의 속에 있던 화가 내려갔다.

 

 하지만 무엇인가 허무했다.

 

 문은 피가 떨어지는데도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고 허공만을 바라봤다.

 

 

 ***

 궐 밖, 운종가.

 

 동궁전에서 어의들에게 치료를 받은 뒤, 으뜸이 문을 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궐 안에만 있으면 문이 또다시 고통스러울까봐.

 

 문이 더는 고통을 잠시 잊어버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운종가로 데려나갔던 것이다.

 

 다행히 문은 으뜸이 운종가로 데리고 나가준 덕분에 궐 안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문의 편안한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된 으뜸.

 

 으뜸과 함께 운종가를 걸으며 문은 다시 웃음을 겨우 찾는 듯 했다.

 

 운종가를 걷다 상인들이 어디론가 몰려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가자 문과 으뜸 또한 무슨 일인가 하는 마음에 사람들을 따라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문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일이 생겨버렸다.

 

 사람들을 따라 몰려간 곳에서는 일곱 살짜리 어린 아들을 둔 부모가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싸우고 있었다.

 

 그 부부의 아이는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구석에 처박혀 벌벌 떨고 있었다.

 

 부모는 아이가 겁에 질리든 말든, 사람들이 구경을 하든 말든 큰 목소리로 입에 참아 담기 힘든 욕들을 내뱉으며 싸웠다.

 

 마치 문조와 현의왕후처럼.

 

 “내가 오늘 네년을 죽일 거야.”

 

 “죽여, 어디 자식새끼 보는 앞에서 죽여 봐!”

 

 부부의 사이에는 살기가 느껴졌다.

 

 말리지 않으면 정말로 둘 중 하나는 죽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웅성웅성 거렸다.

 

 문 또한 사람들의 틈사이로 부부가 싸우는 것을 봤다.

 

 그리고 문의 눈에 들어 온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그 부부의 어린 자식.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문은 잠시 잊고 있었던, 잊고 싶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지워버리고 싶은 장면들이 다시금 천천히, 서서히 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문은 그 아이를 보면서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닮아있었다.

 

 문은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가 된 듯 두려움을 떨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씩 떨어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 비의 벚인 천둥도 함께 내렸다.

 

 비가 내리자 싸움을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싸움을 하던 당사자들도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빗속 거리에는 문과 으뜸만이 어두커니 서있었다.

 

 “저하, 괜찮으십니까? 저하.”

 

 문은 으뜸의 걱정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벌벌 떨면서 천천히 뒷걸음질을 하는 문.

 

 으뜸은 문을 따라갔다.

 

 그러다 초가정자 아래까지 갔다.

 

 초가정자에 당도하자 그때, 어떤 한 여인이 벌벌 떨고 있던 문의 팔을 잡고 그를 돌려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문은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낯익은 목소리가 문의 귓가에 들렸다.

 

 “아무것도 들릴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빗소리만, 제 목소리만 문 군의 귓가에 들릴 뿐입니다. 울어도 됩니다. 문 군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억을, 앙금들을 빗물에 씻어 버리세요.”

 

 문이 지금 이 순간 듣고 싶은 목소리, 지금 이 순간에도 보고 싶은 한 사람.

 

 문을 끌어당겨 품에 안은 여인은 다름 아닌 한빛이었다.

 

 한빛은 문을 끌어안고 문의 등을 토닥거렸다.

 

 문은 한빛의 따뜻한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한 번 만들어진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은 또 다른 기억으로 덮어 지고 조작될 수 있다.

 

 기억이 또 다른 기억으로 조작되었다면 어쩌면 지워지는 것도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한빛은 문의 기억을 다른 기억으로 덮어주고, 조작해버렸다.

 

 문은 한빛의 품에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었다.

 

 그 새로운 기억은 문이 지금까지 아팠던 기억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기억으로 덮어버렸다.

 

 또 다른 추억으로 조작되었다.

 

 마음속에 담겨있던 앙금까지 함께 내리는 빗속에 씻어버리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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