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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달빛이 그린 나라
작가 : 서늘솔길
작품등록일 : 2021.2.15

신개념 설렘 가득 첫사랑 로맨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치유 로맨스!!!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 볼수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

17세기 우리나라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조선 제 16대 임금 인조의 아들인 소현세자와 그의 부인 세자빈 강 씨(강빈)의 삶과 사랑을 소설 속 가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현세자와 강빈 부부를 삶과 그들이 하고자 했던 꿈을 이야기 하는 동시에 그 시대에 사람들이 격은 고통, 삶을 들여다본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 한 소설로 실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 등과 많이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제2화-악몽(惡夢)1
작성일 : 21-02-17 15:40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18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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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이야기-

 10년 전 어느 봄날의 오후.

 

 덕성군(문조)의 집에 귀여운 아홉 살 먹은 어린여자아이가 덕성군의 집에 놀러왔다.

 

 덕성군의 딸 덕순의 말 벚이자 병조참판 정의영의 여식 한빛이었다.

 

 “덕순이 언니 안에 있나요?”

 

 어린 한빛은 마당을 쓸고 있던 가노에게 물었다.

 

 “예, 안채에 군부인 마님과 대화를 하고 계십니다.”

 

 가노의 대답에 한빛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씨께 모셔다 드릴까요?”

 

 “아닙니다. 나오실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마님과 대화가 끝나거든 제가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다고만 전해주셔요.”

 

 “예, 아씨.”

 

 가노는 안채가 있는 쪽으로 갔다.

 

 가노가 안채로 간 사이 한빛은 삼십여 분 동안 빈 마당을 돌아다니며 피어있는 꽃과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심심하던 어린 한빛의 귀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덕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빛과 덕순은 서로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한빛아, 오늘은 어쩐 일이야?”

 

 “언니랑 놀려고, 심심해서 왔죠.”

 

 “들어가자.”

 

 “밖에서 놀면 안돼요?”

 

 “왜? 우리 부모님 때문에?”

 

 “아니 뭐 그것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고.”

 

 한빛이 덕순과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 뒤에서 누군가 슬금슬금 다가와 한빛의 머리를 살짝 잡아 댕겼다.

 

 뒤에서 머리를 댕긴 탓에 한빛은 고개가 뒤로 꺾였다.

 

 “아! 누구야?”

 

 한빛은 얼굴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숙여보니 한빛의 또래로 보이는 한 사내아이가 앉아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 실실 웃고 있었다.

 

 “풋.”

 

 한빛의 머리를 잡아 댕긴 범인은 덕성군의 장남이자 덕순의 동생인 어린 문이었다.

 

 “유치하긴, 이게 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뭐 하기는 네 머리 잡아 댕겼다.”

 

 문은 일어나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 주근깨 애기씨께서는 오늘은 또 어쩐 일로 우리 집에 오셨나?”

 

 “화평군(문의 왕자시절 군호)나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니 지나가던 길이나 계속 가십시오. 그리고 뭐? ‘주근깨 애기씨?’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죠!”

 

 “싫은데! 계속 그럴 건데! 주근깨 애기씨, 주근깨 애기씨.”

 

 문은 한빛을 볼 때마다 짓궂게‘주근깨 애기씨’라고 놀려댔다.

 

 유일하게 한빛에게만 놀렸다.

 

 주변 또래아이가 없었던 문에게는 그것이 나름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것이 당사자에게 상처를 심어주는 행동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한빛은 그 별명이 싫었다.

 

 매번 문에게 그러지 말라고 얼음장을 놓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주근깨 애기씨, 주근깨 애기씨.”

 

 “...”

 

 문의 계속되는 놀림에 한빛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금방이라도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한빛은 주먹을 꽉 쥐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참고 울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주근깨 애기씨, 주근깨 애기씨.”

 

 문은 한빛의 기분은 신경도 쓰지 않고 짓궂게 놀려댔다.

 

 “그만해라! 좀!”

 

 “싫은데! 주근깨 애기씨, 주근깨 애기씨, 못난이.”

 

 누나 덕순이 말리는데도 문은 평소처럼 계속 한빛을 놀렸다.

 

 아니, 평소보다 유독 심하게 놀렸다.

 

 “그만하십시오!”

 

 문의 계속되는 놀림에 한빛은 겨우겨우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면서 문을 바닥으로 밀쳤다.

 

 “아! 이게, 날 밀어? 이게 못난이 주...너, 너 우냐”

 

 문은 자신을 밀친 한빛에게 화를 내려고 하는데 한빛이 울고 있었다.

 

 우는 한빛을 보고 놀라고 당황해 하는 문.

 

 “제가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몇 번을 하지 말라고...”

 

 한빛은 작은 두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먹거렸다.

 

 “아니, 난 그냥 장난으로...”

 

 “뭐? 장난? 너 정말 오늘 나한테 혼나 볼래?”

 

 장난이라는 동생 문의 말에 덕순은 화를 냈다.

 

 “쳇.”

 

 한빛은 문을 째려보고 뒤돌아서 손으로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나갔다.

 

 “한빛아, 정한빛.”

 

 나가는 한빛의 뒤를 따라 나가는 덕순.

 

 마당에 혼자 남겨진 문은 한빛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한빛과 친해지는 방법이라 여겼는데, 장난이니 한빛도 당연히 장난으로 받아드린다고 여겼는데, 친해지는 방법이 아니라 상처를 주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제 서야 알아차렸다.

 

 문은 툭툭 털고 일어나 대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다음에 한빛을 만날 때는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문이 한빛에게 용서를 비는 날은 오지 않았다.

 

 그것이 어린 문과 한빛의 마지막이었다.

 

 

 ***

 10년 후 달빛이 아래 가을 밤.

 

 낮에 은혜당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한빛을 봤다.

 

 그녀에게서 원망의 목소리만 듣고 한빛과 매끄럽지 못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이 많은 애정교(愛情橋) 위에서 문은 달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다시 봤다.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문은 겨울에 내리는 새하얀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볼 때의 설레는 감정이 들었다.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낮선 감정들이었다.

 

 애정교에는 노인, 아이, 가족 등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오르지 한빛만 보였고 그녀만이 눈동자 안에 들어왔다.

 

 “저하, 세자저하.”

 

 “...”

 

 으뜸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저하!”

 

 대꾸도 하지 않는 문을 보며 으뜸은 영문을 모르니 답답했다.

 

 으뜸은 더 큰 목소리로 문을 불렀다.

 

 “어? 어.”

 

 “저하, 몇 번을 불렀는데. 뭐, 귀신이라도 보셨습니까?”

 

 “어? 아니, 아니다. 왜 그러느냐?”

 

 “저하, 이제 시각이 너무 늦었사옵니다. 돌아가셔야 합니다.”

 

 “그래, 알았다.”

 

 문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궐로 돌아가야만 했다.

 

 문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

 밤이 깊어지자 궐로 돌아온 문.

 

 잠자리에 누웠다.

 

 누워있는 문의 시야에 달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던 한빛의 모습이 아른거려 잠이 오지 않았다.

 

 문은 한빛을 잊기 위해 몸을 옆으로 왼쪽, 오른쪽 번갈아 뒤척였다.

 

 하지만 도저히 머릿속에 그녀의 모습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구름처럼 두둥실 떠다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으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내관.”

 

 으뜸을 부르는 문.

 

 “예, 저하. 잠자리가 불편하시옵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물어볼 것이 있다.”

 

 문이 일어나며 말했다.

 

 “하문하시옵소서.”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볼 때 막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고 그런 기분이 들면 이거는 어떤 감정이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좀 쉽게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누가요? 누가 누구를 볼 때 그런답니까?”

 

 “쉬게 말해 만약에 내가 너를 볼 때 막 설레고 두근거리고 그러면 이거는 어떤 감정이냐?”

 

 “망측해라. 저하께서 왜 소인을 그러면 아니 되시옵니다. 저하도 그렇고 소인도 그렇고.”

 

 으뜸이 놀라면서 부끄러워했다.

 

 으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야! 만약이라고, 만약! 나도 싫어!”

 

 문은 격하게 부정했다,

 

 머쓱 거리는 으뜸.

 

 “그니깐 만약에 내가 너를 보면서 막 설레고 두근거리고 그러면 이거는 어떤 감정이냐고.”

 

 “막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이라. 흠.”

 

 “그래, 무엇이냐?”

 

 “혹시, 심장에 무슨 문제가...”

 

 “아이, 그런 거 말고. 심장은 정상이야.”

 

 “그러면, 그것은 아마 연정(戀情)일 것이옵니다.”

 

 “연, 뭐? 연정?”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말을 할 수 있죠.”

 

 심장을 부여잡는 문.

 

 “근데, 그거는 왜 물어보십니까? 저하, 혹시...”

 

 문의 모습을 보고 으뜸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혹, 혹시 뭐?”

 

 말을 더듬는 문.

 

 “아까 은혜당에서 봤던 아씨를 마음에 품으신 것이옵니까? 그렇죠? 맞죠?”

 

 으뜸은 신나게 깐족거렸다.

 

 “아니!”

 

 “에이, 맞는 것 같은데. 그러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십니까? 다 늦은 시간에.”

 

 으뜸의 깐죽거림에 문은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거야...”

 

 “좋아하죠? 그렇죠? 맞죠? 맞네, 맞아. 얼굴이 빨갛게 변한 것을 보니 맞네. 너무 그리 부정하지 마십시오. 하긴 원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 처음에 부정하곤 하죠. 그것도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이니.”

 

 으뜸에게는 내일이 없었다.

 

 “아, 아니라고!”

 

 “괜찮습니다, 다 이해합니다. 그러니...”

 

 “나가! 당장 나가!”

 

 문은 으뜸의 깐죽거림에 참지 못하고 그에게 베개를 던졌다.

 

 문이 던진 베개를 맞고 으뜸은 깐죽거림을 멈췄다.

 

 으뜸은 입을 쭉 내밀고 투덜거리며 나갔다.

 

 “연정이라, 연정. 내가? 정한빛을? 에이, 설마. 아니야. 저게 요즘 봐줬더니 상전 앞에서 감히 깐족거리고 있어.”

 

 문은 애써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문은 두 손으로 양쪽 뺨을 두드렸다.

 

 

 ***

 같은 시각.

 

 집에 돌아온 한빛이 집 마당에서 쌀쌀한 날씨와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구름사이에 끼어 있는 커다한 보름달을 한없이 보고 있었다.

 

 “아씨, 날도 쌀쌀한데 여기서 뭘 하고 계셔요?”

 

 잠을 자다 물을 마시러 나온 은금이 마당에서 한빛을 발견하고 한빛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을바람이 차고 잠이 오지 않아서. 너는 자다 말고 왜 나왔어?”

 

 “자다가 목이 좀 말라서 물 마시러 나왔습니다. 아씨, 화평군나리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뭐? 내가 왜 그 인간생각을 하냐? 아니야!”

 

 은금의 물음에 순간 놀라 고개를 돌리고 은금에게 한빛은 단호하게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별 뜻 없이 물어 본 질문에 화들짝 놀라는 한빛을 보고 어리둥절한 은금.

 

 “그게 아니면 얼른 주무셔요. 가을 날씨가 찹니다.”

 

 “말했잖아. 가을바람이 차서 나왔다고. 시원하니 답답했던 속이 뚫리니 좋네.”

 

 “아까 화평군나리랑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물어보고 싶었는데 너무 화나계셔서 못 물어 봤습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봐서 그런지 괜히 짜증나고 속에서 열이 부글부글 타올라서 그랬어. 아니, 공주마마는 언제 적일 가지고.”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요? 나리 얼굴이요? 아씨가요? 어렸을 때 아씨께서 문 도련님이 잘생기셨다고 운명인 것 같다고 나중에 커서 도련님께 시집가겠다고 대감마님께 울고불고 조르셨잖아요. 잊으셨습니까?”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때 딱 처음보고 잘생긴 얼굴하나만 보고 어린마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랬지. 그렇게 장난기 심하고 남 괴롭히는 것이 취미인 인간인 줄도 모르고.”

 

 “하긴, 나리께서 장난기가 좀 심하셨죠.”

 

 “좀 심한 정도가 아니지. 많이 심했지. 그리고 화평군나리가 아니고 세자저하. 세자저하의 군호를 그렇게 함부로 불렀다가 역모 죄로 몰릴 수 있어.”

 

 “에이, 뭐 어때요. 우리 둘만 있는데. 아씨가 저를 관부에 고발할 것도 아니시면서. 고발하시게?”

 

 “아까도 내가 그냥 넘어갔는데 은근슬쩍 말을 놓는다, 너?”

 

 “예이, 왜 그래. 우리 사이에.”

 

 은금의 능청에 웃음이 나는 한빛.

 

 “그만 바람 쐬시고 그만 들어가 주무셔요. 그러다 고뿔 걸리십니다.”

 

 “넌 목 축이러 갔다 와.”

 

 은금은 가던 길을 갔다.

 

 은금에게는 그녀가 자신을 놀리까봐 아니라고 잡아 땠지만 사실은 은금의 말처럼 한빛은 문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밖에 나와 있었다.

 

 한빛은 문을 연모했었다.

 

 한빛과 문의 나이 여덟 살 때의 일이었다.

 

 한빛은 여덟 살 때 애정교 근처에 있는 매화나무거리에서 문을 처음 봤다.

 

 한빛은 다정하고 친절한 문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날부터 연모하는 감정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그 감정은 한 달도 못가서 깨져 버렸다.

 

 문은 어느 날부터 한빛만 보면 보이는 대로 그녀를 놀리기 시작했다.

 

 한빛의 문에 대한 연모하는 감정은 유리 깨지듯 와장창 깨져버렸다.

 

 한빛은 깨져버리고 남은 유리조각에 마음을 다쳤다.

 

 그때부터였다. 가장 첫사랑이 첫 미움의 상대로 변한 것이.

 

 연모했던 사람이 자신을 놀리니 한빛은 속상해서 문이 더 미웠다.

 

 그리고 10년 전, 문의 집에서 있었던 일 이후부터 한빛은 문에 대한 미움이 깊어져서 다시는 보지도 않았고 보고 싶지도 않았으며 볼 수도 없었다.

 

 10년이 지난 오늘 문을 다시 봤다.

 

 문을 다시 보니 그때 그 일이 다시 떠올라 문에게 얼굴을 붉히며 원망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밤이 될 때까지 은금과 걸어 다니다 문을 처음 만났던 매화나무거리를 보자 어릴 때 문을 처음 봤던 추억이 떠올랐다.

 

 분명, 그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는 문에 대한 감정이 미움뿐이 없었는데, 미워하는 감정만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거리를 보고 미워하는 감정과 동시에 지금껏 잊어버리고 있었던 과거 자신이 문을 연모했던 감정과 추억들까지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면서 한빛의 마음속에 그에 대한 애증(愛憎)이라는 것이 생겨버린 것일까?

 

 아니면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이 또 다시 생겨버린 것일까?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스러운 한빛,

 

 그 감정은 애정교에서 집에 오는 길목을 지나 지금까지 그녀를 휘감았고 한빛은 혼란스럽고 싱숭생숭했다.

 

 한빛은 이 밤이 너무 깊고도 길다.

 

 

 ***

 “아니, 아니야.”

 

 밤이 깊은 궐 안.

 

 문조가 악몽을 꾸고 있었다.

 

 문조는 보위에 오르고 매일 밤마다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조는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 채 눈을 감고 자면서 허공에 손짓을 했다.

 

 

 ***

 꿈속에서의 문조.

 

 문조는 편전 중앙에 서있었다.

 

 꿈속 편전에는 차가운 공기와 함께 뿌연 안개가 가득 차이었다.

 

 용상에는 문조의 아버지 선종이 앉아있었다.

 

 안개가 심하게 끼어 있어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뿌연 안개 사이로 머리는 백발에 용포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렴풋이 문조는 아버지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덕성군, 네 이놈!”

 

 용상에 앉아 있던 선종이 호통을 쳤다.

 

 “아, 아바마마.”

 

 아버지의 호통에 문조는 편전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았다.

 

 “네 형님을 잘 보필하라고 하였거늘. 보위를 탐하지 말라 그리 말했거늘. 욕심을 부리지 말라 그리 타일렀거늘.”

 

 “아, 아바마마 소자가 잘 못했습니다.”

 

 “네 기어이 이 아비의 말을 어기고 네 욕심을 채웠느냐? 네 용상이 그리도 탐이 났느냐! 이 자리가 그리도 탐이 났느냐!”

 

 “아, 아바마마.”

 

 문조가 무릎을 꿇으며 유언을 어겼다고 꾸짖는 아버지를 향해 울먹이며 손바닥이 뜨거워질 정도로 빌고 또 빌었다.

 

 선종은 죽기 전 문조에게 형 유성군을 잘 보필하고 용상을 넘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문조는 그 유언을 어기고 임금의 자리를 탐해 형 유성군을 용상에서 끌어내렸다.

 

 “네 무슨 자격으로 임금이 되었느냐? 네가 무슨 명분으로 임금이 되었냐고 물었다. 네가 유성처럼 장자이더냐 아니면 적통이더냐? 그렇다고 네가 왕재이더냐? 이 아비의 유지를 어기고도 네가 감히 이승에서 편히 살아남기를 바라였느냐!”

 

 선종이 칼을 빼들고 용상에서 내려와 천천히 문조 앞으로 다가갔다.

 

 “아, 아바마마. 살, 살려주십시오.”

 

 칼을 들고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아버지.

 

 문조는 겁을 먹고 엉거주춤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문조는 뒤돌아서 도망쳤다.

 

 편전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꿈속의 편전은 끝이 없었다.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조는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편전을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누군가와 부딪쳐 넘어졌다.

 

 “원아(문조의 이름).”

 

 고개를 들어보니 형 유성군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유성군 뒤에는 지난 8년 동안 문조 때문에 굶어 죽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서있었다.

 

 “형, 형님. 나, 나 좀 살려주시오. 뒤, 뒤에서 아버지가 날 죽이려 칼을 빼들고 오고 계십니다. 나, 나 좀 제발 살려주십시오.”

 

 유성군의 바지가락을 붙잡고 애원하는 문조.

 

 “내가? 내가 왜 널 살려줘야 하느냐?”

 

 “형, 형님.”

 

 “내가 왜 그리 해야 되느냐? 넌 내 자리를 뺏은 원수이자 아버님의 유지를 어긴 불효자 중에 불효자가 아니더냐? 아버지의 유지를 어긴 불효자를 내가 왜 그리 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형, 형님. 내가, 내가 다 잘 못했소. 날 좀 살려주시오.”

 

 문조는 유성군의 바지가락을 계속 잡으며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며 애원했다.

 

 “살려 달라? 내 뒤에 있는 백성들을 좀 보거라. 저들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느냐? 너 때문에 굶어 죽은 자들이다. 너 때문에 피를 흘린 자들이다.”

 

 “아, 아니야. 저들은 내가 죽인 것이 아닙니다.”

 

 부정하는 문조.

 

 “아니, 네가 저들을 저리 만든 것이야. 저들을 대신에서 아바마마께서 벌을 주신다고 생각하고 그 벌 그냥 받으시게, 주상. 하하하.”

 

 유성군은 문조의 손을 뿌리치고 크게 편전이 떠나갈 정도로 광기 어리게 웃었다.

 

 “네 이놈 덕성!”

 

 “아, 아바마마.”

 

 아버지가 두려운 문조는 유성군의 뒤로 숨었다.

 

 문조는 몸을 심하게 떨었다.

 

 문조가 숨자마자 유성군은 연기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사라졌다.

 

 유성군이 사라지자 편전에 단 둘만 남은 선종과 문조.

 

 선종은 아들을 죽이기 위해 들고 있던 칼을 들었다.

 

 엉거주춤 일어나는 문조.

 

 그리고 사라진 유성군의 목소리가 문조의 귀에 들렸다.

 

 “원아, 내 뭐라 그랬느냐. 넌 임금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날 기어이 용상에서 끌어내리고 그리 자신만만하더니. 고작 용상에 앉아 한다는 짓이 백성들을 굶어 죽이고 눈과 귀를 막고 간신배만을 끼고 도는 짓이라니. 원아, 아바마마께서 죽은 백성들을 대신해서 너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니 원망 말거라. 쯪쯪, 결국 이리 될 것을, 하하하.”

 

 “아니, 아니야.”

 

 문조는 자신의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덕성아, 저승에서 만나자꾸나.”

 

 “안, 안 돼.”

 

 선종은 칼을 높이 들어 문조를 배어버렸다.

 

 편전은 문조의 피로 바다가 되었다.

 

 

 ***

 그 순간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 문조.

 

 “안, 안 돼! 어허, 허...또 꿈인가?”

 

 꿈에서 깬 문조는 숨을 헐떡이면서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문조의 이마와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식은땀을 얼마나 많이 흘렀는지 기수(이불)와 침(枕, 베개),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이 젖어버렸다.

 

 문조는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자신만 있는 침소에 혹시 누가 나올까봐 의심이 많은 눈으로 둘러봤다.

 

 문조가 둘러본 침소는 매우 컸다.

 

 마치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메아리가 울려 다시 되돌아 올 것처럼 크고 조용했다.

 

 침소에 있는 사람은 다행히 자신뿐이 없었다.

 

 정말 자신뿐이었다.

 

 꿈속에서 자신에게 호통을 치던 아버지도 이복형 폐주 유성군도 없었다.

 

 문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나뿐인가?”

 

 문조는 안심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다시 잠들면 똑같은 꿈을 꿀 것 같아 겁이 났다.

 

 결국, 문조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문조는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

 

 아버지의 유지를 어기면서까지 형을 몰아내고 얻은 자리이니 누군가 또 다른 명분을 내세워 이 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불안과 초조함은 6년 전 유정훈 등 열 명의 북인이 일으킨 난 때문에 더욱 심해졌다.

 

 문조의 악몽은 아버지의 유언을 어겼다는 죄책감과 자신도 언제가 형처럼 폐위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누군가에게는 설레고 혼란스럽고 싱숭생숭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암흑 같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새들이 짖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햇살은 따뜻했다.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와 마당을 쓸고 운종가의 상인들은 장사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벚들을 만나 전날 하던 소꿉놀이와 숨바꼭질,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았다.

 

 

 ***

 궐 안에서는 으뜸이 문을 깨우기 위해 동궁전으로 가고 있었다.

 

 “저하, 기침하셨습니까?”

 

 동궁전에 도착한 으뜸이 문 밖에서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

 

 그런데 안에 있는 문의 목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기운이 없고 맥이 쭉 빠진 목소리가 들린다.

 

 으뜸은 조심스레 문을 살짝 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살짝 열었다.

 

 “저하, 소인 들어가옵니다. 아이고, 깜짝이야!”

 

 방문을 열자 으뜸은 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흠칫했다.

 

 “저, 저하 괜찮으십니까?”

 

 “그래.”

 

 문은 눈이 퀭한 채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눈 밑은 거무스름해져서 마치 멀리서 보면 저승사자 같았다.

 

 “저, 저하 정말 괜찮으십니까?”

 

 으뜸이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문에게 다가가 다시 물었다.

 

 “그래.”

 

 “혹시, 밤새 이러고 계셨습니까?”

 

 “그래.”

 

 “아씨를 생각하면서...”

 

 으뜸이 정신 못 차리고 문의 신경을 또 건들었다.

 

 으뜸을 째려보는 문.

 

 으뜸은 또 한 번 흠칫했다.

 

 눈 밑에 있는 거무스름한 것 때문에 흠칫 아니라 섬뜩했다.

 

 문은 손가락으로 으뜸을 가리켰다.

 

 “저, 저요? 아, 너...”

 

 그 다음 가리킨 그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한 마디만 더 하면.”

 

 그 다음 엄지손가락만 세우고 목을 긋는 흉내를 냈다.

 

 “죽여버린다? 헉!”

 

 으뜸은 문의 행동은 해석하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문은 으뜸을 보며 알아들었냐는 뜻으로 고개를 짧고 간결하게 흔들어 물었다.

 

 으뜸은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그냥 무시하고 마는 으뜸인데 오늘따라 저승사자 같은 문의 모습 때문에 오금이 저리는 으뜸이었다.

 

 “그럼, 소인은 그만 나갈...”

 

 으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은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으뜸은 두 손으로 입을 또 다시 막고 조용히 나갔다.

 

 

 ***

 인정전에서는 문조와 신료들이 편전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문조는 악몽 때문에 밤을 지새운 탓에 용상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문조는 머리가 지끈 거렸다.

 

 “전하, 올해는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굶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가을이고 추수철임에도 불구하고 가뭄 때문에 거두어 드리는 쌀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드렸습니다.”

 

 대사헌 조치형이 말했다.

 

 “예, 전하. 하루 속히 이 일을 해결할 방안을 내려 주시옵소서.”

 

 우의정 김혁이 말을 이어갔다.

 

 “...”

 

 문조는 그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전하, 신료들의 말을 듣고 계십니까? 전하, 백성이 굶는 문제이옵니다. 듣고 계십니까?”

 

 영의정 윤제혁이 말했다.

 

 “전하,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내려주시옵소서.”

 

 병조판서 정의영이 말했다.

 

 “예, 병판의 말대로 구율미를 내려주시옵소서. 풍저창(豐儲倉, 궁중에서 곡식을 담당하던 곳)에 명하시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시옵소서.”

 

 정의영의 의견에 동의하는 윤제혁.

 

 “전하, 백성이 굶는 문제는 다른 그 어떠한 문제보다 신속히 처리를 해야 하는 문제이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조치를 취하셔야 하옵니다. 병판의 말대로 구휼미를 내려주시옵소서.”

 

 좌의정 윤선호 또한 동의를 했다.

 

 “전하, 백성들은 지금 전하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사옵니다. 전하, 과거 폐주 유성군은 기근이 들면 그해 구휼미를 내려 저들을 구제했사옵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도...”

 

 “뭐라? 유성군? 이판, 지금 유성군이라고 하였소?”

 

 이조판서 정지원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지원이 말하는 중 문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단어가 문조의 귀를 통과해갔다.

 

 ‘유성군’이라는 단어가 문조는 매우 거슬렸다.

 

 문조는 싸늘해졌다.

 

 가뜩이나 꿈에서 유성군을 그의 이름만 들어도 물방울처럼 터지는 문조이었는데 정지원이 그 바늘역할을 하며 물방울은 펑하고 터져버렸다.

 

 문조는 천천히 용상에서 일어나 정지원의 앞으로 다가갔다.

 

 “전, 전하.”

 

 문조는 다가오자 정지원은 당황했다.

 

 “그대는 지금 과인의 신하인가, 아님 폐주의 신하인가? 폐주보다 못한 임금이라고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인가?”

 

 “전, 전하. 소인은...”

 

 “그대는 지금 백성들을 잘 살피는 유성군은 왕다운 왕이고 과인은 백성하나도 돌보지 못하는 망나니 폭군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이 아니라 소인은...”

 

 정지원과 편전에 조정신료들은 문조의 눈치를 살폈다.

 

 “전하, 이판의 말은 그것이 아닙니다.”

 

 윤제혁이 정지원 대신 나섰다.

 

 “내가 지금 영상에게 물었소? 지금 과인은 이판에게 물었소. 그대가 이판인가?”

 

 문조는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정지원의 편을 드는 윤제혁을 다그쳤다.

 

 윤제혁은 문조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전하, 억지시옵니다. 이판은 그저...”

 

 “내 말 아직 안 끝났다! 과인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영상이 감히 과인의 말을 끊는가? 그대들이 감히 과인 머리 위에 있으려 하는가? 그대들이 감히 과인을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 내가 모를 줄 아시오? 은근슬쩍 그대들이 폐주를 입에 담으면서 과인과 폐주를 비교한다는 것을 말이야.”

 

 “전하...”

 

 문조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문조의 억지에 윤제혁과 조정신료들은 할 말들을 잃어버렸다.

 

 “구휼미를 내려달라? 병판, 과인에게 그리 말했소? 백성들이 굶는데 당연히, 당연히 임금으로써 구휼미를 내려야지, 암. 헌데, 그렇게 하면 저들은 나를 임금으로 인정을 해주는가? 지금도 유성군을 숨어서 칭송하는 자들인데 자비를 베풀어 줬다고 내게 충성을 다하겠는가?”

 

 “전하.”

 

 “아, 아니지 차라리 아예 병판이 용상에 앉으시게.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병판이니 누구보다 역사에 길이 남을 성군이 될 것이야.”

 

 급기야 정의영을 조롱하는 문조.

 

 “전하,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내 말이 틀렸는가? 하하하. 아니 그런가?”

 

 “전하.”

 

 정의영은 문조가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저들에게 구휼미를 내리는 문제는 임금인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대들이 감히 나설 일이 아니다. 그러니 다시는 내 앞에서 이 문제와 유성군을 꺼내지 말라.”

 

 “전하...”

 

 “영상! 한 마디라도 더 하는 날에는 반정공신이건 종친이건 지휘고아를 막론하고 모두 참수 할 것이다. 알겠느냐?”

 

 “...”

 

 “왜 대답이 없어!”

 

 “예, 예.”

 

 문조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며 편전 밖으로 나갔다.

 

 조정신료들은 무거운 침묵을 이어갔다.

 

 

 ***

 편전회의가 끝난 후 부원군 권인의 짐.

 

 영의정 윤제혁, 좌의정 윤선호, 우의정 김혁, 이조판서 정지원이 모여 한탄을 했다.

 

 병조판서 정의영도 있었으나 정의영은 그저 듣기만 했다.

 

 “금상의 억지가 나날이 심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대체 이게 몇 번째인지.”

 

 윤선호가 말했다.

 

 “상선의 말을 들어보니 어제도 선종대왕께서 나오는 악몽을 꾸신 것 같다고 하네.”

 

 윤제혁이 뒤를 이었다.

 

 “선종대왕의 유지를 어기고 이복형을 몰아내고 얻은 자리가 아닙니까. 당연히 불안해서 그러시겠지요.”

 

 김혁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실수를 했습니다. 유성군의 만행을 심판하러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이무기와 손을 잡았으니 말입니다. 영상대감, 차라리 유성군을 다시 옹립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니면 다른 왕자를 찾아...”

 

 “어허, 그 입 조심하시게. 누가 들으며 어쩌려고 그러시나? 유성군이 다시 복위 된다면 우리가 무사할 것 같은가? 우리 서인들부터 죽이겠다고 들 것이네.”

 

 정지원은 위험한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런 정지원의 입단속을 시키는 윤제혁.

 

 윤선호는 혹시나 밖에서 누가 들을까 주위를 살폈다.

 

 “답답해서 그럽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입니다. 원망할 필요 없습니다.”

 

 김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이러다 백성들의 원성을 우리가 다 듣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왜 저들의 원성을 듣고 있어야 합니까? 저들이 굶는 이유는 모두 김자영이 구휼미를 빼돌린 까닭이 아닙니까?”

 

 정지원이 말했다.

 

 “어디 구휼미를 빼돌린 사람이 그자뿐이겠습니까?”

 

 정의영이 윤선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병판? 누가 또 있소?”

 

 김혁이 물었다.

 

 “글쎄요. 본인이 더 잘 알겠지요.”

 

 정의영의 의미심장한 말에 윤선호는 뜨끔했다.

 

 정의영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자영과 더불어 윤선호, 이승복이 구휼미와 내탕고에 있는 재산을 빼돌렸다는 것을.

 

 하지만 심증일 뿐 확실한 증좌가 없었다.

 

 정의영의 입장에서는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만 저는 일어나 보겠습니다.”

 

 정의영이 일어났다.

 

 정의영은 모든 책임을 문조에게 전가시키는 이 자리가 불편했다.

 

 “아니, 병판 어디가시나?”

 

 윤제혁이 물었다.

 

 “할 말이 없어서 일어납니다. 대감들께서 사람들의 원망을 듣기 싫으시면 전하께서 하사하신 토지들을 모두 저들에게 돌려주시지요. 그럼, 되는 일이 아닙니까? 전하께서 반정공신들에게 하사하신 기름진 땅들은 모두 원래 저들의 것이니. 아까 편전회의에서 대사헌이 올해 가뭄이 들어서 그렇다고 하셨지요. 아닙니다. 올해는 가뭄은커녕 오히려 비도 잘 오고 풍년이었습니다. 부원군 대감의 곡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정의영의 말대로 누군가 구휼미를 빼돌린 원인도 있지만 반정공신들에게 과하게 내려진 토지도 한 몫을 했다.

 

 토지를 받은 반정공신들의 집들에는 곡식 차고 넘쳤다,

 

 “사람들이 굶는 이유는 가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농사지을 자신들의 땅을 반정공신들에게 뺏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뺏긴 땅에서 수확한 풍부한 곡식들을 모두 여러분들 곡간에 있으니 사람들이 굶을 수밖에 없지요.”

 

 정의영의 정곡을 찌른 말에 모두들 반박할 수가 없었다.

 

 “옛말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고래들의 권력싸움에 새우들의 등만 터졌으니 새우들이 원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전하께 책임을 전가하지 마시고요. 새우들의 원망을 듣기 싫으시면 고래 집들에 있는 곡식부터 푸세요. 그리고 조선의 사대부답게 양심을 가지시고요.”

 

 정의영은 윤선호에게 날리는 듯 경고 아닌 경고를 하며 나갔다.

 

 “이보게 병판, 병판! 저런 자를 보았나.”

 

 윤선호는 찔렸는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펄펄 날뛰었다.

 

 “병판의 말이 모두 옳은 소리입니다. 반정공신들의 욕심으로 일어난 일이니. 나도 우리 반정공신들이 받은 공이 과하다 여겨는 사람입니다.”

 

 김혁 또한 정의영의 뜻에 동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의영의 말이 모두 옳았으나 우의정 김혁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정의영의 말처럼 하기는 꺼려했다.

 

 운제혁, 윤선호 형제들은 자신의 곡간의 곡식을 들은 사람들에게 내주기는 싫었다.

 

 특히, 윤선호는 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원망하는 소리는 또 듣기 싫었다.

 

 이들은 문조와 간신 김자영을 비난했지만 김자영과 다를 것이 없는 것들이었다.

 

 

 ***

 그날 밤, 대전에서 술을 들이키는 문조.

 

 “쳐 죽일 것들.”

 

 문조는 들고 있던 술잔을 던졌다.

 

 “전하께서는?”

 

 소의 권 씨가 대전으로 와서 최상선에게 물었다.

 

 “안에 계시옵니다.”

 

 “전하께서 언제부터 술을 드시고 계셨나?”

 

 “아까 낮에 편전회의가 끝난 후부터 계속 드시고 계시옵니다.”

 

 “고해주시게.”

 

 “예, 마마. 전하, 소의마마께서 오셨사옵니다.”

 

 소의 권 씨가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소의 권 씨가 문 앞에 떨어진 문조가 던진 술잔을 발견하고는 그 술잔을 주워 문조의 곁으로 갔다.

 

 “오셨소?”

 

 “전하, 이러다 옥체가 상하시옵니다.”

 

 소의 권 씨는 술잔을 들고 안쓰러운 표정인 척하고 문조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소의 권 씨는 문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오늘 편전에서...”

 

 “다 들었습니다. 모두 잊으소서.”

 

 소의 권 씨는 손으로 문조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얘기했다.

 

 “소의, 나 좀 안아주시오.”

 

 문조는 소의 권 씨 쪽으로 몸을 기우려 그녀의 품속에 안겨 울었다.

 

 “예, 다 괜찮사옵니다. 모두 잊으시옵소서.”

 

 소의 권 씨는 자신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문조를 안쓰러운 척하며 위로 했다.

 

 “현실에서는 신료들이 날 괴롭히고 꿈에서는 아바마마와 유성군이 날 괴롭히오. 날, 날 좀 살려주시오.”

 

 문조는 소의 권 씨의 품속에서 하소연을 했다.

 

 “예, 다 아옵니다. 울지 마시옵소서. 전하께서 우시면 제 마음이 더 아픕니다.”

 

 “제일 나쁜 놈들은 백성들이오. 기껏 구휼미를 내려주면 뭐하나 원망이나 하고. 배은망덕한 것들.”

 

 “예, 맞습니다. 이 땅에서 살게 해준 것만으로 전하의 은덕에 감사해야 할 것들인데 말입니다.”

 

 소의 권 씨는 요망한 말로 울고 있는 문조를 달랬다.

 

 “중전마마, 고할까요?”

 

 “...”

 

 밖에서 현의왕후가 모든 대화내용을 다 듣고 있었다.

 

 “마마.”

 

 “아닐세. 전하께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게.”

 

 “예, 마마.”

 

 현의왕후는 언짢은 표정을 하고 돌아갔다.

 

 

 ***

 다음날 오후.

 

 천민촌에 살고 있는 양막돌이 며칠을 굶은 딸 소영을 위해서 딸과 함께 먹을 것을 구하러 저잣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양막돌은 맨 처음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국밥집에서는 쉰내가 난다는 이유로 소금만 맞고 쫓겨났다.

 

 그 다음으로 양막돌은 어떤 고래 등 같이 커 보이는 한옥 집으로 들어갔다.

 

 부잣집 같았다.

 

 그 집은 사람들이 치를 떠는 포도대장 김자영의 집이였다.

 

 김자영의 집은 궁궐처럼 크고 화려했다.

 

 포도대장의 집이라고는 믿기 힘든 크기의 집이였다.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들의 집보다 몇 배로 컸다.

 

 김자영의 집에는 귀한 타락(우유)과 돼지고기, 닭이 있었고, 바다만한 곡간이 세 개가 있었으며, 그 세 개의 곡간에는 전국팔도에 있는 사람들이 족히 3년은 먹을 수 있는 쌀가마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곡간 옆에는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금 다섯 상자와 은 다섯 상자 등 국고로 가야 할 돈들이 들어있었다.

 

 천민 양막돌은 딸 소영을 위해서 마지막한 희망을 갖고 김자영의 집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저것 좀 봐! 완판남 집에 들어가고 있어.”

 

 “아이고, 이를 어째.”

 

 “좀 말려 봐야 하는 거 아냐?”

 

 양막돌과 소영이 김자영의 집으로 들어가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경악을 하며 양막돌부녀를 걱정했다.

 

 김자영은 자신보다 힘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욕하면 마치 본인이 임금이라도 된 듯 자신을 욕하는 것은 감히 임금을 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앞세워 문조의 허락 없이 자기마음대로 그들을 의금부로 압송하고 형벌을 가하고 괴롭혔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완.판.남(완벽하게 판때기를 때려주고 싶은 남자)’이었다.

 

 그런 집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천민 양막돌이 들어가니 사람들이 경악하고 그들 부녀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저, 저기 계십니까?”

 

 양막돌은 들어가자마자 힘이 없는 목소리로 바로 앞에 있는 가노에게 물었다.

 

 “아우, 냄새! 댁은 뉘시오?”

 

 마당을 쓸고 있던 가노가 코를 막고 양막돌에게 물었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 저희 딸이 며칠을 굶었습니다. 먹을 것 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미안하지만 여기 있는 것들은 다 이 댁 어르신 거라 우리도 함부로 줄 수가 없네. 미안하네. 돌아가시게.”

 

 “저기,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양막돌이 가노의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

 

 “어우, 이게 무슨 냄새야?”

 

 방에 있던 김자영이 코를 막으며 나왔다.

 

 “어르신 나오셨습니까?”

 

 또 다른 가노가 김자영에게 다가가서 신발을 갖다 놓으면서 말했다.

 

 “김서방, 그 자네 뒤에 있는 자는 누군가?”

 

 “먹을 것을 달라고 온 천민 같습니다.”

 

 옆에 있던 가노가 대신 대답했다.

 

 “뭐라? 천민? 어디 감히 냄새나는 천민주제에 여기를 왔다는 것이야!”

 

 김자영이 호통을 쳤다.

 

 “저 어, 어른신. 머, 먹을 것 좀 주십시오. 저희 딸이 며칠을 굶어서 그럽니다. 먹을 것을 주시면 그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양막돌이 김자영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뭐? 은혜? 은혜는 개뿔. 갚을 수는 있냐?”

 

 “그, 그것이.”

 

 “어우, 썩은 내. 뭐하느냐? 저 놈을 당장 잡아라!”

 

 가노들은 어쩔 수 없이 김자영이 시키는 대로 양막돌을 붙잡았다.

 

 “왜 이러십니까? 소인이 무슨 잘 못을 했다고 이러십니까?”

 

 “무슨 잘못? 네 놈 냄새 때문에 내가 우리 집이랑 내가 매우 불쾌해졌다. 그게 네 놈의 죄야! 여봐라, 저 놈을 매우 매질을 해라! 당장!”

 

 김자영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가노들에게 양막돌을 매질을 하라고 명했다.

 

 가노들은 김자영의 명에 잠시 주춤하다가 김자영이 시키는 대로 했다.

 

 김자영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악! 악! 악!”

 

 가노들은 김자영의 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두꺼운 몽둥이를 들고 와서 양막돌에게 매질을 시작했다.

 

 “저희 아버지 풀어주셔요. 풀어주십시오.”

 

 양막돌의 딸 소영이 김자영에게 달려가서 그의 바지가락을 잡고 울부짖었다.

 

 “이런 썩은 요망한 계집년 같으니라고. 감히 내 옷을 더럽혀?”

 

 김자영은 자신의 옷을 더럽혔다는 불쾌감을 표출하며 어린소영의 뺨을 때리고 가슴을 발로 세게 차는 만행을 저질렀다.

 

 나이 어린 소영은 그대로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며 울었다.

 

 “악! 소, 소영아! 이런 천하의 나쁜 놈! 네가 뭔데 내 딸을 때려!”

 

 소영이 맞자 양막돌은 맞으면서 김자영에게 욕을 하며 분노했다.

 

 자신을 때리는 것은 참을 수 있었으나 딸까지 때리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양막돌은 마음 같아서 김자영에게 욕이 아닌 총알을 행사하고 싶었다.

 

 김자영을 죽이고 싶었다.

 

 “뭐? 노, 놈? 네 놈이 감히 양반인 나를 욕을 해? 그래, 내 오늘 양반인 나를 모욕한 죄를 물을 것이다! 저 놈의 숨이 끊어 질 때 까지 매질을 계속해라!”

 

 “악! 악! 악!”

 

 김자영은 자신의 잘 못을 생각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김자영의 이런 만행은 밖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소영은 아비를 살리기 위해 맞은 가슴을 붙잡고 밖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소영의 도움을 들어주지 않았다. 외면해 버렸다.

 

 사람들도 속으로 도와주고 싶었으나 괜히 나섰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소영의 도움을 외면해 버렸다.

 

 소영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곧 바도 사람들을 뚫고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

 소영은 맞은 가슴을 붙잡고 한참을 뛰었다.

 

 아버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맞은 고통은 모두 잊어버렸다.

 

 그저 아버지 양막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달려 소영은 어떤 집에 도착했다.

 

 ‘쾅 쾅 쾅’

 

 소영은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소영이 문을 두드린 그 집은 병조판서 정의영의 집이었다.

 

 소영은 한빛의 집에서 언문(한글)을 배우는 아이였다.

 

 아는 양반집 한빛에게 도움을 청하면 도와 줄 것이라 여겼던 것이었다.

 

 “누구시오? 어머, 소영아!”

 

 은금이 문을 열었다. 은금은 우는 소영을 발견했다.

 

 “언니, 아, 아씨 좀 뵙게 해주세요.”

 

 소영은 울먹이면서 은금에게 한빛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 알았다. 들어오렴.”

 

 은금은 소영을 안으로 들이고 한빛이 있는 쪽으로 데려갔다.

 

 

 ***

 “아씨!”

 

 마침, 한빛이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소영이가.”

 

 방에서 나온 한빛은 은금 뒤에 있는 울고 있는 소영을 발견했다.

 

 울고 있는 소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소영의 눈높이에 맞게 앉았다.

 

 “아, 아씨.”

 

 소영이 한빛을 울먹거렸다.

 

 “왜, 왜 우는 것이야?”

 

 “저희, 저희 아버지 좀 살려주셔요.”

 

 “아버지? 아버지가 왜?”

 

 “저희 아버지 맞아 죽습니다.”

 

 “뭐?”

 

 소영은 김자영 집에 있었던 일들을 한빛에게 털어놓았다.

 

 한빛은 소영의 손을 잡고 은금과 함께 김자영의 집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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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9화-벽이 무너지는 순간 2021 / 3 / 5 249 0 9344   
9 제8화-피로 얼룩진 밤 2021 / 3 / 3 247 0 12484   
8 제7화-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잠시 잊혀 질 … 2021 / 2 / 26 240 0 7916   
7 제6화-내가 그대에게 다가갈 수 없는 이유 2021 / 2 / 24 241 0 14983   
6 제5화-내가...내가...그대를... 2021 / 2 / 22 247 0 15415   
5 제4화-사랑일까? 아니면... 2021 / 2 / 19 266 0 18165   
4 제3화-악몽(惡夢)2 2021 / 2 / 18 251 0 12616   
3 제2화-악몽(惡夢)1 2021 / 2 / 17 252 0 18236   
2 제1화-가을 밤 달빛 아래 2021 / 2 / 16 255 0 16336   
1 제0화-정변의 밤 2021 / 2 / 15 448 0 1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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