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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10)
작성일 : 16-10-28 21:03     조회 : 414     추천 : 0     분량 : 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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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소설 을의 연애의 여주 진하는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을의 신분이다. 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을의 입장을 고수하며 을이 받는 부당함을 그저 감내하는 캐릭터이다.

 

 을의 연애의 남주라고 생각했던 승준은 남주가 아니다. 그는 허울 멀쩡한 얼굴을 하고서는 을인 진하를 착취하는 캐릭터였다. 어떻게 보면 초반 독자를 속이기 위한 작가의 페이크라고 할 수도 있다.

 

 진하는 승준에게 호감을 느낀다. 승준은 갑의 입장에서 을인 진하가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공수표를 여러 번 날리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는, 다소 멀리 간 말에도 진하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럴 만도 했다. 이런 저런 진상 고객들에 시달리며 별의별 거지같은 경우를 다 겪었는데. 승준이 하는 말은 면역이 되어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는 것이다.

 

 그런 진하와 승준의 관계를 마땅찮게 보는 남자가 있었다. 카페에 새로 들어오게 되는 알바생 수혁이다. 수혁은 커피라는 존재 자체가 좋아서 카페에서 일하게 된 괴짜 같은 캐릭터이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한 사람. 그래서 초반에는 다른 직원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수혁이 오자마자 한 소리가 커피가 맛없다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혁은 카페 내에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초반에 커피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했던 의견이 받아들여졌고 덕분에 카페의 매출 또한 늘게 되었다. 단순하게 자리가 필요해서 카페를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승준이 온 이후에는 커피의 맛과 디저트의 품질 때문에 카페를 찾는다는 손님이 늘어갔다.

 

 그만큼 기대가 많은 탓에 진상들도 속속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을의 연애에는 다수의 갑이 존재했다. 대부분의 갑은 손님들이었다. 소문 듣고 왔는데 생각보다 별 것 아니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부터, 카페 안에서 간난 아기의 똥 기저귀를 가는 엄마들까지.

 

 진하는 그 모든 진상들을 고객님이라는 생각 하나로 참아 넘겼다. 손님은 왕이라 말하는 승준의 생각을 들어오면서 부당해도 억누르고 참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진 탓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뒤집어지는 계기가 생긴다. 그 날은 진하와 수혁이 함께 처음으로 근무를 하는 날이었다. 마감조였고 그들은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페 마감 10분 전에 노트북을 든 손님 한 명이 들어온다. 체크 남방을 입고 뿔테 안경을 쓴 다소 통통한 체구의 남자는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서 그대로 일을 시작한다.

 

 앞에서 눈치를 주고 불을 꺼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상황을 원했다는 것처럼 손님은 오히려 작업에 몰두했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릴수록 진하와 수혁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만 갔다.

 

 처음 그렇게 나타난 손님에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퇴근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눈치 없는 손님 덕분에 수혁과 함께 할 시간이 생긴 진하는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처음 대응이 그랬던 탓이었는지 체크 남방은 매일 마감 시간 근처가 되면 어슬렁거리며 노트북을 안고 등장했다. 제3의 존재에 의해서 마감조의 퇴근은 계속 늦어지고, 근무 아닌 근무 시간이 길어져 버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마감조를 원하지 않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 버린 것.

 

 결국 미루고 미루는 공방 끝에 가장 불만을 적게 표현한 진하와 가장 최근에 입사한 수혁이 마감조를 떠안게 되어버린다. 카페 내에서 또 을의 입장을 유지하던 두 사람이 떠밀리듯 마감을 하게 된 것이다.

 

 승준은 미안한 마음에 그들과 함께 있겠다고 하지만 본심은 진하와 수혁 두 사람만 두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두 사람이 점점 친해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위기감을 느끼는데.

 

 그 날 사고가 터져버렸다. 수혁은 계속 힘들어하며 스트레스 받는 진하의 모습에 용기 내어 체크 남방의 진상 고객에게 말한다.

 

 “저희도 퇴근을 해야 합니다.”

 

 그런 수혁에게 음료 값에는 자릿세가 포함되어있는 것이 아니냐며 괴변을 펼치는 고객. 결국 두 사람 사이에서 제대로 된 불이 붙고 주먹다짐까지 하게 되는데.

 

 승준은 왕과 같은 고객에게 주먹질을 했다며 수혁을 카페에서 내쫓듯이 해고한다. 그러면서 진하에게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긴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가 느꼈던 위기감은 속으로 교묘하게 감추면서 말이다.

 

 그러나 진하는 사건을 계기로 달라졌다. 진하는 용기를 내어 손님과 노동환경의 부당함을 말하던 수혁의 모습에 지금까지 그녀가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것은 진상 고객이었고, 수혁은 정당한 권리를 말한 것이었다. 게다가 완벽에 가까운 맛있는 커피도 구분하지 못하는 싸구려 입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던 원고에 방해를 받았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할 거라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무척이나 추한 모습이었다. 그런 고객을 왕으로 모셔야 하는 거라면 이깟 일 하지 않는 게 훨씬 낫겠다.

 

 이제 진하에게 승준의 감언이설은 통하지 않았다. 멋져 보였던 승준은 없었다. 을에게 궤변을 늘어놓는 또 다른 갑이 보였을 뿐이다. 갑에게 착취당하는 연애 따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사람을 좋아했던 적은 없다.

 

 진하는 카페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수혁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녀도 일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다. 승준은 진하를 설득했지만 이미 틀어진 진하의 마음은 승준을 향하지 않았다.

 

 대신 무척이나 멋졌던 수혁을 찾는다.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에도 수혁은 씩씩하게 잘 살고 있었다. 그는 을이었지만 을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새벽에 신문배달을 해도, 우유배달을 해도,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해도 멋진 사람이었다. 갑과 을의 관계였지만 그는 갑에게 굽실거리는 을이 아니었다.

 

 오히려 떳떳한 입장에서 권리를 주장할 줄 아는 을이었기에 멋진 것이었다. 진하는 그 을에게 고백한다. 그녀 또한 당당한 을의 입장에서 사랑하고 싶다는 욕구를 시원하게 드러낸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그 둘을 만나게 해 주었던 카페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그들과 비슷한 성향의 주인이 있는 작은 카페에서, 가끔 나타나는 진상은 시원하게 퇴치하고 소금도 뿌려가면서. 향긋한 커피를 내리는 일, 보다 맛있는 디저트를 내놓는 일에 중심을 두면서 즐겁게 일을 하고 사랑도 이어나가게 된다.

 

 

 

 

 

 “두 명의 을이 만나서 을이 없는 연애를 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핵심이었어. 그러니까 네가 견디기 힘들어 했던 그 남자는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거지.”

 “그나마 다행이군요. 이 정도 내용이라면 에리카도 문제없이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노노, 그건 아니지. 이건 내가 요약을 해서 말하니까 이 정도인 거야. 사실은 진상 고객 나올 때마다 이를 드득 갈게 된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거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체크 남방의 진상고객은 조안나와 에리카가 개입하면서 만들어낸 허구의 진상 캐릭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레이널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이 지금 만나고 있는 진상이 극의 주요 전환점이 되는 주요 캐릭터였다. 게다가 싸움에 같이 휘말려있던 남자 직원이 을의 연애의 남주 수혁인 것 같다.

 

 조안나와 에리카가 이야기를 엉망으로 흘려보내고 있었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제대로 된 루트를 지키고 있었다. 로맨스가 없는 을의 반란이라는 것은 여전히 문제이지만.

 

 “아무튼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맞지? 곧 퇴근 시간이라고. 너도 에리카가 정시 퇴근할 수 있게 도와야 하지 않겠어?”

 “네, 안 그래도 이제 전달할 생각입니다.”

 “내가 도왔으니까 나중에 한 턱 크게 쏘라고!”

 

 헤롤드는 레이널드의 말을 못 들은 척 귀를 후볐다. 쏘려면 사서장인 레이널드가 쏘는 게 맞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사서장이 아니면 누가 일을 한단 말인가.

 

 “뭐! 뭐야, 그 안 들린다는 제스쳐는.”

 “오랜만에 사서장님 일하게 해 드렸지 않습니까. 월급 루팡으로 살지 않게 해 드린 것으로도 사서장님은 저에게 충분히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 역시 나 헤롤드에게 미움 받고 있구나.”

 “알면 다행입니다.”

 “도와줬는데 돌아오는 말이 이런 말이라니!!! 이게 뭐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라고!!”

 “일단 고맙습니다.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면 보고하겠습니다. 그러니 사서장님은 퇴근 준비나 하시죠.”

 “아, 퇴근해야지! 그러면 나중에 보고해 줘.”

 

 레이널드는 퇴근이라는 말에 헛소리를 모두 접고 촐랑맞은 발걸음으로 리얼북 서고를 떠났다. 헤롤드는 나이에 맞지 않게 발랄한 레이널드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뭐, 을의 연애에 나오는 승준 같은 캐릭터에 비하면 레이널드가 훨씬 나은 것 같기는 하다. 윗선에서 아랫사람을 갈구는 갑의 횡포 같은 것은 없으니 말이다.

 

 이제 에리카가 이야기를 리셋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전달해야겠다. 헤롤드가 키퍼 전용 무전기를 살폈다. 이미 여러 번의 무전이 들어와 있었다. 발신인은 에리카였다. 레이널드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하다보니 무전이 무음으로 돌아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에리카, 무슨 일이야?”

 「왜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거야? 나 지금 너무 당황스럽다고!」

 “무슨 일인데 그래?”

 「아무래도 내가 스위치를 건드린 것 같아.」

 “뭐라고?”

 

 헤롤드가 본 을의 반란의 마지막 장면은 에리카가 진상고객의 노트북에 있던 소설을 전부 지워버린 후 저장한 것이었다.

 

 “아……”

 

 헤롤드는 탄식했다. 체크 남방의 진상고객은 극의 주요 전환점이 되는 캐릭터였다. 승준을 향하던 진하의 마음이 수혁으로 넘어가는 주요한 계기가 되는 인물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은 바뀌지 않아야 했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바뀌면 안 된다는 것을 뜻했다.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기점이면서 독자의 손에 닿지 않을 물건은. 노트북이다.

 

 “에리카. 노트북이 버튼이었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나도 이야기에 개입된 상황이어서 그런지 노트북을 만짐과 동시에 튕기듯 밀려났어. 이미 나는 그 이야기 속에 없는 사람이야. 나 튕겼어!」

 

 이런, 이렇게 되면 에리카는 이번 임무 실패다. 헤롤드는 인상을 팍 썼다. 아, 결국 또 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거잖아!

 

 이야기만 전달하면 쉽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에리카의 손이 너무나 빨랐다. 그래, 작가의 뜻도 알겠다. 이야기가 망가질 순간, 리셋하기에 이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작가가 천재다.

 

 “에리카, 내가 들어가서 해결한다. 조금만 기다려. 조안나가 리셋을 누르게 할 테니까.”

 「일 꼬아놔서 미안해. 부탁 좀 할게.」

 

 헤롤드는 한숨을 삼키고 리얼북 안으로 진입했다. 차가운 공기를 거쳐 커피향이 감도는 카페에 들어서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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