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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달빛이 그린 나라
작가 : 서늘솔길
작품등록일 : 2021.2.15

신개념 설렘 가득 첫사랑 로맨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치유 로맨스!!!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 볼수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

17세기 우리나라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조선 제 16대 임금 인조의 아들인 소현세자와 그의 부인 세자빈 강 씨(강빈)의 삶과 사랑을 소설 속 가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현세자와 강빈 부부를 삶과 그들이 하고자 했던 꿈을 이야기 하는 동시에 그 시대에 사람들이 격은 고통, 삶을 들여다본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 한 소설로 실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 등과 많이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제0화-정변의 밤
작성일 : 21-02-15 16:12     조회 : 446     추천 : 0     분량 : 1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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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이 달빛을 가리던 밤.

 

 어둡고 쓸쓸한 날씨 사람들은 모두 잠들고 불이 켜진 집이 없는 밤.

 

 차가운 안개가 뿌옇게 집 사이사이에 끼어있고 그 속을 뚫고 군복을 입은 두 사내가 사병들을 데리고 말을 타고 안개 속을 달려가고 있었다.

 

 사내들의 정체는 병조판서 윤선호와 그의 형 좌의정 윤제혁.

 

 그들이 달려간 곳은 선왕의 아들이자 현 임금 유성군의 이복동생인 덕성군(훗날 문조)의 집.

 

 그들은 오늘밤 현 임금인 유성군을 폐위시키고 덕성군(문조)을 옹립하기 위해 반정의 머리인 덕성군의 집에 가고 있었다.

 

 

 ***

 안개를 맞으며 도착한 덕성군의 집.

 

 그런데 두 사람을 처음 맞이한 것은 덕성군이 아니라 본인들이 데리고 온 사병들의 수보다 많은 일렬로 서있는 군사들이였다.

 

 윤제혁과 윤선호는 멈칫했다.

 

 그리고 군사들 앞에 당당히 서있는 덕성군을 발견하고 발 빠르게 달려가 덕성군을 불렀다.

 

 “대감.”

 

 “하하, 오셨습니까? 병판대감, 좌상대감.”

 

 덕성군은 윤제혁과 윤선호를 반겼다.

 

 “군사들이 많습니다.”

 

 “장인어른과 이판대감께서 보내주신 사병들입니다.”

 

 군사들의 정체는 덕성군의 장인인 권인과 이조판서 정지원이 데리고 온 사병들이였다.

 

 윤제혁과 윤선호 두 형제는 든든하면서도 반정 성공 후 일등공신의 자리를 뺏길까봐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빨리 궐 안으로 들어가 보위에 용상에 오를 준비를 하셔야지요.”

 

 윤선호가 덕성군을 재촉했다.

 

 “아닙니다. 나 혼자 궐 안에 들어가서 무얼 합니까. 일단 다 같이 궐로 들어가 창덕궁 주인부터 내쫓고 봐야지. 자, 이제 모두 모였으니 궐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성질 급한 윤선호를 진정시킨 덕성군.

 

 그리고 오늘 깊고도 깊은 이 밤을 함께할 반정 군들의 다짐을 받기 위해 단상위로 오르는 덕성군,

 

 “자, 이제 모두 칼과 총을 들라. 오늘밤, 승냥이 오랑캐인 후금과 손을 잡고 명국을 배반하고 어머니이신 대비께 불효를 행한 폭군 유성군을 용상에서 끌어 내릴 것이다. 조선의 새 하늘을 열 조선의 군사들아, 높이 높은 저 하늘을 보거라. 구름이 달빛을 가렸다.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구름은 옛날부터 백성이라고 했고 태양과 달은 임금이라 했다. 즉, 구름인 우리가 달인 유성군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달을 세울 수 있다는 징조다. 내일 날이 밝으면 새로운 세상, 새로운 조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목숨을 다 바쳐 죽기 살기로 싸워 유성군을 끌어내고 새로운 하늘을 열 준비가 되었는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준비 되었는가!”

 

 “예!”

 

 군사들은 다 함께 힘차게 대답했다.

 

 “모두들 새로운 세상을 만들 준비 되었느냐!”

 

 윤선호가 뒤를 이었다.

 

 “예!”

 

 반정 군들은 결의를 다졌다.

 

 “자, 이제 창덕궁으로 가서 용상에 앉아 있는 죄인 폭군 유성군을 끌어 내리자!”

 

 반정 군들의 우렁차고 결단력 있는 대답에 덕성군은 단단해졌다.

 

 “와!”

 

 “와!”

 

 “와!”

 

 덕성군의 말에 반정 반정군들은 다 함께 칼을 위아래로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덕성군은 반정 군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유성군이 있는 창덕궁으로 거침없이 향했다.

 

 

 ***

 반정 군들이 창덕궁을 출발한 같은 시각, 궐 안.

 

 유성군은 용포를 벗고 생모인 공빈 김 씨가 머물던 은혜당에 있었다.

 

 은혜당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는데, 유성군은 노란 은행잎이 달려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에 서있었다. 마치 오늘밤 폐위당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전하, 한참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돌아가신 공빈마마가 그리워서 서계셨습니까?”

 

 유성군을 어린 시절부터 모셨던 상선 한성호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래. 오늘따라 어머니가 몹시도 보고 싶구나.”

 

 유성군은 생모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렀다.

 

 약해진 그의 모습에 한성호는 심장이 무너졌다.

 

 “내가 가지고 오라는 것은 가지고 왔느냐?”

 

 유성군은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으며 말했다.

 

 “예, 전하.”

 

 한성호는 유성군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유성군은 그 상자를 받고 엎드려 은행나무 아래를 팠다. 그것을 은행나무 아래에 묻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한성호의 손을 잡는 유성군,

 

 “전하...”

 

 “성호야, 그동안 부족한 과인을 보살피고 챙기고 늘 소나무처럼 과인 곁에 있어 줘서 내 벚이 되어 주어서 고맙고 또 고맙구나.”

 

 유성군은 한성호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고마운 인사말을 담담하게 전했다.

 

 “전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한성호는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손을 어루만지고 있는 유성군의 손에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렸다.

 

 유성군은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은혜당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둘러보았다.

 

 다시는 살아생전 오지 못하는 이 곳.

 

 유성군은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이곳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에 담았다.

 

 

 ***

 덕성군이 직접 이끄는 반정 군들은 힘차게 달려 궐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궐 안에 있는 내금위 군사들과 칼과 총을 들고 싸우기 시작했다.

 

 창덕궁 안은 총소리와 내금위 군사들과 반정 군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덕성군 또한 윤선호, 윤제혁, 반정 군들과 함께 내금위 병사들의 목을 베어갔다.

 

 시간이 지나 반정 군들은 창덕을 완전히 장악을 했다.

 

 창덕궁 안은 어느새 금군들과 반정 군들의 피비린내로 진동을 했다.

 

 반정 군들의 수장인 덕성군의 칼에는 숨을 거둔 금군들의 피가 묻어있었다. 그는 가슴속에 천하나를 꺼내어 칼에 묻은 피를 닦은 후 칼을 높이 들어 뒤돌아서서 반정 군들에게 선포했다.

 

 “우리가 궐을 장악했다! 이제 이 나라는 우리 것이다!”

 

 “와!”

 

 “와!”

 

 “와!”

 

 덕성군의 말에 반정 군들은 칼을 위아래로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반정 군들과 함께 궐을 장악한 덕성군.

 

 이제 유성군의 목숨만 거두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의 남아 있는 숨만 거두면 세상은 덕성군의 것이다. 이제 그 하나만 끝내면.

 

 덕성군은 기쁨에 벅차올랐다.

 

 “마마, 마마.”

 

 덕성군이 기쁨에 벅차오를 때, 의금부도사 김자영이 달려왔다.

 

 궐로 향하기전 덕성군은 김자영에게 인정전(仁政殿 : 창덕궁의 정전)에서 유성군을 생포하라 명을 내렸다.

 

 그런데 김자영이 대전을 뒤졌는데도 유성군의 그림자하나 보이지 않았다.

 

 “마마, 큰일 났습니다. 폐주가 어디에도 보지지 않습니다. 대전 안을 다 뒤졌는데 그림자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인정전을 빠져나간 것 갔습니다.”

 

 김자영이 가지고 온 소식에 덕성군은 심란했다.

 

 이대로 유성군을 찾지 못한 채 날이 밝으면 자신이 지금 이 순간 행한 거사는 반정이 아니라 역모가 되기 때문.

 

 “너무 심란해하지 마시옵소서. 어디 멀리가지 못했을 겁니다. 폐주는 저희 찾을 테니 전하께서는 인정전으로 먼저 가계시옵소서.”

 

 “알겠소. 내 좌상만 믿으리다.”

 

 윤제혁이 심란해하는 덕성군을 안정시켰다.

 

 “병판 자네는 군사들과 함께 은혜당으로 가시게. 나는 대조전으로 갈 것이니.”

 

 “알겠습니다, 대감.”

 

 윤제혁과 윤선호는 폐주를 찾기 위해 반정군들과 함께 대조전(大造殿 : 왕비의 처소)과 은혜당으로 각각 향했다.

 

 그리고 덕성군은 반정 군들이 유성군을 찾는 동안 인정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인정전에 도착한 덕성군.

 

 그는 넓으면서 길고 무거운 공기가 떠있는 편전을 가볍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덕성군은 마침내 꿈에 바라던 용상 앞에 서게 되었다.

 

 용상을 가진 덕성군에게는 한 치의 망설임 따윈 없었다.

 

 덕성군은 용상에 앉았다.

 

 그리고 편전을 천천히 둘러보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

 한편, 같은 시각.

 

 또 다른 반정의 주모자 이조판서 정지원, 대제학 권인, 호조판서 김혁 등이 서궁에 유폐되어있는 대비 김 씨(선종의 계비)에게 무릎을 꿇고 앉으며 옥새를 내밀었다.

 

 “대비마마, 옥쇄이옵니다.”

 

 “...”

 

 대비는 한숨만 쉬며 옥새만을 바라봤다.

 

 “마마, 마마께서 의지를 내리셔야 오늘밤 금상을 용상에서 끌어 내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마마께서 빨리 결단을 내려주시옵소서.”

 

 권인이 말했다.

 

 “유성군이 폐위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소?”

 

 “마마.”

 

 “주상을 폐위시키면 죽은 내 아들이 돌아옵니까?”

 

 대비의 목소리에는 한이 서렸다.

 

 “마마.”

 

 “말씀을 해보세요. 금상을 끌어내리고 덕성군을 옹립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내 아들, 내 아들 의가 살아서 이 어미 앞에 돌아 오냐 물었습니다. 주상을 폐위시키고 덕성군을 옹립한다고 해도 그 누구를 옹립한다고 해도 억울하게 죽은 내 아들은 절대, 절대 살아올 수가 없어요! 차디찬 땅에 묻힌 그 아이는 내 앞에 다시는 올 수 없습니다! 난 아직도 죽기 전 유배를 떠나는 그 아이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꿈에 나옵니다. 이 어미가 걱정 할까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짓고 강화도로 떠나는 그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밤마다 꿈에 나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한이 맺혔을까.”

 

 대비는 권인에게 울분을 토했다.

 

 “마마, 금상이 폐위 된다고 해서 돌아가신 대군께서 살아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금상이 폐위 된다면 대군의 혼이 그 한을 조금 풀지 않겠습니까?”

 

 “대군이 한을 푼다?”

 

 “예, 마마.”

 

 “...”

 

 “마마, 그러니 대군께서 한을 풀 수 있도록 마마께서 도와주셔야하지 않겠습니까?”

 

 권인은 대비를 설득시켰다.

 

 “마마, 날이 밝기 전에 유성군을 폐위하고 덕성군을 새 임금으로 옹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리시어 대군의 한을 풀어주시옵소서.”

 

 “...”

 

 권인의 설득이 통했을까, 대비는 그의 말에 말려들었다.

 

 “마마, 시간이 없사옵니다. 대군의 한을 풀어드려야지요.”

 

 “대군의 한을 풀어주시옵소서, 마마.”

 

 정지원, 김혁 또한 같이 엎드리면서 그녀를 설득시켰다.

 

 “알겠소.”

 

 결국, 세 사람의 질긴 설득에 대비는 덕성군을 새 임금으로 세우겠다는 교지를 쓰기 시작했다.

 

 

 ***

 한편, 반정 군들을 이끌고 은혜당에 도착한 윤선호,

 

 “은혜당을 빠짐없이 뒤져 폐주를 찾아내라!”

 

 “예!”

 

 윤선호의 명에 반정 군들은 은혜당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를 찾으시나 병판?”

 

 반정 군들이 뒤지기 시작하자 유성군이 은혜당에 전각 안에서 스스로 두 발로 나왔다.

 

 그가 스스로 나오자 윤선호는 순간 경직되었다.

 

 반정군들은 칼을 빼들어 유성군을 둘러쌌다.

 

 유성군은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평온한 표정을 하고 윤선호 앞으로 걸어갔다.

 

 “나를 찾으시나?”

 

 유성군은 생각보다 담담하고 당당했다. 그런 유성군의 모습에 윤선호는 잠시 말을 잃었다.

 

 “병판, 내가 묻지 않나? 이제 곧 폐위 될 몸이라고 벌써 내말을 무시하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군을 찾고 있던 것이 맞소이다.”

 

 “그렇군.”

 

 ‘전하’라는 호칭이 아닌 ‘군’이라는 호칭을 쓰는 윤선호에 허탈함을 느끼는 유성군.

 

 “병판, 내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소.”

 

 “말씀하시오.”

 

 “아무리 내가 폐위된 죄인이나 자네가 주군으로 모셨던 사람이네. 내 두 발로 가면 안 되겠나?”

 

 유성군의 부탁에 잠시 고민을 하는 윤선호.

 

 “내 이리 부탁함세.”

 

 간절하게 부탁하는 유성군.

 

 “그러시지요.”

 

 간절하게 부탁을 하자 그래도 안쓰러웠는지 그의 마지막부탁을 들어주는 윤선호.

 

 이 광경을 멀리서 김자영이 보고 덕성군이 있는 인정전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다.

 

 

 ***

 김자영을 통해 유성군이 인정전을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덕성군은 김자영에게 유성군을 찾았으니 모두 인정전으로 모이라는 명을 전하라고 했다.

 

 명은 빠르게 모두에게 전달되었고 마침, 대비에게 의지를 받고 궐로 들어온 권인, 김혁, 정지원 등과 함께 인정전으로 옮겼다.

 

 

 ***

 잠시 후, 유성군이 윤선호와 함께 인정전에 도착했다. 그는 편전으로 들어갔다.

 

 편전에는 덕성군이 용상에 앉아 있었다.

 

 유성군은 용상에 앉은 덕성군을 보며 걸어갔다.

 

 “잘 오셨소, 형님. 어떻소? 용상에 앉아있는 내 모습이 형님보다는 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아니 그렇소?”

 

 유성군은 조롱하는 덕성군.

 

 “그래, 참으로 잘 어울리는 구나. 헌데, 새 임금은 어디가고 덕성 네가 거길 왜 앉아 있느냐?”

 

 “몰라서 묻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날 조롱하려고 묻는 것인가? 내가 새 임금이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 패자라고 얕잡아 봤던 내가 이 나라의 새로운 임...”

 

 “하하하”

 

 덕성군의 말을 듣고 유성군은 크게 아주 크게 비웃었다.

 

 덕성군은 언짢았다.

 

 “웃어? 내 말에 비웃는 것인가?”

 

 덕성군은 이를 악물었다.

 

 “아, 미안하구나. 네 말이 너무 웃겨서 웃었다.”

 

 “웃기다? 내말이? 그대 드디어 미쳤군.”

 

 “웃기질 않느냐? 임금이 될 자격도 명분도 없는 네가 임금이라니. 하하하.”

 

 “그만 쳐 웃으시오! 이리되니 실성을 하셨소?”

 

 “원(덕성군의 이름)아 임금이 뭐라 생각하느냐? 용상에 앉았다고 다 임금이더냐? 아니, 아니야. 임금이란 백성들을 사랑할 수 있는 자가 임금인 것이다. 민심 하나도 관심이 없는 네가 임금의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용상에 앉아 이 나라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나라를 이 땅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또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이 있었기 때문에 나라가 만들어 진 것이고 백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줄 왕 또한 만들어 진 것이다. 임금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보다 더 백성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보다 백성들의 삶을 지키는 것. 자신의 권력을 보장하는 것보다 더 백성들을 안전의 보장해주는 것. 자신의 욕심 때문에 백성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것. 그것이 임금이다. 그런데 고작 네 욕심 때문에 네 권력욕 때문에 용상에 앉으려는 네가 임금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다고 생각해? 아니...”

 

 “그만! 그만 그 입 닥쳐라!”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빌 줄 알았던 유성군이 역으로 자신에게 충고를 하자 분노를 하며 일어나는 덕성군.

 

 덕성군의 분노에도 거침이 없는 유성군.

 

 유성군에는 이제 내일 따위는 없었다.

 

 “아니, 넌 용상에 앉을 자격이 없어. 난 이제 폐위가 됐으니 네가 어떻게 정무를 볼지 상관은 없다만 너 때문에 황폐해 질 이 나라가 걱정이구나. 네가 임금이 된다면 곧 너는 이 나라 조선에 먹구름을 들어 놓게 될 것이다. 너 때문에 백성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고 또한 너 때문에 이 땅에 황폐해 질 것이다.”

 

 “그만! 그만하시오!”

 

 당당하게 유성군은 덕성군에게 일침을 가했다.

 

 덕성군은 유성군의 일침에 자존심이 짓밟혔다.

 

 “닥치시오! 그렇게 말해봤자 그대는 이미 폐위 된 군주고 패자다. 장인어른은 무얼 하고 계십니까? 어서 대비마마께서 내리신 교지를 읽으세요!”

 

 어서 빨리 유성군을 자신의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은 덕성군이었다.

 

 “대비께서 내리시는 교지입니다.”

 

 유성군은 교지를 받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교지의 내용을 다음과 같았다.

 

 

 「폐주 유성군은 지난날 선왕이신 선종대왕께서 승하하신 뒤 선종대왕의 장자이자 세자라는 명분으로 보위에 올랐다. 보위에 오른 뒤 그의 행실은 어떠했는가? 그대의 어미인 나 대비 김 씨를 폐위시키는 불효를 행했고 선왕의 아들들을 모두 살육했다. 그리고 명국의 배반하는 배은망덕한 일 저지르고 종국에는 이이첨(북인의 수장) 같은 간신배를 처단하지도 않고 오히려 가까이 두었다. 하여, 나 대비 김 씨는 이 나라의 종묘사직과 안위를 생각하여 금일 구월 십일에 유성군 이환을 폐하여 서인으로 삼는다.」

 

 

 “대비마마의 명 받들겠나이다.”

 

 유성군은 대비가 내린 교지를 담담하게 받아 드렸다.

 

 “뭣 들 하는 것이냐! 폐주가 교지를 받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서 폐주를 끌고 가서 옥에 가둬라!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형할 것이다. 그러니 어서...”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안 된다? 왜?”

 

 “지난 날 중종(中宗, 조선 제11대 임금)대왕께서도 폐주 연산군(燕山君, 조선 제10대 임금)을 유배를 보냈을 뿐 참형에 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나라의 임금이었던 자이고 아직 저자를 임금으로 떠받드는 백성들이 넘칩니다. 처형은 아니 되옵니다.”

 

 윤제혁은 명분을 내세우며 유성군을 처형시키려는 덕성군을 막아섰다.

 

 “그래, 알았소. 허면 내일 아침까지 옥에 의금부에 가두고 날이 밝는 대로 제주로 유배를 보내라. 내 한 시라도 죄인의 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구나. 뭐 하느냐 어서 폐주를 끌어 내거라!”

 

 유성군은 스스로 나가겠다며 군사들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덕성군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며 당당하게 나갔다.

 

 ‘그래, 유성군 네가 내게 용상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했지? 내가 곧 이 땅에 먹구름을 들어 놓을 거라고 했지? 그래 내 보여 주마 내 반드시 네가 보는 앞에서 반드시 내가 용상에 앉을 자격이 있고 내가 먹구름을 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네가 들어놓은 먹구름을 치워주는 밝은 빛이 되어 주마. 그러니 똑똑히 지켜 보거라.’

 

 덕성군은 믿고 싶었다. 자신이 폭군을 몰아낸 것이라고 먹구름은 본인이 아니라 유성군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그 먹구름을 치어 줄 빛이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유성군이 했던 경고, 일침이 훗날 곧 자기 앞에 다가올 현실이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

 밤새 천둥번개가 요동치고 비바람이 세게 불었다.

 

 날이 밝자 궐 안과 밖에 물웅덩이가 있었다.

 

 그리고 밤새 진동을 했던 피비린내가 모두 빗물에 씻겨 가라앉았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푸르고 구름은 깨끗했다.

 

 하지만 가을 날씨답지 않게 겨울처럼 손발이 얼음이 될 만큼 춥고 쌀쌀했다.

 

 

 ***

 덕성군의 사가.

 

 “마님, 군부인 마님. 잠, 잠시만 나와 보셔요.”

 

 집 마당에 궁인들이 몰려와 있자 덕성군의 애첩인 권숙향(훗날 수빈 권 씨)이 본처인 덕성군부인 권 씨(훗날 현의왕후 권 씨)에게 불러냈다.

 

 “무슨 일이냐?”

 

 애첩 권 씨의 말에 덕성군부인 권 씨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덕성군부인은 마당에 서있는 궁인들과 문 밖에는 권 씨가 타고 갈 연(輦)과 덕성군의 자식들 화평군 이문(李門), 화경군 이민(李民), 이덕순(李悳淳), 이경(李景)이 타고 갈 가마를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아니, 한상궁이 아니십니까?”

 

 “예, 군부인마님.”

 

 “아니, 한상궁께서 여긴 어쩐 일이시오? 혹시, 우리 덕성군께서 정변에 실패를 하셨습니까? 그래서 우리를 잡으러 오셨습니까?”

 

 덕성군부인 권 씨는 두려웠다.

 

 실패했으면 자식들과 다 함께 역적으로 몰려 죽어야 했기에.

 

 “아니옵니다. 실패를 하셨다면 지금 이 곳에 저희들이 아니라 금군들이 서있었겠지요.”

 

 “아니라면 다행일세. 하오시면, 여기는 어쩐 일이오?”

 

 한상궁의 말에 덕성군부인 권 씨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군마님께서 보위에 오르셨나이다. 전하께서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들과 공주마마, 왕자아기씨를 모시고 오라는 명을 내리셔서 이리 왔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중전마마.”

 

 “감축드리옵니다, 중전마마.”

 

 한상궁이 엎드려 절을 하자 집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한상궁을 따라 절을 했다.

 

 “이를 기뻐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변이 실패로 끝나고 역적으로 몰려 자식들과 함께 생을 마감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덕성군부인 권 씨.

 

 그런데 반정에 성공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남의 자리를 뺏은 것 같아 내심 편하지 않았다.

 

 “중전마마, 더 이상 지체 하실 시간이 없사옵니다. 그만 궐로 들어갈 채비를 하셔야 합니다, 마마.”

 

 “아, 알겠네.”

 

 덕성군부인은 한상궁의 재촉에 일단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한상궁과 같이 온 궁녀들과 준비하기 위해 방안으로 들어갔다.

 

 

 ***

 궐 안.

 

 편전에 향하기 전, 윤제혁이 따로 덕성군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여기 어인일십니까?”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전하.”

 

 “드릴 말씀이라? 그래, 뭡니까?”

 

 “이번 인사에 병조참판을 병판에 앉히십시오, 전하.”

 

 윤제혁의 말에 놀라는 덕성군.

 

 병조참판은 정의영이다.

 

 정의영은 서인이기는 하나 다른 서인들과 다르게 중립을 기여하고 이번 반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집안은 흉년 때 마다 곡간을 풀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곡식과 식량을 나누어 주어 사람들이 임금보다 더 따르고 더 떠받드는 자이다.

 

 그런 정의영을 육조판서에 올리라니. 그것도 다른 자리도 아니고 병조판서에 앉히라니.

 

 “내가 왜 그리 해야 합니까? 병조참판은 이번 반정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뿐입니까. 나보다 유성군을 더 따르는 자입니다. 그건 자에게 병권을 줘라? 역모로 몰아 도성 밖으로 내쳐야 할 자를.”

 

 유성군은 기가 막히고 윤제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하, 정의영이 누군지 잊으셨습니까? 도성 백성들이 임금보다 더 따르고 존경하는 자입니다. 가뜩이나 이번 반정으로 민심이 어수선 한데 병조참판까지 내쳐보십시오.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낫이 밭이 아니라 전하를 향하게 될 것입니다.”

 

 윤제혁의 경고에 덕성군은 두려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덕성군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윤제혁은 끝까지 밀고 나갔다.

 

 윤제혁의 질김에 덕성군은 할 수없이 수락을 했다.

 

 “내 하나만 물읍시다.”

 

 고개를 끄덕이는 윤제혁.

 

 “백성들이 그리도 병조참판을 잘 따릅니까? 임금이 나보다? 폐주인 유성군보다?”

 

 “예, 그렇습니다.”

 

 “나 원 어이가 없어서. 난 임금입니다. 이렇게 까지 해서 백성들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천하기 천한 백성들이기는 하나 자칫 잘못했다가는 불화살보다 더 뜨겁고 참고 참다 터지면 용암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백성들이고 그것이 민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가 없지요, 그들을 완전히 우리 밑으로 복속시키려면,”

 

 덕성군은 윤제혁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열이 났다.

 

 

 ***

 덕성군이 보위에 올랐다.

 

 늘 꿈에만 그리던 순간이었다.

 

 문조는 성대하고 화려한 즉위식을 원했다.

 

 하지만 사정이여이치 않아 할 수 없이 즉위식을 넘어가고 바로 대비 김 씨의 교지만 받고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주상전하 납시오!”

 

 임금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문조는 바로 용포를 입고 편전으로 향했다.

 

 “주상전하.”

 

 문조가 오자 편전에 있던 병조참판 정의영을 제외한 반정에 참여한 조정신료들은 자신들에게 내려질 공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문조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를 맞이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문조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는 줄 알고 기쁘게 용상에 앉았다.

 

 용상에 앉아마자 문조는 논공행상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자신과 함께 군사들을 이끌고 온 좌의정 윤제혁과 병조판서 윤선호를 각각 영의정과 좌의정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의 장인인 부원군 권인에게 토지와 노비를 하사했다.

 

 나머지 윤민준을 예조판서에 김혁을 우의정에 앉히면서 토지도 함께 하사했으며, 윤제혁의 말에 따라 내키지 않지만 정의영을 병조판서에 앉혔다.

 

 그런데 정지원은 그대로 이조판서다. 정지원에게는 쌀과 토지도 없었다.

 

 정지원은 속으로 섭섭했다.

 

 분명 어제 권인과 함께 병사들도 내주고 대비의 의지도 같이 받아냈는데 고작 전과 다를 것이 없는 이조판서라니.

 

 정지원은 불만이 가득했다.

 

 거기다 반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정의영을 병조판서에 앉혔다.

 

 정지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의영도 병조판서가 됐는데 반정공신인 자신은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토지와 노비 정도 받아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불만과 섭섭함은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반정이 끝이 난지 하루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괜히 불만을 말했다가 역적으로 몰리 수 있는 상황이라 정지원은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과하고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만이 가득한 논공행상이 끝나고 문조는 일어나 편전에서 나갔다.

 

 “포도대장.”

 

 “예, 전하.”

 

 “잠시 나를 좀 따라오시게.”

 

 문조는 편전에 나가자마자 포도대장 김자영과 함께 대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

 대전.

 

 “어떻게 찾았느냐?”

 

 문조가 김자영에게 물었다.

 

 “송구하옵니다. 은혜당을 다 찾아보았지만 상자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분명 은혜당에 있다. 그 놈이 은혜당 말고는 숨길 곳이 없을 것이다.”

 

 문조는 지난 밤 김자영에게 유성군이 아끼는 상자를 찾아오라고 명하였다. 그 상자의 정체는 지난 밤 유성군이 은혜당 은행나무아래에 묻은 그 상자다.

 

 “하온데, 전하. 그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습니까?”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죽은 김소원(소원(昭媛 : 내명부 정4품 후궁), 유성군의 총관후궁)의 말로는 뭔가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다고 한다. 분명, 돈이 될 만한 물건일 것이다.”

 

 문조는 유성군이 아끼는 상자이니 당연히 돈이라고 추측했다.

 

 “한성호! 그래, 한내관 그놈은 뭘 좀 알 것이 아니냐?”

 

 “저도 그럴 것 같아 한성호를 잡아 심문을 하였으나 오늘 아침에 가보니 그놈이 혀를 깨물고 자결하였습니다.”

 

 유성군의 마지막을 함께하던 한내관이 자결했다는 소식을 김자영을 통해 들은 문조는 더욱 그것이 유성군에게는 중요한 물건이라고 돈이 될 만한 물건이라고 확신했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 반드시.”

 

 “전하, 지금 폐주 유성군이 유배를 제주로 떠난다고 하옵니다.”

 

 대전 내관 최상선이 들어와 말했다.

 

 “그래? 알았다. 하하하.”

 

 유성군이 떠난 다는 소식에 대전이 떠나가라 웃는 문조.

 

 “전하 유성군이 떠난다고 하는데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좋은 구경을 놓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하하하. 난 이걸로 됐다. 살려두는 것이 내키지 않으나 뭐 됐다. 그래도 내 형님이신데 예는 지켜드려야지, 하하하.”

 

 문조가 크게 웃었다.

 

 문조가 웃자 김자영도 따라 같이 웃었다.

 

 “마마, 대왕대비마마.”

 

 그때, 대왕대비 김 씨가 대전으로 밀고 들어왔다.

 

 “대왕대비마마, 여긴 어쩐 일로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대왕대비가 들어오자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문조.

 

 “주상, 유성군 그놈이 유배를 간다고 합니다.”

 

 “예, 기쁜 일이 아닙니까?”

 

 문조는 대왕대비의 기분을 눈치 채지 못하고 미소로 대답했다.

 

 “기쁜 일라니!”

 

 “마, 마마.”

 

 “저 놈은 내 자식을 죽인 놈입니다. 사지를 찢고 오장육포를 다 들러내고 그 뼈를 부셔도 시원치 않은 놈입니다. 헌데 유배라니, 고작 유배라니!”

 

 대왕대비 김 씨는 유성군으로 인해 자식을 잃은 어머니이었다.

 

 자기 자식을 죽인 원수를 고작 유배만 보낸다니. 대왕대비는 문조에게 그 울분을 토하였다.

 

 “아우님의 일은 저도 안타까운 일이나...”

 

 “난 그리 못 합니다. 난 저놈이 한시라도 숨을 쉬는 꼴은 볼 수가 없소. 지금 당장 내 앞에서 그 놈을 내 앞에 데리고 오세요! 당장 데리고 오라는 말이...”

 

 “마마, 대왕대비마마.”

 

 “대왕대비마마.”

 

 대왕대비는 자기 분에 이기지 못해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런 대왕대비를 김장영과 문조가 부축하였다.

 

 

 ***

 한편, 궐 밖에서는 떠나는 유성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나와 있었다.

 

 유성군은 보위에 있는 동안 흉년이 들어 기근이 생길 때면 구휼미를 아낌없이 내려주고 양반들이 불법으로 빼앗아 갔던 질 좋은 토지를 다시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명나라의 무리한 요구들을 배척하고 후금과의 적당한 거리에서 유지하여 조선 땅에 전쟁이 일어나는 일을 막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유성군은 정의영과 더불어 희망이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보위를 동생에게 찬탈 당하다니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전하 나오십니다.”

 

 “전하.”

 

 “전하.”

 

 “전하.”

 

 누군가 유성군이 나온다는 말을 하자 너나 할 것 없이 흰 옷 소복을 입고 걸어가는 유성군의 모습을 보고 엎드려 통곡을 했다. 그리고 유성군은 그들을 바라봤다.

 

 ‘부디, 아무 죄 없는 이들이 다치지 않기를 피를 보지 않게 도와주소서.’

 

 떠나는 유성군은 자신을 보며 엎드려 통곡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들에게 아무 일 없게 해달라며 하늘에 빌었다.

 

 밝고 희망찬 유성군 치하의 조선은 권력욕이 많은 무능한 덕성군(문조)과 사대의 예만을 중요시한 서인세력들에 의해서 허망하게 저물어버렸다.

 

 

 -뒷이야기-

 유성군이 떠나고 그날 밤.

 

 대전에 문조가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들었다.

 

 현의왕후 권 씨였다.

 

 “으흠.”

 

 현의왕후 권 씨가 대전에 들자 문조는 반갑지 않다는 표현을 헛기침으로 대신했다.

 

 “으흠.”

 

 이는 현의왕후 권 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녀가 대전에 든 이유는 할 말이 있어서 이다.

 

 “말씀하시지요, 중전.”

 

 문조는 먼저 입을 땠다.

 

 “원자에게 가보십시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어디 아픕니까?”

 

 아들에게 가보라는 현의왕후의 말에 혹시 문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지 걱정하는 문조.

 

 “아픈 건 아니고 실은 궐에 들어오면서 백성들이 그러더이다. 파렴치라고. 그 말을 문이 듣고는...하...아이가 상처받았는지 하루종이 말이 없습니다.”

 

 현의왕후의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문조는 말이 없었다.

 

 “그러니 가서 위로를...”

 

 “나 또 무슨 일이라고.”

 

 문조는 별일 아닌 것처럼 대했다.

 

 자식이 상처 받았는데 아무렇지 않은 문조를 보고 현의왕후는 문조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자식이 상처받았습니다, 자식이요. 다른 자식도 아니고 전하의 자식이. 어찌 이리 남의 일처럼 말씀하십니까.”

 

 “내가 언제 남처럼 대했다고. 그 정도 수군거리는 소리 누구나 받습니다. 이 아비의 뒤를 이을 녀석이 그깟 일로 상처받다니. 그냥 며칠 놔두십시오. 어린 아이니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입니다.”

 

 문조의 태도에 현의왕후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식이 상처를 받고 가슴에 대못이 박히며 부모도 따라서 대못이 박히기 마련이거늘. 이미 왕에 미쳐버린 문조에게는 그런 건 없었다.

 

 “그깟 일이라 하셨소? 며칠 있으면 잊어버린다고요? 만약, 며칠이 아니면 어쩌시렵니까? 그대가 용상에서 내려오시겠소?”

 

 “지금 그게 무슨...내가 왜? 내가 왜 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까?”

 

 현의왕후의 말에 문조는 당황했다.

 

 “당연히 내려와야지. 누구 때문에 아이의 마음에 대못이 박혔는데. 누구 때문에 우리가 파렴치 소리를 듣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데. 그대 때문 아니오? 그대가 책임을 지셔야지요.”

 

 “그게 어찌 내 책임인가? 애초에 그대가 자식새끼들 심성을 약하게 시킨 것을 어찌 그것을 내 책임으로 돌리는가? 부인네가 기만 세고 자식들을 저리 연약하게 키웠으니.”

 

 “허면, 그대는 뭐 다를 줄 아시나? 아비가 되가지고 언제 새끼들 따뜻하게 안아준 적 있소? 그리고 사내가 되가지고 매일 밤을 멍청이처럼 질질 짜기나 하고. 어제 밤에도 유성군께 한 마디 들으셨다면서요? 얼마나 못났으면 폐주에게 그런 소리를 듣누.”

 

 “지금 말 다했는가?”

 

 “아직 다 못했소!”

 

 문조와 현의왕후. 두 사람은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한 말들을 내뱉으며 서로를 향해 서로의 심장에 칼을 베고 생체기를 냈다.

 

 밖에서 궁인들이 다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면 따위는 다 벗어 던진 채.

 

 두 사람의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도성에 살아 숨 쉬는 생물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 날도 둘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궁인들이 듣든 말든 서로를 찢고 다투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피나게 다투면서도 한 가지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어느 한 명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인 것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말들을 밖에서 열한 살 어린 자식 문이 귀를 막고 다 듣고 마음속 깊은 곳까지 상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의 말
 

 *이 소설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 한 소설로 실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 등과 많이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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