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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54화 <균열>
작성일 : 21-02-12 00:10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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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입안하신 내용들이나 참여하신 정책들이 굉장히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고 계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생각하고 말 게 있나요. 대중이 제 행보를 그렇게 봤다면, 그게 맞는 거겠죠.”

 “초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의원님이 이슈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해결책에 대한 발상은 엘리트의 틀 안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원인은 뭘까요?”

 “글쎄요. 소위 엘리트와 같은 곳에서 공부한 것은 맞지만, 그 엘리트들이 얽매이는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임기에서도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들을 많이 보이고 계십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일각에서는 저러다 칼 맞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들으실 정도로요.”

 “걱정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아무래도 어머님이신 인경자 여사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에 균열이 가고 말았다. 성혁은 질문을 던지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는 기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이 나이쯤 되면 환경과 상관없이 자신의 뜻을 세우고 그에 맞는 방법론으로 추진해나가야 하는 법이죠.”

 

 

 

 성혁의 손에 들려있던 명함이 팔랑거리며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그동안 꽤 호의적인 기사를 많이 썼던 기자라 괜찮겠지 했는데... 죄송합니다.”

 

 김 팀장이 송구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할 거 뭐 있나. 기자들 이러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데스크에 말해둘까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성혁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괜히 말했다가 꼴만 더 우스워지지. 그냥 둬.”

 

 하루 이틀 입에 오른 가십도 아니고,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떠도는 이야기는 그대로 떠돌도록 두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렇다고 심기가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할망구가 얼마나 설치고 다녔으면... 참...”

 

 생각하면 할수록 애증의 존재였다.

 

 사실, 성혁이 정치에 도전한 이래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파격적인 행보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경자의 존재 덕분이었다.

 경자의 재력 덕분에 남들이 후원금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 두 발로 뛰며 물주에게 굽신 대야 할 때, 성혁이 고고하게 협상테이블에 앉아 뻗댈 수 있었다는 건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자의 잔혹한 스타일이 성혁의 경쟁자들에게 심어주는 공포는 상당한 것이었다. 비록 공식적으로 입에 올릴 수는 없지만, 원래 쉬쉬하며 퍼지는 이야기가 더욱 살벌하고 무서운 법. 덕분에 다른 신출내기들이 협박 받고 심지어 칼까지 맞을 때에도 성혁만은 사지 멀쩡하게 이곳저곳에 폭탄을 던지며 활보할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성혁은 경자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성혁의 정치 인생도 어느덧 궤도에 오른 이 시점에서, 경자의 존재는 한편으론 그에게 족쇄를 채우기도 했던 것이다.

 노련하고 유머러스한 정치인인 척 넘기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앞으로 이런 일이 더욱 많아진다면 곤란했다. 뭔가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어디다 몰래 가둬둘 수도 없고...”

 “네?”

 “아니야. 잠시 딴 생각을 했군.”

 

 알 수 없는 성혁의 말에 강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알아 봤나?”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나오자 강 팀장이 자세를 고쳐 섰다.

 

 “네. 병원 측에 확인해 본 결과, 입원해 있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명도 질긴 놈일세.

 술집에서 불을 질렀는데도 살아남고, 집에 킬러까지 보냈는데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니, 이쯤 되면 감탄이 절로 날 지경이었다.

 

 “확실해? 두 눈으로 봤어?”

 “원장이 직접 말 한 겁니다.”

 “말 말고 증거는?”

 “그건...”

 

 강 팀장의 애매한 대답에 성혁이 신경질 섞인 눈으로 그를 흘겼다.

 

 “다시 가서 자네 눈으로 똑바로 확인하고 와.”

 “설마하니 원장이 거짓말을 했을까요?”

 “유진인 성도현이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성혁의 물음에 강 팀장의 입가가 씰룩였다.

 

 “그렇기는 한데...”

 “한데?”

 

 강 팀장은 다 알면서 뭘 묻냐는 듯 성혁을 바라봤다. 그러나 성혁이 눈빛으로 대답을 종용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걸 믿으십니까?”

 

 귀신을 본다는 아이의 말과 원장의 말 중에 무엇을 믿어야 할까?

 아니다. 질문이 틀렸다.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가?”

 “그럼...”

 “오 여사님 연락 좀 해. 전에 했던 약속, 이제 지켜드린다고.”

 

 지금껏 유진이 내뱉었던 예언들과 관련해 성혁이 던졌던 질문은 늘 하나였다. 그래서 이 아이의 말을 어떻게 이용해먹을 것인가. 오직 그것만이 유효한 것이었다.

 

 

 

 

 “왜? 많이 피곤하니?”

 

 한숨을 푸욱 내쉬는 유진을 보며 경자가 조심스레, 늘 그렇듯 인자하게 물었다.

 유진이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피곤하다기 보다는... 아까부터 계속 같은 답변을 드리자니 지쳐서요.”

 “같은 답변이라니?”

 “이분, 아까 성혁 아저씨가 물어 보셨던 분이랑 같은 분 아녜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유진의 말에 오히려 놀란 것은 경자였다.

 

 “성혁이 놈도 같은 걸 물었단 말이냐?”

 “일단 저한테 느껴지는 걸론 같아요. 이분, 이미 돌아가셨어요.”

 “에잉? 죽었어?”

 “네. 그래서 저한테 더 물어보셔봤자...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어요.”

 

 유진이 자신 앞에 놓인 작은 상자를 조용히 경자에게 밀었다.

 열이 내리기는 했지만 오한이 완전히 가시진 않은 건지, 온 몸에 힘이 없었다. 지금도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는 것이 겨우였다.

 하지만 유진을 더욱 힘들게 했던 건, 성혁과 인자가 연달아 물어보는 사람의 정체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성도현. 유진도 수차례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수연의 가족이고, 유진이 무턱대고 찾아갔던 그날, 유진이 다락방에 숨어있을 때, 아래층에서 살해당한 사람이었다.

 도현의 이미지를 볼 때마다 그 날의 긴장감과 한기가 다시 몸에 치미는 듯 했다. 그래서 한층 더 몸에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렇구나. 아유, 내가 아픈 애를 앞에 두고 너무 시간을 뺏었지?”

 

 경자가 유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불을 올려 덮어주었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자상한 할머니었다.

 

 “그래, 푹 쉬렴. 할미는 이만 나가 보마.”

 “네.”

 

 

 

 “임 비서.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경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임 비서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로 봐서는 유진 군의 신기가 틀린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성혁이 놈 행동거지가 수상하지 않나?”

 “수상하다시면...”

 “유진이가 그 놈이 죽었다고 했는데도, 꼭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빨빨거리면서 다니잖아.”

 “인 의원님이야, 원래 이런 쪽은 잘 안 믿으시잖습니까.”

 

 경자가 끙 소리를 내며 고민에 잠겼다.

 성혁이 이런 쪽을 믿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유진의 말을 배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만큼, 유진에게 도현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쪽으로도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짚어 봤을 텐데, 이번에 보이는 태도들은 너무나도 확실하게 믿지 않는다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럼 성혁이 놈은 그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라도 찾았다는 건가?”

 “... 알아볼까요?”

 

 임 비서의 말에 경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직접 알아 봐. 그 도현이란 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든 그 놈 재산이며 회사 지분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미리 알아보고.”

 “네.”

 “그리고 오 여사한테도 연락 좀 넣어. 내가 맡길 일이 하나 있다고.”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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