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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 하늘 발 아래; 鱗
작가 : 동그라미네모선
작품등록일 : 2020.5.15

그의 존재는 악당이라는 말도 아깝다. 악당보다는 악마, 악마보단 포식자에 가까웠고. 그 포식 대상은 인간을 넘어선 무언가에 가까웠으니까.

 
3. 통제(統制)//////
작성일 : 21-01-16 19:22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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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그럼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래?”

 

 “그러게, 걱정….”

 

 “그 이상한 게, 아이가 맞을까?”

 

 “아, 그럼 그게 아이가 아니고 뭐야.”

 

  푸른 804년 4월 11일. 성문 교역소에 찾아온 이색적인 손님으로 인해 몰렸던 인파가 주연의 퇴장에, 바람에 밀리는 구름처럼 광장에서 흩어졌다.

 

 “기록관들이랑,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워서 난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말이야, 하나비들께서 화내시는 거 처음 봐.”

 

 “어쨌거나, 공작께서 오셨으니 다행이지.”

 

 “그건 그렇지.”

 

 “맞아, 다행이야.”

 

  그간 아이를 두고서 모드나드 기사단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던 환족과 챠하트의 기록관 무리가 공작의 개입으로 사라지자, 저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흩어지는 인파에도 꼿꼿이 서 있던 이들이 한 곳으로 움직였다.

 

 “단장.”

 

  핌의 지시가 내려지기도 전에 기동대 단장으로서 1단 기사단을 움직인 델린의 곁으로 모인 기사들이 가장한 모습으로 주위를 살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무언가를 저지를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각 단원이 단장의 신호 없이도 자율적으로 모인 것이다.

  그 얼굴에는 방금까지 기록관과 환족의 살기를 고스란히 받아낸 후유증 때문인지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보였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에 모여든 시민 또한 긴장했던 탓에, 그들의 피로감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다.

 

 “이만 돌아가시죠.”

 

 “그럽시다.”

 

  델린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기사단의 안색을 살피며 살짝 안쓰럽게 웃더니,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선 이번 일에 저마다 이견을 내보이는 시민 사이를 빠르게 훑었는데, 광장을 빠르게 둘러보는 그의 갈색 눈망울이 범의 눈처럼 번들거렸다.

 

 “근데 공작께선…”

 

 “…가 너무 과했어!”

 

  마지막으로 상황을 확인하던 그의 옆으로 한 뭉텅이의 사람들이 금방 지나쳐갔다. 그 움직임에 잠시 한쪽으로 비켜 서 있던 그의 귓가에 작은 방울 여러 개가 한꺼번에 울리는 소리가 위에서부터 들려왔다.

 

 ‘방울?’

 

  자신의 귓가에 수천 개는 될법한 방울 소리가 들리자, 시선을 올려 주위를 살펴보던 델린의 눈에 검은 인형 하나가 적확히 들어왔다. 그는 칠흑처럼 검고 반질반질한 비단을 이용해 만든 삿갓을 쓰고 있었다.

  그 삿갓 자체가 어느 모자보다 챙이 긴 편이었기에 델린의 시야엔 까만 망토와 그 주인이 쓰고 있는 칠흑의 삿갓만이 보일 뿐이었다. 인형이 쓰고 있는 삿갓은 챠하트의 기록관에게만 수여되는 모자와 비슷했으므로, 그와 자주 왕래하는 기사단에 있어선 꽤 익숙한 형태였다.

  그 인형은 빠른 발걸음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속에서 정체불명의 아이가 사라졌던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듯했다. 그러다 자신에게 향하는 델린의 인기척을 알아차린 것인지,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제 몸을 틀었다.

 

 ‘웃는… 건가?’

 

  그렇게 인형과 마주한 그는 조금 기묘한 감각에 당황했다. 검은 배경만을 드러낸 그 모자 속에 가려져 있는 표정이 멀리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얗게 내리쬐는 햇빛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인형은 자신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델린을 응시하듯 가만히 서 있었는데, 그 시선을 받은 그는 솜털이 쭈뼛거릴 정도로 서늘한 몽롱함을 느꼈다.

  그것이 얼떨한 제 정신 상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만큼 위협될 정도로 강한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는 그 스스로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누구십니까?’

 

  그렇게 묻는 듯한 델린의 눈빛에 그와 마주 선 이의 검은 삿갓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자 모든 이들의 행동이 서서히 느려지고, 그 중심 속 검은 인형이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포개는 것만이 보이는 이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까악~! 깍!”

 

  까마귀 울음소리와 함께 바람이 멈췄다. 아주 찰나에 눈을 깜빡인 순간 눈앞에 있던 검은 형체가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다. 그에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인형이 있던 자리로 내달린 델린이 사라진 인형을 찾아 헤매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단…! 아, 형 같이 가요!”

 

  꽤 먼 거리를 단숨에 돌파한 그가 멈춰 서자,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1단 단원들이 허둥지둥 그를 뒤쫓았다. 괜히 기동대 단장으로 뽑힌 게 아닌지, 초 단위로 있던 자리가 금세 바뀐 단장을 따라 뛰는 단원들의 표정이 괴로워 보였다.

  그런 단원 중에서 그의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야오르가 숨이 차도록 바삐 달려와 델린의 옆에 섰다.

 

 “헉헉…. 저도 좀 챙겨요! 흐아…, 정말 이렇게 무통보로 멋대로 가시기 있어요?!”

 

  다른 기사들이 올 때까지 숨을 고르던 야오르의 눈에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이뤄진 무늬가 비췄다. 그는 그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알 광장을 되짚어 보더니, 이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바닥에 이런 게 있었나?”

 

  야오르 주위로 겨우 델린을 따라잡은 기사단이 그 중얼거림을 듣자마자, 헉헉대면서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위로 당겼다. 같은 단원의 말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몸이 단련된 탓이었다.

 

 “아니, 이런 건 없었어.”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야오르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왔던 하노가 바닥에 있는 검은 무늬를 보자마자, 야오르의 의문에 간결하게 답했다. 그의 기억에도 성문 부근 광장 바닥은 낙서 하나 없는 깔끔한 바닥이었으니 말이다.

 

 “봤었어?”

 

 “아니. 나도 처음 봐.”

 

  검은색으로 속을 꽉 채운 동그라미와 그 주위를 감싼 여러 개의 작은 도형을 보던 하노가 미간을 찌푸리며 동료를 바라보자, 그 시선을 받은 기사들이 저마다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두 사람의 기억처럼 그들도 처음 보는 문양이었다.

  그런 동료들의 반응에 델린의 옆에서 검은 무늬를 살피던 야오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 곁에 서 있던 하노가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해바라기인가?”

 

 “헐, 태양인 줄 알았는데?”

 

  까만 동그라미를 에워싼 여러 개의 정삼각형. 그 무늬에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그 논란은 하노의 다음 말에 금세 잊히고 말았다.

 

 “그나저나 이걸 광장에 새기고도 걸리지 않았다니….”

 

 “그것도….”

 

 “…그러네?”

 

  하노의 말에 뒤늦게 깨달았단 듯이 눈을 느리게 끔뻑인 기사 중에서 검정 무늬에 손을 갖다 댄 야오르가 무릎을 꿇고 그 바닥을 쓸었다. 무늬가 나타난 바닥을 쓸어 본 그가 자신의 손을 보더니, 뭔가 이해되지 않는단 얼굴로 다시 손을 내렸다.

  다시 바닥을 쓸어 봐도 판판하게 다져진 흙의 고운 입자만이 그의 손에 묻어날 뿐이었다.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동료의 시선이 그의 말에 한곳으로 쏠렸다.

 

 “응? 이거… 잉크가 아닌데?”

 

 “뭐?”

 

 “이게, 어떻게 이런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동료의 질문에 잠시 고개를 들었던 야오르가 무늬가 보이는 측면을 향해 아예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의 눈에 미묘하게 띈 검은 빛이 보였는데, 정말 근소한 차이로 초점에서 벗어나면 그 경계가 잘 구분되지 않았다.

 

 “이 문양은 바닥에 새겨진 게 아니라 공중에 떠 있는 거 같아. 만져도 검은 게 묻어나지 않고, 측면을 통해서 보면 검은색으로 물든 흙이 안 보여.”

 

 “그럼….”

 

  멍하니 야오르의 설명을 듣던 기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눕듯이 상체를 바짝 굽힌 야오르의 행동에 흠칫했던 기사들의 눈에서 이채를 띠었다.

 

 “헐, 마술인가?”

 

 “아냐, 이렇게 정교한 거면 점묘술일 수도 있어.”

 

 “…이런 거에?”

 

 “진짜?”

 

  흥미! 흥미! 미치도록 단조로운 일상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기동대의 눈이 반짝였다. 일반 기사들과 체급이 다른 탓에 활동 영역이 제한된 그들에게 정체불명의 무늬를 발견한 것은 드물게 찾아오는 소소한 사건이었다.

 

 “설마…, 아니지? 야!”

 

  그렇게 자신들에게 찾아온 사건을 눈앞에서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던 그들은 침묵하는 동시에 득달같이 바닥으로 달려들더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바로 무릎을 꿇고 앞다퉈 얼굴을 바닥에 붙였다. 그렇게 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그들은 바닥과 미세하게 분리된 검은 입자를 보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곤 무늬가 보이는 바닥의 표면을 살폈다.

 

 “와 잠만 밀지 말아 봐! 와씨, 대박 신기!”

 

 “야, 나도 볼래!”

 

 “나도!”

 

  졸지에 광장 바닥을 보며 소년들처럼 웃고 떠드는 희한한 집단이 되어버린 기동대가 야오르의 설명처럼 만져도 잉크가 묻어나오지 않고, 흙의 표면에도 보이지 않는 검은 무늬를 보며 저마다 감탄을 쏟아냈다.

 

 “헐, 진짜 이런 거에, 이런 거에 이런 상급 마술을 쓴다고?”

 

 “대박!”

 

  건장한 청년들이 무늬가 새겨진 바닥이 신기하다는 듯 살피자, 그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여지없이 쏠렸다. 광장 바닥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구는 청년들이 무엇에 신기해하는지 다들 궁금한 눈치였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무늬를 보며 한참 동안 말없이 서 있던 델린을 슬쩍 바라본 야오르가 자신들에게 쏠리는 이목을 걱정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 물음에 화답하듯 고개를 올린 델린이 야오르를 향해 미소 지었다.

 

 “단장…. 말려야 하지 않나요?”

 

 “그래야겠죠?”

 

  그렇게 미소 지은 그가 아직 바닥에 누워 있는 부하를 배려할 생각이 없는지, 있던 자리에서 발을 한 번 크게 굴렸다. 그러자 그의 노림수처럼 적절하게 일어난 흙먼지가 단원의 얼굴만 살포시 덮었다.

 

 “켁!”

 

 “악!”

 

 “으웩, 커헉!”

 

 “아프프프…!”

 

 “어푸!”

 

 “큽…!”

 

  상냥한 미소와 달리, 자비 없는 단장의 발놀림에 바닥에 누워 있던 기사들이 거센 기침을 하며 눈물 흘리기 바빴다. 그런 단원을 보는 단장의 모습에 흠칫 놀란 야오르가 슬쩍 뒤로 물러나자, 델린이 흙먼지에 괴로워하는 부하를 향해 나긋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1분 내로 본부에 복귀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저와 대련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참 재밌겠죠? 수선화의 보드라운 살결처럼 매끄럽게 빠져나오는 델린의 목소리에 기침하기 바쁘던 기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황급히 달려갔다.

 

 “시, 시정하겠습니다!”

 

 “그것만은 봐주세요오오오!”

 

  맹수에게 쫓기는 자가 정말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성문을 향해 뛰기 시작한 동료를 지켜보던 야오르가 자신을 향한 단장의 시선에 흠칫 놀라며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갔다.

 

 “같…”

 

 “저, 저도 가보겠습니다!”

 

  자신의 온화한 표정에도 걸음아 나 살려라 성문을 향해 달려가는 야오르를 보던 델린이 미처 말하지 못한 뒷말을 뱉었다. 그 목소리 끝은 조금 시무룩해 보이기도 했다.

 

 “…이 가자는 말이었는데. 그건 좀 부담스러웠으려나요?”

 

  흠…. 시무룩한 그 표정 아래, 여전히 까만 무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을 내려다본 그의 시선 속에 우주의 별처럼 새까만 원형과 그 주위를 둘러싼 작은 바늘이 미묘한 각도로 돌아갔다가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들쑥날쑥하지 않고 반듯한 삼각의 수를 천천히 세던 델린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별이….”

 

  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검은 원을 담은 갈색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뾰족한 아홉 개의 바늘이 흩어지지도 않고 까만 별 하나를 묵묵히 감싼 모양새가 그의 눈에 선명히 새겨졌다.

 

 ‘소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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