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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회의(懷疑)
작가 : 관내위
작품등록일 : 2019.10.16

실현해야할 이상이며, 목표라는 것들이 욕망을 위한 한낱 허위나 겉치레로 전락 되었을 때, 자신이 이제껏 배워온 이념과 상식들이 무너진 자리에 회의감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자신의 노력으로 그 고결한 각자의 이상이 실현될 그날은 올것인가. 그 역시도 오지 않는 세상에대한 무의미한 무한의 대기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몸부림 쳐도 바뀌어지지 않은 세상에 앉아서 오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인지 회한과 의심을 지니며 살아지는 자들의 이야기.

작가의 말- 조선 연산군 시대에서 명종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의 틀을 빌린 무협 소설입니다. 무협 소설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기공이나 장풍 등등의 모습은 자제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글에는 역사 사실과 작가 상상이 섞여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2.승하(2)
작성일 : 21-01-16 17:33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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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적 성군인 순(舜)은 계모와 이복 동생의 모진 학대에도 계모를 효도로 모시고, 이복 동생들을 우애로 대하였다. 자전께서 나를 대하심이 살갑지는 못해도 순의 계모에 미치지 못하고, 아우는 착하기 그지없어 항상 나를 공경으로 대하는데 내 어찌 인간으로서 품어서는 안 되는 생각을 품겠는가. 두 외숙(윤원로, 윤원형)이 비록 행동이 거칠고 다소 진실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하나 내가 공경으로 대하면 틀림없이 바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믿는 바이다.

 

 내가 믿는 바를 실현할 수 없는 그런 더러운 세상이라면 나는 그런 세상에서 임금 노릇을 하며 살아가지 않으리라... 중국 사신이란 자도 한심하기에 이를 데가 없구나, 어찌 성현의 본향이라는 중국에서 나고 자라서 벼슬까지 지내고 있는 자가 성현의 왕도에 위배되는 짓을 일국의 임금에게 권한단 말인가! 게다가 오는 자들마다 더러운 탐욕이 가득하니 중국에서 성현의 도가 쇠퇴하고 있음이 이와 같구나. 더더욱 힘을 써서 이 나라 동방에 성현의 도가 가득하게 해달라고 당부하지는 못할망정! 황제가 황음무도하다고 하더니 과연 그러한 모양이로구나. 중국에 성현의 도가 시들고 있으니, 응당 이 나라 조선에서도 성현의 도가 흥성하게 만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선에서 성현의 도가 흥성하다면 이것이 명나라는 물론이고 온 천하에 영향을 미쳐서 성현의 도가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이니, 내가 할 일이 참으로 많구나. 그러려면 어서 건강을 찾아야겠다.’

 

 

 

 어쨌건 잠이든지 얼마나 되었을까. 옆에 무언가의 기척을 느끼고 일어나보니 옆에 아주 큰 검은 삽살개가 앉아있었다. 그저 온 몸의 털이 길게 난 그런 삽살개가 아니라 목 주위에 길게 갈기 털이 나있는 삽살개였다. 그런데 그 삽살개는 기이하게도 그 크기가 황소만 했다.

 ‘저렇게 큰 개가 있었던가...? 명나라 서쪽 토번(티베트)에 갈기 털이 나고 사자를 닮은 큰 개가 있다고 하더니 저 개가 그런 개인 모양이군. 그런데 어인 일로 내 침전에 저런 개가 들어왔을까?

 

 인종이 몸을 일으켜 사람을 부르려 하자, 놀랍게도 그 개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호(李峼, 인종의 이름), 그대는 참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가지고 있군.”

 이것이 무슨 조화인가. 개가 말을 하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놀란 인종이 물끄러미 그 개를 바라보자 개가 말을 이었다.

 “이호, 그대는 정녕 이 세상이 성현의 가르침대로 돌아간다고 믿는가? 성현의 교화가 온 천하에 퍼질 것이라고 믿는가?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을 군자로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사람이라는 존재의 선성(善性)을 그리도 신뢰하는가?”

 인종은 개가 말을 한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일국의 임금인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자신을 비웃는 이 개 형상을 한 요괴에게 화가 치밀었다.

 “너는 어떤 요마이기에 감히 임금의 거처에 들어와서 과인의 마음을 흔드느냐? 네 말대로 과인은 이 나라 동방 조선을 성현의 나라, 군자의 나라로 만들 것이며, 더 나아가 사람이 사는 온 세상을 성현의 가르침으로 가득한 그런 이상향을 만드는 데 힘을 다해볼 것이다. 그런데 네가 어찌 내 꿈을 비웃느냐?”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대를 위해서 충고를 해주러 왔다. 그대는 인간의 본성이 성현의 교화가 통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전부는 아니다. 물론 너의 말대로 인간이 착하고 덕스러우며, 염치를 알고 불쌍한 자를 보면 돕고 싶어 할 때도 있지. 그러나 자신의 생존과 욕망을 위해서 무슨 짓이든지 하는 것이 인간임을 공부가 깊은 그대가 왜 모르는가? 자기 자신, 자기 자식, 자기 부모만을 아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대도 글을 읽어 알 터이지. 맹자도 그래서 묵자를 비웃지 않았던가.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묵자에게 맹자가 뭐라고 했던가?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기 부모 자식부터 사랑하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것만을 챙기는 것이 인간임을 성인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순자가 예치(禮治)를 주장하고 상앙과 한비자가 나타나서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억누르고 질서를 세우기위해서 엄격한 법과 형벌로 나라를 다스리고, 임금 된 자는 위엄과 모략을 항상 갖추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닥쳐라. 맹자께서 그리 말씀하신 것은 가까운 것부터 시작하여 먼 곳으로 퍼져나가게 하라는 현실적인 방편인 것이다. 큰 산을 오를 때 가깝고도 평평한 곳부터 밟는 간단한 이치를 네가 모른다는 말이냐? 맹자께서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드는 마음과 차마 할 수 없다는 마음이 있다 하셨으니, 그것은 사람 모두가 군자가 될 수 있고, 군자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사람의 성선과 가능성을 무시하고 오직 욕구만 따르는 짐승 같은 존재로 사람을 취급하고, 오직 엄한 형벌과 권모술수만으로 다스린 결과 진나라가 어찌되었는가?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반란이 도처에서 일어났으며, 결과적으로 진 시황제의 아들과 손자가 모두 남의 손에 참혹하게 죽지 않았더냐. 너는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어서 너의 세계로 돌아가라. 금수에게는 금수의 세계가 있으니 사람의 세계에 간여하지 말라.”

 

 “네가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 이호. 그럼 좋다. 그런 성선으로 가득해야할 것이 인간이라면 너의 계모는 어떠했는가? 네가 외숙이라고 그렇게 깍듯하게 모시는 윤원로, 윤원형의 무리는 어떠하냐? 이 순간에도 네가 죽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네 아비는 어떠했더냐? 조광조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많은 사대부와 대신들을 실컷 이용하다 버리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냐? 모두가 욕망의 결과이니라, 인간으로서 차마 버릴 수 없는 그 이기적인 욕망과 너를 죽여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존 본능의 결과 이니라. 네가 어찌 이를 외면하느냐?”

 

 “닥치지 못할까? 감히 부왕과 모후를 욕보이지 말라. 네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다. 종전에 곳곳에서 출몰한다는 형상은 개나 늑대를 닮았는데, 털이 길고 크기가 말만 하다는 그 괴물이 바로 너로구나. 어찌 너 같은 금수 요마가 사람이 사는 세상을 함부로 다니며 민심을 어지럽히느냐? 당장 숲으로 돌아가 인가를 돌아다니지 마라. 다시 인가를 돌아다니며 내 백성들을 놀라게 하면, 과인이 군사를 풀어 너를 반드시 잡을 것이다.”

 

 “이호, 네가 말하는 바로 그 인간들의 세상이 없었던 태고부터 그곳은 나와 같은 금수들의 땅이었다. 아니 태고 적부터 인간 역시 금수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누구를 쫓아내고 잡는 다는 것이냐. 나는 금수의 세계에 따로 존재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너 스스로를 돌아봐라. 네가 실천한다는 그 군자 행세도 실은 가식이고 위선이 아니더냐. 내가 이렇게 성현의 도리가 충실하다 그러므로 나는 잘났다는 허영심을 채우고 싶었던 것 아니냐,

 

 너의 계모와 윤원로, 윤원형이 죽이고 싶도록 미우나 차마 현실적으로 죽일 수가 없으니, 너희 못된 자들에게 효를 다하고 공경을 다하여 내가 너희보다 우월한 성현의 기질을 갖춘 사람이다. 이렇게 무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냐?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감추고자 억지로 네 자신을 학대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네 마음 깊은 곳에 너도 느낄 수 없는 그곳에 숨겨진 그 마음.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어둠에서 태어나, 그 어둠을 보고, 그 어둠을 향해서 나는 짖는다. 네가 그것을 외면하고 너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너는 너 자신을 끊임없이 학대하다 죽게 될 것이다. 기억해라 인간은 이기적이고 사악한 본성과 수단을 이용하여 성현의 도를 이루기도 하는 법이다. 너의 선조인 이성계와 이방원이 그리 했느니라.”

 

 “닥쳐라 이놈!”

 어디서 힘이 났을까. 인종은 벌떡 일어나서 그 사자 개 요괴를 향해서 주먹을 뻗어서 가격했다. 입을 열 힘조차 없던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팔에 근육이 솟았고 주먹은 크고 단단해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에 놀랄 새도 없이, 인종은 다시 한 번 놀라야만 했다. 주먹을 뻗어 그 삽살개 형상의 요마의 면상을 쳤는데, 주먹이 그대로 통과하는 것이었다. 마치 허깨비나 신기루를 때린 것과 같았다.

 “킬킬킬...이제 내 차례다. 너의 무력함을 철저히 깨닫게 될 것이다. 이호.”

 삽살개 요마가 몸을 웅크리더니 치솟아 오르면서 앞발로 인종의 가슴을 후려쳐서 인종을 쓰러뜨리는 동시에 인종의 목을 물었다. 목덜미에서 고통이 전해졌다.

 “크윽...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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