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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 하늘 발 아래; 鱗
작가 : 동그라미네모선
작품등록일 : 2020.5.15

그의 존재는 악당이라는 말도 아깝다. 악당보다는 악마, 악마보단 포식자에 가까웠고. 그 포식 대상은 인간을 넘어선 무언가에 가까웠으니까.

 
3.통제(統制)/// ※
작성일 : 21-01-15 18:1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7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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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무성한 수풀, 그 안에 자리한 뻥 뚫린 언덕에 꽃나무 하나가 햇살을 받고 느른하게 잠들었다. 아직 나비가 노닐지 않은 꽃나무에는, 그 거대한 줄기를 타고 오르는 붉은 것이 찬란한 비늘을 늘어뜨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아이가 잠들었어]

 

  여러 갈래로 나뉜 가지에서 하늘하늘 흩날리는 꽃비를 맞고 있던 붉은 눈초리가 가늘게 뜨였다. 그 가는 눈초리 앞으로 푸른 빛깔을 두른 나비가 무리를 이루더니 맑은 하늘에 동심원을 그렸다.

 

 「깜빡」

 

  뜨이는 눈동자에 그 동심원이 들어오자, 단단한 가지에 늘어져 있던 붉은 형체가 사막의 모래처럼 뿔뿔이 흩어져 사라지는가 싶더니, 붉은 나비가 되어 푸른 원형을 통과했다.

  푸른 빛깔의 원형을 통과하여 암흑 속을 날아다니는 붉은 나비 곁으로 엷붉은 꽃잎이 사뿐히 내려앉다가 금세 짓눌렸다. 진홍에 가까운 분홍빛이 추적추적 내리는 진눈깨비처럼 그 바닥을 물들이며 나비의 행로를 정했다.

 

 ‘죽였다….’

 

 ‘백작을 죽였다.’

 

  이내 가벼운 꽃망울 같은 것이 톡톡 떨어지다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탁자의 가장자리로 창백한 손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 손의 주인인 백작의 미간이 금방 꿈틀거렸다. 가뜩이나 참을성 없는 제 앞에서 똥 마려운 개 마냥 쩔쩔매는 남자의 변명이 유난히 길었던 탓이다.

 

 ‘레인슐레이츠만 백작을, 조국을 벌벌 떨게 만든 백마를, 주인께서 원하시는 것을!’

 

  짙은 어둠을 따라 푸른 자국들이 즐비하게 자리한 공간으로 옮겨온 꽃향기가 슬슬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 붉은빛에 어둑한 방 안을 잠식하던 서리꽃이 홍염을 피해 달아나는 달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렸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빙결 마술을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진 레인슐레이츠만 백작의 죽음과 함께 녹아 사라지는 눈꽃을 보던 암살자의 시선이 노골적이었다.

 

 ‘백마 따위도 결국 실속 없는 허세.’

 

  흑수정처럼 검은 탁자 위로 어지럽게 흩어진 서류 더미, 그리고 그 위로 흩뿌려진 혈흔과 서늘한 시체가 암살자의 앞에 전리품처럼 놓여 있었다.

  칼로 헤집어져 있어 이리저리 뼈가 꺾이고 살이 뜯긴 사체를 앞에 둔 남자가 웃었다. 그 웃음을 자각하지 못한 암살자의 입술이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더니, 그곳에 힘이 풀렸다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성공…”

 

  그런 단장의 분위기를 재빠르게 알아차린 수하들의 얼굴이 환희에 찼다. 이것도, 그것도, 저것도 모두 들뜬 채 백마의 죽음을 떠드는 통에 그 몸을 채우고 있던 붉은 입매가 비틀렸다.

 

  아 ×나 시끄럽네.

 

 “야.”

 

  그 재잘거림이 어찌나 제 비위를 거스르는지, 까끌까끌한 상태에도 소리를 낸 그의 목소리가 걸걸했다.

 

 “너.”

 

  쉬는 와중에 불려 나와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많은데, 무딘 신경을 세우게끔 하는 그 표독스러움이 그의 신경을 계속 긁어댔다. 만일 이 배은망덕한 암살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자신의 본능이 계속 경고하던 이 전조를 무시하는 불상사 따윈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애써 자신을 외면하는 남자의 행동이 가관이다. 그 표정을 보지 않더라도 비상식적이라 운운하며 학을 떼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리석기 짝이 없어」

 

 「킬킬」

 

  믿기 싫다는 얼굴로 보면 뭐. 암살자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던 그는 귀찮아서 잠시 딴청을 부렸다. 그러나 그 뒤에도 계속 들리는 남자의 의문이 그의 남은 인내심마저 끊어버리고야 만다.

 

 「어째서?」

 

 「어떻게?」

 

 「이상해?」

 

  푸른 잇새 사이로 뇌까리던 입매가 처음보다는 자유롭게 공간을 침범했다. 킬킬거리는 소리가 그 몸짓을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 백마가 있을 때보다 자유로워진 듯한 그들은 흐물흐물 흐르는 어둠 속에서 유영하듯 침입자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는 사이 노엘 슈만이란 암살자는 백작의 몸에 들어선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내가 누군지 알아?”

 

  아이가 참을성 있게 대하기에 친절하게 물었더니. 입술을 철근으로 박아버리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말을 하면 뒈져버리는 저주라도 걸린 것인지, 제 질문을 들은 암살자는 여전히 멍청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무릇 사람은 총애받을수록 입을 조심해야 하거늘, 쯧쯧….」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물었잖아, 내가.”

 

  자신의 질문에 얼어붙어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암살자를 향해 그 서슬 같은 시선이 닿았다.

 

  묻는 말에 대답도 못 하면서 얼굴은 왜 쳐다봐?

 

  그 시선에 든 암살자의 표정엔 적나라할 정도의 배신감이 드러나 있었다.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고 있던 세계서 발견된 이변으로 인해 절망하는 얼굴이라…, 항상 변화하거나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온 그의 상식으론 암살자가 느낀 배신감, 충격 따위 등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원한 상식이 존재하면 그거야말로 지옥 아닌가?」

 

  본질적인 것을 뺀 상식은 언제, 어느, 누구에게 변하는걸. 제가 힘이 없어 뺏긴 주도권을 남에게 원망하다니. 백마성을 침입한 주제에 팔자가 좋다.

 

 「킥킥」

 

  그 감상에 백작의 주위로 몰려든 푸른 입매가 위로 찢어진 입꼬리를 올리며, 짓궂게도 그를 놀렸다.

 

 「씹혔다!」

 

 「피아 말 씹혔다!」

 

  아 시끄럽다니까.

 

  제 주위로 몰려와 재잘대는 푸른 입매를 향한 백작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런 백작의 곁을 기웃거리며 입꼬리를 당겨 웃는 푸른 아가리는 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그러는 사이, 자신의 머릿속에 피어난 의심을 한곳으로 정리하는 데 실패하고 만 노엘 슈만이 혼란스럽다 못해 혼미한 얼굴로 불쑥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그 멍청한 소리에 푸른 자국을 노려보던 백작의 시선이 암살자에게로 향했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피식 웃는 그가 몸을 일으키려 두 팔에 힘을 주고 상체를 일으켰다.

 

 “너희가 상식을 따질 처지…”

 

  그러나 그 행동은 얼마 안 가서 금세 멈추게 됐다. 서슬로 여러 차례 찍힌 탁상처럼 그 몸에 난 상처의 수에 비례하여 깊게 박힌 칼날이 백작의 상체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려던 백작이 동작을 멈췄다. 끝이 휘어진 칼날이 책상에 박혀서는 깔짝깔짝 소리만 내는 게 여간 제 신경을 긁는 게 아니었다.

 

 “뭐야?”

 

  하! 짜증 섞인 탄식과 함께 백작의 눈매가 살벌하게 빛났다. 순간적으로 살기가 흘러나오자, 그 변화를 알아차린 푸른 것이 칼 손잡이를 잡고 있던 백작의 주위로 바짝 다가와 정신없게 촐랑거렸다.

 

 「저주밖에 할 줄 모르는 주술사의 부두 인형 같아.」

 

 「불쌍해라, 기원도 할 수 있는 인형인데.」

 

 「저런, 불쌍하여라!」

 

 “아나.”

 

  마른 흙에 눈치를 밥 말아 먹은 것인지, 칼 손잡이를 잡고 상처의 크기를 가늠하던 백작의 눈초리가 금세 사나워졌다. 그 눈총에 신나게 재잘대던 앳된 목소리가 금세 조용해지더니, 크기가 조금 작은 듯한 푸른 입매들이 슬쩍 자리를 옮겼다.

  그 움직임에 푸른 호선을 감싼 어둠을 보던 그가 날붙이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에 박힌 날붙이를 빼내던 그가 제 앞에 있는 암살자를 노려보며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이 거머리 같은 새끼들, 별짓을 다 하네.”

 

 「ㅋㅋㅋㅋㅋㅋ」

 

  제 마음 가는 대로 지껄이는 백작의 모습에 당황한 암살자가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넓게 파헤쳐진 가슴팍에서 빠져나오는 새파란 서슬에 퍼뜩 정신을 차렸는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제길!”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시퍼런 날을 뽑아내는 백작의 손을 강하게 내리누른 그의 손이 우악스러웠다. 그 손을 바라보다가 슬쩍 귀찮은 티를 낸 백작이 위를 힐끔 바라봤다. 그 표정은 마치 누군가의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듯했다.

  그런 그의 시선에 든 푸른 아가리가 느긋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대가 원하는 데로 하소.」

 

  그 소리에 백작의 한쪽 눈썹이 쓱 올라갔다. 그 말이 진심인지 살짝 의심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또 다른 입매가 다가와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투로 푸른 아가리를 벌렸다.

 

 「차차가 그랬어!」

 

 「‘지워버리고 싶게’라고….」

 

 「그렇게 말했어!」

 

  천장에 유일이 빛나는 조명이 반짝였다. 노엘 슈만의 객기를 한 손으로 막아내던 그가 빈손을 이용해 그를 가뿐히 밀어냈다. 그러자 힘줄이 잔뜩 솟아난 손이 주인과 함께 밀리는가 싶더니, 문가 근처로 밀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멀어진 암살자의 기척과 함께 탁 트인 시야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백작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위로 보이는, 유리로 만들어진 정육각형의 조명 덮개 속 나비가 그의 눈동자에 비쳐 팔랑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은은한 빛이 새어드는 표면 속 반사광을 삼킨 눈동자가 갸울었다. 그 순간 백마의 가슴팍을 단번에 뚫었던 날붙이가 단숨에 뽑혔다.

 

 「툭」

 

  뽑힌 칼과 함께 떨어진 하얀 팔이 허공에 튀어 오른 피에 적셔졌다. 그 팔뚝이 붉게 물들기 이전부터 울긋불긋한 연미복을 입은 백작이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암살자의 객기에 상체만 뒤로 꺾였던 것이니, 정확히는 뒤로 젖혀진 허리를 펴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몸을 들어 올린 백작의 시야엔 자신의 피를 함빡 뒤집어쓴 바닥이 보였다.

  명치 부근이 크게 짓이겨진 채로 몸을 세운 탓에 흉부에 고인 피가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떨어진 것이었다.

 

 ‘…마녀 같은 년.’

 

 ‘그렇잖아.’

 

  그 낙차를 따라 흐르는 새빨간 핏줄기를 가만히 지켜보던 백작의 앞으로 순백의 구두굽이 다른 색을 뒤집어쓰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런 거잖아.’

 

 ‘넌, 존재만으로 마녀 같은 년이니까.’

 

 ‘그러니까 이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런데 왜….’

 

  깊은 상처에 고인, 응어리지지 못한 핏물이 구두의 뒷굽을 에워싸자 침묵하던 백작의 고개가 서서히 올라갔다. 눈꺼풀 아래로 가려진 그의 붉은 안광이 이리의 송곳니처럼 번들거렸다.

 

  어쩔까.

 

  얼마나, 어떻게 해야 이 발밑을 에워싼 피를 목격한 자신처럼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뜻으로 느리게 끔뻑였다.

  그 전에 할 일은 잊지 않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속이 뻥 뚫린 그의 몸은 착실하게 회복되고 있는 참이었다.

 

 “아 삭신…”

 

  그가 들이마시는 숨에 뼈가, 내쉬는 숨에 그 안에 채워져야 할 장기가 점묘처럼 촘촘하게 그려졌다. 그러다 마침내는 상처의 가장자리부터 그 중심까지 점점이 이어지던 살갗이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가슴팍의 구덩이가 메워지기 시작하자, 그 표면을 살살 쓸어본 백작이 손길을 거뒀다. 썩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게 있다면 되돌리면 그만이니까.

 

 “쑤셔. 으으!”

 

  물론, 그것과 기분이 나쁜 것은 별개이지만. 자신을 보고 움찔한 침입자를 보던 그가 찌뿌둥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이윽고 자신을 죽이려던 암살자를 눈앞에 두고 느른한 표정으로 하품을 한 그가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침입자에 대한 예의는 개뿔, 당연히 입 가릴 예의 따위는 없다.

 

 “하-암.”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백작의 손 아래로 날붙이가 용광로에서 끓는 쇳물처럼 녹아내리더니, 다시 올라와서는 새 주인의 손바닥 사이를 뚫고 지나가 그 손등 위를 넝쿨처럼 듬성듬성 휘감으며 손잡이를 만들어냈다.

  그 밑으로 뻗어진 양날의 검이 환골탈태에 가까운 신분 상승을 보여 주었다. 번들번들하게 빛나는 래피어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침입자의 표정이 아니꼬운 심정으로 보기 좋았다.

 

  그래, 그 눈빛.

 

  채찍을 휘두르는 것과 같은 서슬의 날렵한 소리에 단번에 얼어붙은 침입자를 흡족하게 바라본 그가 손을 내렸다.

  위계와 질서 그리고 그것을 압도하는 계급과 계층. 특히나 혈족 운운하는 세상에서 살았을 그에게 있어 고작 이 래피어 하나가 미치는 파급력이 우스울 정도로 쓸모 있었다.

 

 「아.」

 

  그나마 위로 아닌 위로를 그에게 해주자면, 지금 백작의 행동은 다소 악의적인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그가 상대방에게 행할 행동에 비하면 지금 것은 ‘다소’ 악의적이리라. 백작이 든 래피어가 침입자를 향해 겨눠졌다.

  전초전. 누군가가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누군가가 해치지 않고 위협으로만 끝낼 수 있는, 그런 전략이 잘 먹혀드는 시간. 그 시간에 먹혀버린 남자를 노린 백작의 고개가 왼쪽으로 갸울었다.

 

 “얼마나 대단한가 싶어서 봐줬더니, 같잖은 재주나 부리고 말이야.”

 

  뾰족한 검이 그의 못마땅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설렁설렁 흔들렸다. 표적이 사정거리에 충분히 들어오고도 남을 거리. 그 거리서 먹잇감이 아닌, 단순한 유희를 찾으려는 맹수의 눈동자가 암살자의 동물적 감각을 옭아맸다.

 

 「차렷!」

 

 「상대를 향하여 경례!」

 

  허공에 들리는 외침에 맞춰 얼굴 중앙에 래피어를 바짝 붙인 그가 검날을 틀어 보이며, 귀족의 결투 전 의식을 흉내 내었다. 중세 검술 교본을 그대로 베낀 듯한 백작의 반듯한 자세에 암살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렇게 얼어붙은 침입자를 향해 다가가던 참이었다.

 

 「그런데 행색은 옥에 티야….」

 

 「흐음~, 멋없는 걸~?」

 

  끝까지, 이러지.

 

 「ㅋㅋㅋㅋㅋㅋㅋ」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푸른 입매들의 지적에 그제야 자신의 뒷머리를 만져보던 그가 엉성하게 눌린 제 머리칼을 투박하게도 털어냈다. 생각한 것보다 아이의 상태가 조금 지저분하긴 했다.

 

 “머리 눌렸네.”

 

  얼어붙은 암살자 따위 안중에도 없던 그가 흐트러진 자신의 매무새를 살폈다.

 

 “옷도 엉망이고.”

 

  그 개 같은 것들…, 지들이 누구 손아귀에 든 줄도 모르고.

 

  멀쩡한 모습으로 회복하는 몸을 살피던 그가 자신의 목 근처에서 이는 반짝임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간만에 보는 아이의 모습이 아주 가관인지라, 속으로 누군가에게 욕을 지껄이고 있던 참이었다.

  이토록 짜증스러운 상황에 겁을 상실한 침입자의 입이 방정맞게 움직였다. 그것은 아마 아이의 영향이 있었을 테지만….

 

 “괴, 괴물….”

 

  감히, 누구 앞에서 입을 놀려.

 

 “…괴물이라.”

 

  때맞춰 입방정을 떠는 밤손님에게까지 봐줄 자비 따위 없는 그가 실소했다. 그 뇌를 뜯어보지 않아도 어떤 생각머릴 가졌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 남자의 표정에 백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전에는 실컷 죽여버리겠다고 나서더니, 이제야 두려움을 느낀다? 흥미롭다는 듯 두 눈썹을 쓱 올린 그가 제 앞에서 나불거리는 저 입을 금방이라도 뒤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것을 애써 참았다.

 

  아, 정말 안타까워….

 

  네놈의 머리도 그렇게 만들면 좋을 텐데. 실로 안타깝다는 그의 표정에 어둠 속에 자리한 푸른 입매가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냈다.

 

 “참신하지 못한 비유인걸.”

 

  미간을 좁힌 그가 유감스러운 얼굴로 웃자, 그 미소를 망연히 바라보던 노엘 슈만의 발이 움찔거렸다. 그의 심중에 영향을 받은 공간이 본격적으로 침입자를 배척하여 그 숨통을 조인 탓이었다.

  붉은 고리눈이 맑은 눈망울을 이용하여 자신의 놀잇감을 비췄다.

 

 “60초 줄게.”

 

  백마의 정원에 들어온 햇병아리들에게 유예를 준 그가 곱게 웃었다. 아니, 아직도 뾰족뾰족한 가시를 숨기고 다니는 게… 마른 엉겅퀴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 안에 이 방을 나가면 모두 살려줄 거야.”

 

  두화(頭花)를 비롯한 이파리, 줄기까지 모조리 뽑아내고 싶어 하는 정원사가 엉겅퀴의 가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그렇기에 꽃을 가득 안고 있는 두화가 몸을 떠는 것은 당연하리라.

 

 “그때까진 내 유희가 되어주는 거야.”

 

  그 모가질 꺾을까 말까 희롱하는 붉은 눈동자가 조각달처럼 휘자, 그 뒤로 자리한 검은 신형이 백작의 등을 지켰다.

 

 “너희가.”

 

 「재밌게 해줘.」

 

  새빨간 눈망울을 번뜩인 백작의 뒤로 나타난 검은 신형에 억눌려 있던 열기가 옅은 동심원을 그리며 떠올랐다. 그 열기 탓인지 여태 푸른 입매를 막고 있던 견고한 막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더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조각조각 떨어져 내리는 투명한 것을 본 푸른 입매가 검은빛을 두른 채 놀잇감 근처로 다가갔다. 서늘하게 내려앉는 잇새가 세 그림자를 향해 그 포악한 아가리를 벌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ㅇ..!”

 

  으드득거리는 소리를 끝으로 놀잇감의 시야가 점멸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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