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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48화 <경계>
작성일 : 20-12-16 02:41     조회 : 329     추천 : 0     분량 : 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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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간도 크셔.”

 

 의자 등받이에 팔을 편하게 걸쳐 앉은 미순이 스카이라운지를 살피며 말했다. 그 말에 성혁이 낮게 피식거렸다.

 

 “뭐, 이제 완전히 막 나가기로 했수?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이래도 되나 몰라?”

 “원래 서로 눈치만 보는 냉전은, 누군가는 불을 뿜어야 끝나니까요.”

 “아니지, 아니지. 누굴 바보로 아남.”

 

 성혁의 태연한 대꾸에 미순이 끌끌 혀를 찼다.

 

 “불을 뿜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끝낼 확신이 있으니 불을 뿜는 거겠지. 안 그러우?”

 

 하지만 성혁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에서 테이블의 분위기를 살피던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성혁에게 다가왔다.

 

 “필요하신 것 있으면 언제든-”

 “난 됐어.”

 

 직원을 말을 끊어버린 성혁이 미순에게 눈짓을 하자, 미순이 신이 나서 메뉴판을 받아 들였다.

 

 “어디 보자... 일단 생맥주 시원하게 한 잔이랑, 오, 소시지가 있네. 플래터 되나?”

 “네, 주방에 주문해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낮부터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과한 거 같으면 여기로 부르질 말았어야지. 나 먹는 거 뻔히 알면서.”

 

 미순의 주문을 받은 직원은 메뉴판을 들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미순은 그 모습을 흘겨보며 성혁에게 물었다.

 

 “저 놈은 누구 편이려나?”

 “이 호텔 누구 건진 아시잖아요.”

 “에이~ 그래도 한두 명은 끼워놨을 거 아니유? 설마 수백은 되는 직원이 다 회장님 편일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었다.

 

 사실상 Bz의 모든 것은 경자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경자의 혈육은 아들인 성혁 단 한 명이었다. 그러니 성혁도 Bz의 지분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문제는 성혁이 자신의 진로를 정치로 완전히 틀어버렸다는 것이다.

 

 성혁이 정치인으로 출마하며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바로 Bz와 자신의 관계를 지우는 것이다. 나름 큰 규모로 대접받고 있는 Bz였지만, 경자가 피로 세운 회사인 만큼 좋지 않은 소리도 많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혁의 입장으로써는 Bz와 엮이는 게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경철이 살해되면서 여론이 반전되어 첫 당선을 얻을 수 있었지만, 요행이 계속될 리 없었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라도 Bz와의 관계성을 최대한 희석하는 게 성혁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관계로, Bz의 그 어느 곳에도 공식적인 성혁의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 자신의 수하를 시켜 암암리에 만들어 둔 성혁이 편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호텔은 상황이 달랐다. 이곳은 완전한 경자의 성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물론 강 팀장이 수완을 부려 몇 명을 끌어들인 모양이긴 했지만 믿을 것이 못 되었다. 성혁도 유진이 이곳에서 나간 다음부터는 아예 호텔 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만큼 온전한 경자의 것이면서 성혁에게는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는 곳이 바로 Bz 호텔이었던 것이다.

 

 “주문하신 맥주와 소시지 플래터 나왔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시지를 보자, 미순은 소리를 지르며 맥주부터 들이켰다. 그리고는 소시지 하나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확실히 호텔 스카이라운지스러운 맛이네. 맛이 영 밍밍해.”

 “조심하세요. 주방에서 들으면 칼 들고 달려옵니다.”

 “떼잉... 그러면 애초에 잘 만들었어야지.”

 

 소시지 하나에 궁시렁 열 마디를 내뱉으며 하나하나 다 맛본 미순이 드디어 맥주잔을 내려놨다.

 

 “어우, 겨우 배 채웠네.”

 “그럼 이제 본론을 말해 보죠. 먼저... 강격식 유골은 어쩌셨습니까?”

 

 성혁이 카운터를 힐끔 살피며 운을 띄웠다. 아니나다를까, 뒤돌아있는 직원의 어깨에 잔뜩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딱히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아유~ 회장님에 이어 의원님까지 나한테 왜 그러우. 나는 모른다니까.”

 “이미 알 사람 다 압니다. 그냥 말 하세요.”

 

 오리발을 내밀던 미순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쨌을 것 같수?”

 “가만두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잘 아네. 내용물은 탈탈 털어 변기에 버리고 함은 깨 버렸수.”

 

 성혁은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습니까?”

 “그래도 싼 놈이우.”

 “그렇게 당당하면서 회장님한텐 왜 발뺌하셨어요?”

 “그거야 골치 아파질까 그랬지.”

 

 시원시원하고 화통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성격은 미순의 최대 장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최대 단점이기도 했다. 일을 잔뜩 꼬아놓고도 당당한 미순을 보며, 성혁은 더 이상 따지고 들어가기를 포기했다. 다른 건 몰라도 경식에 대한 부분이라면 미순은 막무가내일 수 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요?”

 

 배째라며 당당하게 어깨를 펴던 미순이 삽시간에 쪼그라들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기 시작했다.

 

 “그래서는 무슨... 내가 바라는 게 어디 다른 게 더 있던감?”

 “유진을 어떻게 할까요?”

 

 긴 침묵이 이어졌다.

 더 이상 미순의 어디에서도 장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묻수? 나랑은 일절 관계도 없는 애를?”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요?”

 “당연한 거 아니우. 내가 걔 얼굴을 아나, 성격을 아나? 아는 건 이름 석 자, 아니지 두 글자밖에 없는 애를.”

 

 미순은 별 소리 다 보겠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자세를 고쳐앉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흔들리는 눈동자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오늘 왜 저를 보자고 하신 겁니까?”

 “늙은 할망구 헛소리 좀 막아달라고 전화한 거유. 됐수?”

 “그거야 그냥 잠수 타시면 될 텐데.”

 

 이리저리 흔들리는 미순의 눈빛을 읽은 성혁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 봐요.”

 “뭘 말이오?”

 “유진이 얘기 나올 때마다 느끼시잖아요. 죄책감.”

 

 성혁을 빤히 바라보던 미순이 어깨를 크게 으쓱거리고는 맥주잔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는 바닥까지 벌컥거리며 비워냈다.

 

 “다행히 애가 아직 가치는 있습니다. 이런 저런 능력들이 있어서. 회장님도 그를 썩 좋아하시고.”

 “......”

 “그런데 뭐 능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인질로 써먹으려고 잡아둔 아인데.”

 “... 뭐, 생각해 둔 거라도 있수?”

 

 성혁이 미순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원한다면 빼돌려 드리죠.”

 “......”

 “노친네가 유진일 볼모로 붙잡고 그쪽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

 

 성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러니까... 한 번 더 손을 잡자, 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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