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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7人7色 아이돌과의 가상연애
작가 : 엘리신
작품등록일 : 2020.7.31

이름도 없던 소속사의 연습생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7명의 청년들.
365일 지속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서서히 지쳐갈 무렵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소속사가 케이블 방송사와 연계하여 리얼 가상연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대 중,후반이 되도록 연애한번 제대로 못했었다. 친한 걸그룹도 없었다. 그저 아이돌이
되기 위해 피땀만 흘리며 살았던 7명의 멤버들은 곧장 멘붕이 오고야 마는데...


*이 소설은 실제 연예인 보이그룹을 모델로 하여 80%이상 재 구성된 가상 아이돌 로맨스 소설입니다.*

 
도피 그리고 중독
작성일 : 20-12-01 21:34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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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이 피식 웃었다. 어두운 곳이지만 자신을 놀리는 그의 표정이 전부 보였다.

 

 “한 방에 같이 있으면서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 너 웃긴 아이구나.”

 

 순한 목소리와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올려다보던 지원이 대답했다.

 

 “그런 사이 아니라고 저번에도 말했잖아.”

 

 그러자 태영은 몸을 앞으로 돌리고는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난, 내 귀로 들은 것만 믿어. 그냥 사귀는 사이라고 말해. 그러면 내가 널 포기할게.”

 “태영아.”

 

 태영이 점점 그녀에게 다가왔다. 지원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냉장고에 등이 붙어버렸다.

 

 그러자 삑삑 소리가 났다. 태영의 뜨거운 눈빛을 보고 피하려 해도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태영은 긴 팔을 뻗은 다음 지원의 품안에 든 생수병을 들어 식탁에 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그윽한 눈매로 지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원이 눈을 내리 깔자 손을 들어 지원이 입은 잠옷의 지퍼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지원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저 지퍼만 만졌을 뿐인데도 태영의 열기가 자신의 몸까지 전해져왔다.

 

 “민국인 아직 어려서 많이 어리숙해. 차라리 나와 사귀는 게 어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자 태영은 손을 내밀어 지원은 머리카락까지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내가 더 잘할 게. 사랑도 매일 속삭여 주고 원한다면 더 한 것도 해줄게.”

 

 지원은 자신을 팔로 옭아매려는 태영을 가슴에 손을 얹고 힘껏 밀어냈다. 그러고는 멤버들이 나오지 않을 만큼 소리쳤다.

 

 “그런 미친 소리 다시는 하지 마.”

 

 그러자 태영이 당황스러운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지원의 귓가에 나지막이 소곤거렸다. 얼굴 자체도 치명적인데 그의 낮은 목소리는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야릇하게 들렸다.

 

 “내가 어때서 그래. 나도 한 인물 하잖아? 그놈만 잘 생긴 거 아니잖아.”

 “마음에 없는 소리 그만하고 잠이나 자.”

 

 지원은 냉큼 생수병을 챙겨들고 그를 스쳐 거실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러자 태영은 비릿하게 웃었다. 지원은 서둘러 민국의 방 앞으로 갔다.

 

 그러나 방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들어가기가 불안하고 왠지 또 망설여졌다. 태영의 말대로 우린 어떤 사이일까.

 

 그냥 누나 동생사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도대체 이 모습과 분위기는 어떠한 상황인지 순간 지원의 머릿속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게 잘하는 짓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랄까. 창피하지만 동물 잠옷을 입고라도 집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이래갖고는 오래 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를 좋아하지만 마음대로 좋아할 수도 없는 위치였다.

 

 민국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쯤에서 끝내야 했다. 어중간하게 버티다가는 헤어지기 더 힘들어질 테니까. 이곳에 들어오기 전 그의 매니저님이 했던 충고가 생각났다.

 

 가슴은 울렁거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울컥했지만 지원은 결정을 해야 했다. 우선 잠옷 주머니 속에 휴대폰이 있던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괜히 왔어.’

 

 지원은 이내 바닥에 생수 두병을 내려놓고 과감히 뒤를 돌았다. 게임에 빠져 있을 민국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신경 쇠약이 걸릴 것만 같았다.

 

 지원은 현관으로 나가 조용히 구두를 신었다. 그러고는 조심히 잠금장치를 눌렀다. 잠깐 살았다고 이제는 제 집처럼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았다. 그녀는 현관을 열고 나갔다.

 

 그런 다음 멤버들이 나오지 않게 가만히 문을 닫았다. 누군가가 또 뛰어나오기 전에 이곳을 탈출해야 했다. 지원은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빌라 단지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길가에서는 사람들이 업었다.

 

 “휴…”

 

 오밤중에 이런 복장으로 택시를 잡는 게 몹시 민망했다. 그러나 가야만 했다. 이제는 오지 못할 곳임을 알기에 고급스런 빌라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 후에 택시에 올라탔다.

 

 이때 민국은 게임을 하다 멈췄다. 주방으로 간 지원이 계속 오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혹시 형들이랑 있나?”

 

 소파에 지원의 가방과 갈아입은 옷은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국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거실로 나갔다. 그러나 아무도 없어 살벌해 보이는 거실이었다.

 

 돌아다니며 지원의 모습을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주방에도 거실에도 그녀의 흔적이 없었다. 민국은 앞 뒤 베란다까지 모두 다 뒤졌다. 그러나 지원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정신이 아늑한 민국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큰 목소리로 지원을 찾았다. 그의 목소리에 자던 형들이 하나 둘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

 

 “누나, 누나 어디 있어?”

 

 결국 맏형의 방까지 다 문을 열고 일일이 확인하고서야 민국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뭐야? 왜 불을 켜?”

 

 자다 깬 석재가 벌떡 짜증을 부렸다. 그러자 민국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지원 누나가 사라졌어.”

 “뭐? 지원이가 왜?”

 

 민국의 말에 석재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쳤다.

 

 “몰라. 집 안에 없어. 내 잠옷 입고 바람처럼 사라졌어.”

 

 유독 큰 맏형의 목소리에 윤재까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정민도 태영도 방에서 나왔다. 갑자기 거실이 환해지자 눈을 비비던 석재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뭐야? 지원이 진짜 집에 간 거야? 너한테 말도 없이?”

 

 이미 민국은 형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당황스러워 그 자리에서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그는 졸음이 묻어 나있는 형들을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이때 태영은 모르는 척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했다.

 

 “갈 때 가더라도 말은 하고 나가야지 어이가 없네.”

 

 그러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런 말을 했다고 지원이 진짜 도망칠 줄은 몰랐다. 이제야 오해들을 풀고 다시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막내가 아픈 것도 다 나았는데.

 

 갑자기 비뚤어진 제 심보가 미워졌다. 세상에 이런 질투를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태영은 정민을 따라 일단 소파에 앉았다.

 

 고민한 척 했지만 사실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사실 조금은 지원을 좋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관심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팀의 막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도 결국 여자를 좋아할 줄 아는 평범한 남자였다. 최근 들어 지원을 다시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감정이 있어야 질투도 한 다는 사실을.

 

 “누구야? 누가 누나를 또 보냈어?”

 

 울먹이듯 화가 난 듯 말하는 막내의 목소리에 다들 어리둥절하였다. 형들은 서로 얼굴을 보면서 당황했다.

 

 여태 막내가 귀엽고 워낙 본업에 충실한 아이라 뭐든 이해를 해주고 일부러 부둥부둥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변하다니 제일 귀여워해준 현석은 마음이 뻐근했다.

 

 여자 하나에 깊게 빠져 방방 뛰고 큰 목소리를 내는 막내가 이해되면서도 괜히 불안했다. 마침 막내와 친구처럼 지내는 편인 맏형, 석재가 툴툴거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난 아니다. 영화 끝나고 바로 방에 들어와서 잤어.”

 “그건 나도 그래.”

 

 맏형과 둘째 형의 말에 너도 나도 똑같이 대답을 했다. 분명 현석도 정민도 지원이가 민국과 방에 들어가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소리까지 들었었다.

 

 그것은 마지막으로 방으로 들어갔던 매니저 형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때 민국의 눈빛이 정민과 태영의 사이에 머물렀다. 그러자 정민이 서둘러 말문을 열었다.

 

 “난 태영이랑 현석이 형이랑 게임하다가 졸려서 막 누우려고 하던 참이었어.“

 

 정민의 말에 태영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셋이서 게임한 것은 맞았다. 단지 태영이 먼저 져서 그 이후 게임에 참여를 안했던 것뿐이다.

 

 “일단 다들 자고 내일 전화해봐.”

 

 여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리더가 말했다. 윤재가 얼이 빠진 민국을 손을 잡아끌고 방으로 데려가자 하나 둘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민은 동갑 친구이자 멤버인 태영을 의심하였다. 아까 태영이가 잠시 방을 나갔던 것을 기억했다. 약 5~6분 정도 밖에서 있다가 들어온 태영은 뭔가 표정이 좋지 못했다.

 

 입은 연신 웃었지만 눈은 굉장히 피로해보였다. 분명 게임 때문은 아니다. 그리 오랫동안 하지도 않았다.

 

 ‘혹시 둘이서 싸웠나?’

 

 하지만 태영은 누구보다 아끼는 제 친구이기에 일부러 말을 아끼기로 한 정민이었다.

 

 한편, 일단 윤재는 정신이 나가기 직전인 막내를 이끌어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는 지원의 가방과 옷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나름 추리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도망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멤버들 중에 지원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좋아해서 탈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말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충격적인 말을 들었거나 당했다는 것이다.

 

 “하아, 정말 별게 다 힘드네.”

 

 민국은 소파에 힘없이 앉아서 머리를 숙였다.

 

 “뭔가 겁이 났나봐. 이렇게 도망치듯 나간 것을 보면. 내가 게임하지 말 걸. 누나랑 놀아줄 걸. 뭔가 이상했어. 물 마시러 간다는 누나가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윤재는 막내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말했다.

 

 “일단 옷이랑 가방 있으니까 찾으러 다시 올 거야. 그때 얘기 해.“

 “뭐가 그리 누나를 힘들게 하는 거야. 대체 뭐가…”

 “여자 속을 누가 알겠나. 일단 내일 통화하고 자.”

 “휴…”

 

 윤재는 몸만 어른이지 아직 감정 표현에는 어린 구석이 많은 민국을 끌어다가 침대에 눕혀 놓았다.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다가 방 불을 끄고 조용히 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와 책상위에 있던 휴대폰을 들었다. 아무래도 지원에게 심각한 이유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아, 왜 전화를 안 받아?”

 

 윤재는 신경질 적으로 종료를 터치하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신경을 안 쓰겠다고 해놓고 이렇게 또 쓰였다. 그는 쉬지 않고 통화키를 누르다가 음성사서함이 들려오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

 

 이때 지원은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휴대폰으로 택시 기사님께 송금을 해주었다. 그런 다음 집에 오자마자 동물 잠옷부터 벗었다. 막 한숨을 쉬고 있을 무렵 전화가 왔다.

 

 바로 윤재였다. 그렇다면 이미 다 알고 있단 뜻이었다. 그리 모질게 뛰쳐나와 놓고 괜히 또 민국이 상처받고 아플까봐 걱정되었다.

 

 “말이라도 하고 나올걸 그랬나.”

 

 그녀는 전화를 받을 용기가 없었다. 몇 번 울리던 전화가 종료되고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왜 갔니? 애가 또 울고 난리잖아. 누가 너 괴롭혔나 이실직고 해.]

 

 윤재다운 차갑고 현실적인 말투였다.

 

 [바른대로 말해. 지금 찾아가서 물어보기 전에.]

 

 지원은 휴대폰을 꺼버리고는 침대에 누웠다. 괜히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이렇게 모질고 힘든 일인지 정말 몰랐다.

 

 어쩌면 태영의 말도 이해가 갔다.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큰 사람을 좋아해서 문제였다.

 

 “내가 미쳤지. 좋아할 사람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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