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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44화 <기만>
작성일 : 20-11-18 02:34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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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한숨이 많으시네요.”

 

 해맑은 표정으로 아침을 먹고 있던 유진이 성혁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이게 누구 때문인데?”

 “음... 일단 저는 아저씨를 한숨 쉬게 할 능력이 없고, 지금 당장 제 머릿속에선 할머니 밖에 생각 안 나네요.”

 “이제 아주 막 나가는구나?”

 

 브레이크라곤 없는 유진의 대답에 성혁이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털며 다시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어린 애일 뿐이었다. 난데없이 걸어대는 시비에 진심으로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유치한 짓이었다.

 

 “적당히 할 만큼만 하고, 늦지 않게 멈추렴. 아무리 어려도 그 정도의 분별은 있겠지.”

 “왜 멈춰야 하는데요?”

 “그걸 몰라서 묻니?”

 

 그러나 유진은 뾰로통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일 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었다. 어제 본가로 들어와서 경자를 보자마자 경식의 제사를 같이 지내달라고 한 것만으로도 생사의 경계를 수 번은 오간 셈인데, 거기다 자신의 예지력이 사라진 것 같다는 말까지 막힘 없이 줄줄 불어 버렸던 것이다. 자신이 지금껏 붙잡고 있던 목숨줄이 뭔지도 모르는 미련한 녀석 같으니... 아들인 민우 녀석도 사춘기를 심하게 겪기는 했지만, 막 나가는 정도를 비교하자면 유진이 월등히 심했다.

 

 하지만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경자의 반응이었다.

 

 ‘암! 잘 생각했다, 아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은 할 도리는 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찬 서리라도 내린 듯 얼어붙었던 집안의 공기와는 달리, 경자의 반응은 의외로 호의적이었던 것이다. 아니, 성혁이 보기엔 호의를 넘어 오버에 가까웠다. 제사를 지내는 것을 넘어, 아예 납골당에 대충 모셔둔 유골을 제대로 모셔 주겠다느니, 그냥 지방으로 퉁 치면 될 걸 위패와 신주를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느니... 언제부터 유교에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사대봉사하는 집안에서도 안 할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었던 것이다.

 그리고 경자의 명령에 따라 날이 밝기가 무섭게 임 비서가 강경식의 유골이 있는 납골당으로 친히 향하기까지 하자, 성혁은 가슴 속이 한숨으로 가득 차 더 뱉어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사라진 예지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랬구나. 잘 된 일이다. 참 잘 된 일이야. 그동안 내가 네게 이것저것 부탁하기는 했지만, 사실 사람이 귀신의 힘을 빌린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이더냐? 너를 위해 아주 잘 된 일이다. 그래, 사람은 사람의 세계에서 사람의 생각을 하고 사는 게 순리에 맞는 거지.’

 

 누구보다 유진의 능력을 요긴하게 써먹었던 주제에 이제 와서 착한 할머니 노릇이라니... 능구렁이가 아흔아홉 마리는 들어있는 듯한 할망구가 대체 어쩌자고 일을 이렇게 벌이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뭐가 됐든 지금은 할망구의 속내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바로 앞에서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도 되는 양, 막 나가는 유진 때문이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좋게 참아주고 있을 때 그만하렴. 이 이상 나갔다간-”

 “죽여 버리겠고요?”

 

 유진이 성혁의 말을 자르며 들어왔다. 성혁은 그런 유진을 빤히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상관없는데.”

 “뭐?”

 “그때 죽여 달라고 했던 거. 그거 진심이었는데.”

 

 펑펑 울다 실신한 탓에 기억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니?”

 “살 이유가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살기 위해 조심해야 할 필요도 없어졌어요.”

 

 숨 막히는 대화 속에서도 꿋꿋이 식사를 끝낸 유진이 마침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차라리 죽겠다? 누구에게?”

 “누구든지요. 할머니도 좋고, 아저씨도 좋고. 뭐, 어느 분이 되셨든 직접 나서지는 않으시겠지만.”

 “아들래미처럼 열심히 마음 써서 키워 줬더니, 다 부질없는 짓이었구나.”

 “뭐 어때요. 어차피 저 이뻐서 데려온 것도 아니셨으면서.”

 

 성혁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한 번 짚었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김 팀장 있나? 와서 유진이 방으로 데려가. 엄한 짓 못하게 잘 감시하고.”

 

 간단하게 통화를 마친 성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분간 여기서 지낸다고 했지? 조용히 입 다물고, 적당히 지내렴. 범 모르는 하룻강아지처럼 날뛰지 말고.”

 

 그리고는 식당을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그 쇼는 왜 하셨어요?”

 “응?”

 “우리 아빠 모른다는 거.”

 “......”

 “다 알면서, 제가 아빠 찾아달라고 할 때 열심히 찾는 척... 왜 절 속이셨어요?”

 

 성혁이 유진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식당 문이 열리며 임 비서가 들어왔다.

 

 “강 팀장 오랬더니, 왜 자네가 와?”

 “그게... 일이 좀 생겼습니다.”

 “일이라니?”

 

 임 비서가 유진을 힐끗 쳐다보며 눈치를 봤다.

 

 “그냥 말해.”

 “네... 납골당에 유골이 사라졌습니다.”

 

 

 

 “누구쇼?”

 “아, 보험사에서 나왔습니다.”

 “보험사?”

 

 아파트 현관문이 빼꼼히 열리며 한 중년 여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네. 얼마 전에 운영하시던 주점에 불이 나셨잖습니까. 거기서 사람도 하나 다치고요.”

 “그런데요.”

 “그래서 저희가 좀 조사를 하려고요.”

 “현장조사면 소방서에서 다 했는데요?”

 “아, 네. 물론 소방서에서도 조사를 하는데요, 보험사에서도 이런 케이스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서요.”

 “글쎄요... 내가 보험에 가입을 했던가?”

 “아유, 우리 고객님, 기억이 안 나시나 보네요. 가입하셨습니다.”

 “그래요?”

 “네. 다중이용업소특별법에 의해서 일반음식점이나 유흥주점은 화재배상책임보험에 의무가입대상자라서요. 지금 본인은 기억이 안 나시겠지만, 처음에 사업자등록하고 하실 때 분명히 가입하셨습니다. 여기 저희쪽에서 보유하고 있는 증서도 있는데요.”

 

 남자가 넉살 좋게 웃으며 가방을 뒤적였다.

 

 “아니, 뭐. 이제 기억이 좀 나네. 맞다우. 내가 가입을 했었다우.”

 “그죠? 그럼 괜찮으시면 저희가 집안에 좀 들어가서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주점 주인, 미순은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유심히 살폈다. 훤칠한 키의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와, 어쩐지 차가워 보이는 단발머리 여자였다. 하지만 딱히 수상한 느낌은 없었다.

 어차피 집 안은 미순의 아지트였다. 저 둘이 허튼 수작을 부릴 마음으로 왔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순은 두 사람을 흔쾌히 집 안으로 안내했다.

 

 “안 될 거 뭐 있겠수. 들어 오슈.”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두 사람을 맞이하는 미순을 보고 오히려 놀란 것은 수연이었다. 당장 도현의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외부인을 절대 집 안으로 들이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 확실하게 생각해둔 건 없어.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는 알지. 내가 사고당했던 주점 기억 나? 아마 거기에서 키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거기 주점 주인... 어쩐지 평범해 보이진 않았거든.’

 

 예상보다 쉬운 입성에 당황했지만, 그를 표현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미순의 집은 마치 아지트라도 된 것처럼 온통 미순에게만 유리한 엄폐물용 가구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가구들에는 온갖 책들과 세계 각지에서 구한 듯한 민속품으로 가득했다.

 

 “이야~ 우리 고객님 집에 뭐가 많네요. 그죠, 조사관님?”

 

 수연은 대충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수연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절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 강경식의 유골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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