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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제이 크라우더의 회고록
작가 : HONs
작품등록일 : 2020.11.3

내 적은 처음부터 몬스터가 아닌 인간이었다.

 
1화 그때의 기억(1)
작성일 : 20-11-04 10:59     조회 : 405     추천 : 0     분량 : 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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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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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제이 크라우더의 인생은 정말 희망이 없다 생각할 정도로 비참했다.

 

 “정말 당신 때문에 못 살아! 남은 생활비를 도박에 모두 날리면 어떡해?!!”

 

 아침 댓바람부터 어머니가 격양된 목소리로 신경질을 내면서 마치 비명을 지르듯 소리친다.

 

 이것에 깜짝 놀란 나는 화들짝 잠에서 깨어나 낡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걸어가 스윽…… 하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검은색 덥수룩한 수염에 얼굴이 새빨갛고 낡은 옷을 입은 남자가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저자는 나의 아버지.

 

 하는 일이라곤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술을 마시거나 푼돈으로 도박밖에 하지 않는, 일명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자자, 들어봐. 오늘은 귀족 놈들에게 돈을 쫌 땄었다니까? 그래서 더욱 따려고 했는데!? 갑자기 파바방! 하고 읽어버렸지 뭐야. 하하하하!!”

 “지금 웃음이 나와? 나오냐고!!? 앞으로 우리 이제 뭐 먹고 살라는 거야!?”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건지, 아니면 술에 취해서인지 아버지는 남사르럽고 멍청한 웃음을 내버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화를 이기지 못해 결국 그의 어깨를 강하게 밀어버렸고.

 

 쿠과과광!! 이란 소리와 함께 아버지는 싱크대에 머리를 박고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이 반동으로 인해 위에 있던 접시가 흔들리더니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깨져버렸다.

 

 “아아…… 이 미친년이!!!!”

 

 자기를 밀쳤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은 건지, 아버지는 몸을 벌떡 일으켜 흥분한 얼굴로 어머니를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묵직한 소리가 집 안 전체에 울려 퍼졌고, 그녀의 비명과 신음 소리가 내 귀에 꽂히듯 들어온다.

 

 흥분한 아버지는 전혀 멈출 줄도 모르는 채 어머니를 계속 바닥에 눕혀 때렸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이대로 당하기만 할 수 없다는 듯 그녀는 발버둥을 치면서 술에 취한 남편을 힘겹게 밀어내더니.

 

 곧바로 옆에 있던 싱크대에서 식칼을 꺼내 아버지의 상체 한가운데에 푸욱!! 하고 흉기를 찔러 넣었다.

 

 “어억……?!”

 “하아…… 하아…….”

 

 몸에 날카로운 날이 들어오자 아버지의 몸이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멈춰버렸고.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면서 그는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는 듯 창백한 얼굴로 어머니를 노려봤다.

 

 “이제 이런 생활도 지긋지긋해! 당신 같은 건 그냥 죽어버려!!!”

 

 칼날과 손에 피가 흥건해졌어도 성에 안 찼는지 그녀는 더욱 그를 몰아붙였다.

 

 “크헉……!”

 

 어느새 아버지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 갔고 입에서 피를 토하더니 결국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하아 하아…….”

 

 나는 이때 이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도 달려가 구해줄 생각도, 그 둘을 말리려고 할 달려들 시도조차 내질 못했다.

 

 왜냐하면 너무나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문틈 사이로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몰래 숨어서 계속 보고 있었다가, 시선을 느꼈는지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하아…… 하아…….”

 

 얼굴에 시퍼렇게 물든 멍 자국에 피가 흥건한 손을 쥔 그녀의 모습을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

 

 어린 나이에 나는 즉시 시선을 피해 옆으로 몸을 숨겼고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침대 속으로 달려들어 몸을 숨겼다.

 

 ‘방금 그 눈…… 나도 죽이려는 듯이 쳐다봤어!!’

 

 이성의 끊을 아예 끊어버리고 쳐다본 메마른 눈빛은 완전 다른 사람을 보는 거 같았다.

 

 저게 과연 인간의…… 그동안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던 엄마의 눈빛이란 말인가.

 

 몸이 심하게 부들부들 떨린다. 나도 죽이러 올 거라는 생각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고 이 현실이 너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이익…….

 

 그때.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천천히 누군가가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이건 분명 이성을 잃은 엄마일 것이니라.

 

 터질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뒤로 한 채 나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몸을 더욱 동그랗게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바로 도망쳐야 하나?

 

 이대로 가다간 죽을 수도 있단 마음에 필사적으로 대책을 갈구하고 있다가, 화락!! 하고 몸을 숨기고 있던 이불이 벗겨졌다.

 

 “!?!”

 

 이것에 깜짝 놀란 나는 크게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엄마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아들, 뭐해. 어서 학교 가야지. 좀 있으면 지각하겠다.”

 “어…… 어.”

 

 뒤에 뭔가를 감추고 있었지만, 칼은 아닌 건지 바로 죽이려고 덤벼들진 않았다.

 

 나는 어색한 미소로 짧게 대답하고 피하듯이 침대에서 나와 서둘러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갔다.

 

 죽이지 않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낳은 자식은 차마 못 죽이겠다는 건가?

 

 무슨 속셈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서 이 사실을 근처 이웃 주민에게 말해야 한다.

 

 게다가 의도치 않게 침대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었고, 목숨도 아직 유지하고 있으니.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달려가는 척하면서 곧바로 현관문이 있는 쪽으로 나가려던 그때.

 

 뒤에서 살기가 느껴져서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엄마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려 움직이지 못하게 강하게 잡곤 뒤에 감춰놨던 피 묻은 식칼을 높게 치켜세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람이 왜 나를 죽이려는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갔는데.

 

 아버지를 죽인 걸 목격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님 사망 보험료를 노리고 한 걸 수도 있고.

 

 솔직히 어느 것도 다 가능성이 있긴 한데, 제일 유력하다고 보는 것은 그만 이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걸 수도 있다.

 

 항상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항상 폭력을 당했으며, 돈도 다 떨어진 인생에 그만 회의감을 느낀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그를 죽이고 난 후 뒤늦게 나에 대해 떠올랐고.

 

 아직 어린 나이에 친부모가 살인죄로 체포가 되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보다 더욱 가혹하고 괴로운 삶을 살겠지.

 

 그럴 바엔 차라리 여기서 죽이는 것이 나를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 죽이려고 한 것일 거다.

 

 “저기요, 괜찮아요?”

 

 쾅쾅쾅쾅쾅!

 

 엄마가 손에 쥔 칼의 날이 똑바로 내 얼굴을 조준하고 내리치려던 그 순간, 밖에서 익숙한 동네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엄마의 손은 그대로 멈췄다.

 

 아침부터 옆집에 소리가 날 정도로 소리를 질러서 걱정되는 마음에 찾아온 거였는데.

 

 어머니는 이때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서둘러 머리를 가꾸곤 밖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아까처럼 똑같이 뒤에 감춘 채.

 

 “아,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오셨어요?”

 “아까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서 찾아왔는데, 괜찮아요? 어이구 세상에 얼굴에 멍 좀 봐.”

 

 이웃집 아줌마는 어머니의 얼굴에 피어오른 파란색 멍 자국을 보자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저, 저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아줘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 얼굴을 이렇게 때리면 쓰나. 차라리 경찰을 부르라니까, 그런 사람은 좀 혼 좀 나야 해!”

 “이런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전 정말 괜찮으니 가보셔도 돼요.”

 “어휴, 그래도 그렇지 얼굴에 식은땀 좀 봐. 몸도 경직된 게 너무 딱하네. 아님 그냥 내가 한 소리 해줘?!”

 

 이웃 아줌마는 정말로 어머니가 걱정돼서 찾아온 것뿐이었다.

 

 누구보다 마음씨가 착하고 항상 우리 둘을 걱정해주셨고 챙겨주시던 게 이분이었으니까.

 

 그녀도 이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거였다.

 

 “아주 그냥 혼쭐을……?”

 

 마치 자기 일인 듯 생각해주면서 큰소리를 치던 그때, 톡 하고 아래에 뭔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줌마는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고개를 내린 순간, 두 눈을 의심하더니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물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붉은 핏방울이었기 때문이었다.

 

 “피……?!”

 

 이것에 깜짝 놀란 아줌마는 말문이 막혔다가 힘겹게 소리를 냈다가, 나는 이때다 싶어 냅다 어머니의 몸을 치고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앗……?!”

 

 저 사람이 떠나면 나를 곧바로 죽이러 올 거라 생각한 나머지 저지른 행동이었다.

 

 그러자 그 반동으로 인해 그녀의 손에서 피가 뭍은 식칼이 바닥에 떨어졌고, 둘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일어났다.

 

 직후.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해 서둘러 엄마의 다리 옆을 스쳐 지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렸다.

 

 “으아아아아아악!!!!”

 

 뒤에서 아줌마가 경련에 떨면서 비명을 질러도 그것을 무시한 채 곧장 앞만 보며 달렸다.

 

 이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마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었고 울창한 나무들이 보이자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골랐다.

 

 “여…… 여긴…… 어디지?”

 

 목적지나 방향도 설정하지 않고 무작정 달렸기 때문에 현재 내가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커다란 나무밖에 없고 들려오는 것은 새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제대로 된 길도 없고, 방금 왔던 방향도 잊어먹은 최악의 상황.

 

 “망했다……!”

 

 길을 잃었다는 공포감과 알 수 없는 오싹함이 등골을 적신다.

 

 게다가 마을 밖에 있는 이 산은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이 출몰하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와선 절대 안 되는 곳이다.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곧바로 파악하고, 서둘러 방금 왔던 길을 억지로라도 떠올리면서 돌아가려던 그때.

 

 타타타타탁!

 

 “크아아앙!!”

 

 옆에서 뭔가가 빠르게 달려오는 발소리와 함께 이상한 괴성이 들려오더니 나를 덮치곤 바닥에 넘어뜨렸다.

 

 “으악!”

 

 갑작스럽게 시야가 빙글 뒤집히고 몸이 기울어진 나는 깜짝 놀라 당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올려 눈앞에 보인 것은.

 

 빨간색 눈에 검은색 털을 갖고 있고, 살 하나는 쉽게 파고들 정도의 날카로운 이빨과 길쭉한 입을 가진 이것의 정체는 몬스터였다.

 

 “으아아아악!!”

 

 성난 얼굴만 봐도 온몸이 소름이 쫙 끼친 것과 함께 큰 비명을 지르자, 몬스터는 성난 이빨을 보이며 공격을 해왔다.

 

 “커허허허헝!!!”

 “으악……!”

 

 나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몬스터의 입을 손으로 막아봤지만, 녀석은 이것을 가볍게 떨쳐내곤 곧바로 팔을 앙! 하고 물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이빨이 내 얇은 팔을 파고 들어갔고, 공격에 성공했다는 걸 깨달은 몬스터는 더욱 상처를 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이거 안 놔!!!!!?”

 

 침이 팔에 범벅되는 불쾌한 느낌과 뜨거운 입김, 그리고 이것보다 더욱 참을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고통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단 생각에 나는 크게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며 몬스터의 코에 주먹을 꽂았다.

 

 “꺄아아앙!!”

 

 공격이 먹혔는지 아프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놔줄 생각이 없는 거 같아 계속 때렸다.

 

 퍽퍽퍽퍽퍽퍽!!

 

 온힘을 다해 공격을 했어도 끝까지 버티자 나는 이걸 포기하고 입에서 팔을 때어내려고 했지만.

 

 무는 힘이 어찌나 강력한 건지 마치 고정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자, 이유는 몰라도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화가 솟구쳤다.

 

 “으아아아앙!!”

 “깨개갱!”

 

 그렇게 무는 걸 좋아하면 나도 물어주겠다며 나는 몬스터의 코를 있는 힘껏 깨물자 드디어 팔에서 입이 떨어져 나갔다.

 

 “하아…… 으악!!”

 

 직후, 나는 어떻게든 몸에 힘을 불어넣어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도망쳤지만, 몬스터는 이걸 또 곧바로 쫓아오는 거였다.

 

 “저런 미친 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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