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언젠가 크게 후회할 것만 같아 쓰게 됩니다.
방금 느껴버린 엄마에 대한 슬픔을 글로 적고 싶어졌습니다.
스물여섯이란 나이를 먹고, 쥐꼬리만한 연봉을 받아 가며 '그래, 나름대로 좋은 출발이다. 앞가림 잘하고 있는 거다.'를 생각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때마침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
저는 항상 말합니다.
"엄마! 일 안 해도 된다니까. 힘들게 뭐하러 해?"
근거 없는 위안을 드리며 장장 열두 시간이 넘도록 일하고 돌아온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밥상을 차려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차려주고는 컴퓨터가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영화를 감상하다가 문득 외로이 밥숟가락을 뜨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눈앞을 스쳤습니다.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바로 뒤를 돌아보자 몇 발자국 남짓한 거리에서 힘을 잃은 눈동자, 굽은 허리, 고생의 흔적이 엿보이는 주름잡힌 손으로 밥숟가락을 뜨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니 갑작스럽게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습니다.
티 안 나도록 눈물을 훔치며 방문으로 걸어가 조용히 문을 닫습니다.
"엄마, 맛있게 먹고 상은 고대로 납 둬"
올해로 막 기초수급생활자에서 벗어났고, 생활에 조금의 여유가 생긴 참이지만. 아빠의 역할까지 소화해가며 자식들을 먹여살리는 엄마에게 저는 항상 커다란 존경심과 미안함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본다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던 놈이었죠.
그렇지만 방금 깨달았습니다.
내가 만에 하나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생긴다면, '엄마의 고생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요.' 아.. 안됩니다. 절대 안 될 일입니다. 저 또한 그 과정을 다시 지켜보기가 괴롭기도 하고요.
농담 삼아 로또 번호라도 외우고 돌아간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환경과 배경, 여태까지의 사건에서 성장해왔기에 얻을 수 있었던 유대감과 경험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니까요.
어찌 됐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미안해지기만 합니다. 과거에 후회를 남기지 말고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엄마, 엄마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고 싶어?"
"글쎄, 아직 아무 생각 없는데? 그건 왜 물어보는데?"
"그냥..."
"아들은?"
"난 엄마 아들이면 다시 태어나야지"
.
.
.
.
.
"그럼 엄마도 다시 태어나야겠다."
집에 가족사진도 없는데 꼭 찍어야지
가족끼리 여행 가본 적도 없는데 꼭 가야지
내가 잘 되는 모습 꼭 보여줘야지
뭐 하나 해준 것도 없이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올까... 그게 항상 두렵고 무섭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가끔은 살아온 날보다 같이 살아갈 날이 짧다는 게 두렵죠."
역시 이게 가장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