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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제가 요즘 여러가지 일이 겹쳐 심신이 말이 아닌데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워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이걸 글로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쓰다보면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들 앞에 내어놓기에 심히 부끄러운 글을 치기어린 고딩 때의 마음으로 낯짝에 철판을 깔고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본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 재미없더라도 크게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제28-1화 : 태풍 오는 날, 지리산에 오르다
작성일 : 20-10-31 13:46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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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졸업식 날 밤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린 우리들은 그다음 날에라도 다시 만나 뭘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이미 끝나버린 잔치를 다시 열어본들 흥이 날 것 같지도 않은 데다, 여전히 걷기조차 힘들어 나중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각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친구들이 다 같이 한자리에 모인 마지막 날이 될 줄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마음으로는 언제든지 전화만 하면 어떤 친구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니 그나마 대학에 진학했었던 친구들과는 그래도 생활방식이 비슷해 종종 만날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한 학기 마칠 때마다 하나둘씩 군대에 가게 되고, 취업해서 외지로 나갔던 친구들과는 거주지를 옮겨 다니다 보니 연락이 끊겨 간혹 명절 때 성묘하러 고향에 갔다가 마주치거나 안부만 전해 들을 뿐 여간해선 만나기 어려웠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돈도 벌고 군 복무도 대신할 수 있는 상선을 타고 외국으로 갔었던 친구들과는 연락은 커녕 안부조차 들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학해서 집으로 내려와 있던 친구들과 어울려 그 당시 우리들 아지트였던, 여객선 터미널 한 쪽 모퉁이, 간판도 없이 장사하던 조그만 선술집에서 산낙지 한 접시만 달랑 시켜놓고 바다를 바라보며 낮술 한 잔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부터 커다란 배 한 척이 항구 쪽으로 서서히 들어오더니 정박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광경은 평상시에도 종종 있어왔던 터라 그냥 무심코 넘겼을 법도 한데 그날따라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배에서 사람이 여럿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하고 유심히 쳐다보니 아니 이게 누굽니까?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상선을 타고 외국으로 나갔던, 축구를 잘 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스카우트 돼 중동고등학교에 갔다가 그만 부상당하는 바람에 선수 생활을 접고 다시 우리 학교로 전학 와 큰 시합이 있을 때마다 우리 팀의 플레이메이커로 뛰어주던 남식이가 아닙니까?

 

  그 순간 제가 "아! 저기 남식이. 남식이 아이가!"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찾아 내달리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친구들도 덩달아 "어! 남식이. 남식아!" 하며 하나 둘씩 뒤따라 나오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장날이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쉽사리 그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마침내 차도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고 있던 그를 발견하곤 목이 터쳐라 "남식아!"하고 불렀더니 그제서야 이 친구가 저를 알아보곤 환하게 웃으며 차도를 가로질러 제가 서 있는 곳으로 뛰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그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도 다시 모이고 반가운 마음에 포옹까지 해가며 인사를 나눈 후 일단 집에 먼저 갔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도 굳이 같이 한 잔하고 가겠다길래 계산도 하지 않고 나왔던 터라 다시 우리들 아지트로 돌아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우리와 함께 새로 온 친구 녀석을 크게 반기시며 "아따메! 친구가 얼매나 조으모 거 카는교! 난 또 내 돈 떼어먹고 도망가는 줄 알았다카이!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소리에 다들 한바탕 웃고 난 후 자리에 앉으며 "그란데 아까 내가 니 이름을 그리 크게 부르는데도 몬 알아듣겠더나?" 하니 남식이가 "어! 그게 하루에 몇 시간씩 기관실에 있다 보니 귀가 좀 그리 댔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무안해할까 봐 그러는지)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돌려 탁자 위에 놓인 안주를 바라보며 "그란데 너거들 이래 술 묵나. 안주가 이기 뭐꼬?" 하더니 회 한 접시와 곰장어구이 한 접시를 더 시키며 "오늘은 내가 한 턱 쏠 테니 마음껏 무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햇빛에 그을리다 못해 새까매진 그의 얼굴을 보곤 애잔해져서 그런지 평소에 돈 안 내기로 소문난 갑봉이가 "아이다. 내가 딴 친구들한테는 얻어 무거도 니한테까정 우찌 그라겠노? 고생해서 번 돈 함부로 쓰지 마라"며 놀랍게도 지갑에서 돈을 꺼내 미리 계산을 해 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그 모습을 보고는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 살다 살다 너 이러는 거 처음 본다. 야! 바깥 좀 내다봐라. 오늘 해가 동쪽에서 뜬 게 맞냐?" 부터 "너 왜 이러냐? 평소에 안 하던 짓 하면 일찍 죽는다는데...", "니가 이럴 놈이 아닌데, 너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지?"까지 다들 한 마디씩 하니 마지막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 친구 빙그레 웃으며 "남식이도 만났는데 돈을 하나도 안 낼 수는 없고 미리 내버리면 나중에 나더러 돈 내라고 하진 않을 것 아니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 녀석의 밉살스럽긴 하지만 솔직한 말에 또다시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남식이에게 언제 또 배 타고 나가게 되느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태풍이 온다고 해서 임시로 내렸다"면서 "일주일 후에 다시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짠해서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하자 남식이가 "야! 와 그라는데? 나 괘안타. 배 타는 놈이 다 그렇지 뭐! 그라고 너거들은 군대가모 나보다 더 고생할낀데 뭐! 그때 내 맨해 한 번씩 갈꾸마!"라며 너스레를 떠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갑봉이가 "그라모 일주일 동안 어데 있을라꼬? "하고 물었더니 "응.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는데다 맨날 바다만 바라봐서 그런지 어디 가까운 산에라도 갔다 오려고..."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일 저지르고 수습 안 하기로 유명한 기환이가 갑자기 탁자를 탁 치며 "그라모 우리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데 남식이 소원도 들어줄 겸 지리산에나 갔다 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산이라고는 소풍 갈 때 갔던 용화산 말고는 가 본 적이 없던 우리들(수학여행 때도 우리는 아프다는 핑계로 산에 올라가지 않았음. 그래서 그런지 버스타고 돌아다녔던 기억밖에 없음)은 "야! 그렇게 높은 산에 거기다 태풍까지 온다는데 괜찮겠냐?"라고 물으니 "이 자식들! 겁은 많아 가지고. 높긴 뭐가 높아. 에베레스트도 아니고. 군대 가면 행군을 밥먹듯이 한다는데 이래 가지고 우짜것노?

 별 일 없을테니 일단 한 번 가 보자. 가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면 뱀사골까지만 가면 되지 뭐! 나만 믿어!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산이라면 자신 있으니. 이번에는 구라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말라" 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긴가민가 했지만 저렇게까지 큰소리치는데 설마 또 거짓이겠냐?며 한 번 믿고 가 보자는 의견이 많은 데다 또 안 가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시간이 촉박하니 각자 집으로 가서 짐을 미리 챙겨 놓고 나중에 다시 모여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로 하고 일단 헤어졌는데...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놓고는 약속했던 장소로 다시 갔더니 아까 만났던 친구들 외에 세 친구가 더 자기들도 같이 가겠다며 나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많은 인원이 가게 되면 통제하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됐지만 함께 가겠다고 제 발로 찾아 온 녀석들을 오지마라 할 수도 없어 이제 더 이상은 받지 않기로 하고 회비를 거둬 가지고 갈 물건들을 산 후 시외버스주차장 근처에 있던 정수 집에다 갖다 놓고 시내로 나와 오랫만에 고향땅을 밟은 남식이를 앞장세우고 이곳저곳으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면서 쏘다니다 진주에서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많지 않은데다 태풍까지 오고 있어 약속한 시간에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되니 꼭 시간 맞춰 오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 헤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약속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동네 친구 두 녀석 - 한의대에 다니던, 자기 큰 형님과 나이 차가 22살이나 났던 정진이와 전자공학과에 다니다 방위 서려고 대기 중이던 2대 독자인 명언이 - 이 자기들도 같이 가겠다며 우리 집 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둘 다 우리 동네에 사는 저와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었는데, 제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 도 전에 다짜고짜 니가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느냐며 화를 벌컥 내는 것이었

 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이게 어디 좋은 날씨에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태풍 오는 날에 개고생할 줄 뻔히 알면서 그것도 너거하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 하고 가는 거라 말을 안 한 건데 뭘 그렇게 화를 내냐?" 하니 "아! 됐다"면서 "니 친구면 우리도 친구지 뭘 그렇게 따지냐?" 며 늦으면 안 되니까 어서 가자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 서서 성큼성큼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 원 참! 이렇게 난감할 수가...

 어쩔 수 없이 이 친구들과 함께 가지고 갈 짐을 가지러 정수네 집으로 갔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제 자기들도 같이 가겠다며 왔었던 친구 둘이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 산행을 이끌기로 한 자칭 산악인 기환이가 이제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며 출발하자고 해 가지고 갈 짐을 나눠 들고 있는데 어제 그 세 친구 중 나머지 한 친구도 "아무래도 내가 끼일 자리는 아닌 것 같다"라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총7명 (남식, 기환, 정수, 갑봉, 정진, 명언, 나)이 서서히 거세져 오는 비바람 속을 뚫고 지리산을 향해 나아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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