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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 3장 소문- 34화 미오(迷悟)
작성일 : 20-10-30 02:12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6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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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소문- 34화 미오(迷悟)

 

 

 “월. 그대가 나의 호위를 맡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재단도 제대로 안 된 무명천을 쓰고 다니는 것이 늘 마음 한구석에 걸렸다. 최대한 쓰개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보라 하긴 했는데 직접 써 봐야 알 것 같구나.”

 

 승헌이 천천히 연에게 옷감을 내밀었다. 선물을 권하는 사람치고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써보지 않겠느냐?”

 

 ‘이것을 받아서는 아니 되었다. 아니 받아 낼 수 없다.’

 

 연이 눈만 데룩데룩 굴리며 쉽사리 받아들지 않자, 아예 승헌이 직접 손에 천을 들려주었다.

 

 은은하게 도는 은회색 빛 무늬, 두꺼우나 크게 무겁지도 않으며 쉽게 바람에 휘날려 갈 정도로 가볍지도 않은 무게.

 

 촉감은 또 여린 꽃잎처럼 부드러웠다.

 

 연은 제 손에 들린 천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민망함을 감추려 거리를 벌려가는 승헌을 향해 외쳤다.

 

 “저…… 승헌 아씨!”

 

 “왜 그러지?”

 

 “노래를 퍼……. 한 가지 아뢰오나 무지한 자의 혼잣말이라 생각하고 들어주십시오!”

 

 “?”

 

 “저같이 미천한 자가 감히 어르신의 속내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승헌은 연이 제게 감사 인사라도 하려는 줄 알고 뒤를 돌았다가, 이어지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승헌 아씨께서 그곳에서 한낱 호위의 의사를 물어보신 것처럼. 어르신 또한, 마님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긴 소매 사이로 보이는 승헌의 오른손이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승헌이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가렸다.

 

 연은 승헌이 준 천이 갑자기 무겁게만 느껴졌다.

 

 ‘이제 이곳에서 쫓겨나려나? 어차피 떠나려고 했으니까 상관은 없어….’

 

 제 맞은편에 선 여인이 숨을 고르며 머릿속을 정리하는 동안, 연도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예……?”

 

 “선물은 돌려줄 필요 없다. 그동안 호위를 맡아준 대가니까”

 

 “…….”

 

 “고맙다…….”

 

 실바람 같은 목소리를 따라 승헌이 점점 멀어져 갔다. 오늘은 그녀 대신 승헌의 시비가 뒤를 따랐다.

 

 연은 조용히 승헌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서 있었다. 하지만, 왠지 승헌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오만이었을까?

 

 

 승헌이 외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름이 있었다. 연은 정자 안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맞은편으로 갔다.

 

 “제가 올 거라 예상한 눈치군요.”

 

 “예.”

 

 연은 미오의 대답에 답하며 주변을 살폈다. 평소 데리고 다니던 시비도 주변을 지키고 선 종도 오늘따라 보이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주변에 사람은 다 물려뒀으니까. 그나저나 참 깜찍한 짓을 벌였더군요. 덕분에 아침 댓바람부터 고생 좀 했답니다.”

 ”

 

 “…….”

 

 “언제부터였나요?”

 

 연은 만지작거리던 은장도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저를 두고 두 분이서 설왕설래하실 때, 당신만이 제가 필요 없다고 하셨죠.”

 

 “겨우 그런 거로…….”

 

 여인의 눈이 한 차례 예리한 빛을 냈다.

 

 “자만심이 너무 큰 거 아닐까요?”

 

 “그때 당신이 그런 말을 한 건, 차를 우려 온 여종에게 너를 믿고 있다며 신임을 주고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죠.”

 

 “…….”

 

 “혹시라도 그 여종이 딴맘을 품고 발설하면 다 물거품이 되니까.”

 

 그녀는 소리 없이 웃고 있었지만,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가 있었다.

 

 연은 그에 확신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의 시비가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다른 여종이 다과를 두고 갔길래 걱정되어 따라갔다고. 덕분에 일이 꼬였죠. 사전에 없던 무모한 시도까지 할 정도로 말이에요.”

 

 “참 착한 아이네요. ‘백노’라는 점이 아쉬울 정도로.”

 

 “또 사건이 일어났을 때, 모두 아씨께서 그 여종을 데려왔을 때만 일어났더군요. 버리기 쉬운 말이어서 인가요……?”

 

 “저는 이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연은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뚱딴지같은 소리에 얼굴을 굳혔다.

 

 “혼인을 논할 때 한쪽의 신분이 낮으면 성사되기 어렵죠. 그래서 이야기가 필요한 겁니다.”

 

 “……?”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지만, 사실 저는 연 소저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답니다.”

 

 “!”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요.”

 

 연을 거들떠보듯 내려다보던 여인이 갑자기 태도를 달리했다. 연은 언습하는 불안감에 당장 박차고 일어나려는 몸을 간신히 누르며 손에 깍지를 꼈다.

 

 “다시 말했다시피 저는 둘째 딸입니다. 첫째에게 밀려 가문을 물려받을 수도 없고 반으로 나눠진 부모의 재산에서 제게 맞는 신분의 이와 평생을 함께해야 하죠.”

 

 “…….”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녀는 부채를 부치는 것처럼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꿀처럼 달디단 목소리는 유혹하듯이 물었다.

 

 “승헌 언니와 교혜에게 이야기하실 건가요?

 

 찬연하게 부서지는 햇살보다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연은 그것이 독을 품은 경고임을 알았다.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듯이 말이다.

 

 “이제 보니 뛰어난 미색을 지닌 여신이 아닌 지략이 빛나는 분이셨군요.”

 

 “칭찬으로 듣지요. 저는 제게 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찻잔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손톱이 예리하게 빛났다. 다부진 삵의 발톱처럼 날카롭고 위험하기 그지없다.

 

 “처음 저희에게 들어온 의뢰는 마을에 퍼진 세 여신의 노래를 퍼뜨린 장본인을 찾는 거였고, 이제 답을 찾았으니 약속된 보수를 받고 떠나고 싶군요.”

 

 “영민한 그대, 함께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참으로 그대가 마음에 드는군요.”

 

 고대하던 답이 돌아오자, 여인이 몹시 안타깝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목소리를 깔았다. 그러고는 찻잔으로 손을 옮기며 연에게 말했다.

 

 “그대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해주자면 소문은 사용하기 나름이랍니다.”

 

 찻잔을 손톱으로 건드는 나른한 손길이 위에서 아래로 이어졌다.

 

 “진실과 거짓은 한 끗 차이라 진실 속에 교묘히 거짓을 섞고 거짓 속에 진실을 감추면 무엇이 진실인지 분간하기 어렵죠.”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찻잔을 두드리던 손길은 거두어지고 곧 탁자 위로 보랏빛 비단 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동안의 보수에요.”

 

 연은 비단 주머니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며.

 

 “그럼, 안녕히.”

 

 떠나는 연을 향해 여인이 향기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였다.

 

 

 *****

 

 

 “이렇게 그냥 떠나는 거야? 물론 패물이 많아서 좋기는 한데, 이걸로 협박해서 더 받아내는 것도 좋잖아-?”

 

 홍이 연의 눈치를 살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연은 그런 홍을 찬찬히 훑다 입술을 떼었다.

 

 “홍아. 실상, 이 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없어.”

 

 “어째서?”

 

 “노래를 퍼뜨린 건 미오지만, 승헌은 혼인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고, 교혜는 아직 어려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혼담이 들어 올 수 있어.”

 

 “뭐어-! 그게 정말이야!”

 

 “그래. 나중에 노래가 정말 사실이었다는 이야기가 퍼져도 그때 가서 어린 날의 치기였다 둘러대면 그만 일뿐이야.”

 

 연은 제 턱에 손을 받치며 곰곰이 따져보다가 말을 이었다.

 

 “심지어 대가문의 여식과 견준 보배라 불렸으니, 어쩌면 더 높은 신분의 이와 혼인을 할 기회도 생긴 거지.”

 

 “하지만… 그래도 나 같으면 나랑 친한 사람이 그런 노래를 만든 장본인인 걸 알면 정나미가 털릴 것 같은데……? 그걸 빌미로는 안 되나?”

 

 아주 한탕을 해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한 홍이 넌지시 물었다.

 

 “이미 그녀는 다른 규수들과 친해. 신뢰가 두텁다는 뜻이야. 그러니 여기서 우리 같은 외부인이 말을 얹거나 아무리 말해봤자 귀 기울이지도 않을 거야.”

 

 그에 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다가 쐐기를 박듯 진실을 일러주었다.

 

 “애초에 해결할 거라 생각도 못 했을 테고. 그저 잠깐의 여흥이나 심심풀이용으로 딱이라 고용한 걸 테지.”

 

 “그럴 수가.”

 

 홍이 허탈하게 내뱉었다. 그들이 그런 생각으로 자신들을 고용한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기색이었다.

 

 그건 운도 마찬가지였는지 대뜸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자신까지 추문에 휩싸이면서 그런 짓을 한 거지?”

 

 “답은 노래에 있어. 근방에서 가장 귀한 아씨라고 승헌을 칭했잖아. 사실 수도에서 가장 귀한 여식은 따지고 보면 공주야. 그런데도 공주를 두고 다른 진골을 ‘귀하다’라고 표현한 건 미오에게 그녀가 가장 값진 사람이어서야.”

 

 “그렇구나! 역시 우리 누님은 똑똑해!”

 

 “게다가 보통 여인이 그런 추문에 휩싸이면 세 가지 선택지만 남아. 추문 속에 대상과 혼인을 하게 되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서둘러 다른 이와 혼인 하거나, 혹은 추문을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잊힐 때까지 절에 보내지거나.”

 

 차분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운의 물음에 연이 친절하게 상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실제로 승헌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으니 아마 전자의 위주로 상황이 흘러갔을 거야. 그래서 노래를 만든 거지.”

 

 “그게 노래를 만든 이유랑 어떻게 이어져?”

 

 “고귀한 진골이 그 아래 두품의 여식들과 시기 질투하며 싸운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그들과 수준이 같다고 하는 소리나 똑같아.”

 

 연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홍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했다.

 

 “그걸 위쪽에 계신 분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지.”

 

 누가 들으면 경을 칠 발언이었지만, 연은 개의치 않고 그들을 평했다.

 

 뭐 어떤가? 다 끝난 마당에.

 

 연이 말하면서 한차례 어깨를 으쓱이자 아리송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홍이 제 턱에 손을 올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귀족이라는 것도 대개 복잡하네?”

 

 “응. 추문이 잊히더라도 승헌에게 오는 혼담은 웬만해서는 드물 거야. 콧대 높은 분들이 나이도 꽤 찬 데다가 그런 소문이 돌던 여인을 제 가문의 안주인으로 삼고 싶을 리 없어.”

 

 “그런 거구나.”

 

 “그러면 여기서 문제! 과연 대아찬 댁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려 할까요?”

 

 연이 괜히 칙칙해진 분위기를 살리려 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음, 그 원랑이라는 놈팡이를 족친다? 아니면 미오 아씨를 고발한다?”

 

 “다 잡아서 실토하게 만든 뒤, 다시는 그런 꿈도 꾸지 못하도록 조치한다.”

 

 “둘 다 틀렸어.”

 

 운이 말한 저 조취가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닌 격렬한 몸의 대화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연은 각자 제가 생각한 대안을 꺼내며 고개를 갸웃하는 두 사람에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대아찬 댁에서는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하려 들 거고 사실은 ‘세 사람이 무척이나 우애가 좋아서 일어난 헛소문일 뿐이다.’는 식으로 이야기의 판도를 바꾸려 할 거야.”

 

 그리고는 천상의 여신같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앉아 차를 마시던 여인이 있던 정자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곧 대아찬 댁에서 미오에게 혼담을 넣을걸. 비록 정부인은 아닐지 몰라도 말이야.”

 

 “그게 그렇게 되는군.”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놀란 얼굴을 한 채 운이 연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에 연은 빙그레 미소만 지으며 화답했다.

 

 “뭐야? 뭔데! 나도 알려줘!”

 

 이런 분야에서는 까막눈인 홍이 둘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연의 팔에 매달렸다.

 “허나, 그 사람은 절대 거기서 만족하지 않을 걸. 방금 봤듯이 추진력이나 행동력이 무척 뛰어나신 분이잖아.”

 

 “맞아, 그 아씨. 예쁘긴 한데 꼭 음흉한 여우 같달까? 뭔지는 모르겠는데 같이 있으면, 조금 오싹했어.”

 

 ‘그래도 내 눈에는 항상 누님이 제일 예쁘단 거 잘 알지?’라며 홍이 뒷말을 덧붙이고는 한쪽 눈을 연신 깜박였다.

 

 ‘그래, 그래.’

 

 연은 알았다는 듯 홍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가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갸르릉 거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승헌을 잃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자기 나름대로 그녀를 지키려고 한 거야.’

 

 승헌이 머무는 안채 쪽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응시하던 연은 정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문을 퍼뜨린 게 원랑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그가 고용한 사람과 똑같은 행색으로 제 시비를 꾸민 뒤 노래를 퍼뜨리라 시킨 건 나중에 모든 화살이 원랑에게 꽂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어.’

 

 연은 정자 안에 있던 사람이 소리소문없이 종적을 감춘 것을 보고는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아무튼 대단한 여신님이야.”

 

 승헌과 교혜는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겠지.

 

 연은 내심 안심하며 발길을 굳혔다. 그런데 그때 무언가가 그들의 앞으로 뛰쳐나와 길을 막았다.

 

 빗질한 적 없는 머리는 불에 탄 것처럼 꼬이고 엉켜서 눈 앞을 가리고. 고된 일을 하느라 햇볕에 그을려 눈 밑에 생긴 주근깨가 딸기 씨처럼 박힌, 백제인의 피가 흐르는 노예 아이.

 

 “너구나.”

 

 “하아, 하아…….”

 

 아이가 급하게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였다. 큰 눈망울이 당장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것처럼 커져 있었다.

 

 “이런. 이제 우리는 떠나야 한단다.”

 

 그녀가 떠난다는 말에 아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하지만 연은 서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제 과자는 줄 수 없어.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아무도 너에게 원하는 걸 주지 않을 거란다.”

 

 “…….”

 

 “과자가 먹고 싶다면 스스로 움직여야 해.”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주지 말지…….”

 

 아이가 원망스레 투덜거렸다.

 

 “내가 밉니?”

 

 “…….”

 

 아이는 그녀의 말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손가락을 꼼질 거리는 것을 보아 그녀를 붙잡고 싶은 듯했다.

 

 연은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지른 사람 같아 제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쓴웃음만 짓다가 미리 준비해놓은 듯한 푸른 주머니를 품속에서 꺼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건 다 네 공이 크구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데. 홍아 주머니에 과자 있지?”

 

 “엑...! 어떻게 알았어?”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리가 없지.”

 

 “주머니가 볼록한데 눈치 못 채는 게 더 이상하지.”

 

 운에 말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짓던 홍이 미적거리며 자신의 배속에 보자기로 싸 숨겨둔 과자를 꺼냈다.

 

 연은 거기서 몇 개만 꺼내어 아이의 손에 쥐여주다가 푸른 주머니도 함께 들려주었다.

 

 “오래 살고 싶다면 다시는 모시는 주인의 정보를 팔지 말거라. 이 주머니는 받아서 제일 큰 나무 밑에 땅을 파 숨겨 놓고 정말 힘든 순간에 열어 보고.”

 

 백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연이 주는 것을 받아내어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여린 입술을 깨물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던 백노가 고개를 숙였다.

 

 “잘 지내 거라.”

 

 미약한 바람 속에 스며든 목소리가 희미하게 번져갔다. 백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연 일행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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