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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 3장 소문 32화 원랑.
작성일 : 20-10-30 02:02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6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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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소문 32화 원랑.

 

 

 “홍아, 이건 비밀인데! 나는 운보다 네가 더 믿음직스러워.”

 

 “정말?”

 

 “그럼, 너만 남기고 우리 둘만 안으로 들어가려는 게 아니라, 여기서 우리가 무사히 잘 나오나 지켜보는 중요한 일을 너한테 맡기는 거야.”

 

 연은 평소보다 명랑하게 운을 떼며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었다.

 

 “할 수 있지?”

 

 “응!”

 

 운보다 자신을 더 믿는다는 말에 넘어간 아이가 쾌활하게 손을 흔들며 잘 갔다 오라는 뜻을 비쳤다.

 

 연 일행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문지기들은 드디어 새로운 객의 등장을 알림과 동시에 안에서 기생하나가 나와 연 일행을 반겼다.

 

 기생은 한 차례 문지기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윽고 연 일행을 향해 눈을 반달로 접은 채 요요한 웃음을 머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안내해 드리지요.”

 

 곧 금의 현처럼 낭창하고 청아한 음성이 여인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들을 중요한 손님이라 파악한 모양이었다.

 

 연이 그녀를 따라 기루 안으로 발을 옮겼다. 운도 연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슬쩍 뒤돌아섰다.

 

 “너. 연이한테 들키지만 마라.”

 

 “윽, 알았어!”

 

 속으로 남은 패물을 세며 문지기들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던 홍이 찔린 듯 어깨를 구부렸다가 폈다.

 

 이어 할 말을 다 한 운이 안으로 들어서자 기루의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홍은 기루의 문이 닫힐 때까지 둘의 모습을 보고 서 있다가 패물을 가져간 문지기를 보며 눈을 빛냈다.

 

 

 *****

 

 

 기생이 안내한 곳은 기루에서 가장 큰 누각이었다. 안에서 낭랑한 연주와 여인들의 꽃 같은 웃음소리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연은 한껏 눈살을 찌푸리다가 안내해준 기생에게 웃돈을 얹어 주며 말했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안에 있는 기생들을 다 물릴 수 있을까요?”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워낙 호전적인 분이시고, 최근 저희 기루에서 가장 큰 손이셔서.”

 

 기생이 입가를 소매로 가리며 눈을 접었다. 해줄 수는 있으나 뒷감당이 귀찮다는 뜻이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거든 정식으로 사찬 댁에 항의하라 하세요.”

 

 기생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내, 흥미로운 듯 입매를 부드럽게 풀었다.

 

 “일각은 누군가에겐 천금과 같다고 하지요. 귀한 분들의 시간을 계속 빼놓을 수는 없으니 잠시 이곳의 풍류를 즐기고 있으시기를.”

 

 그리 말하며 기생은 누각 안으로 들어가 기둥 한쪽에 세워져 있던 금을 들었다. 안에서 산울림처럼 깊고 계곡처럼 청명한 금 가락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하나둘, 기생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누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갖고 있던 악기를 하나씩 서로에게 넘겨주며 뒷정리를 하는데 손발이 척척 맞았다. 누가 보면 전장을 나서는 병사처럼 보일 터였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시끌벅적했던 누각 안의 소리가 거의 멎어 들었다. 곧 입구에 금을 든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며 내려왔다.

 

 “과연, 유어출청(遊魚出聽)이라 불릴 만한 연주였습니다.”

 

 기생은 연의 말에 그림 같은 미소를 보이는 대신 눈을 감았다.

 

 대답 없이 연의 곁을 지나치는 꽃물이 든 화사한 손끝은 표면과 달리 밑이 뾰족하고 딱딱해 보였다.

 

 “한 식경 정도는 이곳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을 예정입니다.”

 

 “…….”

 

 “연주 값은 잘 받은 셈 치지요.”

 

 방금 기생의 연주처럼 맑은 목소리가 연의 귓가를 간질였다.

 

 기생이 멀어지고 나자 운은 어이없다는 투로 말을 꺼냈다.

 

 “허, 전두(纏頭) 값을 따로 지불해야 할 뻔했군.”

 

 “그러면 아마 이 누각을 빌리는 만큼은 내야 했을걸.”

 

 연의 말에 운이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냐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충분히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었으니까.”

 

 연은 작게 웃으며 누각을 둘러보았다. 안쪽에서 사람이 골골 앓는 소리가 났다.

 

 연은 쓴물이 올라온 듯한 침을 삼키며 계단을 한단 한단 올라섰다.

 

 

 인공적으로 만든 연못이 잘 보이는 자리에 세워진 누각은 사람이 40명이나 너끈히 앉아 있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푸짐하게 차려진 네 개의 큰 상차림 중심에는 인영이 하나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술병과 기생들이 흘리고 간 옷가지가 빨래터처럼 늘어져 있었다.

 

 찌든 술 냄새가 널브러진 사내에게서 풍겨왔다.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단이 네년이 나와 연주를 하고. 좀 있으면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다.”

 

 술기운이 벌겋게 오른 사내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곁에 굴러다니는 술병을 힘없이 들었다 내렸다.

 

 사내는 기생들이 다 빠져나가고 이 자리에 자신 혼자 있다는 것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신 듯했다.

 

 “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느냐. 그 짧은 새에 다들 어디 갔느냐……?”

 

 그는 마치 무릉도원에서 쫓겨난 사람처럼 사라진 꽃의 향기를 찾아 엉금엉금 기었다.

 

 그 모습에 운이 혀를 차며 제 발치에 놓인 술병을 발로 차 사내를 맞혔다.

 

 아릿한 통증에 정신이 든 사내가 누워있던 몸을 반쯤 일으켰다.

 

 “네 놈들은 누구냐! 아니, 아니지. 새로운 기녀와 그 기둥서방이냐? 그러면 당장 흥을 띄우지 않고 무얼 하는 것이냐!”

 

 사내는 술에 거하게 취해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하고 외려 연과 운에게 버럭 역정을 냈다. 그의 두 눈은 운처럼 검었으나, 썩은 동태 눈깔인 양 흐리멍덩하기만 했다.

 

 “오호라.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지? 내가 바로 곧 대아찬의 여식과 혼인을 할….”

 

 “참으로 꼴불견이로군…….”

 

 “지금 뭐라고 한 것이냐?”

 

 연의 신랄한 말을 들은 그가 한쪽 팔로 나무로 된 바닥을 소리가 나도록 짚었다. 연은 굴하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에서 그가 하는 짓을 바라보다 무거운 입을 뗐다.

 

 

 이슬로 다 바라진 이불을 덮으려다

 달빛을 벗 삼아 누우니

 달빛 위에 이슬이 옥구슬처럼 쌓여만 가는구나

 

 이슬로 염주를 꿰어 날이 밝기를 기다리니

 문밖에 옥 주렴을 달 때쯤에서야 오시려나

 

 무심한 임이여.

 

 사립문 밖에 쌓인 하얀 그리움을 쓸어

 누러진 이불 위를 덮노라니

 

 디뎌 밟고 오시려나

 

 

 “다음은 잘 아시겠지요.”

 

 “그걸… 네년이 어떻게!”

 

 “이 시는 표면상으로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이야기로 읽히지만, 실은 폐하께 나 같은 인재를 돌아봐 달라 청하는 내용이죠.”

 

 “…….”

 

 “눈물로 주렴을 만드는 정성을 보일 터니, 언제든지 찾아주시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당시 당신이 관직에도 들지 않는 이랑을 겁쟁이라 비방하며 그의 시문 실력 또한 뜬소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에 반박한 것이죠.”

 

 연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이를 갈고 있는 원랑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아직 관직에 나서지 않은 것은 폐하께서 내게 걸맞은 자리를 찾아주기 위해서고 그건 나라를 생각하는 성군이 인재 등용에서도 만전을 기하여서라고요.”

 

 연의 말이 이어질수록 원랑의 얼굴에 깊은 음영이 드리웠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두 눈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므로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나라에 보탬이 되지 않는 자라 비방하는 것은 이 나라의 지존을 욕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시끄럽다-! 시끄러워!”

 

 탁한 먹물 같은 빛을 띠던 눈이 잠깐이나마 기묘한 이채를 띠고 타올랐다. 원랑은 제 손에 잡히는 술병을 찾아 손을 더듬거렸다.

 

 “나는 언제든지 폐하의 부름을 받기만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시끄럽다 하지 않았느냐! 그 입 닥치란 말이다-!”

 

 원랑은 겨우 찾은 술병을 바닥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 자기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예리한 조각은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찌르고 파고들 것처럼 퍼져나갔다. 그 모습이 마치 지금의 원랑 같았으나, 신기하게도 연의 쪽으로는 조각하나 튀기지 않았다.

 

 연은 원랑이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있던 말을 계속 꺼냈다.

 

 “당신은 그날 이후로 화랑의 수장에서 쫓겨나고 자신을 따르던 낭도들을 잃었습니다.”

 

 “네… 네…년! 정체가 무엇이냐!”

 

 그가 술을 먹어 떨리는 손가락으로 연을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헤치고 나타난 달이 흰 구름 쫓아 떠가는 것 아닌가. 새파란 시내에 기파랑의 모습 잠겼어라.”

 

 “…내 말이 말 같지 않으냐? 지금 뭐 하자는 것이냐!”

 

 “일오천(逸烏川) 조약돌에서 낭(郎)이 지니신 마음 좇으려 하네. 아아! 잣나무 가지 드높아 서리 모를 그 씩씩한 모습이여!”

 

 연은 찬기파랑가를 읊으며 동시에 머리에 쓰고 있던 천을 걷어 내렸다.

 

 흰 천 속에 가려져 있던 고운 얼굴이 드러나며 겨울 호수처럼 얼어붙은 눈동자가 원랑을 향했다. 냉기가 풀풀 풍기는 그 시선에 그가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운은 연의 도발적인 행동에 놀라 막아서려 하다 그녀의 손에 제지당했다.

 

 “제 아버지께서는 화랑의 기개와 정신이 나라를 통일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능력을 높이 사고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말이죠.”

 

 두 손을 모은 연이 원랑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저 두 걸음 나아갔을 뿐인데도 그는 어째선지 연의 앞에서 몸을 움츠렸다.

 

 곧추세운 머리와 허리는 곧게 뻗은 대나무처럼 강직해 보였다. 전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데도 원랑은 마주한 연에게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 제 앞에 계신 분에게서는 그러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군요.”

 

 정말로 유감스럽다는 듯한 목소리가 이랑의 귓가를 후벼 팠다. 그는 전에 없던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벌떡 일어섰다.

 

 “네년이 뭘 안다고!”

 

 누각을 울리는 비명 아닌 외침이 날카로운 예기처럼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나라고 좋아서 사병으로 일하는 줄 아느냐! 천하의 내가! 수많은 낭도를 이끌었던 수장인 내가!”

 

 분노로 휩싸인 머리가 불처럼 활활 타오르며 술기운이 올라왔다. 원랑은 어지러움에 몸을 휘청이며 발치에 걸리는 술병을 발로 찼다.

 

 “다 그놈 때문이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시 하나 잘 지은 거 가지고 온갖 찬사란 찬사는 다 받아놓고 나는 그놈으로 인해 모든 걸 잃었는데!”

 

 거슬리는 장애물을 발로 치울수록 그의 몸은 바람에 나부끼는 천 자락인 양 펄럭였다.

 

 “그놈이 대체 뭐라고! 다들 이랑-! 이랑-! 낭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할 건 나란 말이다-!”

 

 어떻게든 자세를 잡아보려 휘청이는 몸에 억지로 힘을 주는 모습이 추할 정도였다.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한 그가 볼품없이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킥킥……. 너같이 하찮은 계집이 뭘 알겠느냐… 뒤에서 수군거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그놈을 난 줄 알고 찾을 때의 내 마음을…….”

 

 ‘그나저나 우리 아씨는 왜 그러나 몰라. 자수 연습은 안 하시고 검술 연습하신다고 굳은살이 박혀 오시는 것도 모자라서 어디 가서 생채기도 만들어 오시고. 향기 없는 꽃이라는 말이 아주 빈말이 아니야.’

 

 ‘손만 보면 귀한 집 아씨인지 부엌데기 종인지조차 알 수 없을걸!’

 

 ‘그래! 마님을 닮으셨다면 자체조차 고상하셨을 텐데, 진짜 친자식이 아니라 성도 물려주지 않는 거라는 풍문이 헛것은 아닐지도 몰라.’

 

 ‘이제 한이 도련님도 계신대, 대체 언제쯤 정신을 차리실 건지.’

 

 ‘대체 언제쯤…….’

 

 연은 물끄러미 그를 내려다보았다. 응시하는 시선에 원랑을 연민하는 기색이 슬쩍 묻어 나왔으나, 이내 종적을 감췄다.

 

 연은 아까와 같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 소문을 퍼뜨리셨습니까?”

 

 “그래! 그래야 대아찬의 여식과 혼인하고 땅에 떨어진 내 명성을 고치고 나를 비웃은 자들에게 보복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빠른 그의 실토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저열한 말들이 연의 귀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어!”

 

 오른손으로 얼굴은 덮듯이 쓸어내린 원랑이 광소를 터뜨렸다.

 

 “내가 원한 건 대아찬의 여식이었지, 나머지는 아니었거든.”

 

 그는 이야기를 나눈 후, 처음으로 유쾌한 듯 웃으며 두 팔로 뒤로 바닥을 짚었다.

 

 “설마 셋이서 나를 두고 싸울 줄이야! 하하하하!”

 

 고개를 젖혀가며 누각이 떠나가라 터지는 광소는 멈출 기미가 없어 보였다.

 

 “역시, 내가 누구야-! 화랑의 수장이자 모든 낭도들의 선망….”

 

 “부끄러운 줄 아세요.”

 

 “뭐-?”

 

 “헛소문을 퍼뜨려 제 자리를 잃어 놓고 이제는 또 같은 방법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시겠다고요? 수치심도 모르시는 분이 아니라면 전 화랑 수장으로서의 체면을 지키시죠!”

 

 “네년이 아까부터 제 주제도 모르고 가타부타 말을 얹는구나!”

 

 연의 말에 조금은 정신이 돌아온 듯한 원랑이 그녀에게로 팔을 뻗었다.

 

 “그 버릇을 고쳐주마.”

 

 원랑은 연을 잡기 위해 갈퀴 같은 손을 폈다. 그러나 연이 그보다 더 빨랐다.

 

 원랑의 손이 제 코앞까지 들이 밀어지기 전 그의 손목을 잡아 꺾은 뒤, 그대로 오른쪽 무릎 뒤쪽을 가격해 바닥에 눕혀버렸다.

 

 원랑은 눈 깜짝할 새에 자신의 시야가 누각 안의 천장으로 바뀌는 걸 보며 몸이 허공에 떴다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등허리로 시큰한 통증이 밀려와 그는 달뜬 신음을 뱉었다.

 

 반면 연은 더러운 먼지가 묻은 것처럼 여러 번 손을 털다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원랑은 자신이 연에게 한 번에 제압당할 거라 생각지 못한 나머지, 어안이 벙벙해 눈을 껌뻑이다가 그녀가 제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질 낮은 계집 주제에-!”

 

 “그 계집한테조차 지는 게 지금 당신의 모습입니다.”

 

 “으으으으아아아아-!”

 

 운은 원랑이 연을 보지 못하도록 막아서며 검을 들었다.

 

 ‘퍽.’

 

 딱딱한 검집이 이랑의 목을 가격하면서 투박한 소리가 났다.

 

 애초에 몸도 가누지 못하는 사내가 제 상대가 될 리는 없으니 연은 운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나무라지는 않았다.

 

 다만, 한때는 그래도 화랑의 전 수장이었으며 뛰어난 무예와 아름다움, 그에 걸 맞는 고결한 성품을 지녔다는 찬사를 듣고 살았을 텐데.

 

 왜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전 수장 또한 이러한 모습인데, 이제는 뒤로 밀려나 버린 화랑들의 신세야 안 봐도 뻔했다. 연은 그저 그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저자를 아느냐?”

 

 “…….”

 

 연은 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운도 더는 묻지 않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연은 잠시 원랑을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겨 기억 속 저편에 밀어 넣었던 깨진 조각을 다시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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