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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 3장 소문- 31화 밤 산책
작성일 : 20-10-30 01:58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6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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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소문- 31화 밤 산책

 

 

 한 식경을 넘기지 않고 제 방에서 나온 승헌은 연이 빌려준 옷과 천을 머리에 두르고 나왔다. 그리고는 제등을 두 개 들고나와 하나는 연에 손에 들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월은 매일 흰옷만 입고 다니는군. 흰색으로 염색된 옷은 금방 더러워지고 다른 옷감보다 비쌀 텐데… 굳이 고집하는 이유가 따로 있느냐?”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흰색은 다른 것이 묻으면 제일 잘 보이는 색이며.”

 

 연은 한차례 뜸을 들이다 비단 자락 위에 맺힌 이슬을 조심스레 더듬듯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제 이름과 잘 어울리는 색이 아닙니까.”

 

 “……그렇군.”

 

 승헌은 연의 말이 후자는 핑계이며 전자가 본론인 듯하다고 느끼며 대화를 끝맺었다. 그것은 둘 사이에 정해진 암묵적인 규칙 같기도 했다.

 

 “작년 같았으면 지금쯤, 곡량택(谷良宅, 서라벌 사람들이 여름이 되면 찾아가 놀던 별장으로 사절유택 중 하나이다.)에 가서 무더위를 피하고 있었겠지만, 알다시피 이번에 그런 소문이 돌다 보니 갈 수가 없게 되어서 말이야.”

 

 넋두리처럼 혼잣말을 뱉던 승헌이 되레 웃음기를 흘리며 말했다.

 

 “혹시라도 여름용 별장에 갔다가 선화공주처럼 집안에서 쫓겨났다는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거든.”

 

 “정 거슬리시면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을 잡아다가 떡이라도 물릴까요?”

 

 “하하! 월도 생각보다 농을 잘하는군. 그래 떡이라도 물려 주거라!”

 

 승헌은 처음에 말수가 적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으나, 마음을 연 상대에게는 농도 던지며 상대가 무안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점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었다.

 

 “진작, 이렇게 천이라도 뒤집어쓰고 밖을 나서볼 것을. 그동안 그 간단한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구나.”

 

 시원하게 내지르듯 웃은 그녀가 제 얼굴에 드리운 천을 잡고는 말했다.

 

 연이 썼던 천을 평민이 썼던 것이라 여기며 기분 나빠하거나 꺼림칙해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처럼 구는 승헌의 모습은 이 상황을 꽤나 재밌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나오는 외출에 무척 기분이 좋은 것도 한몫한 듯했다.

 

 “이 근처에 조그마한 사찰이 하나 있다. 수도에 있는 사찰치고는 작은 편이라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이지. 거기로 갈 것이다.”

 

 “예.”

 

 연은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통금 시간이 지난 터라 인도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다. 밤길이 어두우니 둘이서 제등을 들고 나아갔다.

 

 담 위로 드리운 두 여인의 그림자가 사이좋게 나란히 걸어간다. 달빛에 비치는 거리는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그녀가 말한대로 사찰은 작았지만 고즈녁한 분위기가 흘렀다. 불빛이 꺼진 방안 대신 혹시 모를 방문자를 위한 등롱이 처마 밑에 매달려 있었다.

 

 승헌은 익숙한 듯 연을 이끌어 앞으로 나아갔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불빛이 흔적을 남기듯 주홍빛 길을 만들어나갔다.

 

 승헌이 도착한 곳은 사찰에서 가장 큰 석탑이 있는 곳이었다. 3층으로 된 석탑은 수십 개의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불교를 상징하는 문양이나 조형이 조각되어 있었다.

 

 “나는 이제 탑돌이를 할 건데 월도 같이 하겠나?”

 

 제등을 들고 선 여인이 옅게 웃으며 연에게 물었다. 그녀의 얼굴이 제등의 빛에 의해 붉게 달아오른 것처럼 보였으나, 필시 그 웃음은 수줍음에서 나온 것일 터였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말없이 서로 제등을 들고 석탑을 세 번 정도 돌았을 쯤, 승헌이 말했다.

 

 “사실 이곳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처음 만난 곳이다.”

 

 “…그런 곳에 저를 데려와도 괜찮겠습니까?”

 

 “월은 쓸데없는 걱정이 많군. 그렇지 않았다면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털웃음을 지은 승헌이 제등을 들고 석탑 사이로 사라졌다. 연은 조용히 그런 승헌을 뒤를 따랐다.

 

 “생전에 어머니께서는 자주 석탑 주변을 돌면서 소원을 비셨다. 그래서 나도 생각이 많아지는 날에는 이리 나와 종종 탑을 돌게 되었지.”

 

 “…….”

 

 “절대 밤마다 그 자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다.”

 

 승헌은 단호하게 말하며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하필 추문의 상대도 그자라니!’라고 외치더니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는지 잠깐 어깨를 움츠렸다.

 

 “이 일이 끝나도 내 혼인은 피하기 어렵겠지. 내 나이도 벌써 스무 살이니.”

 

 겨우내 얼어붙은 입김처럼 토해진 시름 같은 한숨이 승헌에게서 흘러나왔다. 그에 연은 궁금증이 일어 물었다.

 

 “아씨께서는 어찌하여 혼인을 두려워하십니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믿지 않는 거다.”

 

 연의 말에 제등을 든 승헌의 팔이 딱딱하게 굳었다.

 

 승헌은 내색하지 않고 탑을 돌아보려다, 불현듯 제 속에 묵은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건 연이 아직은 제 안에 있지 않은 타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략혼으로 이어지셨다. 허나 두 분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 보셨다. 그전까지는 서로를 그냥 정략혼의 상대로 알고 계셨지.”

 

 발밑에 차이는 자갈이 고요한 절 안을 울렸다. 저벅저벅, 주홍빛 불이 흔들리며 얄밉게 서로를 쫓았다.

 

 “이곳에서 탑돌이를 하다가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가 제 운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서로가 만나는 일은 영원토록 없을 것처럼 눈앞에서 아롱지다 사라질 뿐이었다.

 

 승헌은 눈을 감고 잠시 말을 골랐다.

 

 “하지만,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지 못했고… 결국, 어머니는 외로움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내가 안채의 주인으로 적합할 나이가 되자마자 집을 맡기고 떠나셨다. 그게 내가 안채의 주인이 된 연유이지.”

 

 연은 석탑 뒤로 돌아가는 승헌의 옷자락밖에 보질 못했으나, 지금 그녀의 표정이 어떨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부러 속도를 늦췄다.

 

 “처음부터 사랑 없이 시작했고 그들 사이에 신뢰도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머니를 붙잡지 않은 걸지도…….”

 

 또다시, 석탑 뒤로 멀어지는 옷자락이 얄밉게 나풀거렸다.

 

 “그때 생각했지. 혼인이란 부질없는 것이고 배우자도 그렇다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한참을 돌고 난 후, 한결 밝아진 얼굴로 승헌이 먼저 석탑을 벗어났다. 연에게 제 속을 어느 정도 털어놓으며 나름대로 근심이 해소된 모양이었다.

 

 사찰을 내려가는 돌계단 위에서 한발 한발 조심히 내딛던 승헌이 나직이 운을 띄웠다.

 

 “한때는 그것을 믿어보려 한 적도 있었다.”

 

 “…….”

 

 “저번에도 말했듯이 나는 연 소저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은 마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가 앞으로 할 이야기의 전조처럼 느껴져 연은 숨을 삼켰다.

 

 “멀리서 본 터라 제대로 본 것은 아니었고, 그때 연 소저는 이랑과 함께 있었으나 반쯤 등을 돌리고 있던 터라 표정을 확실히 보지는 못했다.”

 

 연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발걸음을 떼기 무섭게 승헌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 갔다.

 

 “허나, 여자 쪽은 몰라도 사내 쪽은 확실했지. 내 눈에는 적어도 그랬다.”

 

 연의 발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더 내려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 하지만 승헌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막연히 그들이 정략혼으로 만났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끝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그건 내 비뚤어진 마음일 뿐이었다.”

 

 승헌에게 뒤를 붙잡혔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화창한 봄날의 남풍처럼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그들에게서 들려왔다. 그래서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던 것도 같다.”

 

 “……”

 

 “어쩌면 저들처럼 정략혼이어도 서로 살갑게 살을 부대끼고 정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들고 있는 제등의 빛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흔들리는 것만 같다.

 

 “그래도 한때는 서로 한길을 같이 가기로 약속한 자들이, 지금은 서로 칼을 겨누는 사이가 되었으니. 이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있을까?”

 

 “…….”

 

 “그러니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아.”

 

 “외람되오나, 그 연이라는 아씨와 혼인하기로 했던 정혼자는… 지금 어찌 되었습니까?”

 

 “지금은 병부령에 임명되어 아까 말했던 연 소저의 뒤를 쫓고 있지.”

 

 ‘결국, 그리 되었나…….’

 

 승헌은 이상하게 풀이 죽은 연의 모습에 넌지시 물었다.

 

 “…월도 사모하는 이가 있었나?”

 

 “사모하지는 않았으나,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같이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처음으로 제가 검을 들어도 괜찮다고 한 이였고, 제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고 정중하게 물어본 사람이었습니다.”

 

 처연한 향비파의 음을 닮은 그녀의 말에 승헌은 의외라는 듯 연을 보았다.

 

 “그래서 믿었고 또 믿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이 내게 그러했던 것처럼.’

 

 갈무리되지 않은 연의 목소리가 여름밤을 애처롭게 울렸다.

 

 승헌은 그들의 결말이 어찌 되었는지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말없이 제등을 앞으로 더 뻗는 거로 길을 밝혔다. 딱 두 사람의 앞길을 밝힐만한 불이 자신을 태워 환하게 빛을 냈다.

 

 “괜찮으면 그대가 호위를 맡는 동안은 종종 이곳에 들렀으면 하는데…….”

 

 “예. 따르겠습니다.”

 

 연은 승헌의 불빛을 이정표 삼아 걷다가 달빛에 비치는 구름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다시 몸에 힘을 주었다.

 

 다행히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지만은 않게 느껴질 듯했다.

 

 

 *****

 

 

 다음날

 

 

 오늘은 종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그야 오랜만에 세 여인이 한자리에 다 모이는 날이었다.

 

 저번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은 만전을 가하며 정자 안을 꾸몄다. 연도 여차하면 품속에 단도 숨겨 놓고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상투적인 말이 지나갔다.

 

 다만, 그 뒤로 연이 상상도 하지 못한 주제가 흘러나와 이야기가 진행되어 버렸다는 것이었다.

 

 “월! 승헌 언니의 신변이 안전해지고 이번 일이 잘 끝나면 아예 우리 집에 와서 사는 건 어때? 그 꼬마 잔나비도 함께!”

 

 “교혜.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월을 내어줄 마음은 없어서 말이야. 그래, 기왕 이리 말이 나왔으니 월은 이 화제를 어떻게 생각하지?”

 

 얼떨결에 내게로 이야기가 넘어왔다. 승헌의 돌발 발언에 놀란 시비와 종들이 술렁임을 참지 못하고 수군거렸다.

 

 어찌 보면 승헌의 종들에게는 새로운 줄이 생길지 모르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건 그동안 그녀를 모셔오던 시비들과 종들 사이에 권력의 변동이 일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승헌 언니 치사해! 언니는 계속 월을 독차지하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나한테 양보해줘!”

 

 교혜가 체통 머리 없이 탁자를 내려치며 반기를 드는 모습에 그녀의 유모가 곧 뒤로 넘어갈 듯한 모습으로 뒷골을 잡았다.

 

 반면 당사자인 승헌은 교혜의 말을 못 들은 척 차를 호록 들이마셨다.

 

 그 모습에 교혜가 살짝 울상을 짓다가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는 미오를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설마……? 미오 언니도 월을 노리는 건 아니겠지!”

 

 교혜에게 지목받은 여인이 은은한 자태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움직였다. 그녀는 차를 따르던 여종의 손이 멈춘 것을 보고는 일순간 눈썹을 꿈틀거렸다.

 

 “저는 지금의 아이가 마음에 들어서요.”

 

 미오가 제 여종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러자 여종이 안심한 듯 차를 따르고 있던 주전자를 치웠다.

 

 “그나저나 중요한 건 월의 의사가 아닐까요?”

 

 겨우 잊히나 했던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연이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나, 미천한 제가 감히 두 분의 아씨를 두고 한 분을 선택한다는 건 너무나 방자한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크흠… 확실히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월의 말도 일리가 있군.”

 

 연의 말에 납득한 두 사람이 그녀의 사후 처우를 다시 논의하기 전에 연이 먼저 선수를 쳤다.

 

 “드디어 아씨들의 노래를 퍼뜨린 무도한 자의 단서를 잡은 것 같습니다.”

 

 “정말? 잘 됐다!”

 

 “생각보다 빠르구나.”

 

 “…….”

 

 “예. 그래서 오늘 그 단서를 토대로 조사를 하러 나갈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이리 실력이 좋은 이가 우리 곁에 있으니 참 안심입니다.”

 

 홍화를 펴 바른 듯한 입술 새로 부드러운 소리가 내려앉는다.

 

 “곧 그자를 찾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내리 뜬 눈이 상당히 얼어붙어 있다고 느껴지는 건 연의 착각이 아니었다.

 

 “예.”

 

 연은 부러 미오를 향해 몸을 돌리며 파안대소해 보였다. 그러자 화용월태를 자랑하던 여인의 가면 같은 얼굴에 실금이 가고 있었다.

 

 

 *****

 

 

 “시비를 걸어서 어쩌려고 그러냐.”

 

 “기루에 가려고.”

 

 “갑자기 기루는 왜?”

 

 “확인해 볼 게 있어.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이번에는 나도 데려가 줄 거지!”

 

 내 팔에 자기 팔을 걸며 홍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번처럼 괜히 홍을 두고 갔다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만나느니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감시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뜻대로 걸려 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실마리는 거의 잡혔고 남은 것은 간을 보는 것뿐이었다.

 

 

 *****

 

 

 기루 앞.

 

 

 “어린아이는 데려가실 수 없습니다.”

 

 “누가 꼬맹이라는 거야!”

 

 막 기루에 들어가려는 연 일행을 막아선 문지기가 홍을 가리켰다. 그에 홍이 씩씩대며 향화관의 문지기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안에 원랑이라는 자가 와 있습니까?”

 

 “그건 왜 묻습니까.”

 

 “그를 만나야 하거든요.”

 

 “있긴 합니다만, 그분께서 객이 올 거라고 따로 언질 주지 않으셨습니다.”

 

 ‘안으로 들여보내 줄 수는 있지만, 그를 만나는 건 무리다?’

 

 “저희는 사찬 댁에서 나왔습니다.”

 

 “!”

 

 “사찬 댁이라면! 소문이 사실인…! 크흠흠.”

 

 “하지만, 규정상 합석은…….”

 

 연은 소매 속을 뒤적여 패물 몇 개를 꺼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히익…! 그렇게나 많이!”

 

 홍이 문지기들에게 건네는 패물의 수를 보며 비명처럼 외쳤다.

 

 수척해져 가는 홍의 얼굴과 달리 문지기들의 얼굴은 봄날 같은 미소가 만면에 차올랐다.

 

 “예! 예! 물론입죠! 하오나 아이는 두고 가셔야 합니다.”

 

 문지기의 말에 홍은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처럼 제 손을 들고 뒤를 돌았다가, 곧 연을 향해 울상을 지으며 소매를 잡아당겼다.

 

 “또 누님이랑 형님만 가고… 나만 남고….”

 

 비 맞은 강아지처럼 빨개진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제 왼손을 등허리로 보낸 홍이 훌쩍거렸다.

 

 연은 난처한 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기루 안으로 어린 홍을 데려가는 건 그녀도 바라지 않던 일이라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묘안이 떠올랐는지 허리를 숙이고는 아이와 눈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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