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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량만화로 가자
작가 : 페이야
작품등록일 : 2020.8.9

30대 중반의 평범 이하 직장인
어떤 직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먹고 살기위해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 그에게
어느날 만화점이 다가왔다.

 
왼손은 거들 뿐! 6
작성일 : 20-10-29 19:57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9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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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그나저나 주전이란 놈이 뭐 이리 압박에 내성이 없어? 내가 티 나지 않게 반칙을 한다지만 이 정도야 경기가 과격해지면 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거 아닌가?

 난 작년 도 예선 때 이것보다 더 심한 반칙도 많이 당해봤는데 이 자식은 내가 뭘 얼마나 했다고 이렇게 손발이 어려워지는 거지?

 

 [봐주는 걸까요?]

 

 '그래 보이냐?'

 

 [딱...히 그래 보이진 않네요]

 

 그래, 얼굴 시뻘게져서 당황해하는 것만 봐도 그게 아닌 건 바로 알겠는데 문제는 그럼 얘는 뭐냐 이거지

 설마 이 정도 실력으로 주전인 거야? 이 정도면 작년에 같이 경기 뛰었던 후배랑 비슷한 실력인 거 같은데?

 사감 빼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개인 실력도 형편없고 작전 수행능력도 바닥이라서 각 잡고 덤비면 그 중학교 꼬맹이들로도 충분히 눌러버릴 수 있을 것 같아

 

 '어이없네. 이런 실력으로 아까 그렇게 나댄 거야?'

 

 [누구나 자기는 과대평가하는 편이니까요]

 

 '난 아닌데? 여기에 얼마나 괴물들이 많은데 되지도 않는 허접한 실력으로 깝죽을 떨어? 말이 안 되지'

 

 [저 선배는 그걸 모르니까요. 계승자님이 보신 내용은 저 사람이 졸업하고 난 이후의 이야기잖아요]

 

 '아, 그러니까 괴물들을 겪어 보지 못해서 간덩이가 부으셨다? 팔자 좋네, 팔자가 잔칫집 개 팔자야 아주'

 

 [그게 뭐죠?]

 

 '상팔자라고, 팔자가 좋다 못해 늘어진다는 거지'

 

 딱!

 

 "큭!"

 

 이거 봐, 네비랑 잡담하면서 상대하는데도 볼을 뺏기면서 주전은 무슨 놈의 주전이야.

 아무리 나중에 레전드가 될 애들이 아직 안 모였다고 해도 명색에 주전이라는 것들이 실력이 이래서야 감독이나 코치가 경기에 쓸 수나 있겠어?

 

 "패스!"

 

 턱주가리에게 뺏은 공을 집자마자 방어를 하고 있던 동기들이 여기저기에서 손을 흔든다.

 확실히 신입이라고 해도 중학교 때 농구를 해 봤던 애들이어서 그런지 경기의 흐름에 민감하다.

 손을 흔든 놈들 중 마크가 가장 약한 녀석에게 공을 넘기고 나도 몸을 움직였다.

 농구는 5명이 동시에 같이 뛰는 운동이라 여기에 멍 때리고 있는 턱주가리처럼 한 명이 멈춰 있으면 다른 4명이 힘들어진다

 

 [벌써 복귀해 있네요]

 

 '그러게, 확실히 공수 전환이 빠른걸? 중등부를 비웃을만한 실력들은 되는 거 같아. 아, 한 놈은 빼고'

 

 내 전담 마크인 바보는 빼야지.

 저놈은 중등부가 아니라 초등부로 내려보내도 될 것 같으니까

 대체 저놈은 뭘 믿고 우리랑 시합하자고 한 거지? 설마 이런 실력으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아무리 신입 세 명이 연달아 전국 제패를 말해서 열이 받았다고 해도 자기 주제는 좀 알고 살아야 세상 살기 편하지 않겠니?

 

 "받아!"

 

 내가 센터 라인을 벗어나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적 코트 깊숙이 들어가 있던 공이 나에게로 넘어왔다.

 다들 한 명씩 마크가 달려있어서 노 마크인 내게 공을 넘긴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난 아직 슛 성공률이 형편없어서 말이야.

 너희가 기대하는 득점은 힘들 것 같아, 미안

 

 '대신 이런 건 할 수 있지'

 

 잠시 드리블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다 순간 드리블로 중앙을 파고들었다.

 

 '내가 슛은 아직 영 아니어도 드리블만큼은 자신 있거든'

 

 현란하진 않아도 지극히 정석에 가까운 드리블로 비어있는 공간을 파고들자 역시나 바로 옆에서 다른 동기를 맡고 있던 선배 하나가 슬쩍 몸을 옮겨 나를 가로막았다.

 신입 정도는 혼자서 두 명을 막아도 된다는 건가? 뭐가 됐든 잘됐네

 

 퉁

 

 교묘하게 내 앞을 가로막는 걸 확인하자마자 노 마크가 되어버린 동기에게 바운스로 공을 넘겼다.

 마크가 공을 따라 시야를 옮기는 틈을 타 안으로 계속해서 달려갔다.

 하지만 내 시선은 골대가 아니라 내게 공을 넘겨받은 동기에게 고정돼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래? 노마크에 슈팅 포인트니 직접 슛? 아니면 팀플레이를 생각한 패스 플레이?'

 

 뭐가 됐든 고민할 시간은 얼마 없다 잠시 나를 막으려던 마크가 다시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녀석의 선택은 패스였다. 다행히 개인 욕심보다 팀플레이를 우선하는 녀석인 것 같았다.

 

 탁

 

 녀석이 체스트로 넘겨준 패스를 자연스레 받은 후 자유투 라인을 지나치자 박스 라인에서 치수와 몸싸움을 하고 있던 센터가 순간 치수를 제치고 앞으로 나와 나를 가로막았다.

 어라? 저건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인데.

 감히 사람이 유인종 최강의 생명체를 몸싸움으로 이긴다고?

 

 '힘은 아닐 테고 역시 기술인가?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야. 설마 저 고릴라를 몸싸움으로 이길지 누가 알았겠어'

 

 몸싸움에서 밀려서 좋은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음에도 계속해서 손을 흔드는 게 어떻게든 공을 받아서 공격을 성공시키려는 의지가 보인다만 아쉽게도 치수야 이번에는 네 차례가 아니란다.

 

 다닷

 

 정말 잠깐 타이밍을 노리다가 다시금 앞으로 달려나가자 내가 돌파 한다고 생각했는지 백팀의 센터가 내 진로를 본격적으로 가로막았다.

 그 짧은 와중에도 치수에게 가는 경로는 깔끔하게 막는 게 조금 전에 내가 마크를 따돌린 방법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거 아니라니까

 

 다다닷

 

 내 귀에 옆에서 급하게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래야지. 내가 너 때문에 굳이 이렇게 무리하면서 왔는데 눈치가 있었으면 빨리 움직였어야지 왜 이렇게 굼떠?

 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공을 들고 몸을 날렸다.

 

 남들이 보면 좀 거리가 먼 레이업 슛 같아 보이는 모션이었지만 내 쭉 뻗는 내 오른손에는 농구공이 없었다.

 그걸 깨달은 백팀의 센터가 황급히 농구공의 행방을 찾았으나 공은 이미 마크를 제치고 달려온 정대만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나와 같이 허공에 뜬 센터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탓!

 

 "나이스 패스"

 

 암, 이건 내가 거의 떠먹여 준 거나 다름없는 패스였지. 고마워하라고 지금 당장 이런 패스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팀에 나밖에 없는 것 같으니까

 

 철썩~!

 

 "웃샤~ 2점 추가"

 

 과연 중등부 전체 MVP라는 타이틀은 괜히 받은 게 아닌 듯 깔끔한 2점 슛을 성공시킨 정대만은 곧바로 몸을 돌려 수비를 위해 돌아갔다.

 나도 슛이 들어가는 걸 보자마자 치수와 함께 복귀했는데 내 옆을 지나가는 정대만과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했다.

 

 [분위기 좋은데요?]

 

 '아직 좋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이제 처음 손을 맞춰보는 건데. 일단 쓸 수 있는 패가 하나 더 있다는 게 편하긴 하네. 이제까지는 치수밖에 없어서 골치가 아팠었는데 말이야'

 

 작년의 전력이라고 해봐야 채치수 한 명뿐인 원맨팀이었으니까

 나야 말이 좋아 서브 전력이었지 솔직히 슛 정확도가 너무 떨어져서 신뢰할 만한 전력은 아니었고 우리 팀의 가장 확실한 득점 루트는 내 패스를 받은 치수의 슛이 전부였다.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도 그걸 다 알고 있어서 나름 다른 선수들을 이용한 루트도 개발을 많이 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어쩔 수 없이 가장 확실한 루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더라

 그래서 가장 확실하지만 가장 많이 저지당한 방법이기도 하다.

 

 "후리얏!"

 

 "오, 블로킹!"

 

 벌써 치수가 3번째 블로킹 성공이다

 튕겨 나온 공을 잡고 보니 어느새 정대만이 백팀 골대 근처까지 도착해 있었다.

 체스트 패스로 강하게 찔러주자 자연스럽게 받아 레이업을 성공했다.

 

 '공격 루트 하나가 더 늘었다고 이렇게 숨통이 트이네'

 

 공격 루트 다변화는 작년에도 많이 시도했었지만 다들 고만고만한 성공률 때문에 그리 효용성은 없었다.

 치수가 직접 한 공격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반은 나와야 유효카드로 쓸 텐데 3번 사용하면 1번 성공할까 말까 해서 실전에서 사용해서 성공하면 도리어 우리가 놀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팀 핵심인 치수가 공격하다가 실패하면 리바운드해 줄 인원이 없어서 바로 후속 공격을 못 하게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했을 뿐이었는데 확실한 공격수가 한 명이 늘었다고 이렇게 여유가 생길지 몰랐다.

 

 "저, 신입 채치수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괜찮은데? 전국 제패가 목표라던 말이 완전 허풍은 아닌가 봐"

 

 "그러게, 정대만도 생각보다도 더 깔끔한 플레이를 하는 게 이번 신입생들은 꽤 레벨이 높은 거 같아"

 

 "재는 어떤 거 같아?"

 

 "글쎄? 아직 말한 거에 비해 그다지 활약은 못하는 거 같은데'

 

 "그치? 못하는 건 아닌데. 뭐랄까…. 저 둘에 비하면 뭔가 평범하네"

 

 "뭐 어때. 저 둘만으로도 우리 북산의 미래가 밝은데"

 

 다 들린다 이 새끼들아

 3학년 주제에 후보에도 못 들어간 자식들이 지금 누구를 평가하고 있어

 확 그냥 실수인 척 머리에 공을 날려버릴라

 

 [기운 내세요 계승자님. 계승자님이 못하시는 게 아니라 저 둘이 워낙 뛰어나서 그런 거니까요]

 

 '전혀 위로가 안 되는데 그게 위로야?'

 

 [저 둘은 처음부터 주인공들로 선택된 캐릭터들이니 신경 쓰지 마시고 계승자님은 계승자님의 길을 가세요]

 

 '그러니까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냐고'

 

 [어쩌겠어요. 범인과 천재는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걸]

 

 '너 이 자식 위로하는 거 아니지? 놀리는 거지?'

 

 [어라? 들켰나요?]

 

 '이 자식이 그게 모르길 바라고 한 말이냐? 이게 아주 오냐오냐해줬더니 아주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하네'

 

 [어, 어? 계승자님 공이요. 공]

 

 막 네비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찰나 네비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공이 천천히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한테 보낸 공은 아닌 것 같고 나 앞에 있는 턱주가리에게 보낸 공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미스가 있었는지 방향이 살짝 휘었고 속도도 느렸다.

 가로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몸이 먼저 앞으로 나가 공을 가로챘다.

 

 "여기!"

 

 내가 공을 받자마자 자동으로 앞으로 뛰어나가며 손을 흔드는 정대만이 보였지만 아쉽게도 그와 나 사이에 백팀의 선수가 있어서 패스는 무리였다.

 대신 노 마크인 다른 동기에게 공을 보내자 그가 바로 정대만에게 패스했다.

 공을 받은 정대만은 노 마크 상태에서 곧바로 슛 자세에 들어가서 깔끔한 슛을 쐈다.

 

 철썩!

 

 "오, 3점!"

 

 "깔끔한데?"

 

 이번에는 나도 구경꾼들만큼 놀랐다.

 3점 슛이라는 게 만화처럼 쉬운 게 아닌데 아무리 노 마크라고 해도 깔끔하게 들어간 걸 보니 놀랄 수밖에 없네

 스코어 판을 보니 적팀 24대 백팀 17로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신입들의 압도적인 리드 상황이다.

 채치수의 블로킹과 압도적인 리바운드에 이어지는 정대만의 깔끔한 공격에 따른 결과다.

 거기에 꼽사리를 끼자면 넓은 시야를 가진 내가 적재적소에 넣어주는 패스 정도?

 

 "스틸!"

 

 "대만이 저놈 이제 스틸도 하는 거야?"

 

 복귀 도중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말처럼 백팀의 공을 가로챈 정대만이 백팀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를 비롯한 세 명은 이미 우리 코트로 복귀한 상황이라 지금 백팀 코트에 남아있는 건 센터라 가장 안쪽에 있어 복귀가 늦었던 치수 뿐이었다.

 치수도 그걸 알고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패스를 하지 않고 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백팀에 둘러싸여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뭐지?

 

 '저 자식 왜 저러는 거야?'

 

 상황이 어떻든 간에 우선 우리 팀이 공을 잡았으니 다시 백팀 코트를 향해 뛰어 들어가자 백팀 선수들이 우리를 경계하며 마크하기 시작했다.

 그때를 맞춰 공을 잡고 웅크리고 있던 정대만이 움직였다

 잠시 경계가 풀린 틈을 나서 백팀을 뚫고 나오더니 외곽으로 움직여 기어코 슛을 쐈다.

 

 '저 자식 자기가 슛하려고 패스 안 한 거야?'

 

 내심 기가 막혔지만 이번 경기만 보자면 그럴만한 능력을 보여줬기에 일단 백업을 위해 움직였다.

 3점 라인까지는 가지 못하고 쏜 슛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는데 방금 슛을 쏜 정대만이 결과를 보기도 전에 골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슛을 쏘면 본능적으로 결과를 알게 되는 때가 많은데 보아하니 저 슛은 이번에는 아웃인가 보다.

 그걸 보고 치수도 박스아웃을 더 적극적으로 하며 리바운드를 준비했다.

 

 팅!

 

 내 예상처럼 공은 링을 맞고 아슬아슬하게 퉁겨져 나왔다.

 그런데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애매하다

 치수와 정대만의 사이로 떨어지고는 있는데 각도가 아슬아슬하게 엔드라인 바깥쪽이다.

 그런데 그걸 본 치수와 정대만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어? 어? 저 미친것들이 뭐 하는 거야'

 

 쾅!

 쿠당탕!

 

 "윽!"

 

 "으악!"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공만 보며 몸을 날린 치수와 정대만의 몸이 허공에서 부딪치면서 둘의 몸이 뒤엉켜버린 채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치수에게 달려가기보다는 몸을 돌려 내 소지품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떨어질 때 나는 소리가 좋지 않았다.

 작년에 애들을 일일이 훈련시키고 연습 경기를 지켜보면서 생긴 경험과 내 망각이 엄청난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저거 보통 일 아니다, 심히, 매우, 엄청나게 엿 됐다고

 

 "구급차 불러. 빨리!"

 

 가방을 향해 달리면서 딱히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내가 제일 어릴 테지만 그건 지금 내가 알 바 아니고

 내 소지품이 있는 곳에 도착한 나는 지체없이 가방을 들고 두 사람이 엉켜 있는 곳으로 뛰었다.

 가방에는 작년부터 꾸준히 지참하고 있던 응급 처치 키트들이 들어있다.

 학교의 지원이 끊긴 부주장이었던 내고 있어 필수품이 되어버린 물건이 담긴 가방을 들고 둘이 있는 곳으로 도착하자 그곳에는 내가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져 있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발목을 붙잡고 쓰러져 있는 치수와 무릎을 부둥켜 않고 바닥을 치고 있는 정대만

 둘이 붙잡고 있는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피멍울이 번지는 게 내 감처럼 엿도 보통 엿이 아닌 상황이다.

 

 '이 정도면 응급 처치로는 답이 없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뒤 앞에서 정대만을 걱정하고 있는 애들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정대만과 같이 무석중에서 올라온 애들로 방금까지 같이 경기를 뛰었던 애들이었다.

 

 "그러고 있을 시간 없어. 넌 지금 당장 가서 구급차 부르고 넌 매니저랑 같이 응급실에 가서 구급상자 가져와, 골절이 예상되니 그에 맞춰서 챙겨달라고 그래"

 

 "어? 어?"

 

 "멍 때리고 있을 시간 없어! 애들 병신 만들 셈이야? 빨리 움직여!"

 

 내 말에 구급차를 맡은 놈은 화들짝 놀라서 움직였지만 다른 놈은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내 손에 들린 응급처치 키트를 보고 있었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한 나는 한숨과 함께 놈의 뒤통수를 있는 힘을 다해 때렸다.

 

 빡!

 

 "악!"

 

 "멍 때리지 말라고 했지? 이건 단순 타박상이나 찢어졌을 때나 사용하는 경상용 응급처지 키트야 이걸로는 도움이 안 돼. 그러니까 그렇게 멍 때릴 시간 있으면 빨리 뛰어 이 자식아"

 

 "어, 어…. 알겠어"

 

 자 두 번째 놈까지 보냈으니 이제 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자.

 가방을 탈탈 털어 있는 응급 용품들을 전부 꺼낸 뒤 그걸 들고 치수에게로 다가갔다.

 

 "치수야, 내 목소리 들리지? 이제부터 신발이랑 양말을 벗길 거야 최대한 조심해서 할 테니까 조금만 참아"

 

 고통에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치수의 상태를 살피면서 조심조심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겨냈다.

 

 "크으윽! 으윽!"

 

 분명 신음소리만 내는 것 같은데 웬만한 사람이 소리 지르는 것 보다 크네

 신발 벗기다 오줌 지릴 뻔했다 이 자식아

 최대한 충격이 가지 않게 벗겨내고 보니 발목이 부어있는 게 발이 심하게 돌아갔었나 보다.

 

 "이제부터 응급처치할 거니까 이 악물고 있어, 괜히 소리 지르지 말고"

 

 매정하게 들려도 어쩔 수 없다.

 저놈이 소리지라면 놀라서 응급처치하다 더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고

 

 소독약을 꺼내서 소독하자 예의 그 신음 소리가 조금 더 나오긴 했지만 내 말대로 소리를 지르거나 하진 않았다.

 응 착하다~ 착하다~ 좀만 더 참자 우리 릴라야~

 

 동물병원의 의사라고 스스로 세뇌하며 최대한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건든다.

 아, 씨. 깜짝이야.

 잘못해서 발목 찌를 뻔했잖아?

 어떤 자식이 다친 고릴라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 내가 죽으면 책임질 거야 이 자식아?

 고개를 돌려보니 무석중에서 올라온 녀석이다.

 

 "왜?"

 

 "우리 대만이는?"

 

 우리? 언제부터 너희가 정대만의 소유주가 됐냐?"

 

 "대만이가 뭐?"

 

 "왜 치료 안 해주냐고"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내가 동물병원 의사 빙의한다고 정말 의사인 줄 아나

 

 "너는 눈이 삔 거냐 아니면 사태 파악할 머리가 없는 거냐?"

 

 "뭐?"

 

 "저걸 보고 판단이 안 서? 저 정도는 내 손에서 응급처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냐 최소한 정규 응급치료사가 와서 하든지 최소한 의료인들이 와서 해야 한다고. 저 상태에서 잘못 건들면 정말 무릎 아작 나는데 그래도 내가 할까?"

 

 내 말에 앞에 나셨던 녀석과 그 뒤에 있던 무석중 녀석들이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새끼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있지 지들은 암것도 안 하면서 재촉지를 하고 있어 신경 거슬리게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건 할 테니까 저쪽에 가서 애나 못 움직이게 잡고 있어. 재 괜히 움직이다 더 어긋난다."

 

 내 말에 무석중 녀석들이 우르르 달려가 제각각 정대만을 붙잡았다.

 아니, 무슨 그렇게 정신병자 제압하듯이 잡으라는 게 아니었는데?

 딱 봐도 너희 때문에 더 아플 것 같은데 너희들 정말 친구 맞아? 너희 때문에 전국대회 우승하지 못한 다른 중학교에서 보낸 스파이 아니고?

 

 "일단 응급치료는 끝났으니까 가만히 있어. 부목으로 쓸만한 마땅한 게 별로 없어서 고정이 잘 안 됐어. 응급처치로 잠깐 대 놓은 거니까 움직이면 안 돼"

 

 "으.... 알겠어"

 

 치수의 대답을 뒤로하고 아직 정신 병동 놀이를 하고 있는 정대만을 향해 걸어갔다.

 가만히 놔둬도 곧 구급대원들이 와서 봐주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일찍 봐줄 수 있으면 그게 나으니까

 

 [결국은 스토리대로 흘러가네요]

 

 '뭐, 예상했던 일이잖아'

 

 내가 뭔가 세계의 흐름을 바꿔버릴 만큼 미친 짓을 하지 않는 한 원작의 스토리는 그대로 흘러간다,

 이건 슈퍼 그란죠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정상적인 복귀를 위해서 내가 미친 짓을 할 리는 없으니 결국 여기서도 스토리는 원작과 같이 흘러갈 거고 실제로 내 예상처럼 지금 이렇게 사건이 벌어졌다.

 촉망받는 기재였던 정대만은 1학년 연습 경기에서 무릎 상처를 입고 농구를 포기하고 채치수는 이때 입은 발목 부상으로 발목이 약해진다.

 이것들은 이 세계에 분명하게 나와 있는 스토리 라인들이다.

 마음 같아서는 막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이 둘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예상이 안 가서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하실 거죠?]

 

 '당연한 거 아냐? 이때를 대비해서 내가 응급구조 공부를 한 건데'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었다.

 이 사건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아야 하나? 아니면 말아야 하나

 어떤 게 캐릭터 권준호가 원하는 일일까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막지 않는다였다.

 그들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일은 건들지 않는다 다만.

 

 '여파는 최소한으로 줄여야지. 나중을 위해서라도'

 

 이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면 난 그 일의 후유증을 최소한으로 막는 걸 목표로 한다.

 부주장이 되면서 내가 항상 응급 치료 물품들을 가지고 다녔던 건 학교의 지원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다친 이들을 내가 직접 치료해주기 위함도 있었다.

 

 '덕분에 실습은 충분히 했고 말야'

 

 응급 치료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론은 충분히 배울 수 있어도 실전은 배우기가 힘들다.

 정확히 말하면 경험할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응급 치료 물품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다친 농구부원들을 일일이 치료하며 경험을 쌓았다.

 어떤 후배는 그런 나를 보고 자신들을 더 잘 굴리기 위한 악마 의사라고 놀렸지만 덕분에 내 경험은 웬만한 응급구조 대원들 못지않게 많아졌다.

 

 '지난 1년간 쌓은 실력을 지금 여기에 모두 쏟아부어 주지'

 

 원작의 이야기는 막지 않는다.

 하지만 후유증은 이후의 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틀어막는다.

 

 '괜찮아, 어차피 내 일은 결국 서포터의 일이니까'

 

 무식하게 정대만의 다리를 잡고 있는 녀석을 발로 차서 밀어버리고 무릎을 확인했다.

 골절은 맞는 것 같은데 다행히 부러진 뼈 부위가 살을 찢고 나오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다.

 조심히 바르게 눕혀서 뼈에 충격이 가지 않게 한 후 치수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너희들이 경기를 뛰고, 몸을 만들고, 시합을 준비하는 모든 순간순간 내가 도와주지'

 

 서포터가 부족한 건 북촌중이나 북산고나 비슷하다.

 그렇다면 결국 선수들에 대해 관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지

 

 '너희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되는 거야 나머지는 내가 서포터 해주지'

 

 식스맨

 그게 권준호의 포지션이자 역할이라면 여기에 선수 관리 하나 더 들어가는 게 뭐 이상할까

 당장 같이 경기를 뛰지 않는 6번째 선수라면 뛰기 전에 같이 하면 된다.

 그걸 이제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다

 

 '기다려, 너희들의 식스맨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지'

 

 직접 활약하지 않아도 같이 뛰는 시간을 사랑했던 준호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내가 주도적으로 할 필요는 없겠지. 난 이들에게 있어 보조하는 왼손과 같은 존재가 되면 된다.

 주도적인 오른손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지만 그들을 보조해 더 높은 능력을 낼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

 그게 내가 이곳에서 정한 내 포지션이다.

 

 '어디 한번 맘껏 날뛰어봐. 내가 전력으로 도와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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