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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 3장 소문- 28화 외면
작성일 : 20-10-29 01:40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6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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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소문- 28화 외면

 

 

 “월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다니! 후후, 그분이 알면 좋아하시겠어!”

 

 명주에서 있었던 일부터 수도에 오고 나서의 이야기는 교혜의 흥미를 잡아 이끌었다.

 

 소녀는 내가 말해주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귀 기울이다가 그것을 제 책에 적어 내렸다.

 

 “아, 수도에 내 이야기가 퍼지면서 나를 저택에 초대하고 싶다는 청이 요즘 많이 들어오거든. 그래서 최근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이 하나 계시는데, 그분은 다양한 이야기를 좋아하시거든!”

 

 “그렇습니까?”

 

 “물론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대에 대한 신상은 비밀이 엄수이니 누구인지는 알려줄 수 없지만. 분명, 월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아!”

 

 “아씨께 도움이 되어서 기쁩니다.”

 

 “말도 잘하는구나!”

 

 소녀는 볼에 패인 보조개가 들썩거리도록 기분 좋게 웃었다.

 

 “아 참!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것도 도와주지 않겠나?”

 

 “무엇을 말입니까?”

 

 “그게, 내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이나 조언을 해주었으면 하네.”

 

 소녀가 부끄러운지 불그스름하게 잘 달아오른 두 뺨을 잡고 말했다.

 

 “와, 아씨. 스스로 이야기도 만들어 써요?”

 

 “그럼. 직접 사람들 앞에서 선보인 적은 없지만, 내 작은 꿈이지. 그러니 너는 이 과자 값을 하여라. 여기 앉아서 같이 내 이야기가 재밌는지 아닌지 얘기하는 것이다. 어린 애의 눈은 정확하니까!”

 

 소녀의 말에 홍이 입을 댓발 나와 ‘자기도 어린 애면서.’라고 작게 투덜거렸다.

 

 ‘그게 문제였어?’

 

 나는 탁자 밑으로 손을 집어넣고 홍의 다리를 치면서 교혜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소녀는 못 들은 듯했다.

 

 정작 이야기가 시작되자 내내 투덜거리던 홍도 재미난 지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교혜도 그런 홍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의견을 물었는데, 생각 외로 홍이 진지하게 이건 아니다 저게 더 좋다며 제대로 된 평가를 해주었다.

 

 나중에는 둘이서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은 꽤 훈훈했다.

 

 또래 아이들끼리 어울려 노는 것처럼 보여 제법 잘 어울리기도 했고.

 

 간혹 둘이서 작정한 듯 내게 곤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혹시나 또 피습인가 싶어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허나, 피습이 아니었다.

 

 옷이 잔뜩 구겨지고 머리가 까치집이 된 아이가 이쪽을 향해 맹렬히 달려왔다. 그러다 거센 뜀박질에 제 몸의 무게를 못 이기고 기어코 바닥에 넘어졌다.

 

 자세히 보니 미오의 시비, 다른 종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그 아이였다.

 

 정자 입구로 몸을 돌리려던 찰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르는 척해.”

 

 교혜는 자신이 가져온 책에 뚫어져라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여기는 승헌 언니, 아니, 승헌 소저의 자택이야. 승헌 소저께서 묵인하신 일이면 우리가 끼어들어선 안 돼.”

 

 얼핏 그리 말하는 소녀의 입가가 파들파들 떨리는 듯도 했으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홍도 슬쩍 눈알만 굴려 아이를 한번 바라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과자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한술 더 떠, 교혜에게 ‘이런 식으로 가면 어떠냐?’고 이야기의 조언까지 덧붙였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굴었다.

 

 교혜와 홍이 나란히 책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이의 눈에 절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내 물기 어린 눈망울이 나를 향했다.

 

 “월 그래서 이 부분은 어떤 장면을 넣을까?”

 

 교혜가 아이에게 꽂힌 내 시선을 돌리려는 듯 나를 불렀다.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나는 애써 시선을 돌리며 교혜의 말에 대답했다.

 

 힐끔 돌아본 아이가 마지막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다가 다른 종들 손에 포박당한 채 끌려갔다.

 

 원망에 찬 눈초리가 계속 등 뒤를 쫓아오는 것만 같아, 뒤통수가 계속 당기는 기분이었다.

 

 내 불편한 기색을 읽은 교혜가 걱정스레 물었다.

 

 “월, 혹시 어디 불편한가?”

 

 “아니, 아닙니다.”

 

 애써 웃으며 소녀가 하는 질문에 답을 했다. 소녀는 만족스러운 듯 보였지만, 내 속은 그와 달리 까맣게 타들어 갔다.

 

 

 목이 칼칼하다 싶었더니 어느새 꽤 해가 많이 내려와 있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나머지 이야기는 그때 다시 적기로 하고 다음에 또 만나세!”

 

 승헌과의 약속대로 교혜는 해가 지기 전에 짐을 싸서 돌아갔다.

 

 교혜가 돌아간 후로는 승헌의 곁을 지키다, 취침 시간이 되기 전 돌아가라는 명을 받았다.

 

 승헌은 내게 정해진 호위 임무 말고는 어떤 일도 시키지 않았으며, 당분간은 제 곁을 지키다 안정이 되면 처음 약속대로 노래를 퍼뜨린 자를 찾아오라고 말했다.

 

 오늘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운과 홍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나도 내 방으로 가 잠을 청했다.

 

 

 *****

 

 

 “여긴 어디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몸만이 길을 밝혀주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 있어요?

 

 목소리의 주인은 내 소리에 더 구슬프게 울었다.

 

 뭐가 그리 슬픈지, 몸의 수분을 다 쥐어 짜내는 소리가 애처롭기만 했다.

 

 연은 걸음을 재촉하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동했다.

 

 소리가 들리는 곳에 다다르자, 사람들의 주검이 널린 곳이 보였다.

 

 피가 홍수처럼 몰아지는 중간에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팔에 고개를 묻고 울고 있었다.

 

 “흐윽, 흑…….”

 

 익숙한 울음소리에 절로 발이 움직였다. 오로지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홍아.”

 

 발밑에 찐득하게 달라붙는 피에서 역한 쇠 냄새가 풍겨 올랐다.

 

 어서 여기서 데리고 나가야 했다.

 

 “홍아, 이제 괜찮아.”

 

 아이의 두 어깨를 감싸듯 잡았다. 작은 어깨의 떨림이 서서히 멎어갔다.

 

 그런데 홍의 몸이 딱딱했다. 마치 곳곳에 널린 주검과 같이, 차갑고 스산하기 그지 없는 몸뚱어리에 저도 모르게 손을 뗐다.

 

 ‘홍이 아니야!’

 

 “누님…. 왜 그 아이한테는 잘해주세요? 저한테는 한 번도 따뜻하게 말 걸어주시지도 않았잖아요.”

 

 목이 툭 하고 떨구어지더니 뒤이어 고개가 꺾였다. 아이가 원망의 눈길로 나를 쏘아보았다.

 

 “왜요? 저는 그 불길 속에 두고 가셨으면서, 이 아이는 왜 챙기세요?”

 

 “미…… 미안해…. 나도 두고 가고 싶지는 않았….”

 

 “거짓말.”

 

 “…뭐?”

 

 귀까지 찢어져 올라간 입이 흉측하게 변했다. 아이의 몸에 긴 자상이 생기며 찐득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곧 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닥에 누워있던 주검들도 하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익숙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를 따르던 아이들.

 

 그들은 모두 혼자만 살아남은 나를 경멸하듯 쏘아보았다.

 

 “잡아! 잡아!”

 

 “저 겁쟁이를 잡아!”

 

 아무리 달려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고 끝이 나질 않았다. 숨이 차올라라 뛰어 봐도 그들과의 거리는 그대로였다.

 

 “제발…….”

 

 연의 머리칼이 그들에게 잡히기 직전, 발밑이 쑤욱 꺼졌다.

 

 깊은 절벽에 떨어질 때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돌풍처럼 연의 팔다리를 할퀴었다.

 

 허공에 뜬 발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났다. 미역처럼 퍼진 머리가 베갯잇을 수놓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송골송골했다. 몸을 밧줄처럼 조이는 이불을 치워내고 몸을 일으켜 침상 쪽에 기댔다.

 

 창 너머로 희미한 빛이 들어와 이불 위를 비추었다.

 

 탁자 위에 있는 등잔불에 손을 뻗었다가 이내 그만두고 옷을 걸쳐 입었다.

 

 오늘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조심스레 방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오랜만에 침상이 있는 비단 이불 위에서 잠을 청하는 것인데도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잠자리가 편할수록 악몽도 점점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한참 걷다 보면 조금 나아질까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나왔지만, 오히려 마음만 더 심란해지고 말았다.

 

 승헌의 저택은 원래 내가 살던 집과 구조가 비슷했다. 그래서일까 걷다 보니 안채까지 오고야 말았다.

 

 그날도 이랬다. 잠자리가 뒤숭숭해 몸을 뒤척이다가 일어났더니 모든 게 변해버렸다.

 

 금방이라도 저 방문을 열고 어머니가 나올 것 같은데, 어머니가 나올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데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미련일까? 집착일까?

 

 “어머니….”

 

 ‘저를 원망하세요?’

 

 빈 가지를 머무는 바람을 닮은 공허한 말이 입속에서 맴돌았다.

 

 한참을 달빛에 의지해 서 있다가 뜻밖에 인물과 마주하고 말았다.

 

 그만 안채에서 나오는 승헌과 눈이 마주치고 만 것이다.

 

 “월? 예서 뭐 하는 거지?”

 

 “승헌 아씨.”

 

 “어이하여 이 야심한 시각에 돌아다니는 것이냐?”

 

 “그것이 저 같은 이는 이런 저택이 처음이라 긴장한 나머지, 실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된 모양입니다.”

 

 괜한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몸을 사려야 했다. 그녀에게 허리를 굽히고 최대한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는 아씨께서는 왜 잠을 이루시질 못하시고 배회하고 계십니까.”

 

 “이상하리만치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는군. 자네만 괜찮다면 같이 걷지 않겠나?”

 

 승낙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서 감색 빛 제등을 받아낸 나는 한 걸음 뒤로 가 섰다.

 

 “가세.”

 

 옆에서 같이 걸으라는 뜻으로 승헌이 눈짓을 보내며 앞장을 섰다.

 

 결국, 그녀의 곁에서 제등으로 길을 밝히며 기묘한 밤 산책이 시작되었다.

 

 일각 정도 저택 안을 돌았을까? 묵묵히 걷기만 하며 밤공기를 마시던 우리는 승헌이 도리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사실 나는 소문이 싫지만은 않아. 추문이긴 하나, 덕분에 가문으로 들어오는 혼담이 줄어들어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거든.”

 

 그리 말하는 승헌의 얼굴에는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한 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확신했다.

 

 “혼인하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러네. 그러나 내가 계속 이 집에 남아 있고 싶다고 우기면 가문의 명성에 누를 끼치게 될 거고, 혼기가 꽉 찬 누이가 안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앞으로 오라비의 상대가 될 여인과는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지도 모르지.”

 

 “…….”

 

 그 뒤로 우리는 대화 하나 없이 안채 주변을 서성이듯 맴돌았다. 반딧불이가 강가에 머물 듯, 그렇게.

 

 안채로 돌아올 무렵, 한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향해 큰 보폭으로 걸어오며 거리를 좁혀왔다.

 

 신장과 체격은 운과 비슷하나, 그가 풍기는 분위기는 운처럼 무겁지 않았다.

 

 ‘발소리가 나지 않는다. 무인인가?’

 

 피습이라고 보기에 그의 태도는 너무 당당했고 자객이라기엔 살기가 전혀 없었다.

 

 실제로 승헌도 그를 보며 두려워하거나 경계심을 세우지 않았다.

 

 허나, 그녀의 곁에선 나를 발견한 사내의 눈은 조금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나는 상황을 살피며 뒤로 물러났다.

 

 “헌아, 오늘 큰 소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무사한 것이냐?”

 

 “예, 오라버니. 여기 있는 월이라는 자가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그 대가로 제 임시 호위를 맡기로 하였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

 

 승헌의 오라비는 그녀보다 두어 서넛 살 정도 많아 보였는데, 그가 제 동생에게 보내던 시선을 거두고 나를 돌아보았다.

 

 외부인을 향한 적대심은 내가 그녀를 구해주었다는 이유로 호기심과 고마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번에 승헌 아씨의 임시 호위를 맡은 월이라 하옵니다.”

 

 “그렇군. 여인이 무사인 경우는 드문데 승헌이, 네가 잘 선택했구나. 내 동생을 잘 부탁하오”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라버니는 또 나가십니까?”

 

 “보시다시피 다시 나가봐야 한다. 현재 대장군의 자리는 공석인 데다가 최근 수일 장군님도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부터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최근 공주님께서….”

 

 그가 하던 말을 끊고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최대한 기척을 지우고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척 몸을 수그렸는데 들킨 모양이었다.

 

 “으흠.”

 

 그의 기침 소리를 신호로 승헌에게서 열 걸음 물러났다. 그제야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끼는… 잃… 고. 난리다.”

 

 “그… 사… 입니까?”

 

 ‘겨우 듣게 된 궁의 소식인데 가까이서 들을 방법이 전혀 없어…….’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짙은 탄식 같은 말을 속삭이듯 내뱉었다. 그래도 대아찬의 여식의 저택에 머물게 되었고 실제로 궁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충분히 수확은 있었다.

 

 승헌의 오라비가 눈짓으로 내게 다시 승헌의 곁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

 

 나는 천천히 승헌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헌아.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따위는 신경 쓰지 말아라. 곧 장본인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니.”

 

 “네. 오라버니.”

 

 그는 승헌의 대답을 듣고 돌아섰다. 그러다 멀쩡히 가다 말고 한번 머뭇거리다 물었다

 

 “저… 미오 소저는 괜찮으냐.”

 

 “예, 조금 놀란 감이 없지 하나 무사합니다.”

 

 “그렇구나…….”

 

 왠지 모르게 안심한 듯한 그가 서둘러 안채를 떠나갔다.

 

 나는 승헌의 오라비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그녀에게 물었다.

 

 “의심 가는 자가 있으시면서 두고 보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소문을 퍼뜨려 이득을 취할 자는 언제나 그 소문이 필요한 사람이다. 허나, 아직 확실한 물증이 없고 괜한 분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으니 참고 있는 것이지.”

 

 “앞으로 제가 할 일은 물증을 잡는 일입니까?”

 

 “글쎄……. 참, 그대도 오라비가 있는가?”

 

 “오라비는 없으나 오라비라 부를 만한 이와 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뜬금없는 화제 돌리기였으나, 모르는 척 넘어가 주었다.

 

  “늘 뭐든지 귀찮고 싫다며 불평불만만 늘어뜨리는 밉살맞은 분이었지만, 제 투정만큼은 잘 받아주셨어요. 또 제게 무예를 가르쳐 주시기도 했죠.”

 

 이 뒤부터 누구에게도 꺼내 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준비한 날, 일언반구도 없이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나마 하나 있던 동생은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준 적 없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 했고요…….”

 

 굳게 다물린 입술을 억지로 벌려 숨을 뱉었다.

 

 “제가 잘해주지 못해서 주변 사람이 다 제 곁을 떠나나 봅니다.”

 

 하늘에 뜬 달과 별이 침묵한다고 느끼는 시간, 감색 제등을 들고 선 여인을 보며 승헌은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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