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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 3장 소문- 27화 세 여신과 서동요 (3)
작성일 : 20-10-29 01:40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6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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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소문- 27화 세 여신과 서동요 (3)

 

 

 ‘언뜻 미오가 나보다 먼저 승헌에게로 다가오려다가 멈춘 것 같았는데….’

 

 연이 미오를 향해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평범한 귀족가의 여식이 나보다 먼저 날아오는 무언가를 눈치채고 빨리 반응했다고? 때가 우연히 맞아떨어진 걸까? 아니면 그냥 내 기우일까?’

 

 연이 의심의 눈초리로 미오를 응시하는 동안, 날아오는 비수를 잡아챈 운이 혀를 차며 말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그가 들고 있는 건 녹슨 날붙이였는데 누가 봐도 일부러 던진 게 확실해 보였다.

 

 연은 승헌의 두 어깨를 잡아 바닥으로 눕혔던 그녀의 몸을 천천히 일으킨 후, 바닥에 꿇어앉아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조아렸다.

 

 “함부로 귀한 아씨의 몸에 미천한 손을 대고 만 점, 무례를 용서하세요.”

 

 “아니, 괜찮다…. 오히려 구해줘서 고맙다.”

 

 눈이 화등잔만큼 커진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털썩 소리가 나도록 앉았다.

 

 “이번엔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돼! 벌써 몇 번 째야!”

 

 “저도 교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승헌 소저.”

 

 “그래…….”

 

 아직 경황이 없는지 승헌이 자신의 이마를 부여잡으며 힘없이 대답했다.

 

 “저 말씀 중에 죄송하옵니다만, 혹 방금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닌가요?”

 

 “그래. 이렇게 직접적으로 목숨을 노린 건 처음이지만, 몇 번이고 있었지.”

 

 ‘대아찬의 여식이 이렇게 쉽게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고? 몇 번이나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주위에 호위하나 없는 건 또 무슨 일이야?’

 

 연은 이 상황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아 머리를 내 저었다.

 

 “저번에는 내가 승헌… 소저랑 미오 소저와 함께 간식을 먹고 있을 때, 음식 안에 장침 하나가 들어 있었어.”

 

 “그 탓에 저잣거리에 도는 뜬소문이 더 공고해졌죠. 세 여인이 원랑을 두고 시기 질투한다면서, 노래까지 퍼지고 말이에요.”

 

 세 여인의 뒤에 서 있던 시비들의 눈빛이 일순간 변했다. 서로를 불신하는 기색이 담긴 눈빛을 교환한 이들은 각각 제 주인의 곁으로 가 섰다.

 

 ‘그래서 셋 다 시중들 사람을 따로 데려온 거였군. 만약 이들이 교류를 끊거나 각각 호위를 두게 되면 저잣거리나 저택 내 사람들 사이에서는 셋의 불화와 시기가 진짜라고 믿겠지. 그러면 소문은 더 빨리 퍼져 나갈 테고.’

 

 연은 눈을 크게 뜨고 빠른 속도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제야 이 상황이 이해되면서 모든 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들이 모인 거구나!’

 

 결론을 내린 후, 연은 세 여인과 다르게 야생 고양이처럼 경계심을 세운 시비들을 보며 슬쩍 외곽으로 물러섰다.

 

 누군가의 편에 서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제 일행 곁으로 빠지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하지만 이렇게 위험했던 적은 없었다……. 그동안 무사히 다 잘 넘겨왔고 그럴 수 있는 일들만 일어났으니까…….”

 

 “그래도 이 자리에 월이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어. 그래서 승헌 소저가 다치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하오나…….”

 

 미오의 뒷말이 이어지진 않았지만, 연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래. 이 상태로 계속 담소를 나누기에는 무리겠지.’

 

 승헌 쪽으로 날아왔다고는 하나 정확히 누구를 노렸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멀쩡한 낮에 대아찬의 집에 대놓고 급습이라니.

 

 경비가 뚫린 것도 아닌데 비수가 날아왔다는 건 저택 내에서 일하는 자가 벌인 짓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승헌의 자작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응을 보면 정말 몰랐던 것으로 보여.’

 

 연은 긴장으로 떨리는 승헌의 눈을 보며 그리 결론지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신뢰의 금이 가는 건 시간문제야. 그게 세 사람 사이든, 아니면 승헌 내 집안 사이든.’

 

 연은 싸늘한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눈을 굴렸다.

 

 대나마의 여식보다는 대아찬의 여식과 함께 있는 것이 궁의 이야기를 들을 확률이 높다.

 

 이대로 교혜를 따라나서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경종처럼 울려 퍼졌다.

 

 이대로 자리를 파하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교혜 아씨만 허락하신다면, 제가 승헌 아씨의 임시 호위를 맡고 싶습니다.”

 

 “뭐어-!”

 

 교혜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반문했다.

 

 “월, 그대가?”

 

 “예. 미약하지만, 간단한 호신술과 검술을 할 줄 압니다.”

 

 서둘러 교혜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선수를 쳤다. 다행히 승헌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교혜는 조금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자기가 데려온 사람을 뺏길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 뒤에 있는 자도 꽤 실력 있는 무인입니다.”

 

 연의 칭찬에 운이 약간은 거만한 자세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크게 무례하지는 않을 정도라 시비들이 그에게 따가운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 그쳤다.

 

 오히려 저 자신만만한 태도가 승헌의 눈길을 끈 것도 같았다.

 

 “그건 그의 손에 들린 날붙이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월은…….”

 

 교혜가 말을 끄며 승헌의 눈치를 살폈다. 원래 연을 데려온 건 교혜였다.

 

 더구나 교혜가 그녀를 이 자리에 데려왔던 건 연이 월로 활동하며 겪었던 기이하고 재밌는 이야기와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인제 와서 갑자기 승헌의 호위를 맡는다는 건 소녀의 손에서 월의 주도권이 승헌에게로 넘어감을 뜻했다.

 

 하지만 승헌보다 신분이 낮은 교혜가 감히 그녀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따지거나 떼를 쓸 수는 없는 처지이니, 그저 입을 다물고 연의 제안을 거절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헌이 승낙한다면.

 

 방금 일어난 사건 탓에 앞으로 당분간은 승헌의 저택을 드나드는 건 무리일 테니 교혜는 연이 월로써 겪은 이야기를 물어볼 수 없을 터였다.

 

 “그래, 월은 네가 데려온 사람이었지. 내가 경위가 없었구나. 네가 월에게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는 언제든 내 집에 와도 된다.”

 

 “아씨!”

 

 뒤에서 승헌의 시비가 그녀를 말리려는 듯 큰 소리로 불렀지만, 오히려 승헌은 제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곧 승헌의 뜻에 따라 시비가 뒤로 물러섰다. 내리깐 눈에서 제 주인을 향한 충성심이 느껴졌다.

 

 연은 승헌을 따르는 시비의 태도에서 그녀가 꽤 신임 받는 주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돼……?‘

 

 교혜가 눈을 껌뻑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너를 의심하지 않는다. 교혜, 너도 그러길 바라.”

 

 “알겠습니다. 승헌 소저!”

 

 얼굴에 드리운 먹구름이 물러간 듯한 교혜가 쾌활하게 웃으며 답했다.

 

 “교혜, 너는 월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석양이 지기 전 돌아가거라. 미오는 이만 돌아가고. 너도 많이 놀랐을 테니.”

 

 ‘이미 한 번의 위협이 있었으니, 미오는 돌려보내고 교혜는 뒷말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붙잡아둘 요령이군.’

 

 “예. 승헌 소저, 부디 무탈하시길.”

 

 미오는 교혜와 달리 별말 없이 그녀의 말에 따랐다. 미오가 승헌에게 우아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정자 안을 벗어났다.

 

 ‘이러면 조금 전의 일이 셋의 불화로 인해 벌어진 피습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아. 일 처리가 확실해.’

 

 연은 승헌의 빠른 처사와 결단력 있는 행동에 감탄했다.

 

 사람이 하나 떠났을 뿐인데도 정자 안을 감돌던 긴장감이 한풀 꺾여 있었다.

 

 “손님용 방을 내주마.”

 

 승헌이 연 일행을 보며 말했다.

 

 ‘한시름 놓았다.’

 

 이로써 연 일행은 정식으로 그녀에게 초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너는 교혜의 시중을 들고 있다가 돌아갈 시간이 되면 월을 손님용 방으로 안내하거라.”

 

 “예, 아씨.”

 

 승헌이 난리 통 속에 찾아온 시비 중 하나를 붙잡아, 일거리를 던져주었다.

 

 “모시겠습니다.”

 

 승헌의 시비가 교혜를 향해 깍듯이 인사하며 자리를 옮기길 권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방금 변고가 일어났던 장소이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줄 요량인 듯했다.

 

 교혜도 계속 이곳에 있는 건 찜찜했는지 군말 않고 시비가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연 일행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갑자기 교혜가 필요한 물건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다. 우리는 소녀가 돌아올 동안, 먼저 각자의 방에 다녀오기로 했다.

 

 운과 홍은 사내이다 보니 내가 받은 방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받았다.

 

 운은 그게 불만인 듯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내가 받은 방은 승헌이 머무는 안채와 가까운 방이었다.

 

 그건 내가 승헌의 임시 호위가 되길 자청해서 얻어낸 것이었고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도는 이때, 개인 호위를 따로 구한 게 사내라는 이야기라도 퍼지면 상황은 더 나빠질 터였으니 당연한 처사였다.

 

 실제로 고용한 건 나인데도, 사람들은 운과 승헌을 두고 염문설을 뿌리며 그녀가 문란하다고 평할 수 있었다.

 

 그걸 염려해서 그들의 방을 먼 곳으로 내준 듯 보였다.

 

 우리는 짐이 정리되는 대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잠시 저택을 순찰한다는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집안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이끌려 종들이 거주하는 장소까지 와 버리고 말았다.

 

 “백노(百奴) 주제에 감히! 아씨의 귀한 손님들이 왔거늘. 하마터면 네가 다 망칠 뻔했지 않으냐!”

 

 “저 애가 다과를 두고 갔길래. 걱정돼서……. 저번에도 그랬으니까…….”

 

 “내… 내가 언제! 생사람 잡지 마!”

 

 작은 계집아이를 둘러싼 무리가 익숙한 듯 손을 올렸다. 아이는 그들에게 반항하지 않고 두 팔로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저 아이는 왜 다른 종들에게 공격받는 거지?’

 

 기이하게도 아이를 괴롭히고 있지 않으나 멀리서 관조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얼굴이 굉장히 낯익었다.

 

 그녀는 분명 미오의 뒤에 서 있던 시비였다.

 

 아까 미오와 떠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아니면 미오가 아직 돌아가지 않은 건가?

 

 거리가 꽤 먼 바람에 그들의 말소리는 드문드문 들렸다.

 

 정확히 무슨 이유로 저들이 저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딱히 저 아이가 잘못한 건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종들은 아이의 잘못을 꾸짖으며 괴롭히고 있었다.

 

 반면, 미오의 시비는 저들 사이에 껴서 아이를 괴롭히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다른 가문의 시비인 그녀가 승헌의 종들 사이에 일어난 문제에 끼어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향한 매서운 눈초리나, 허리에 두 팔을 얹고 바라보는 태도는 꼭 허튼짓을 못 하도록 감시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것이 하도 기이해서 교혜가 기다리고 있을 장소로 가는 것도 잊고 그들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누님! 누님도 떡 먹을래? 이거 막 만든 거라 따끈따끈하고 맛있어!”

 

 뜬금없이 눈앞으로 거대한 수리취떡이 밀어졌다. 떡의 열기가 얼굴 주변으로 모이며 금방 불쾌해졌다.

 

 기둥을 잡고 반쯤 몸을 뒤로 젖힌 이가 그런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너 배고프잖아. 너 다 먹어. 그나저나 홍아 저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겠어?”

 

 “아 저 사람! 아까 이 떡 준 누님이 그랬는데 미오 아씨 수족이래! 근데 제 주인은 어디에다 두고 남의 종이 맞는 걸 가만히 서서 구경하는 거지?”

 

 홍이 ‘우리 누님은 정말 배려심이 넘친다니까’ 등의 칭찬을 늘어놓다가 미오의 시비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사이에 먹을 거 찾으러 다니면서 저택 내 종들하고 친해졌구나.’

 

 착잡한 심정으로 홍을 내려다보았다.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홍처럼 어린아이를 계속 떠돌이 생활을 하게 만들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리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리고 친화력도 좋은 아이인데 나랑 위험하게 다니는 것보다 두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더러 들었지만, 막상 홍을 두고 갈 용기는 없었다.

 

 확실히 사고도 많이 치지만, 그만큼 도움이 많이 되는 아이였다.

 

 그리고 늘 내게 자기 것을 나눠주려고 하는 아이.

 

 물론 홍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먹을 거에 온 정신이 팔렸지만.

 

 그게 퍽 어린 애다웠다.

 

 ‘나도 언제부터 이리 계산적인 사람이 되었는지.’

 

 떡을 쥐지 않은 쪽으로 손을 내밀자 화답해오는 작은 손이 있었다.

 

 그러니 손을 내미는 게 떳떳하지 못할지언정 나는 이 손을 놓지 못할 것이다.

 

 

 *****

 

 

 아까 그곳이 부인들이 담소를 나누기 위한 정자였다면 이곳은 작게 연회를 열 때 쓰는 정자 같았다.

 

 운은 정자 안에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 호위하기로 했는데, 덕분에 새로 배정받은 장소에는 홍과 나, 그리고 교혜 밖에 없었다.

 

 ‘사방이 탁 트였으니 공격받기도 쉽고, 반대로 감시하기도 쉽다.’

 

 제아무리 승헌이 교혜를 믿고 우리를 호위로 임명했다 쳐도 의심의 싹은 거두지 못한 듯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우리는 별 신용이 없는 외부인인 데다가, 제 주인과 서로 시기 질투한다는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방이 아니라 뻥 뚫린 공간으로 안내받은 의도가 뻔히 읽혀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정작 당사자인 교혜는 정자 밖으로 꾸며진 녹음의 푸름을 보고 ‘절경이 멋있구나!’ 하고 외치고 있었다.

 

 원목 탁자 주변으로 의자 세 개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막 딴 싱싱한 꽃이 화병에 꽂혀 있었다.

 

 교혜가 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내가 과자 먹는 거 몰래 계속 지켜봤지? 원래는 경을 쳐야 마땅하지만, 이번 한 번만 내가 자비를 베풀어 여기 앉아서 과자를 먹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마.”

 

 “감사합니다! 아씨! 마음씨도 어여쁘세요!”

 

 교혜가 다시 말을 물릴까 봐 홍이 냉큼 자리에 가 앉았다.

 

 소녀는 홍의 알랑방귀에 소리 내어 깔깔 웃다가 가져온 물건을 꺼내 탁자 위에 꺼냈다.

 

 붓과 벼루. 안쪽이 온통 백지인 묶은 책 여러 개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건 다 뭡니까?”

 

 “수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이야기꾼인 내 전용 도구들이다!”

 

 소녀가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외쳤다. 자신에게 붙은 저 수식어가 굉장히 마음에 든 듯했다.

 

 “이제부터 월이 해주는 이야기를 여기에 적을 것이다. 그러니 월은 명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말할 것을 명한다.”

 

 한 것 들뜬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정자 안을 튕겨 나갈 것처럼 통통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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