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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 2장 도깨비- 23화 도깨비 감투( 8 / 잊혀져가는 신 完 )
작성일 : 20-10-29 01:35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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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장 도깨비- 23화 도깨비 감투( 8 / 잊혀져가는 신 完 )

 

 

 뭇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쏟아졌다. 운은 초조한 낯빛으로 나를 보았고 그의 입술은 허여멀건 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홍도 바작바작 타 들어가는 애간장을 졸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태연히 그들의 시선을 받아치기에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내가 부족한 무언가를 채웠다고? 전혀 모르겠다. 홍이 나타날 때는 손에 아릿한 통증을 느끼기는 했는데, 운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게 조금이라도 이 일과 관련이 있을까.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통증을 느꼈던 오른손을 보았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난처한 빛을 띤 내 얼굴을 본 우곽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렇지. 낭자, 이 녀석의 진짜 이름을 부르고 명령을 해보는 건 어때?”

 

 “명령을 내리라고요?”

 

 “아무거나 시켜봐. 아니면 가만히 있어보라고 하던가?”

 

 “주령, 가만히 있어 볼래?‘

 

 “응.”

 

 홍이 걱정되는지 나를 힐끔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우곽이 뼈마디가 으스러져라 손을 풀더니 갑자기 홍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형씨 뭐 하는 거야!”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우곽의 주먹을 잡아 챈 운이 살기를 담아 물었다.

 

 공기가 따끔거릴 정도로 짙은 살기였지만, 이번에는 우곽이 운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역시. 꼬마 녀석, 너 못 움직이겠지?”

 

 “!”

 

 “형씨가 이상한 술수 부린 거 아냐? 야,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낭자가 방금 한 건 언령이라는 거요. 낭자가 이 녀석들을 만든 장본인이라서 그런 힘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함부로 쓰지는 마오. 지금은 바라고 말한 게 아니라서 힘이 약하게 발동한 거지만, 한번 내뱉은 언령은 언령으로도 지울 수 없으니까.”

 

 “언령…….”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입에서 굴렸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얽혀갔다.

 

 ‘왜 내게 이런 힘이 생긴 거지? 나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도깨비를 만드는 힘이 생긴 것도 모자라 그들을 조종하는 힘도 생겼다고?’

 

 ‘피에 취한 인두겁을 쓴 괴물 같으니라고!’

 

 이래서는 진짜……

 

 실소가 지어지려는 입가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아냐, 난 괴물이 아니야, 그 증거로 나의 부모도 인간이었고 우곽도 나를 보고 인간이라 칭했다.

 

 그러니까… 당황할 필요 없어!

 

 어쩌다 맞아떨어진 우연일 거야.

 

 파도가 몰아치듯 술렁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 이 소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아까의 태도는 어디 갔는지 태평하게 하늘을 살폈다.

 

 저 멀리서 푸른빛이 슬금슬금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진명은 잘 숨기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이제 나는 가 봐도 되는가? 빨리 임무를 마쳐야 하거든. 그리고 이제 좀 있으면 날도 밝을 거고.”

 

 “가시기 전에 이걸 한잔 드셔보겠어요?”

 

 “오 술인가?”

 

 내가 그를 붙자고 병을 건넸다.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던 도깨비가 반색하며 술을 받아 채갔다.

 

 “오 맛있네, 무엇으로 만든 거지!”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제일 혈색이 넘쳐 보이는 얼굴로 물었다.

 

 “소개해드리죠. 그 술을 만든 장본인이에요.”

 

 시은이 미리 나와 정해 놓은 신호에 맞춰 딱 등장했다. 그런데 도중에 그녀의 발이 꼬여 넘어질 뻔한 걸 잡아 세웠다.

 

 “시……시은이라고 합니다! 윽!”

 

 아무리 순한 양처럼 기세가 누그러졌다 해도 머릿속에 산등성이 같은 사내가 괴물처럼 패악질을 부리던 모습이 잔상처럼 남았는지 시은이 벌벌 떨었다.

 

 “술이 아주 맛있는데 혹 더 있소?”

 

 우곽은 시은이 자길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고 ‘별난 낭자네.’하며 술병을 흔들었다.

 

 “아까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신 거 기억하시지요?”

 

 “그건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걸로 때운 거 아닌가?”

 

 그가 툴툴거리며 빨리 채워달라는 뜻으로 이제는 다 마시고 빈 술병을 흔들었다.

 

 “제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 그리 적반하장으로 나오시면 안 되지요. 저희는 우곽님이 잃어버리신 물건을 돌려 드리려 했을 뿐인데, 말을 듣지 않으시고 먼저 공격하신 건 우곽님이지 않았습니까? 그 탓에 운이 크게 다쳤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따지면 나도 저 녀석, 아니 저 친구에게 손을 베였다고.”

 

 우곽이 웅얼거리며 내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우곽님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느라 이 마을이 큰 피해를 입은 건 아시나요? 또 아주 우연히, 잃어버린 주화를 주운 마을 사람이 그것에게 조종당해 더 피해가 커졌습니다.”

 

 나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꾀꼬리 같은 맑은 소리를 내며 그의 속을 긁었다.

 

 “그게 누구 탓일까요?”

 

 “으윽……!”

 

 “설마, 형씨. 바보같이 감투하고 주화를 잠깐 내려났다가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그리 멍청한 짓을 해놓고 뻔뻔하게 입 싹 씻고 가지는 않겠지.”

 

 “으… 으….”

 

 이어지는 우리 공격에 땀을 비 오듯 흘리던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숨이 찬 사람처럼 말을 꺼냈다.

 

 “원하는 게 뭐요…….”

 

 “딱 1년만 이 마을을 위해 일해주시는 겁니다. 이곳은 산세가 워낙 험하고 들짐승도 많이 나와 사람들의 발길이 적습니다. 이곳이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때까지 수호신으로서 책임을 져주시지요.”

 

 “정확히 내가 뭘 하면 되지?”

 

 “뭐 이곳에 오면 시험 합격률이 높아진다 던가, 혹은 아까 말한 어스름 길처럼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지름길 같은 수단이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사람들을 수도까지 안전하고 빨리 갈 수 있게 해주는 정도요?”

 

 내켜 하지 않는 기색으로 그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음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대신 이쪽의 아씨가 열심히 일한 만큼 술을 드릴 거예요. 그리고 아까 말한 주화로 인한 피해자 중 하나죠. 원한다면 그녀의 아버지가 대작을 해 줄 겁니다.”

 

 “뭐 귀찮긴 하지만, 맛있는 술까지 준다면야.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말은 저리해도 술이랑 대작해 줄 사람까지 준비해준다니까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그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행복해하는 사이, 귓속말로 시은에게 언질 해 주었다.

 

 “마을에 사람이 몰리게 되면 직접 만든 술을 팔아요. 그리고 잘 되면 아버지가 팔아버린 물건의 값만큼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 드리고, 나중에 마을이 번성하고 나면 직접 상단을 꾸려보는 건 어떨지요?”

 

 “상단을요? 제가요? 잘 할 수 있을까요……?”

 

 “예, 아씨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잘하실 거예요. 또 그대의 효심이 헛된 일이 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하셔야 하지만요!”

 

 “……네!”

 

 시은이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얼굴로 내 손을 덥석 잡아 왔다.

 

 우곽을 마주하고부터는 이 일이 이런 결말로 끝날지 몰랐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나는 구석에서 죄인처럼 몸을 숨기고 있는 시은의 아비에게로 걸어갔다.

 

 “당신께서 당신의 여식을 중히 여기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에게도 제각기 소중한 사람이 있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이번에 당신이 훔친 물건으로 인해 조세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터고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데는 오로지 당신 탓만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자책은 그만두고, 앞으로는 부디 떳떳하게 살아가 주세요.”

 

 “흑, 알겠… 흐윽….”

 

 시은의 아비가 말을 잇지 못하고 소처럼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갑자기 눈물바다가 된 상황에 우곽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시은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낭자한테 사과해야겠군. 이 녀석들은 조금이라도 탐욕을 품고 있는 자들의 빈틈을 파고 들어가 회유하듯 속살거리거든. 즉, 욕망이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조종당할 수 있단 이야기야.”

 

 “괜찮아요! 저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걸요?”

 

 “그래? 그러면 낭자는 심지가 아주 굳은 사람인가 보군! 더 마음에 들었어!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리도 맛있는 술도 말이야!”

 

 우곽이 흔쾌히 시은에게 악수를 청했다. 시은이 악수를 받아들이자, 신이 난 그가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우곽의 엄청난 힘에 이끌려 시은의 몸이 종잇장처럼 나풀거렸다.

 

 시은의 아비가 우곽을 말리려 나섰지만, 그가 자신의 술 상대라는 걸 알아본 우곽이 도리어 찐한 포옹을 남기면서 기절했다.

 

 한순간에 악의 없이 동업자 둘을 넝마로 만든 그는 아침이 오기 전에 떠났다. 한동안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주범치고는 깨끗한 퇴장이었다.

 

 우곽이 시은과 앞으로의 일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 홍이 그녀에게로 가 귓속말로 무어라 했는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걸까?

 

 “홍아 아까 시은한테 무슨 이야기를 귀띔해준 거야?”

 

 “아! 그거! 도깨비는 내기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먼저 술 내기를 걸어서 저 우곽이라는 도깨비한테 질 것 같으면, 그 녀석 잔에 약을 타든 독한 술을 채워주든 어떤 식으로든 아저씨가 이기게 만들어서 약속된 기간이 지나도 떠나지 않게 해서 부려 먹으면 어떠냐고 했지!”

 

 홍이, 생각보다 약삭빠르구나. 아니, 그냥 이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건가.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홍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녀가 뭐래?”

 

 “싫데!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고, 욕심은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나쁜 짓은 하고 싶지 않댔어.

 

 역시 그런 약아빠진 방법은 안 쓰겠다고 했구나. 그녀다운 이야기에 안심이 됐다.

 

 ‘이제 이 마을은 걱정할 필요 없겠어.’

 

 

 *****

 

 

 다음날.

 

 

 “괜히 여기 와서 진탕 고생만 했네.”

 

 “그래도 소득은 있었어.”

 

 “뭐 연이 누님이 그렇다면야!”

 

 홍과 운은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면 방금처럼 내 원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작별 인사 없이 마을을 떠나는 중이었다.

 

 ‘쫓기고 있는 주제에 인사 같은 건 너무 사치니까.’

 

 “연아, 왜 그 녀석한테 닭 피를 뿌리지 않은 거지, 그리고 팥이 아니라 솔방울을 던진 것도.”

 

 “그게…….”

 

 

 *****

 

 

 “홍아! 그거 만지면 안 돼-!”

 

 “응……?”

 

 우곽에게 주려고 준비한 술독을 혼자 해치워버린 홍이 해롱해롱 거리며 닭 피가 묻은 천을 들고 깃발인 양 흔들었다.

 

 “누님-!”

 

 진한 술 냄새를 풍기며 딸꾹거리던 홍이 취기가 오르는지 그대로 평상 위에 뻗었다.

 

 분명 닭 피가 묻은 천을 만졌는데 멀쩡하잖아? 다행이긴 한데, 말 피가 아니라서 효과가 없는 건가? 그러면 왜 우곽은 닭장을 건드리다 만 거지?

 

 내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평상 위에 코를 골고 잠든 홍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아무 효과가 없다 해도, 운과 홍도 그와 같은 도깨비인데 이런 걸 쓰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일까?

 

 

 *****

 

 

 “더구나 따지고 보면 그는 잃어버린 제 물건을 찾고 있는 거잖아. 그래서 과격한 방법 말고 기왕이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운이 좋았어.”

 

 “……누님!”

 

 홍이 감격에 차 눈을 반짝였다.

 

 “이제 마을 어귀인데 여기를 나가면 또 안개가 깔릴까?”

 

 “깔린다면 양심이 없는 거겠지.”

 

 “맞아, 맞아! 그 개고생을 했는데!”

 

 숲과 마을의 입구 경계에 걸친 발을 앞으로 뻗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우거진 나무들이 바람에 맞추어 가지를 흔들었고 산들바람에 가볍게 머리가 나부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옅은 빛은 손바닥을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마을 밖을 나서도 안개는 깔리지 않았다.

 

 흙길을 밟는 소리가 자박자박 울렸고 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걸었다.

 

 서로의 활약상을 말하며 홍이 기분 좋게 웃었다.

 

 처음 노인을 만난 장승 근처까지 와서도 안개는 끼지 않았다. 그런데 장승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곧 연 일행을 발견한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여기까지는 왜 나오셨……. 혹 벌써 가시는 겁니까?”

 

 “네……. 사정이 있어 오래 머물 수는 없어서요.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예까지는 어쩐 일로?”

 

 “일도 잘 해결되었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시은이 장승을 보며 말했다. 장승의 앞에는 떡과 술이 놓여 있었는데, 그녀가 갖다 놓은 듯했다.

 

 “사실 이 장승은 오랜 세월 우리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최근 마을 사람들이 장승을 없애고 여기에 불교와 관련된 건물이나 비석을 세우는 건 어떨지 추진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이 마을로 구경을 올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시은이 주저앉은 몸을 일으키며 무릎을 한 번 탁탁 털었다.

 

 “하지만 결국은 장승을 치우는 데 실패하고 그대로 두게 되었죠. 허나 이쪽에 이렇게 뽑으려고 잡아당겼던 부분이 빗물에 썩어가면서 곧 쓰러질 처지가 됐어요.”

 

 그녀가 뽑힌 흔적이 남은 장승의 밑동을 가리켰다. 반이나 썩어 들어간 장승은 얼마 안 가 부러져 곧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작은 나뭇가지들이 장승에 썩어 문드러진 곳에 박혀 있었다.

 

 “그래도 한때는 마을을 지켜주던 신인데, 이런 식의 최후는 슬프잖아요. 그래서 조잡하게나마 나뭇가지들을 끼워봤는데, 이 정도면 생각보다 꽤 오래 버틴 것 같아요.”

 

 “그렇군요.”

 

 연은 쓰러져가는 장승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왠지 장승이 그저께보다 우스꽝스럽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네?”

 

 “아니, 아닙니다.”

 

 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 새로운 행선지를 향해 발을 뻗었다.

 

 시은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홀린 듯 연을 바라보다가 점점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에 다급히 외쳤다.

 

 “언젠가- 꼭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러니- 아씨의 이름을 여쭤봐도 될까요!”

 

 “월…. 월이에요.”

 

 어슴푸레한 푸른 빛 사이로 번져가는 연의 눈이 사르르 접혔다.

 

 

 *****

 

 

 나무와 풀이 우거진 숲속을 빠져나오자 광활한 벌판 아래 정비된 길이 보였다.

 

 아직 목적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발길이 닿는 대로 가볼 작정이었다.

 

 “그나저나 그 할아버지 정말 정체가 뭐였을까?”

 

 “뭐가 되었든, 이번에는 방해하지 않아서 좋군.”

 

 “그러게.”

 

 ‘어쩌면 두두리였을지도…….’

 

 신에게도 지키고 싶은 게 있고 다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수풀이 우거진 숲을 뒤돌아보며 연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후일담 >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이곳에 희한한 일이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스님, 그 일이라면 진작에 잘 해결 되었습니다!”

 

 “벌써… 말입니까? 제가 너무 늦게 왔군요.”

 

  “아닙니다! 마침 마을의 장승이 쓰러져 대신 비석을 세울 참이었는데 그쪽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도와드려야죠.”

 

 “저 그런데…….”

 

 “아, 저는 영명(令名)이라고 합니다.”

 

 

 훗날, 삭주의 한 마을의 일화는 대국통의 자리에 오르는 영명 스님의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사람들을 괴롭히던 못된 도깨비를 교화시킨 영명 스님은 불심을 담아 마을의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혹자로는 야사에 월이라는 자가 마을을 구했다고도 전해지며 도움을 받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마을이 부유해진 뒤, 마을을 떠났다고도 전해진다.

 

 왜 마을을 떠났는지는 지금의 기록으로 알 수 없으나 그가 세운 절이 월연사라는 기록이 남은 것으로 볼 때, 월은 영명 스님의 또 다른 호라 오늘날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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