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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41화 <마음>
작성일 : 20-10-28 03:32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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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제 예언 같은 거. 필요 없으시잖아요.”

 “......”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저지르고 싶은 일 있으면 그냥 저지르세요.”

 “......”

 “더 이상 제가 등 안 떠밀어 드려도... 충분히 가능하시잖아요?”

 

 성혁이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고는 유진의 얼굴을 가만히 마주 보았다. 처음 데려올 적엔 성혁의 절반도 안 될 만큼 작았던 아이가 어느새 성혁의 키보다 더 커져 있었다. 그러고 보면 더 이상 어린아이도 아니었다. 이미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며 스무 번째 생일 선물도 성혁이 직접 건네지 않았던가.

 

 다만 저 머릿속이 문제였다.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저 아이의 머릿속에 성혁과 경자가 담아준 것이 아닌 다른 생각들이 담길 수도 있다는 것. 당연한 일이었지만 어쩐지 마음에 안 들었다.

 

 “그 말을 왜 내게 하는 거니?”

 “‘왜’ 같은 건 없어요. 그냥 가지고 있던 능력이 사라져서 알려드리는 건데요.”

 “투정 부리는 거라고 솔직히 말하렴. 봐줄 테니까.”

 “왜 투정이라고 생각하세요?”

 “투정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투정 부리고 있잖니, 지금.”

 

 성혁의 말투는 완곡하면서도 강압적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지금 그에게는 유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반드시 투정이어야만 하는 어떠한 이유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뭘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유진은 성혁에게 괜찮은 스킬을 하나 배웠었다. 바로 모르는 것은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제 말이 투정이어야만 이유라도 있나요?”

 

 유진의 질문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유진의 말 대답에 성혁도 말문이 막힌 모양이다.

 성혁은 몸을 돌려 냉장고로 다가갔다. 하도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뭐라도 마시며 기분을 다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냉장고를 연 순간, 성혁의 기분은 더욱 최악이 되었다. 반쯤 비우다 만 와인병이 냉장고 와인바에 떡하니 있던 탓이었다. 옆집 여자가 함께 마시자며 가져왔던 바로 그 싸구려 와인이었다.

 

 지금까지 묘하게 찝찝했던 이 기분이 저 와인을 본 순간 분명해졌다. 그 여자 때문이다.

 

 지난 15년 간, 유진의 머릿속은 분명히 성혁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성혁과 경자가 담아준 생각들만이 채우고 있었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유진이 예지능력으로 알아낸 것들 뿐이었다.

 

 그러다 호텔을 나와 이곳 오피스텔로 온 뒤, 유진의 머릿속에서 성혁이 알지 못하는 이상한 것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 시작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옆집 여자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성도현의 동생이라는 그 여자. 성안나.

 

 그러고 보니 그 여자는 인경철을 죽인 사람이기도 했다. 성혁의 삶에서 이상한 타이밍에 짜증나는 사건을 만들어내는 데에 도가 튼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성혁과 파장이 지독하게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성혁은 다시 냉장고 문을 닫고 유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신을 여전히 쳐다보고 있는 유진을 자세히 살폈다. 밑으로 내린 손은 떨리고 있었고, 자신을 보는 눈에는 작게 경련이 일고 있었다. 묘하게 숨이 가쁜 것 같은데, 그걸 애써 억누르고 있다. 그리고 이 버릇없는 말을 내뱉는 입은 애써 힘을 주어 굳게 닫고 있었다.

 

 유진은 떨고 있었다.

 

 “투정이라고 하렴.”

 “......”

 “안 그러면... 이번에 내가 죽이는 건 네가 될지도 몰라.”

 

 우는 건가?

 

 유진의 눈에 순간 뭔가가 차올랐다. 눈물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뺨을 타고 똑 떨어졌다.

 

 아무리 키가 크고 나이가 찼어도, 아이는 별 수 없는 아이었다. 이렇게 겁을 먹으며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걸 보면.

 성혁은 손을 뻗어 유진의 뺨에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쓰윽 닦아냈다. 그 때였다.

 

 “죽이고 싶으시면 죽이셔도 돼요.”

 

 잘못 들었을까?

 

 “뭐?”

 

 눈물이 계속 차오르는 중에도 유진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분명하게 성혁을 바라봤다.

 

 “그냥 죽여주세요, 저.”

 

 

 

 

 “이게 웬 과일들이야?”

 

 대청으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과일 상자들을 보며 경자가 임 비서에게 물었다.

 

 “제수들입니다.”

 

 제수라는 말에 경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 경철이 기일이 오늘이었던가?”

 “네, 맞습니다.”

 “이거 나도 치매가 오나 봐. 동생 기일도 기억을 못하네.”

 “워낙 바쁘시지 않습니까. 이런 건 저희가 기억해도 됩니다.”

 “그래도 그건 먼저 간 녀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경자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강경식이 그 놈,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경철이는 왜 죽였대니.”

 “워낙 개차반으로 사는 놈 아니었습니까.”

 

 경자가 강경식을 처음 쓰게 된 것이 아마 30년 전이었을 것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경자의 목표로 삼았던 안평을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 그 같이 다니면서 사기 치는 놈도 하나 있지 않았어? 군인이었던가?”

 “네, 맞습니다. 이진원 대위였죠.”

 

 강경식과 이진원은 안평을 조각내서라도 경자의 것으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집요하게 작업한 끝에 마침내 안평을 주저앉혔다. 그렇게 안평은 결국 경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못내 찝찝할 수 밖에 없었던 경자는 몰래 경식을 불러 그 일가마저 처리했다. 경식은 의외로 솜씨가 좋아 이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경철을 부른 것은 중간다리가 필요해서였다. 안평을 바로 경자의 명의로 만들었다가는 언제 어디서 추적이 들어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경철에게 넘기고, 추적이 안 될 만큼 몇 년을 묵힌 다음에 나중에 다시 찾아오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던 계획이 틀어진 것은 바로 강경식 때문이었다. 이 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잘 있던 경철까지 죽여 버렸던 것이다. 덕분에 경철이 가지고 있던 안평의 지분들이 붕 떠버리며 사라졌다.

 

 “에잉~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단 말이지. 경철이 녀석이 갑자기 죽은 탓에 안평 지분도 붕 떠버리고, 결국 안평 아들놈이 다시 채가 버렸잖아. 아주 아까워 죽겠어.”

 

 볼멘소리였다.

 

 “강경식이는 교도소에서 죽었고, 같이 다녔던 이진원이란 놈은 어찌 됐누?”

 “죽었습니다.”

 “걔도 죽었어? 쯧쯧쯧...”

 

 경자가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죽 쒀서 개 준 꼴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지나가버린 것을.

 

 “피똥 싸며 안평을 무너뜨려놨더니, 경철이 놈 죽어버린 탓에 다 쓸데없는 게 되어 버렸잖아. 아이고, 두야.”

 

 다시 시작되려는 경자의 신세 한탄에 임 비서가 재빨리 말을 걸었다.

 

 “좋은 점도 있지 않습니까.”

 “좋은 점 뭐?”

 “아드님께서 그래도 덕분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셨잖아요.”

 

 사실이었다. 당시 성혁이 정치판에 얼굴 도장을 찍는답시고 국방비리인가 뭔가를 폭로한다며 매스컴을 탈 때였다. 그때 아버지로 알려진 경철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서 성혁이 하는 일이 주목받았고, 옳은 뜻을 펴려다 아버지를 잃었다는 서사를 끌고 가면서 성공적으로 선거를 치렀던 것이다.

 

 “그게 뭐 내가 좋나? 그놈이 좋은 거지.”

 

 경자가 제수로 올라온 사과 하나를 들어서 향을 맡았다. 향긋한 향기가 과연 최상품이었다.

 

 “암튼, 나는 좀 쉴 테니 경철이 제사는 알아서 좀 치르게.”

 “네, 알겠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려던 경자가 발을 멈췄다.

 

 ”아, 유진이 데려오게. 이제 그놈을 좀 써 먹어야 할 때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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