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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워킹홀리데이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6.8.23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조사 (1)
작성일 : 16-10-28 03:09     조회 : 491     추천 : 0     분량 : 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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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서

 

 

 끼익-철컹하는 쇳소리에 어슴푸레한 정신이 들었다. 미처 정신을 온전히 차릴새도 없이 이미 주연의 양 팔은 제복을 입은 건강한 외국인 경찰들에 의해 어딘론가 향해지고 있었다. 주연은 더 이상 떨리거나 무섭지 않았다. 칠흙같이 어둡기만 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머릿속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 처럼 차곡차곡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었다. 강철의 가려진 모습 그리고 주연 자신이 이 이국땅에서 살아나 갈 궁리만 하면 되는 것 이었다. 어제와는 다른 조서실. 다른 조명이 필요 없이도 충분히 밝고 아늑하게까지 느껴지는 방이었다. 테이블은 큰 원형이었다. 주연이가 앉고 맞은편에는, 책상에 노트북을 올려 놓은 흑인 남자 경찰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조금 떨어져 어제와 같은 통역사가 앉아 있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다. 큰 덩치에 검은색 피부 그리고 민머리. 한눈에도 평범한 인상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제발 이 사람은 내편이 되어주길.

 

 '몇시나 됐을까...'

 

 느닷없는 궁금함이 생겨날 무렵, 경찰이 말을 꺼내어 조사가 시작 되었다. 이름, 나이, 국적등의 의미없는 질문의 시간이 지나고 주사기가 담겨있는 익숙한 비닐백을 손에 들어 다시 물었다.

 

 

 경찰 : 이 주사기는 하주연씨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중 바지 주머니에서 바닥에 떨어진 것입니다.

 당신의 것이 맞습니까?

 

 

 하나도 놀랄것이 없었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일 뿐. 주사기 이야기가 지나가면 차례로 민석이를 죽인 얘기, 혜리를 죽인 얘기로 이어질 것이 뻔했다. 담담하고 침착하게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 나갔다.

 

 

 주연 : 아니요. 그 주사기는 제 것이 아닙니예요. 저는 마약은 물론 담배도 하지 않고, 술도 잘 마시지 않습니다.

 

 경찰 : 그렇다면 이 주사기가 왜 주연씨의 바지 주머니에서 떨어졌나요?

 

 주연 : 그건... 저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합니다. 제 것이 아니예요. 강철이가 넣어 놨겠죠.

 

 경찰 : 왜 유강철씨가 넣어 놨을거라고 생각합니까?

 

 주연 : 강철이가 모든 죄를 저한테 다 뒤집어 씌울려구요. 강철이가 민석이와 혜리를 다 죽였거든요.

 

 경찰 :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입증할만한 증거가 있나요?

 

 주연 : 아니요.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똑똑히 다 봤어요. 그리고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확신해요. 조사를 하면 할 수록 강철이가 범인이란 증거가 나올 겁니다.

 

 경찰 : 유강철씨가 범인이라고 주장하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처음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죠.

 유강철씨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입니까?

 

 주연 : 3개월 전 시드니에 처음 왔었어요. 그때 공항에 숙소까지 저를 픽업해 주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3개월정도 같은 숙소에 머무르면서 알게 되었어요. 친한 사이는 아니구요. 그냥... 한국인이니까... 서로 아는 사이... 뭐 그정도.

 

 경찰 : 지혜리씨와 고민석군은 어떻게 아는 사이입니까?

 

 주연 : 시드니에 오자마자 운 좋게도 세차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인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인데, 남자사장님은 가게 뒷편에서 세차장을 하시고, 여자 사장님은 스시집을 하셨어요. 원래는 스시집 종업원으로 들어갔는데 손님이 없을때가 좀 있어서 그럴때는 세차장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양쪽일을 다 하게 됐어요. 민석이와 혜리는 세차장에서만 일하는 종업원이었고... 같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동갑이고 한국인이다 보니 더 쉽게 빨리 친해졌어요. 가끔 브레이크 타임에 근처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아니면 숙소 근처에 저희 집이 있어서, 거기서 같이 밥을 먹기도 했어요.

 

 경찰 : 그렇다면 유강철씨와 지혜리, 고민석씨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 입니까?

 

 주연 : 몇번 저희집에 놀러오고 그랬으니까 마주치면 인사하고 뭐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그러다 알게 되었어요.

 

 경찰 : 여행을 먼저 제안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주연 : 강철이요. 브리즈번에 좋은 곳이 많다면서 이번에 여행할 예정인데 같이 가자고 제안했어요. 경비도 다 자기가 낸다고요. 사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비행기타고 배도 타고 이래저래 경비가 꽤 들 것 같아서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혼자가면 너무 외롭고 심심할 것 같다고 같이 가자고 이야기 했었어요. 그래서 혹 하게 됐죠.

 

 

 경찰 : 음... 브리즈번 섬까지는 어떻게 갔나요?

 

 주연 : 떠나기 전날 민석과 혜리가 저희 집에서 같이 잤어요. 아무래도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일찍 출발해야 했으니까요. 민석이도 혜리도 저도, 여기와서 다들 죽도록 일만 했던 사람들이라 처음 여행에 굉장히 설레었었어요. 게다가 비용도 걱정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강철이를 잘 알지는 못했어도, 적당히 비유 좀 맞춰주고 그러면 별일 없겠다 싶었죠.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서 브리즈번으로 갔어요. 거기에선 미리 예약해둔 차를 렌트해서, 선착장으로 갔어요. 아! 가는길에 마트를 들려서 이것저것 술과 먹을것들을 좀 샀어요... 그리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습니다.

 

 

 경찰 : 도착해서 무엇을 했는지 생각이 나는대로 다 이야기 해주세요.

 

 주연 : 주인 이름이 JOE라고 했어요. 그 섬의 숙소를 렌트해준 사람. 그 사람이 배를 타고 우리를 섬에다 데려다 줬어요. 섬에 도착해서는 다들 집 구경을 했고, 저는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서인지 피곤해서 먼저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그리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밥 먹으라는 소리에 깨서 같이 밥을 먹고 그리고 일찍부터 다들 술을 마시고 놀았어요. 민석이가 휴대용 스피커 가져온게 있어서 그걸로 음악도 크게 틀어놓기도 하고... 강철이랑 민석이가 술을 많이 마셨어요. 듣기로는 민석이는 술이 좀 센편이라고 들은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민석이한테는 특별히 술취했다는 느낌을 많이는 못 받았는데... 확실히... 강철이는 많이 취해있었어요. 그날 유독 저를 더듬고 안고 막 그랬거든요. 그래서 짜증나서 먼저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경찰 : 그래서 그 뒤에는 어떤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는 말인가요?

 

 주연 : 네. 방으로 들어가서 그냥 누워서 잤어요. 음악소리가 많이 크고 시끄럽긴 했는데, 다들 나 때문에 그런건지 밖으로 나가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편히 잤어요.

 

 경찰 : 그렇다면 민석이와 혜리가 죽은건 어떻게 알았나요?

 

 주연 : 민석이가 먼저 죽었어요.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났을때, 이미 집 안에 아무도 없었어요. 새벽에 잠깐 화장실가려고 일어났을때도 아무도 없이 거실에 불만 켜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저 아직 밖에 나가서 다들 안 들어왔구나...생각했습니다. 오전 늦게인가.... 시계를 확인하지 않아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혜리랑 강철이 둘만 돌아왔어요. 그 뒤부터 둘이 뭔가 계속 속닥거리는게 이상했어요. 둘이 속닥거리면서 내 눈치를 보는거 같기도 하고...처음엔 몰랐는데, 이미 민석이가 죽고 난 후더라구요. 제가 방에 문닫고 혼자 있을때, 강철이랑 혜리랑 얘기하는걸 듣고 알았어요. JOE가 우리가 4면인걸 아니까, 한 명만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혼자 죽었다고 둘러대는 것도 어설프고... 그래서 처음엔 저도 죽이려고 했어요. 죽은 민석이의 알리바이 용으로요. 이런것 또한 다 직접 혜리와 강철이의 입에서 들은 내용입니다. 물론 방에서 몰래 엿 들은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바로 방에 있는 창문으로 도망쳤습니다.

 

 경찰 : 지혜리씨의 죽음도 목격했나요?

 

 주연 : 네. 제가 도망가고 혜리가 저를 찾아다니다 저를 발견하고 숨겨줬어요. 제가 많이 아팠거든요. 제 편이 되주기까지 혜리도 갈등이 많았을 거예요. 그땐 이미 강철이 정말 미쳐있었었거든요. 혜리도 그걸 잘 알았어요. 그러다 둘 다 잡혔어요. 저는 방 침대에 묶여 있었고, 혜리는 거실에 의자랑 같이 묶여 있었어요. 방문이 열려있어서 제가 다 봤어요. 강철이 노끈을 가지고 혜리 목을 막 졸랐고, 얼마 안 있어서 혜리가 죽었는지 고개가 밑으로 축 쳐지더라구요. 너무... 무서웠어요. 정말... 지옥이었어요.. 저는 잘못한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그냥 도망친것 뿐이고... 혜리가...저 때문에.. 나를 대신해서 죽은거예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더 이상의 감정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주연이, 그 일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섬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것 이라는 생각했다. 주연이 있는 장소는 변했지만, 그날 눈 앞에서 혜리가 힘없이 죽어갔던 그 숙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몸은 떨려왔고, 마르지 않는 샘처럼 다시 눈물을 쏟았다.

 

 테이블 위로 티슈가 몇 장 건네왔다. 손을 뻗어 눈물도 콧물도 침도 다 닦아냈다. 그리고 말을 이어 나갔다.

 

 

 강철 :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내가.. 내가 막 혜리 시신을 만져서 가방에.. 막 담고 그랬어요. 흐윽. 강철이가 시켰어요. 너무 무서워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어요. 가방에서... 가방에서... 혜리 시신을 다시 꺼냈을때... 그때... 혜리 얼굴을 봤어요.. 너무 창백하고...너무.. 하얗고... 눈을...감고 있었어요....

 

 

 테이블에 얼굴을 대고 남은 눈물을 더 쏟아냈다. 그 탓에 조사는 잠시 중단 되었고, 주연의 등 뒤로 슬며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몇 번이나 났다. 테이블에 엎드려 울고 있는 주연의 머리맡으로 티슈가 더 건네졌다. 주연의 머릿속에 정지되어 있는 혜리의 얼굴이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떠올릴수록 더 선명해져 갔다.

 

 오열하는 주연을 다들 물끄러미 지켜만 보고 있었다. 문 옆에 제복을 입고 있는 경찰관도, 이 방안에서 유일하게 같은 한국 사람인 통역사도, 주연의 앞에 앉아 로보트 같은 질문만 해대는 흑인 경찰도, 모두들 물끄러미 주연을 바라만 보았다.

 

 꺽꺽거리며 울어대던 주연이 조금 진정이 된 목소리로, 다급하게 물었다.

 

 

 주연 : 그런데... 강철이는 어디있나요? 그 새끼도 조사 받고 있는 건가요? 그 새끼도 나처럼 지금 갇혀있는 거예요?

 

 경찰 : ..........

 

 주연 : 대답 좀 해주세요. 그 새끼 잡아야 되요. 또 어디가서 무슨짓을 할지 모른다구요 아니 민석이랑 혜리 죽인 사람이 강철이니까 일단 잡아서 못 도망가게 해주세요 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가 다 설명할게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으니까, 내가 다 설명할게요.....

 

 

 다시 눈물을 쏟아 낸 주연에게 흑인 경찰이 말했다.

 

 

 

 

 경찰 : 지금까지 하주연씨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세 명의 피해자가 모두 살해된 사건이니 만큼, 앞으로 다양하고 많은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아, 변호사 선임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통역사를 통해서 전달해 주시면, 대사관에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헌 구두의 깔창 소리가 바닥에 부딪치면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나가다 무언가 생각 난 듯 다시 한 걸음 뒤로 걸어 고개를 돌렸다.

 

 

 경찰 : 아! 그리고 유강철씨는..... 사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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