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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54. 드림 놀이터와 이어진 또 다른 세계
작성일 : 20-10-26 20:52     조회 : 369     추천 : 0     분량 : 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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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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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오는 바니걸의 깜짝 등장에도 아랑곳없이 고통스럽게 주저앉은 해골 말라깽이의 갈비뼈를 어깨로 힘껏 밀치고는 주저 없이 아이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빠그득!"

 

 흡사 NFL 미식축구의 터프한 수비수가 빈틈을 보인 쿼터백을 덮치는 것마냥.. 해골 전사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뼈다구 하나하나 해체되고 만다.

 

 덕분에 단검이 꽂힌 해골바가지는 쿼터백이 놓친 럭비공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공중으로 튀어오르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간다.

 

 "아빠, 여기서 꺼내 줘요. 무섭고 갑갑해요."

 

 "얘들아, 아빠가 구해 줄 테니, 뒤로 물러나!"

 

 그는 시아와 늘찬을 가로막는 두터운 젤리 형태의 막에 몸을 던져 보지만, 탄성을 지닌 투명한 막에 푹 파묻혔다가 튕겨나가고 만다.

 

 "도, 돌파하고 만다.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온 몸을 던져 물컹한 차단막을 향해 돌진하지만 다시 한번 크게 튕겨 나가 나동그라진다.

 

 "늘찬 아빠!" 시아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이수의 귀에 들려오고..

 

 두 번, 세 번. 그의 거침없는 정면 돌파는 아이들 바로 앞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데..

 

 그녀가 당황해하는 태오에게 다가가자, 옆에 팔짱을 끼고 서서 의뭉을 떨던 핑크 바니걸이 앞으로 나선다.

 

 "대책 없는 무데뽀 정신은 여기서도 여전하네. 쯧쯧."

 

 (뭐야, 저 말투는?)

 

 의아해하는 이수의 표정을 뒤로하고, 바니걸은 자신의 비키니 엉치뼈에 달린 동그랗고 하얀 털뭉치를 앙증맞게 흔들며 산산이 부서진 해골 전사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해골의 이마를 한 발로 밟고 눈에 꽂힌 단검을 쑥 잡아 빼더니, 씩씩거리는 태오를 밀치고는 아이들 앞으로 걸어간다.

 

 익살스러운 핑크 토끼 탈을 쓴 여자가 칼을 들고 다가오자 시아와 늘찬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 섞인 표정으로 뒤로 물러난다.

 

 두 손을 뻗어 단검을 치켜든 그녀는 투명한 막의 상단에 칼날을 깊이 박아 넣더니, 망설임 없이 길게 세로로 찢어 내린다.

 

 "지금이야, 이 틈으로 돌진해!"

 

 바니걸이 태오를 뒤돌아 보며 손짓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투우사가 흔드는 빨간 망토를 보고 잔뜩 흥분한 검은 소처럼 땅을 박차고는 몸을 내던진다.

 

 "퍼억!"

 

 두꺼운 막을 가득 채운 끈적한 액체가 폭발하듯 터져 버리고, 태오는 온몸에 그것을 뒤집어 쓰고는 시아와 늘찬이 서 있는 바로 앞에 고꾸라지는데..

 

 "아빠, 괜찮은 거지?"

 

 "늘찬 아빠, 괜찮아요?"

 

 "그, 그럼, 괜찮고 말고.."

 

 눈자위, 콧구멍, 입구녕을 가득 덮은 꾸덕한 액체를 손으로 연신 훔쳐 내고는, 젖은 머리를 이마 위로 쓸어 올리는 태오의 얼굴에 이제야 미소가 번진다.

 

 "얘들아, 괜찮니?"

 

 "엄마, 대체 여기가 어디야? 늘찬이랑 미끄럼틀 타고 내려왔더니 갑자기 딴 세상이 펼쳐졌어. 다시는 엄마를 못 보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데.."

 

 이수는 다가와 겁에 질려 눈물을 글썽이는 시아를 덥석 끌어안는다.

 

 "엄마도 널 영영 잃어버린 줄 알고 얼마나 두려웠는데.. "

 

 늘찬도 아빠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는 어쩔 줄 몰라한다.

 

 "늘찬이 우리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면서 겁내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어. 하늘찬 아니었으면 정말 엄마를 못 만났을지도 몰라."

 

 "잘했어. 우리 아들."

 

 늘찬이 시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고는, 태오와 주먹 하이파이브를 한다.

 

 "끄아옹, 못 다한 얘기는 나중에 풀고, 지금은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냥."

 

 루시가 횃불을 밝힌 꼬리를 곧추 세우고, 이수에게 다가와 한 마디 한다.

 

 말없이 손끝으로 칼날을 매만지던 바니걸이 허물어진 막을 헤치고는 감옥 밖으로 나오자, 모두들 그녀의 뒤를 따라나서는데..

 

 "뿌그득, 쏴솨삭."

 

 그들 바로 앞에 해골 전사의 허물어진 뼛조각들이 꿈틀거리고 부스럭대더니, 각자의 뼈마디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두 다리와 양팔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지더니, 골반뼈가 얹히고, 척추와 경추 그 다음엔 해골이 척하니 그 위를 기어 올라가 순식간에 소뼉다구를 든 해골 전사가 그들 앞을 다시 가로막는다.

 

 "어, 엄마. 무서워!"

 

 "아빠, 저 놈이 아까 우리 잡아다가 감옥에 가뒀어."

 

 "저, 저 놈은 불사신인가? 산산조각이 나도 다시 일어서다니.." 태오의 탄식이 이어지고..

 

 "루시, 어떻게 해야 저 빌어먹을 백골을 물리칠 수 있지?"

 

 "쥔님. 그, 그게.." 불을 마음대로 다루는 루시도 이미 죽은 언데드 상태의 해골을 어떻게 해치워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그때, 이수의 허리춤에 꽂힌 무언가가 루시의 눈에 띄는데..

 

 "끄르릉, 좋은 생각이 났다뇽. 쥔님 허리에서 당장 그걸 뽑아서 불어라냥!"

 

 "이, 이거 말이야?"

 

 그녀는 시아가 떨어뜨린 비누 방울 스틱을 뽑아 들더니 크게 입김을 불어넣는다.

 

 "나도 힘을 합치겠다냥!"

 

 루시는 이수의 어깨 위에 올라타더니 후우 콧김을 날린다.

 

 태오가 그 안에 들어갈 만큼 엄청나게 커진 비누 버블이 스틱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앞으로 날아갈 준비를 마쳤는데..

 

 해골 전사는 큼지막한 뼈다귀를 흔들며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크르륵!"

 

 루시의 두 눈동자가 번뜩이고, 혀 아래 핀볼 피어싱이 붉게 타오르는가 싶더니 목구멍 저 아래서 화염이 치솟는다.

 

 "푸슈웅~"

 

 야옹이의 입에서 발사된 파이어볼은 비누 버블과 합쳐지더니 맹렬한 속도로 스켈레톤을 향해 날아가고..

 

 삽시간에 화염 버블에 삼켜진 언데드 해골은 그 안에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저 망할 놈을 해치우지 못한다면.. 우리를 쫒아오지 못하게 가두는 것도 좋겠지."

 

 이수는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비누 방울 안에 갇혀 몸부림을 쳐보지만, 표면에 타오르는 화염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는 해골 전사를 바라보며 의기양양해한다.

 

 갑자기 얼굴을 내밀어 코를 킁킁대는 루시.

 

 "쥔님, 저 아래서 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데, 그쪽으로 가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냥."

 

 "이사님,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요!"

 

 "그, 그래."

 

 태오는 늘찬을 양팔에 안고, 이수는 시아의 손을 잡아끌고 서둘러 루시의 뒤를 따른다.

 

 바니걸 또한 단검을 칼집에 집어넣고는, 그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데..

 

 10 미터쯤 걸어 나갔을까?

 

 "꽈직, 콰르르릉!"

 

 설마 이 와중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걸까?

 

 갑자기 터널 안이 요동치듯 흔들리며 투명한 천장에 금이 가고,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도, 동굴이 무너지려나 봐요. 빨리 나가요. 빨리."

 

 이수와 태오는 뛰다시피 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 한다.

 

 금이 간 천장에서 물이 쏟아진 탓일까? 저 멀리 떠다니던 화염 버블이 '팟' 터지며, 그 안에 갇힌 해골 전사가 터널 바닥에 곤두박질치는데..

 

 "끄아악."

 

 스켈레톤이 무시무시한 비명을 내지르며 이수와 태오를 뒤쫓을 찰나..

 

 온 사방이 흔들흔들 요동치더니 급기야 터널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무언가가 그를 짓밟고 내리누른다.

 

 댐이 무너져 내린 듯 폭포수와 같은 물줄기와 함께 정체를 드러낸 것은 놀랍게도..

 

 흰 뼈대만 남은 거대한 혹등고래였다.

 

 "쿠르르릉, 삐이이잉!"

 

 거구의 고래는 턱주가리를 한껏 벌리고는 귀가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를 내지른다.

 

 이윽고 갈라진 천장 사이로 물밀듯이 쏟아지는 물살을 타고 앞서 도망가는 이수와 태오를 뒤쫓기 시작하는데..

 

 "저, 저건 우리 세상에 사는 고래가 아니야. 지옥에서나 만날 법한 사악한 존재와 마주친 거라고!"

 

 "아, 아빠. 피노키오처럼 저 고래 뱃속에 영원히 갇히는 거야?"

 

 태오의 말을 듣고 불안해하는 아이들. 이수는 다짜고짜 그의 뺨을 후려친다.

 

 "이사님, 정신 차려요. 저건 우리 마음속을 헤매는 실체 없는 유령일 뿐이에요. 바닷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허상일 뿐이라구요."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을 제치고 루시와 바니걸은 앞으로 달려 나간다.

 

 태오는 고개를 흔들어 이내 정신을 다잡고는 품에 안은 늘찬을 가슴팍으로 끌어올리더니 발걸음을 재촉하고..

 

 이수 또한 시아를 둘러업고는 정신 없이 뒤를 따른다.

 

 "저기 빛이 보인다냥!"

 

 저 앞에 희미한 빛이 보이는가 싶더니, 태오가 속도를 높여 돌진하는데..

 

 "꾸르르릉!"

 

 바로 뒤까지 근접한 혹등고래는 소용돌이치는 물살과 함께 그들을 삼키려 턱뼈를 활짝 벌린다.

 

 터널의 틈을 뚫고 밖을 향해 온 몸을 던진 태오는 늘찬을 품에 안고는, 쏟아지는 환한 빛과 함께 쏜살같이 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뒤를 따라 이수와 시아, 루시와 바니걸도 동계 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장처럼 U 자형으로 파인 트랙 위로 몸을 내던지고..

 

 "콰드 득, 우지끈!"

 

 잠시 후,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동굴 외벽을 산산이 무너뜨린 고래마저도 후발 주자로 그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으아악."

 

 "아빠, 너, 너무 빨라요!"

 

 "어, 엄마, 이거 꿈은 아니지?"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 시아야."

 

 폭풍처럼 몰아치는 맞바람에 양볼을 한껏 부풀리고, 자연스레 두 손을 들어 만세 자세를 취한 아이들이 모든 것을 놓아 버린 듯 실실 웃기 시작한다.

 

 "아빠, 이거 꿈이라 생각할래. 놀이 공원 정말 가고 싶었는데.. 이런 기막힌 꿈을 꾸네. 큭큭!"

 

 "롤러코스터보다 더 재미있는 거 같아. 끄하하, 엄마도 무서워하지만 말고 즐겨봐."

 

 이수는 시아를 꼭 부둥켜안고 좌우로 정신없이 꺾이는 빙판 트랙에 몸을 맡긴 채 정신 없이 흘러가는 잿빛 하늘의 별무리를 바라본다.

 

 (여기도 별들이 뜨고 지는구나, 저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그녀는 시속 200 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내리꽂히는 와중에 황홀경에 빠지고..

 

 순간, 그녀는 밤하늘 한복판에 방긋 웃는 스마일맨이 새겨진 붉게 타오르는 둥근달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걸 알아챈다.

 

 (루, 루시드. 네 놈이 현세에 나타난 덕분에..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까지 뒤죽박죽 난장판으로 만들었어.)

 

 "카 아악, 꺄으윽."

 

 쏟아져 내리는 물길에 몸을 싣고 그들을 바짝 뒤쫓는 고래의 흉갑 깊은 곳에서 지옥에서나 들을 법한 까마귀의 울음이 터지고..

 

 서서히 간격이 좁혀질 즈음..

 

 "쥔님, 이대로는 여기서 탈출할 수 없다냥.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자뇽!"

 

 "루, 루시!" 이수는 고개를 쳐들어 뒤따라오는 루시를 바라보는데..

 

 야옹이는 용감무쌍하게도 발톱을 세워 빙판을 긁어 몸을 뒤집더니, 마주 오는 고래를 향해 등 갈기를 뻗세우고, 입을 벌려 하악질을 하는 게 아닌가.

 

 바니걸은 갑자기 멈춰 선 루시 옆을 쏜살같이 스쳐 내려간다.

 

 "루시! 그러지 마. 내 곁을 떠나면 안 돼." 이수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발톱을 깊이 박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루시.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처럼 돌진하는 백경의 어둑한 아가리의 심연으로 몸을 날리는 냥이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얼마쯤 지났을까?

 

 얼음 트랙을 가득 메운 백경의 양쪽 갈비뼈 사이로 검붉은 가죽 날개가 비죽 솟아 나오며 크게 퍼덕거린다.

 

 루시는 고래의 뱃속에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 것일까?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거대한 고래가 꼬리를 곧추 세우더니 배를 뒤집어 보이는데..

 

 "꺄르릉, 끄아아악!"

 

 드래건으로 변한 루시는 고래의 측면을 뚫고 나온 양 날개를 접더니, 자신의 몸을 한 바퀴 굴려 얼음 통로 측벽을 부수고는 저 아래로 떨어진다.

 

 한 몸이 된 루시와 백경은 서로의 몸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을 치다가 이내 자욱한 안개에 휘감겨 저 아래로 사라지는데..

 

 "루시이!"

 

 이수의 애타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나긴 봅슬레이 레이싱은 골인 지점에 다다른다.

 

 "끄아악~"

 

 "아빠아! 살려줘."

 

 갑자기 아래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구간을 통과하는 태오와 늘찬의 비명이 사라질 즈음..

 

 마침내 그들은 드림 놀이터 미끄럼틀로 뒤엉켜 굴러 떨어진다.

 

 이어서 이수와 시아도 하늘 높이 만세를 부르며 태오와 늘찬 위로 포개지듯 미끄러지는데..

 

 태오는 자신의 얼굴에 떡하니 올려진 늘찬의 오른발을 치우며 말한다.

 

 "하늘찬, 우, 우리 살아 나온 거 맞지?"

 

 "아빠, 우리 멀쩡하거든. 사실 나 이거 또 한 번 타고 싶어. 너무 재미있는데.."

 

 "어휴, 생각만 해도 토 나올 거 같아. 끔찍하다. 끔찍해."

 

 아이의 짓궂은 말에 연신 헛구역질을 해대는 태오.

 

 "늘찬아, 나도 또 한번 타고 싶다. 지금까지 타본 미끄럼틀 중에 최고였어. 안 그래?"

 

 "저 하늘에서 내려온 비밀 동굴을 여기저기 탐험하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휘휘 내려온 거 같아."

 

 "하늘찬, 오늘 일은 우리끼리 비밀이다.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 약속하는 거다."

 

 "알았어. 약속. 어기면 배신자다."

 

 이수는 앞에 넘어진 늘찬과 시시덕거리다 새끼 손가락을 거는 시아를 품에 안은 채, 미끄럼틀 안쪽을 애타게 바라본다.

 

 그녀는 루시가 내려오길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저 위는 정적만이 감돌뿐 아무 기척이 없는데..

 

 뭔가가 그들을 향해 데구루루 굴러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루, 루시!"

 

 하지만 터널 미끄럼틀에서 마지막으로 미끄러져 내려온 것은 길쭉한 귀와 동그란 눈이 달린, 핑크색 털로 뒤덮인 토끼 탈이었다.

 

 

 그들을 다른 세계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루시는 과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자신의 토끼 탈만 남기고 사라진 바니걸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드림 놀이터를 밝히는 가로등 하나가 유난히 깜박거린다.

 

 

 

 

 

 - 54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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