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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41화 천 년의 대회 (23)
작성일 : 20-10-23 20:34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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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흘렀다.

  그동안 지쳐있던 것이 맞았던 것일까.

  시야카의 밝은 미소를 본 뒤로, 시은이는 곧바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졌다.

  다들 당황하며 그를 부축했으나, 이내 그가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식 미소지었다.

  이튼의 배려로 한쪽 구석에 마련된, 최고급 침대에 시은이를 눕히고는, 그들도 약속이라도 한듯 하나 둘씩 지쳐쓰러지며 잠에 들어버렸다.

  그들 모두 잠에 든 것을 확인한 이튼이, 한쪽에 숨어있다시피했던 과거의 시은이와 고리온 드를 불렀고.

  커다란 잔치가 준비되는 과정을 왕궁에서 지켜보면서, 꽤나 오랜시간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눴다.

  어차피 이제는 현 시은이의 말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안, 세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런 악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커다란 잔치의 준비가 끝났을 무렵엔, 둘도 없는 절친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잔치가 시작할 때쯤.

  시은이가 일어나는 것을 신호로, 나머지 시은이네도 전부 잠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세상에 단 한 번도 즐겨보지 못할 잔치를 잔뜩 즐겼다.

  시은이는 이 잔치 속에서 몇몇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그들도 함께하기를 바라며 아쉬워했다.

  그런 그의 바람이 들린 것일까.

  우연치고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진그가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이곳에 올 수가 없을 터인 황금새가 강림하며, 그 뒤를 이어 페르도와 치교가 나타났다.

  그렇게 시은이는 인생에서 절대 즐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최고의 날들을. 베타에서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듯이 놀고 있을 때쯤.

  천 년의 대회 시상식이 그 막을 올렸다.

 "..천 년마다 이뤄지던 천 년의 대회. 이번엔 이례적으로 순전히 나의 마음에 의해서 40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열리게 되었다. 지금 시점으로 나는 자리를 물러나게 될 것이며.."

  시그리안과 천계의 주민들이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단상에 선, 기나긴 왕의 연설이 이어졌으나.

  그 누구도 지루해하지 않은 채, 먹고 마시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의 말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확실히 선왕은 선왕이었나봐.'

  그 무리들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는 시은이네 또한, 이튼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뛰어난 외모에, 흘깃흘깃 쳐다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긴 했지만, 나쁜마음을 먹어서 그런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무시한 채로 저 멀리 떨어진 이튼을 바라보았다.

  이튼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다.

  커다란 잔치를 즐기면서, 여러 주민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난 지금 태어나서 왕님의 얼굴을 처음보긴 했지만, 너무나도 친근한 거 있지? 그 분의 정책 덕분에, 시그리안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한 명도 안생기게 됐잖아.

 -내 조상님은 다른 마을 출신인데, 저 분이 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이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어. 그 전엔 시그리안은, 그곳에서 자라고 태어난 이들만이 살 수 있는, 귀족같은 도시였었잖아? 차별도 심했고 말이지. 하지만 왕님이 즉위한 이후론 아니야. 초반엔 조금 마찰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해결되면서 다들 이렇게 좋게 정착할 수 있게 되었지.

 -그 정착할 때 도움을 준 게, 바로 왕님이 만드신 시찰단이잖아. 시찰단이 모든 것을 바꿔낼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여러 마을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졌고, 치안 또한 훨씬 좋아졌어.

  그들은 그들대로 즐길법했는데.

  술에 취한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대부분 왕에 대한 찬사로 가득한 말들이었다.

  그들은 기쁘면서도 무척이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이런 선왕의 시대가 400년만에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해서, 이번 천 년의 대회에 우승한 인물을 단상 위로 올리겠다. 호명하는 이는 이 앞으로 오도록."

  어느새 연설이 끝이나며, 이튼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갈 차례인가.'

  시은이는 왠지 모르게 몸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이미 여러 마을과 도시를 전전하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해 조금 면역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무언가의 마무리임과 동시에, 이렇게나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떨리는데?'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추기 쉽지 않았다.

  옆의 시야카와 시즌이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어줬지만, 여전히 마음은 쿵쾅대고 있었다.

  꿀꺽.

  긴장에, 떨리는 마른 침을 삼키는 시은이.

 "천 년의 대회 우승자. 고리온 드!"

  하지만 이튼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었다.

 "우와아아아아!"

  시은이의 당황스러운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단상위에 나타난 고리온 드를 바라보며, 전 주민들이 고래고래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어라?"

  벙찐 것은 시은이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에 포진해있던, 시은이네 모두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예절을 선보이며, 모두의 축하를 받고 있는 고리온 드.

  시은이가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뒤로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곤, 자연스레 시은이의 입술에, 손가락 하나가 세워졌다.

 "쉿. 원래 천 년의 대회 시상식에선 2등을 우승자로 뽑아요. 왜냐면, 1등이 원치 않는 이상, 2등이 무조건 왕이 되니까요. 그것이 그나마 백성들의 혼동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에요. 물론, 1등이 어떤식으로 보상을 처리하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죠."

  익숙하면서도, 달가운 목소리.

  현 시은이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 몰려있던 수많은 인파가 사라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새하얗게 물들은 공간.

  과거의 시은이가 공간을 비틀어 만들어낸, 그런 특별한 공간이었다.

 "..여기서 진짜 시상을 하는건가요?"

 "맞아요. 원래는 왕이 시은씨를 공간속에 초대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제가 만들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돼요?"

 "안될 게 뭐 있나요? 이미 베타에, 오리진에서 넘어온 사람이 세 명이나 공존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이 정도는 그렇게 물을 축에 끼지도 못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니, 현 시은이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과거의 시은이의 말대로, 그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별 거라고 취급받지 못할 테니까.

 "일찍도 왔네."

  어느새 현 시은이의 앞에 나타난 이튼.

 "..잔치는요?"

 "고리온 드에게 맡겨두고 왔지. 차세대 왕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나 이런 거 등등 얘기하고 있을 거야. 난 그동안에 할 일이 있어서 이곳으로 왔지."

  복잡한 생각이 들고 있는 것인지, 표정이 짐짓 굳어있었다.

 "시상이군요."

 "..응? 이미 들었나?"

  아무렇지도 않은 현 시은이의 확답에, 이튼의 긴장이 살짝 풀린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이 뒤에 있는 과거의 시은이에게 머물렀다.

 "난 고리온 드 쪽으로 가서 도와줄게."

  아무래도 왕과 단 둘이 있어야만 되는 것 같았다.

  서로의 애증섞인 시선이 오간 뒤에, 과거의 시은이는 자리를 떴다.

 "그럼, 천 년의 대회의 진짜 우승자인 김시은의 시상식을 시작하지."

  이튼의 말에 실려있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농밀한 기력.

  시은이는 그 기력이 왕에게서 비롯되지 않은 것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오히려 내쪽에 가까운 힘이야.'

  하얀 기력의 다음 단계에 들어서며,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시은이와 무척이나 흡사한 기력이었다.

  그의 생각대로,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기력의 단계가, 세계의 의지에 닿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이튼의 시선이, 전과는 달라졌다.

  이튼이되, 이튼이 아닌듯한 시선.

  시은이는 그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

 "선조의 의지를 이어받아, 천 년의 대회에 우승한 우승자여."

  이튼의 입에서 흘러나왔으나, 그 목소리는 이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강신?'

  신내림이라도 받은 것인가 싶었으나, 신이라기 보다는, 선조에 가까운 영혼이 이 순간 그에게 스며든 것만 같았다.

  이튼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으음? 넌 베타 사람이 아니구나."

  그 말로 인해, 확신할 수 있는 사실.

 '오리진에서 넘어온 자 중에서 우승한 자가 없었다는 건 사실이었어.'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

  고개를 갸웃거린 이튼이,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래도 되는건가..아니야..아니지..그래도 이건 우승인 것이니..뭐? 지켜봤다고?..그렇군..완전히 오리진의 사람은 아니다 이건가..그래.."

  아무래도 선조들끼리의 상의가 오가는 것 같았다.

  베타의 선조들이, 세계의 의지를 속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서 만든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은근히 철저하구나.'

  우승자를 따로 설정해서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은이와 같이 하얀 기력을 이룬 이가 공간을 열어내어, 그곳에서 왕과 진짜 우승자끼리 세계의 의지에 간섭한다라.

  시은이는 그들의 마음에 제대로 부응해줄 자신이 있었다.

 "미안하네. 사람 불러놓고 딴청을 피워버렸구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서 말이지."

 "이해합니다."

 "그래, 이해해준다니 고맙네."

  사람좋은 미소를 나누는 둘.

  그러다 문득 이튼이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부디 좋은 선택을 해주기를 바라네."

  베타의 선조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우승자에게 조금의 욕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우승자에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도록, 세계의 의지에 닿을만한 기력으로, 세계 자체에 장치를 해둔 그들이기에.

  세계의 의지와 타협을 본 시점에서, 우승자에게 무엇 하나 강요할 수는 없었다.

 "천 년의 대회의 진정한 우승자인 김시은에게, 단 하나의 특별한 보상을 내리노라. 보상 뒤에 원한다면 왕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으나, 원치 않는다면 그대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또한 가능하다."

  다시 풀어진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가는 베타의 선조들.

  그의 시선이 시은이의 모든 것을 꿰뚫고 지나가듯, 전신에 울렸다.

 "세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인간이 멸망하지 않는 선에서."

  베타의 선조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튼은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시은이가 그를 부축하기도 전에, 이튼의 몸에서 흘러나온 농밀한 기력이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한 번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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