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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주점 미든은 영업중
작가 : 몬솔트
작품등록일 : 2020.10.21

전쟁 이후, 대륙 디아크 정중앙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생겨난 마력의 숲 미든에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주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6화. 마인이라니 말이 심하시네.
작성일 : 20-10-21 23:28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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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무리 마물이 들끓는 숲인 미든이라도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찾아온다.

 

 “얘들아~ 이제 그만 들어가자~”

 

 회색 머리의 남자는 달빛이 스산하게 스며든 미든의 숲 속을 향해 외쳤다.

 

 부스럭부스럭ㅡ

 

 남자의 말을 들은 것일까, 저 멀리서 무언가가 수풀을 헤집으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푸하ㅡ!”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에서 불쑥하고 지저분한 모습을 한 하얀 머리의 소년이 수풀 속에서 얼굴만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색의 탐험가 복장으로 갈아입은 리이트였다.

 

 “리이트, 티네는 어디 있어?”

 

 하지만 리이트의 모습만 보일 뿐 티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곧 올 거야!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들고 오기로 했거든!”

 "그래? 마물 사냥은 잘하고 왔어?"

 "아니! 주변에 찾아봐도 없어서 티네랑 같이 탐험놀이 하고 왔어!"

 

 리이트가 의기양양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머리만 빼꼼 내밀고 ‘나 잘했지’ 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에 남자는 슬며시 웃으며 왼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티네는 뭐를 들고 오기로 했는데?”

 “.....보면 알아.”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슬며시 수풀에서 머리를 내밀며 나타난 검은색의 탐험가 복장을 입은 검은 머리 소녀가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제대로 들고 온 거지?”

 

 퍼억ㅡ

 

 티네는 리이트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한손으로 내던졌다. 티네의 손을 떠난 길쭉한 형태의 무언가는 공중에서 한 바퀴 반을 돌더니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지저분한 망토에 감싸져있는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자 조금씩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뭔데?”

 “나도 몰라! 티네랑 탐험놀이 하다가 찾았는데 마물이랑은 뭔가 다른 것 같아서 들고 왔어.”

 “마물은 아니라고?”

 

 남자가 무언가를 감싸고 있던 망토를 살짝 들자, 인간의 귀보다 길쭉한 귀가 불쑥하고 튀어나왔다.

 

 ***

 

 같은 시각, 막다른 길에 몰려 퇴로가 막힌 오닉스가 자신에게 가슴 앞에 롱소드를 치켜세운 푸른 여인에게 말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러는지 모르겠군.”

 “그렇다면 신분증이나 통행증을 내게 보여라.”

 “.......”

 

 푸른 머리의 여인의 말에 오닉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점에서 너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아무도 너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더군, 네 보이지도 않는 흐릿한 얼굴도 말이다.”

 ‘설마 이걸 눈치 채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여인의 말대로 오닉스는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는 인식저해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근거리에서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마법, 이 마법을 이용해 범죄에 써먹는 사람이 생겨나 왕국 내에서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마법 중 하나다.

 

 “금지된 마법을 사용했고, 밀입국에다가 그리고 백금화까지, 뭐 더 필요한 거 있나?”

 “…백금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게 뭐라고 난리지?”

 “그건 교도소에서 얘기하지.”

 “싫다면?”

 “너에게 선택권이 있는 걸로 보이나?”

 

 여자가 치켜들었던 검의 도신에서 여자의 머리색과 같은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 오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경비를 맡을 줄은 몰랐는데.”

 

 오러란, 체내의 마나를 자신의 무기나 신체에 두르는 기술로, 마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만 뛰어나다면 여러 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쉬는 날인데 할 게 없었거든.”

 “그래서 날 끌고 온 거였…”

 “얌전히 투항해라. 저항한다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푸른 머리의 여자는 뒤에서 허망하게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을 무시하며 오닉스에게 경고했다.

 

 ‘도망가는 건 무리다.’

 

 이 푸른 머리의 여인은 갈색머리의 남자 같이 초짜는 아니라고 판단한 오닉스는 오른손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 순간, 오닉스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빛이 바뀌었다.

 

 “가일, 경비대를 불러라.”

 “네? 조용히 처리하신다고 하지 않으셨ㅡ”

 “이놈 마인이다.”

 ‘하다하다 이제는 마인? 넌 죽었어.’

 

 푸른 머리의 여인은 오닉스가 마력을 쓰는 것을 보고 마인인 것이라고 생각한 듯 했다. 자신을 마인 취급하는 여인에게 오닉스는 자존심이 상했다.

 

 “마... 마인이요?!”

 

 가일이라고 불린 남자는 마인이라는 말에 무척이나 놀란 듯 했다.

 

 “빨리 가ㅡ!”

 

 카앙ㅡ

 

 여자의 외침과 동시에 오러가 깃든 칼과 칠흑색의 단검이 맞부딪혔다. 오러가 깃든 검과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이 맞대어지자 금속과 금속이 맞닿으면서 들리는 청량한 소리가 아닌 금속을 갈아낼 때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

 

 “도망가지 않는 건가?”

 

 레인이 칼을 맞대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 말했다.

 

 “그 전에 네가 먼저 죽을 건데?”

 “말투가 바뀌었군, 그런 꼬마 같은 말투가 너에겐 더 잘 어울린다."

 “이 자식이...”

 

 도발에 넘어가 목에 핏줄을 세운 검은 머리의 남자는 양손으로 칼을 더 세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힘으로는 못 이긴다.’

 

 마나로 자신의 신체까지 강화했음에도 검은 머리의 남자가 짓누르는 힘을 양손으로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이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판단한 리엘은 그저 아래로만 내려가려하는 단검을 흘려내기 위해 롱소드의 칼끝을 아래로 내렸다.

 

 콰앙ㅡ

 

 이내 단검은 리엘의 의도대로 롱소드의 도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땅을 내려찍었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석재로 만들어진 바닥을 검 날로 파낼 정도였다.

 

 퍼억ㅡ

 

 리엘은 순식간에 검은 머리의 남자의 뒤로 이동해 손잡이 끝을 후두부에 가격했다. 사살이 아닌 제압을 목적으로 뒀기에 오러를 담지 않고 조절해서 때린 것이지만, 웬만한 사람은 거품을 물고 쓰러질 정도의 위력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듯 머리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얕보고 앉았어!”

 

 하지만 그런 충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 검은 머리의 남자는 뒤를 돌며 리엘에게 옆차기를 날렸다. 리엘은 가까스로 롱소드를 대각선으로 만들어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리엘이 뒤로 주르륵 밀려날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전에 봤던 마인들은 이렇게까지 야만적인 놈들은 아니었는데.”

 

 리엘은 도신을 쥐고 있던 왼손을 쥐었다 펴며 남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리엘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은 머리의 남자는 작게 뭐라 중얼거릴 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 감각은... 위험하다.’

 

 남자가 중얼거릴수록 느껴지는 마력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 리엘은 칼날을 왼손으로 쥐고 검 끝부분에 오러를 집중시켜 남자의 급소를 피해서 복부를 찔렀다. 하지만 최대한 오러를 집중시켜 찌른 곳에는 작은 상처만 날 뿐, 아무리 힘을 줘도 그 이상을 뚫을 수가 없었다. 마치 무딘 칼로 질긴 가죽을 찢는 느낌에 리엘은 본능적으로 뭔가가 잘못됨을 느꼈다.

 

 “너... 마인이 아니군.”

 

 마력으로 피부를 단단하게 할 수는 있지만, 오러를 담아낸 검을 이렇게까지 막아낼 수 있는 마인은 없다는 것을 리엘은 잘 알고 있었다. 그 마인의 왕이라고 불리는 자 조차도 결국 오러가 담긴 검에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알았냐?”

 “커윽ㅡ!”

 

 검은 머리의 남자는 오른 무릎으로 리엘의 복부를 걷어찼다. 남자의 배를 찌르고 있던 검은 남자의 손에 잡혀 무방비가 된 리엘은 정통으로 복부에 걷어차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리엘은 충격에 숨을 토하며 벽까지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벽에 등이 부딪히자 벽돌을 망치로 깨는 듯한 소리가 리엘의 등에서 들렸다.

 

 “쿨럭ㅡ”

 

 리엘은 등에서 느껴지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비록 오러로 몸을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오러를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지않는 이상은 충격으로 인한 내상까지는 막을 수 없다.

 

 “…크흐윽…운도 없군.”

 

 리엘은 숨을 쉴 때마다 찌르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부러져 폐와 심장을 찌르고 있는 듯 했다.

 

 “나를 마인 취급하니까 그런 꼴을… 잠깐만, 너 설마 내가 죽으라고 해서 진짜 죽는 건 아니지?”

 

 리엘이 피를 토하는 것을 발견한 검은 머리의 남자는 안절부절못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하, 뭐라는…거냐.”

 

 리엘은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지금 잠들면 다시 깨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졸음을 쫒아낼 수는 없었다.

 

 ‘그도… 이런 느낌 이였을까….’

 

 그의 나이에 맞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결국 웃는 모습을 보지 못한채로 돌아오지 못한 그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이게 주마등이란 것일까, 의식을 잃어가는 도중 리엘은 생각했다.

 

 "네...죽........괴.....어"

 “시...끄러.”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절부절못하며 시끄럽게 떠드는 듯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왠지 몸이 가벼...운게....'

 

 이내 리엘은 자신의 몸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리엘은 날아오르는 느낌을 저항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들이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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