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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 방울에 백만원
작가 : 으른신
작품등록일 : 2020.8.30

이별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다들 울지 말라고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더 울어달라고 애원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슈퍼스타의 어이없는 부탁에 나도 어이없게 말했다. "뭐야, 그럼 눈물 한 방울에 백만원씩 내놔요." 말도 안되는 부탁은 잘만 했으면서, 어느 새 내 앞에만 서면 대형견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이 남자. 울어줘? 말어?

 
20화: 오해는 오예입니다.(feat. 라면 먹고 가라는 말이 아닌데-)
작성일 : 20-10-14 22:56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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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씨, 보고 싶었어요.”

 

 지호와 소은의 시선이 몇 초간 엉켰다.

 

 신호가 바뀐 탓에 뒤에서 클락션을 울린 차가 없었더라면,

 아마 그 순간에 계속 갇혀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어.. 출발! 신호 바뀌었어요!

 지호씨 출발.”

 

 누가 봐도 당황한 모습의 소은은 서둘러

 지호에게 출발하라 손짓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소은의 모습을 힐끗 쳐다본 지호는

 입꼬리를 올려 소리 없이 웃었다.

 

 “소은씨.

 방금 제가 한 말 너무 부담 갖지 마요.”

 

 “네?”

 

 “보고 싶었다는 말.

 그냥 친구로서 한 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아? 친구로서..?

 아- 당연하죠.

 당연히 그런 뜻이라 생각했는데요?

 어머, 지호씨 제가 착각했을까봐 걱정했어요?

 아 무슨 소리예요.

 저 그런 걸로 착각하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지호씨야 말로 돈워리 돈워리-”

 

 지호의 말에 소은은 여전히 창문을 바라본 채로

 속사포 같이 말을 쏴댔다.

 

 그리고는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는

 심박 수를 느꼈다.

 

 “아니, 아까 너무 당황하시는 거 같아서.

 혹시 부담 되는 말 일까봐..”

 

 “당황이요?

 저 당황이랑 거리가 먼 사람인데.”

 

 “뭐, 그럼 다행이네요.”

 

 보고 싶었다고 꽤나 진지하게 말하던 지호의 모습을 보고

 어떤 여자가 착각하지 않을까 싶었던 소은은

 괜히 마음 한 구석에서 지호에 대한 괘씸함이 느껴졌다.

 

 여기서 괜히

 ‘왜 오해하게 말 했어?’라고 물고 늘어지면

 더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아서 소은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가요?”

 

 “음- 한강?”

 

 “한강? 오-”

 

 “괜찮아요?”

 

 “완전 좋죠-”

 

 ‘좋다’라고 말하는 소은의 반응에

 지호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강으로 향했다.

 

 -

 몇 주 동안 지호는 소은에게 연락 한 통 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었다.

 

 드라마 첫 방송이 곧 이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촬영뿐만 아니라

 홍보 차원으로 이곳저곳 인터뷰, 화보촬영, 예능프로 출연까지

 꽉 차 있는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살도 3키로나 빠졌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돈 주고 사 그 시간동안

 잠만 푹 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혹 소은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닥쳐있는 일들을 먼저 끝내 놓는 게 우선이었다.

 

 혹시나 소은이 먼저 연락하지는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이 생겼다.

 

 평일 8시면 좀 늦은 감이 있는 것도 같았지만,

 지호는 집에서 간단하게 샤워만 마친 후 바로 소은을 보러 갔다.

 

 툴툴대면서도 끝내 자신을 만나러 나온 소은을 보니

 지호는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다.

 

 누가 보면 안 된다고 호들갑을 떨며 지호보다

 세 걸음 앞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빵 터졌다가,

 

 차에서 ‘아주 자기 마음대로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기’라는 단어에 괜히 깜짝 놀랐다.

 

 지호도 모르게 내비친 진지한 반응에

 괜히 어색해질 뻔 했던 분위기를 일부러 ‘장난’이라는 말로 무마했다.

 

 그랬는데...

 

 “우는 모습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저 보자고 하셨어요?”

 

 소은도 분명 아무 생각 없이 물었던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냥. 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지호도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버렸다.

 

 차선을 바꾸느라 운전에 너무 집중했던 탓이다.

 

 말을 내뱉고 1초 만에 ‘아차’싶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경악하고 있을 소은의 반응이 그려져

 슬쩍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소은은 지호의 생각과 다르게

 벙 찐 표정으로 지호를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어떤 말로든 지호의 말을 받아치는 소은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소은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눈치였다.

 

 ‘아씨- 어떡하지.’

 

 속으로는 ‘어떡하지’를 끊임없이 외치며,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하나 혼란스러웠지만 지호는 배우였다.

 

 속마음과 다르게 겉모습은 편안-

 그 자체였다.

 

 이미 뱉어놓고 괜히 모르는 척 어물쩡 상황을 넘긴다면

 소은에게 지호의 감정을 99.9% 의심받을 게 뻔했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친구로서 보고 싶었다는 뜻이었다고 넘기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보고 싶었다는 말.

 그냥 친구로서 한 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아? 친구로서..?

 아- 당연하죠. 당연히 그런 뜻이라 생각했는데요?

 어머, 지호씨 제가 착각했을까봐 걱정했어요?

 아 무슨 소리예요.

 저 그런 걸로 착각하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지호씨야 말로 돈워리. 돈워리-”

 

 지호의 말에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소은의 반응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내가 전혀 이성으로 안 느껴진다는 말인가’ 싶어 내심 섭섭하기도 했다.

 

 -

 한강공원에 도착하자 평일 밤임에도 불구하고

 밤공기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내려도 되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은데..

 파파라치 뭐 그런 거 있으면 어떡해요?”

 

 “여기 할리우드 아니에요.

 차라리 사람들 많은 게 더 나아요.

 자연스럽게 섞이면 되니까.”

 

 “그래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오면 어떡해요.

 그럼 저 뭐라고 할까요? 코디? 친구? 사촌누나?”

 

 “푸흐- 소은씨 걱정 말아요.

 마스크에 모자 쓴 사람 나밖에 없는 거 아니고

 얼핏 세어도 다섯 손가락은 넘어요.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나 이지호인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만 해요.

 아까처럼 세 발자국 앞에서 가지 말구.”

 

 지호의 말에 소은은 창밖을 둘러보았다.

 지호 뿐 아니라 마스크에 모자까지 착용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소은은 자연스럽게 행동하리라 생각하며 차에서 내렸다.

 

 생각보다 밤공기가 선선해서 좋았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 서로를 바라보며 속삭이는 연인들,

 산책을 나온 가족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 손을 잡고 걸어가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연인을 보자

 소은의 머릿속에 문득 윤호와의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자전거로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손을 잡고 걷기도 했다.

 

 라면은 역시 한강에서 먹어야 한다며

 라면 한 그릇에도 행복해했고,

 가끔은 한강뷰가 예쁜 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제 눈물 대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즐거웠던 시간들이었고,

 소중했던 순간들이었다.

 

 좋은 추억.

 이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왜 웃어요?”

 

 피식 웃는 소은을 보며 지호가 물었다.

 

 “아, 갑자기 누가 좀 생각나서요.”

 

 소은이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좋은 기억을 준 사람인가 봐요.”

 

 “응?”

 

 “웃으면서 떠올리는 거 보니까.

 소은씨한테 좋은 사람인 거 같아서.”

 

 지호의 말에 소은은 ‘그런가?’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윤호와의 추억은 아마 평생 소은의 기억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거 같았다.

 

 헤어지기 전까지의 추억은 그래도 행복했었으니까.

 

 -

 공원을 거닐며 소은과 지호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소한 내용들이었지만 둘 사이가 조금 더 가까워진 듯 한

 느낌이 드는 주제들이었다.

 

 “그래서 연락이 없었구나.”

 

 최근 지호가 얼마나 바쁜 지 들은 소은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어? 내 연락 기다렸어요?”

 

 “뭐, 또 언제 내 눈물이 필요하나 해서.

 지호씨가 우는 연기는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궁금하면 먼저 연락하면 되잖아요.”

 

 “에이- 꼭 잘나가는 연예인한테 어떻게든 친분 쌓으려고

 유난 떠는 거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 절~대 안하니까

 앞으로 궁금하면 먼저 연락도 좀 해주고 그래요.”

 

 “생각해보고요.”

 

 지호의 말에 소은이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한 참을 걷던 두 사람은 편의점 앞을 지나가며

 코끝을 스치는 라면 냄새에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췄다.

 

 “헐- 지호씨 라면 먹고 갈..

 아, 식단 관리 중이라 했죠.”

 

 아쉽다는 듯이 소은이 말했다.

 

 “어, 소은씨 먹어요.

 저는 커피 마시면 되요.

 안 그래도 목말랐는데.”

 

 “에이-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에요.

 원래 라면은 혼자 먹으면 맛없어요.”

 

 “지금 엄청 먹고 싶은 거 같은데?”

 

 “그래도 혼자서는 안 먹을래요.”

 

 -

 분명 혼자서는 안 먹는다고 했던 소은이다.

 

 하지만 지금 지호의 앞에서 라면을 건져 올리는 소은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이었다.

 

 지호를 위해 소은도 그냥 마실 것만 사겠다고 들어온 편의점에서

 다시 한 번 냄새의 유혹에 빠졌다.

 

 남이 들고 가는 라면에 눈을 못 떼는 소은을 보고

 지호는 ‘보니까 또 먹고 싶네요. 그냥 먹고 가요.’라며 소은을 배려했다.

 

 그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은은

 ‘그쵸? 이건 진짜 먹고 가라는 신의 뜻.’이라며 신나서 라면을 고르러 갔다.

 

 그런 소은의 모습에 지호는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안 먹고 갔으면 소은씨 오늘 잠 못 잘 뻔 했네요.”

 

 “그러게요- 집 가서 물 올렸을 수도 있어요.

 와 완전 꿀맛.

 지호씨도 얼른 먹어봐요.”

 

 한 젓가락 먹은 뒤 소은이 엄지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네, 그럼 저도 잘 먹겠습니다.”

 

 하지만 지호는 젓가락으로 라면을 뒤적거리기만 할 뿐

 실제로 먹고 있는 건 라면과 같이 산 생수 뿐 이었다.

 

 “어- 잠깐 타임.

 지호씨 지금 뭐하는 거죠?”

 

 “네?”

 

 “왜 계속 젓가락질은 하는데 입으로

 안 들어가는 거지?”

 

 “아- 아 이거,

 사실은 제가 원래 좀 불어있는 걸 좋아해서. 하하”

 

 차마 소은이 먹고 싶어 해서 같이 먹자고 했다

 말할 수 없었던 지호는 핑계를 둘러댔다.

 

 “아. 오케이. 오케이. 취향 존중.

 은근히 불어버린 면발 매니아들이 있더라구요.”

 

 지호의 핑계가 통했는지 소은은 알았다며

 또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소은이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지호도 마음 같아선 당장 한 젓가락

 들어 올려 입에 넣고 싶었지만 내일 또 일찍 촬영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생수만 들이켰다.

 

 “이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불면 버려야 할 것 같아요.”

 

 소은의 말에 지호는 젓가락으로 면을 건져 올리다

 자기는 먹으면 안 될 것 같다고 그냥 솔직히 말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신소은!!!”

 

 어디선가 나타난 낯선 여자가 소은을 향해 달려오더니

 이게 얼마만이냐며 소은의 손을 잡고 반갑게 흔들었다.

 

 “..? 박태연!!!!”

 

 처음엔 당황하던 소은도 곧 낯선 여자와 함께

 손을 잡고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야 얼마만이야. 잘 살았어?

 왜 여기 있어!”

 

 “아 운동 나왔다가 마무리로 라면 먹고 갈라고 왔지.

 멀리서부터 긴가 민가 하면서 계속 쳐다봤는데

 내 쪽으로는 눈길도 안주데. 너는 여기 왜 있어!”

 

 “아- 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소은은

 뒤늦게 같이 앉아있던 지호가 생각났다.

 

 ‘이지호랑 같이 어쩌다보니.’라고

 말할 수 없던 소은이 우물쭈물하며

 지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태연이 지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인사했다.

 

 “어?! 아 이분이 그!!

 어우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네?? 아 네, 안녕하세요.”

 

 얼떨결에 일어나 같이 인사하던 지호는 혹시 자기를 알아본 것인지.

 

 아니면 소은이 지호와 어떤 딜을 했는지에 대해

 태연에게 이미 말을 했다는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당황한 건 소은도 마찬가지였다.

 

 지호를 알아본 것은 아닌지,

 자신과 연락도 잘 안하다가 지금 우연히 만난 친구가

 지호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소은도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머릿속은 뒤이은 태연의 말에 정리되었다.

 

 “윤호씨! 맞죠?! 소은이 남자친구 분! 사진으로는 많이 봤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뵈는 건 또 처음이네요.

 만난 지 엄청 오래 된 걸로 아는데,

 우리 소은이랑 결혼 언제 할 거예요~?”

 

 태연은 아직도 대학교 시절의 소은과 윤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연락은 자주 주고받지 않았어도 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은 대충 알고 있었다.

 

 소은이 이별한 것에 대해 SNS상에도 전혀 티내지 않았으니,

 태연은 당연히 윤호와 아직까지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윤..호..?”

 

 지호는 처음에는 ‘지호’라는 이름을 잘못 말했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소은이 남자친구’라는 말을 하는 걸 보니 눈치껏 알 수 있었다.

 

 소은의 전 남친 이름이라는 것을. 그것도 꽤나 오래 만난.

 

 “어- 그게 태연아.”

 

 “아. 네 맞아요.

 이...? 윤호입니다. 반갑습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은을 보던 지호가 당황한 표정은 감추고

 마치 자신이 진짜 윤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태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성도 다르게 말했으면서 말이다.

 그런 지호를 소은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어머어머. 마스크랑 모자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도

 엄청 훈훈하시네요. 사진보다 더!”

 

 “원래 실물파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요. 하하.”

 

 “소은이가 윤호씨 이야기 어찌나 많이 했는지

 저희 대학 다닐 때 과에서 윤호씨 모르는 애들이 없었어요.

 맨날 입이 닳도록 자랑을 하고 다니더니. 이렇게 실제로 뵈니까..

 왜 자랑했는지 알겠네요. 아하하”

 

 “하... 태연아...

 지금 몇 년 전 이야기를...”

 

 소은이 이마를 짚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부끄럽냐? 신소은.

 아주 학교 다닐 때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노래를 노래를~

 졸업하고 1년 안에 결혼 할 거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소문을~ ”

 

 “태연아!!!!!!! 혼자 왔어?

 저기 저 분이 너 기다리는 거 아니야?”

 

 “어 맞다. 우리 오빠.”

 

 태연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빠 많이 기다리시겠다.

 얼른 가봐. 나중에 차 한 잔 하자.”

 

 “아유- 알았어.

 윤호씨 보다가 우리 오빠 보니까 뭔가 좀 섭섭해진다야.

 아무튼 연락할게. 조만간 진짜 차 한 잔 하자.

 말로만 말고!”

 

 “응응. 알았어. 진짜 연락할게.

 얼른 가. 잘 가~”

 

 “갈게~ 아, 윤호씨도 다음에 또 뵈요.

 다음엔 좋은 소식으...”

 

 “잘가! 태연아!!!”

 

 자꾸 결혼이야기를 꺼내는 태연의 말을 가로채며

 소은이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얘가 왜 이래’라고 말을 하며 태연은 손을 흔들며

 제 남자친구에게 돌아갔다.

 

 “저랑 이름이 비슷하네요. 윤.호.”

 

 “아.. 왜 본인인 척 했어요?

 그냥 아니라고 하지.”

 

 “아니라고 하면.

 그냥 갈 성격이 아니신 것 같던데 친구 분이.”

 

 “그래도..”

 

 “그리고 제가 그 윤호라는 분이 아니라고 하면,

 제가 누구인지 무슨 사이인지 물어 볼 텐데.

 그거 설명 하는 게 더 힘들지 않겠어요?”

 

 지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지호의 말이 맞긴 했다.

 어차피 모자와 마스크로 지호의 얼굴은 거의 안보였으니

 태연에게 윤호인 척 하는 게 더 편한 일이었다.

 

 “성.. 틀렸어요. 이씨 아니에요. 걔.”

 

 “뭐 이윤호던, 김윤호던 그건 저랑 상관없고.”

 

 자연스럽게 지호의 입에서 ‘윤호’라는 이름이 나오자

 소은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땅히 할 말이 없어 괜히 지호가

 잘못 말한 윤호의 성을 정정했다.

 

 무안해 할 줄 알았던 지호는 왠지 모를 까칠함이 느껴지게 답했다.

 

 “라면은 못 먹겠네요.”

 

 다시 화제를 돌리려 이미 퉁퉁 불어버린 라면을 보며 소은이 말했다.

 

 “오래 만났어요?”

 

 하지만 소은의 말에 지호는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노코멘트 할게요.”

 

 “결혼까지 생각한 사이였나?”

 

 “그것도 노코멘트”

 

 테이블을 정리하며 소은이 말했다.

 

 “지금도 연락해요?”

 

 “이지호씨. 선 넘지 말게요.”

 

 소은이 허공에 대고 선을 긋는 모션을 취하며 말했다.

 

 그제야 질문을 멈춘 지호가 고개를 끄덕이곤 소은과 함께 테이블을 정리했다.

 

 -

 소은의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평소와 다르게 지호는 별 말이 없었다.

 

 지호의 낯선 모습에 소은은 혹시나 자신이 뭔가 실수했는지,

 아니면 태연이 실수 한 것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호가 기분 상할 만한 일은 없었다.

 

 ‘아니 내가 윤호인 척 해 달라했어? 자기가 해놓고 왜 저래.’

 

 마음 같아선 속마음을 그대로 지호에게 전달하고 싶었지만

 바쁜 촬영 일정에도 자기를 보러 와준 지호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속마음을 꾹 참았다.

 

 그래도 계속 지호가 이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던 소은은

 ‘혹시 라면을 못 먹게 돼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식단 중이라 제대로 된 저녁도 못 먹었다고 했는데,

 그 상태에서 한 참을 걸었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안 먹겠다던 라면을 결국 먹겠다고 샀다.

 

 조금 불은 라면을 좋아해 일부러 불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나타난 태연과의 대화 때문에 결국 한 젓가락도 못 먹고 버리게 됐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못 먹으면 그 만큼 또 화가 나는 일도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소은은 지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배고프면 누구나 예민한 상태인데, 소은이 미처 그 마음을 캐치하지 못했었다.

 

 이러한 생각들의 정리로 소은의 머릿속은 시끄러웠지만

 차 안은 거의 침묵 속에서 소은의 집 앞에 도착했다.

 

 “도착했네요.”

 

 평소라면 ‘조심히 들어가요.’ 또는 ‘들어가서 연락해요.’ 따위의 말을 하던 지호는

 마치 택시 기사님이라도 된 것처럼 ‘도착했다’라고 알려주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네요. 고생했어요.”

 

 “고생은 뭘.”

 

 “다음엔”

 

 “?”

 

 “제가 맛있게 끓여줄게요. 라면.”

 

 예상치 못한 소은의 말에 지호는 순간적으로 귀까지 빨개졌다.

 

 밝은 곳이었더라면 소은에게 왜 귀가 빨개지냐며 바로 놀림 받았을 정도였다.

 

 소은의 말은

 ‘한강에서 오늘 못 먹은 라면 내가 적당히 불게 끓여주겠다.’라는 뜻이었으나,

 

 지호에게는 ‘라면 먹고 갈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땐 꼭 다 먹어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소은은 나름 자신의 방법으로 사과를 전한 후 가뿐한 마음으로 지호의 차에서 내렸다.

 

 소은과 반대로 지호는 오해로 꽉 차버린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소은이 내리고 한참 뒤에야 차를 출발시킬 수 있었다.

 
작가의 말
 

 오랜만의 업로드니까 오늘은 두 편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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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내가 도와줄게(맨정신이 아니니까!) 2020 / 9 / 16 215 0 5525   
9 9화: 날 울리지마 2020 / 9 / 13 227 0 6329   
8 8화: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2020 / 9 / 12 211 0 5404   
7 7화: 한 방울에 백만원 2020 / 9 / 11 209 0 4930   
6 6화: 잘생겨도 변태는 좀 2020 / 9 / 10 218 0 4899   
5 5화: 잘생긴 게 최고 2020 / 9 / 9 196 0 6282   
4 4화: 될 놈은 된다. 2020 / 9 / 6 219 0 7129   
3 3화: 잘했어, 캡틴! 2020 / 9 / 2 218 0 7240   
2 2화: 눈물즙은 이제 그만 2020 / 8 / 31 224 0 4990   
1 1화: 뭐지. 또라이인가? 2020 / 8 / 30 382 0 8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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