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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기사의 폭군
작가 : 유슬
작품등록일 : 2020.10.12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에요."

황제는 제 기사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다. 메마른 감정만 가득한 눈이건만, 제게 주어진 시선 하나가 너무나 기뻐 환히 웃는다.
하지만, 폐하.

"이것으로 이 제국이 무너지리라 확신하십니까?"

기사의 물음에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이것으로 부족하다. 아직, 아직.
시타라도, 이케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폐하, 저는 멸망을 원합니다."

이 제국에 파멸을.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죽음을. 그 광경을 보고 웃은 자들에게 저주를.
그것은 변하지 않은 어린 날의 결심이다.

"그대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무너진 황성을 장식하길 원합니다."

죄를 짓지 않은 이에게 죄를 강요하는 시타라의 낯은, 아무런 표정이 없이 창백하여 시체를 닮았다.
이케르가 웃었다.

"네, 타라.

전부, 당신의 뜻대로.

#약피폐 #무심여주 #기사여주 #연상여주 #다정남주 #황제남주 #연하남주


표지:commision_l님
Twitter @U_MOONFLOWER
MAIL: yuseul592@gmail.com

 
1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말아라
작성일 : 20-10-12 09:27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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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센 손이 어깨를 낚아챈 것 같았다. 눈이 갈퀴에 잡힌 듯이 무언가에 고정되어 잡혔다. 시타라는 뒤늦게 자신이 제압되어 축축한 땅에 내리눌려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코끝에 축축이 젖은 흙과 풀잎의 냄새, 비릿하고도 선명한 피 냄새가 한가득 뒤섞였다. 가벼운 쇠가 부딪히다가 긁히는 소리가 심장을 찢고 갔다. 숨이 막혔다.

 

  "이거 맞지? 그놈이 말한 꼬맹이."

 

  걸걸한 목소리에 힘이 있는 것마냥 손끝이 억세게 눌린 것만 같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 누군가 더 왔다. 시타라의 감이 그리 말했다.

 

  "이런 어린애조차 팔아넘기다니, 이놈들은 정도 없나 본데요?"

 

  "애가 중요하겠냐? 자기 목숨이 중요한 거지. 그 녀석들 중 하나의 자식인가? 부모 잘못 만난 죄네."

 

  울리는 목소리는 두 개였고, 시타라는 자신을 잡은 이가 걸걸한 목소리를 지닌 남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본 것을 행운이라 불러야 하는가. 이것이 행운이 되려면, 자신은 살아남은 뒤여야 할 것이다. 죽으면 자신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터이니.

 

  이대로 죽는 건가? 이렇게 죽게 되는 건가?

 

  "살려주세요……"

 

  그건 싫었다.

 

  시타라는 살고 싶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사시나무마냥 떨리는 목소리에 남자의 손이 조금 떨어졌다.

  공포에 눌려 일어나지도 못한 채로 떨고 있는 작은 아이의 모습은 심히 애처로웠다. 지금 제 모습이 진심으로 이러는 것인지, 살기 위한 본능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시타라는 곧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이들을 올려다보았다.

 

  늦게 온 듯한 병사의 시선에 일순 동정이 물들었다. 시타라의 눈에 흐릿하게 희망이 깃들었다가 곧 제 모습을 감췄다.

 

  "얘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요… 열 살은 넘었나? 살려서 노예로 쓰든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이런 애는 죽이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요."

 

  "아서라, 그랬다간 우리가 죽는다고."

 

  "겨우 열 살밖에 안된 애인데…"

 

  시타라는 자신의 작은 몸이 이런 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로 하였다. 저들끼리 대화하는 이들을 두고서 아주 천천히,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히 몸을 일으켜갔다. 허리를 세우고, 다리를 당기는 순간,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남자의 고개가 돌려왔다.

 

  "그래도 너무 어리니까 기회는 주마."

 

  히죽, 남자가 이상한 웃음을 그려낸다. 잔뜩 일그러진 낯이 기괴했다.

 

  남자가 무언가를 찾듯이 허리춤을 매만지다가 툭, 무언가를 던졌다. 피와 물투성이의 땅을 짚은 손 옆으로 떨어진 것은 아주 작은 단검이었다.

 

  남자가 고개를 까딱거리자 시타라는 경계를 풀지 않은 채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두려움에 먹힌 듯한 모습이길 바라는 찰나, 남자의 목소리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스스로 자결해라. 그것이 네게 죄가 없음을 증명하는 길이다."

 

  시타라는 일순 얼어붙고 말았다.

 

  "아니, 그게 더 잔인한 거 아니에요??"

 

  "잔인하긴. 죄가 없음을 증명하게 해주는 것인데."

 

  "애가 어떻게 스스로를 죽여요! 자신을 죽이게 만드는 것들이 잘못인데!"

 

  "지금 내가 그리 만들었단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남자와 또 다른 병사가 무어라 싸우고 있지만, 시타라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다만, 손에 들린 단검에 시선이 고정되었을 뿐.

 

  "방해만 할 거면 아래로 가서 도와라. 명령이야."

 

  병사가 시타라를 보다가, 벌레를 씹는 듯한 낯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타라는 애처로이 뼈대만 남은 잿더미의 통나무집으로 들어가는 이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조금이라도 기회가 있었는데. 희망이 있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긴다한들, 그가 말려 살려내어 주었다면 더욱 나았을 것인데.

 

  "이봐."

 

  남자의 목소리가 음산하다. 시타라는 그를 올려보고 있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 죄를 지은 이들의 가족인 이상, 너도 죽어야 해. 그나마 명예롭기 위하여 너 스스로 죽을 기회를 줄 테니, 얼른 자결하도록."

 

  불가능한 일을 말하는 남자의 눈이 웃고 있다.

 

  시타라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작기 때문에,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이 작은 단검을 쥐고 휘둘러봤자, 죽이기는커녕 제압당할 것이기에 이리 행동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저것은 어린아이를 제 손으로 죽일 수는 없으나 상부를 불응할 수 없는 자의 치졸하고도 응습한 행위이다. 아니, 하나 더 추가하자. 시타라는 남자의 눈에 서린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힘없는 것이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과정을 보고 싶은 비열한 권력자의 눈을 가졌다.

 

 손에는 가죽에 감싸인 단검이 온기를 빼앗고 있다. 시타라가 흘긋 남자를 올려다보자 그가 눈썹을 까딱거린다. 자칫하다간, 기다림이 멎고서 차고 있는 검으로 자신을 죽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의 동정은 거짓이었음을 밝히고서 목을 자를 것이다.

 

  시타라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목. 아주 작은 틈이 있다. 아이의 처절한 죽음을 가까이서 보기 위하여 몸을 낮춘 남자의 목은 그녀와 아주 가까웠다.

 

  시타라는 숨을 멈췄다. 떨리는 손이 단검을 쥐고 있다. 땅에 그린 그림을 발로 밟은 것마냥 이상한 남자의 웃음이 짙어졌다. 시타라가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남자는 작은 발버둥의 감상을 끝내려 했다.

 

  끝낼 수만 있다면.

 

  목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생각된 순간, 진득하고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의외로, 고통은 없었다.

 

  처음으로 사람을 칼로 찌른 것은, 의외로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았다. 먼 훗날 생각해보면 단지 현실감이 없었을 뿐이었겠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시타라는 그런 생각을 할 정도의 이성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눈앞에 저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남자가 병 걸린 짐승처럼 몸을 경련하는 모습은, 제법 신기했다. 그런 자신에 대한 짙은 혐오감이 거대한 파도마냥 자신을 덮치고, 하얀 거품처럼 흩어지며 재잘거렸다. 거봐, 너도 할 수 있잖아. 자기 권력을 위해 죽이는 놈들도 있는데, 살기 위해 무엇을 못 하겠니?

  시타라는 중얼거렸다. 그렇지 않아, 라고.

 

  비틀거리는 걸음이 한걸음 물러나면 단검을 타내리던 핏방울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진다. 온 세상을 검게 덮어 내린 밤 속에서도 유난히 붉은 자국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타라는 곧 온몸이 감전된 것만 같은 감각을 받았다.

 

  도망쳐야 한다. 지금이 기회다. 본능의 외침에 등을 돌렸으나.

 

  "악!"

 

  휘청이던 걸음이 거세게 잡혀 절로 소리가 높아졌다. 뒤로 당기는 힘에 발끝에 힘을 주며 고개를 돌리니, 피투성이의 남자가 고개를 든 채로 노려보고 있다.

 

  아직 살아있구나. 시타라는 그 사실에 안도감과 함께 낭패감을 느꼈다. 상반된 두 감정이 녹아 섞이는 동안에도, 남자의 손은 달달 떨렸다. 뭍에 나온 물고기처럼 퍼렇게 흔들리는 입술이 크게 벌려진 순간, 시타라는 손의 단검으로 입안을 찔러내렸다.

 

  날카로운 쇠가 얇은 입술을 지나, 둔탁한 이빨에 부딪히고 박히는 그 과정이 지나치게 생생하다. 경악으로 뜨인 눈에 어린 공포와 분노를 그대로 마주하며 뽑아 든 단검에 따라온 살덩이와 핏덩어리가 흠뻑 적셔 내린다.

 

  큰 눈이 감기지 않은 채로 고개가 떨구어지자 기이한 현실감이 떨어진다. 낙화하며 피어난 꽃처럼 몽롱해진다.

 

  "죽었어?"

 

  아니 죽였어.

 

  "죽은 거야?"

 

  내가 죽였어.

 

  뚝, 떨어진 가지가 밟힌 것처럼 커다란 소리가 세상을 잠식했다. 죽였다. 내가, 내가 죽였다. 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죽인 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어떡하지?'

 

  시타라는 울고 싶었다. 엉엉 울면서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아직 그래도 되는 나이이기도 했으며, 살인이라는 것은 목을 옥죄고 사지를 찢는 것만 같은 죄악이었다. 어쩌지. 그런 고민에 얼어버린 사이, 전혀 다른 소리가 멀리서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아직 멀었어요?"

 

  귀찮음이 한가득 묻어난 목소리 사이사이로 발소리가 들린다. 한 사람이 아니다. 여럿이다. 아래에 더 있던 건가. 그 통로로 이어진 다른 곳의 이들은? 그들도 죽었나?

 

  발소리가 심장 소리마냥 빠르다. 시타라의 손과, 쥐어진 단검이 벌벌 떨렸다. 뒤늦게 내려앉은 공포를 타고 흘러내린 핏줄기가 손까지 타고 와 맺히다가, 떨어졌다. 발끝에 떨어진 피가 유달리 뜨거워서, 홧한 감각과 함께 이성을 일깨운다.

  가족들의 죽음을 보고도 살고 싶어서 달린 그 날처럼. 본능이 손을 뻗어온다. 어서. 이쪽으로. 그 너머에 별도, 달도, 구름마저 보이지 않는 완연한 어둠이 있다.

 

  전신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포식자를 눈앞에 둔 상처 입은 동물이 발견한 마지막 틈과 같았다. 저곳으로 가면, 살 수 있다. 다음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그다음은 무엇이지?

 

  본능이 속삭였다. 저곳으로 가면 살 수 있어. 이성이 말린다. 그리하면, 너는 더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을 거야. 지금까지의 너와 이후의 너는 다르겠지. 속이 무너진 인형처럼 겉만 그럴싸하게 움직이다가 이윽고 무엇도 남기지 못할 거야. 겨우 열셋인 어린아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선택의 기로였다.

 

  존재하지 않는 모래시계의 모래가 흘러내린다. 발소리와 심장 소리가 동시에 울리고, 최후의 모래가 떨어진 순간. 시타라는 땅을 박찼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달린 것이 언제였던가. 그것은 가족들의 죽음을 본 날이었다. 또다시 곁의 이들이 죽은 날, 시타라는 다시금 달려 야만 했다.

 

  별빛도 달빛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이 손을 뻗는다. 시타라는 그 손길을 기꺼이 잡았다.

 

  자신은 살 것이다.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주 작아졌음에도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듣지도 못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이 죽인 이의 소리가 들린다. 소리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떠나야만 한다.

 

  길고 긴 밤의 품에 안긴 채로, 시타라는 빌었다.

 

  부디, 다음번에 곁에 누군가 생긴다면 그를 지킬 힘을 주세요.

 

  제발, 이런 일을 다시는 겪지 않게 해주세요. 그들과 같은 이들이 생기지 않게 해주세요.

 

  그러니까, 그들에게 죽음을.

 

  이 모든 것의 시작에. 그들을 죽인 이들에게, 이를 지시한 이들에게, 신고한 이들에게, 그런 상황을 만든 이들에게. 피 흘리며 죽어간 그들의 눈물과 고통만큼의 괴로움을.

 

  그러니 차라리 전부 죽어버리길.

 

  가지를 뻗어가는 핏줄기처럼 아득히 멀어진 생각의 근원이 말라갔다. 모든 피를 게워낸 심장에 담긴 최후의 바람이다.

 

  모든 것이 차라리 멸하였으면.

 

  더는 아이로 남을 수 없는 아이는 그리 빌었다.

 

  죽음의 계절에서도 살아남았다. 가을이 끝나고 있었다.

 

 

 *

 

 2. 어린 황자와 어린 기사의

 

 

  [친애하는 카롤리나에게.

 

  카롤리나. 당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던 시간이 끝났어. 아니, 사실 당신이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칠 년이나 필요했던 거야.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은 몇 달이면 충분하였는데도.

 

  그래. 사담은 이 정도만 하자. 당신도 이런 얘기를 듣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작가의 말
 

 조아라/네이버 웹소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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