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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기사의 폭군
작가 : 유슬
작품등록일 : 2020.10.12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에요."

황제는 제 기사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다. 메마른 감정만 가득한 눈이건만, 제게 주어진 시선 하나가 너무나 기뻐 환히 웃는다.
하지만, 폐하.

"이것으로 이 제국이 무너지리라 확신하십니까?"

기사의 물음에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이것으로 부족하다. 아직, 아직.
시타라도, 이케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폐하, 저는 멸망을 원합니다."

이 제국에 파멸을.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죽음을. 그 광경을 보고 웃은 자들에게 저주를.
그것은 변하지 않은 어린 날의 결심이다.

"그대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무너진 황성을 장식하길 원합니다."

죄를 짓지 않은 이에게 죄를 강요하는 시타라의 낯은, 아무런 표정이 없이 창백하여 시체를 닮았다.
이케르가 웃었다.

"네, 타라.

전부, 당신의 뜻대로.

#약피폐 #무심여주 #기사여주 #연상여주 #다정남주 #황제남주 #연하남주


표지:commision_l님
Twitter @U_MOONFLOWER
MAIL: yuseul592@gmail.com

 
1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말아라
작성일 : 20-10-12 09:24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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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계절이라고 평한들 딱히 눈앞의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심부름을 위하여 수도에서 한나절 정도 떨어진 마을에 도착한 두 사람의 의견이었다. 마을에 녹아든 채로 일하던 카롤리나의 동료에게 전하기로 한 것을 건네주면, 두 사람의 일은 끝나는 것이다.

 

  마을은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았다. 수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오가는 이들은 많았지만, 그 거리에 의하여 대부분이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다.

  다르게 말하면 소문이 쉽사리 모이는 곳이라는 것이 두 사람에게서 상자를 받은 이의 의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너희들 행동 좀 조심해. 알고 있지?"

 

  "왜, 또 황제군이 들쑤신대?"

 

  "어. 요즘 들어서 여행객들이 말하는 외모가 딱 카롤리나랑 다른 유명한 몇 명이니까. 아무래도 수배라도 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네. 뭐, 매번 명을 내리는 시늉을 하고 찾는 시늉만 한다지만... 알잖아?"

 

  그리 말하던 목소리가 진지하여서, 카리슈마와 시타라 둘 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한 귀족이 타국과 무기를 밀매했다거나, 수도가 또다시 뒤집힌다거나. 선황제 시절부터 이어진 죄악들을 황제가 집어내어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말.

 

  황제야말로 진정한 성군이라는 말.

 

  "요즘은 이상한 소문도 자꾸 도네."

 

  카리슈마가 불쾌하다는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었으나, 눈만 내리깐 시타라에게서는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난 저런 소문이 싫어. 또 누구를 죽이려는 거야."

 

  답이 없는 시타라를 대신하듯이 목소리는 계속 흘러온다. 그러고 보니 요즘 숲에 기사들이 보이는 것 같지 않아? 그래, 어느 숲이야? 거긴 피하게. 글쎄, 어디더라…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막은 카리슈마가 눈짓했다. 얼른 빠져나가자는 뜻이 역력한 시선을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기에 두 사람은 서둘러 마을을 빠져나왔다. 사실은, 시타라가 일방적으로 카리슈마를 붙잡고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듯한 심장과 거친 호흡을 고르기 위하여 느릿하게 걷다 보면 침묵이 인다. 카리슈마는 자신을 끌다시피 달린 저 작고 어린 친구가 땀방울 하나는커녕 호흡조차 안정적인 것이 참으로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넌 싫어하는 거 있냐?"

 

  "네가 소리치는 거?"

 

  "그런 거 말고."

 

  "이렇게 느릿하게 이동하는 거?"

 

  "네 체력이 무서운 수준인 걸 인지하지 못한 거겠지…"

 

  훗날 싫어하는 것으로 장난을 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만든 것을 알지 못하는 시타라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 믿는 시선이었고, 카리슈마는 그 재능을 알지 못하는 시타라에게 한탄을 뱉는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더 자라봐라. 분명 대박 날걸. 아, 그래. 야, 시타. 내가 좋은 생각이 났는데, 너 그 체력이랑 힘을 이용해서 황성에 들어가! 그리고는 황제의 목을 바로 분리시키는거야!"

 

  "무리."

 

  "어째서!"

 

  "인간의 악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사람의 목과 몸통을 분리하지는 못해."

 

  그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냐고 묻는 것이 떡하니 드러난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시타라가 웃음을 터트린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렸다. 아주 멀리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니면… 왜 소설 속에는 일부러 꾸며서 눈에 띈 다음에 홀려서 검으로 찌르는 경우도 있잖아. 그건?"

 

  "내가 몇 살이라 생각해?"

 

  "…아니 이건 네가 성인이 돼서도 그러면…… 아니, 미안. 설마 우리가 칠 년이나 못하겠어."

 

  이 모든 말이, 아주 작은 길이라도 봐두려는 행위임을 아는 시타라는 그저 침묵했다. 어차피 둘 다 일어나지 않을 일임을 안다. 카리슈마는 사과하며 시타라를 보았다.

 

  타올랐다가 스러진 재처럼 바랜 회색빛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햇빛에 희게 빛나며 하늘에 날린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지워진 듯 잊혀진 다른 이들과 달리 최근에 일을 겪은 시타라가 얼굴을 보이고 다닐 수 있는 이유였다.

  밤하늘을 닮은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한다. 검푸른 눈동자에 비친 구름이 별처럼 반짝여 그녀의 눈을 별 밤으로 만들었다.

 

  "뭐… 그래도 성에 그 방법을 이용하여 들어가는 건 나쁘지 않겠네."

 

  "에, 어떤 거? 전자?"

 

  "응. 나, 원래 꿈이 기사였거든."

 

  실상은 아주 가까우나 어쩐지 머나먼 것만 같은 과거의 날, 주어진 행복이 당연히 이어지리라 믿던 시절의 꿈은 아직도 선명했다. 봄날에 처음으로 피어난 꽃잎, 한여름의 더운 햇살이 만들어낸 그늘과 가을이 다가와 거둔 수확물에 맺힌 이슬같이. 온갖 귀하고 소중한 것들로만 만들어진 것만 같은 꿈의 조각은 어린 시절에 머물러있다.

 

  어린아이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맹세란 참으로 근사한 것이었기에.

 

  "이제는 충성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지만."

 

  허나 시타라는 그런 꿈에 기댈 어린아이로 남을 수 없었다.

 

  소리를 멈춘 채로, 걸음을 빨리한다. 카리슈마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속도는 반보는 더 짧은 시타라가 그보다 앞서게 만들었다. 어째서 속도를 올리냐는 카리슈마의 절규 어린 물음에 대한 시타라의 답은 지극히 여상하였으니,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지."

 

  카리슈마의 비명이 울퉁불퉁한 길 너머로 해가 저물어 별이 뜰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돌아온 통나무집은 새까만 어둠 속에서 유일한 빛을 담고 있었다. 사실 오가는 것에만 하루가 걸리는 거리를, 새벽이 채 다가오기도 전에 주파한 것부터 놀라운 일이건만. 아주 당연하다는 기색의 시타라에 의하여 카리슈마는 카롤리나에게 제 억울함을 토로하였다.

 

  한참을 달래준 끝에야 통나무집 바닥에 있는 계단을 통하여 카리슈마가 내려가고,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카롤리나가 시타라에게 시선을 준다. 쉼 없이 걸었는데도 다리를 두드리기는커녕, 유연하게 몸을 푸는 시타라는 다시금 뛰어나갈 듯이 건강해 보였다.

 

  "시타. 내가 말했지? 네 체력이나 힘은 그 나이대의, 그런 체격의 아이들이 가질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카리슈마는 딱 그 나이의 건강한 사람 수준이야."

 

  "하지만 카리슈마가 나보다 일곱 살이나 많잖아."

 

  "네가 뭘 모르나 본데 원래 체력이란 스무 살이 되면 급격히 사라지는 것이란다…"

 

  카롤리나의 통나무집에서 함께 지낸 석 달의 시간, 카롤리나와 시타라는 다른 이들이 보기엔 대모와 대녀에 가까운 사이였다. 남편과 자식을 잃은 어미와 부모와 형제를 잃은 딸이 만났으니 자연스러웠을지도 몰랐다.

 

  이 시기의 시타라는 몰랐으나, 카롤리나는 시타라에게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나 툭하면 튀어나오는 시타라의 재능이 그것을 더욱 키워냈다.

  어쩌면, 조금만 더 일찍 바라던 바를 이뤘으면. 이 아이는 저 재능을 좋은 일에 발휘하였을지도 모른다고. 가족을 잃고 눈물 속에서 그리함이 아니라, 건강하게 발휘하였을 것이라고.

 

  "카롤리나."

 

  그런 카롤리나의 상념을 알 수 없는 시타라의 눈에는, 카롤리나가 커다란 고민을 안고 있는 듯이 보였다. 걱정스러운 부름에 파드득 정신을 차리고서야 두 사람의 눈이 마주할 수 있었다. 불길 같은 눈이 밤하늘 같은 눈에 담겼다. 그 눈에 든 막대한 애정을 알기에, 카롤리나는 입을 다문다.

 

  자신이 더 노력해서, 우리가 더 노력해서, 그 황제를 끌어내린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어쨌든, 요즘 수도 분위기도 뒤숭숭하니까 조심해. 여기는 사람이 거의 전혀 오가지 않는 곳이라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라는 것 정도는 너도 알잖아?"

 

  카롤리나의 말에 시타라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 카롤리나는 언제나처럼 씩 웃으며 시타라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 것이다. 열 세 살의 자신이, 그보다 더 나이많은 자식을 잃은 카롤리나에게 한참 어리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기에 시타라도 얌전히 그 손길을 받았다.

 

  그렇게 한참을, 조금 더 어린아이가 되어서 미안함과 죄책감이 뒤섞여 주어지는 애정을 받으면 어느새 잠자리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보게만 되는 것이다.

 

  '아, 달이다.'

 

  가을의 거대하고 투명한 달이 창 너머로 쏟아진다. 푸른 달빛만이 자리한 검은 밤하늘은 별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옅게나마 보였다. 막연한 상념을 두드리는 것은 환하게 길을 비추는 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듯하면서도 그 자리에 존재하는 별이다. 희미한 별빛이 시타라에게 물어왔다. 지금이 좋냐고.

 

  시타라는 소리 없이 답하였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시타라는 지금이 좋았다.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하여 노력하지만 짙은 밤이 내려앉으면 쉴 수 있는 현재가 좋았다. 아무런 일도 없던 과거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잊은 것도 아니고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자각하고 있는데도 그랬다.

 

  이 밤. 더럽고 차가운 길바닥에서 언제 죽을지 몰라 고개를 숙여 울지 않는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옅은 숨소리와 분명한 기척이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최대의 평온이자 노력이고 작은 행복이었다.

 

  이 사소한 행복이 오래 이어져,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길 빌었다. 너무나 간절하게.

 

  그날 시타라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불타는 저택이 타오르는 사람처럼 기이한 비명을 질렀다. 그 앞에서 울부짖던 사람들의 머리가 하나씩 떨어져 굴러온다. 꿈속의 시타라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었으나 벌레처럼 기어 온 팔이 다리를 잡았다. 형장에서 본, 쓰러진 몸이 머리가 없음에도 몸을 일으킨다.

  굴러온 머리가 눈을 마주한다. 검게 타오르는 유성 같은 눈이 기이하게 일그러진다. 툭 떨어질 것만 같이 튀어나온 채로, 뼈가 드러난 뺨으로 노래를 부른다.

 

  아아 시타라, 우리의 아이. 부디 우리에게 무덤을 다오. 그 무덤은 핏빛의 강과 뼈로 된 돌이 굴러가는 곳에 있단다. 수많은 이들이 타올라 목이 잘릴 것이란다. 홀로 살아남은 아이야 어서 우리의 노래를 부르렴. 온 세상이 핏빛으로 타오를 때까지 우리는 너를 따라갈 거야.

 

  시타라는 빌었다. 오지 말라고. 잊지 않을 터지만 오지 말라고 빌었다. 하염없이 빌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시타라는 따라 깬 카롤리나의 품에서 갓 태어난 아기처럼 울었다. 카롤리나의 눈에 무력한 아이가 비친다. 자신은 그것을 보았다.

  시타라는 공포에 질려 스스로 느낀 것을 부정하였다.

 

 질척이며 기어오르는 어떠한 감에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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