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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기사의 폭군
작가 : 유슬
작품등록일 : 2020.10.12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에요."

황제는 제 기사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다. 메마른 감정만 가득한 눈이건만, 제게 주어진 시선 하나가 너무나 기뻐 환히 웃는다.
하지만, 폐하.

"이것으로 이 제국이 무너지리라 확신하십니까?"

기사의 물음에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이것으로 부족하다. 아직, 아직.
시타라도, 이케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폐하, 저는 멸망을 원합니다."

이 제국에 파멸을.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죽음을. 그 광경을 보고 웃은 자들에게 저주를.
그것은 변하지 않은 어린 날의 결심이다.

"그대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무너진 황성을 장식하길 원합니다."

죄를 짓지 않은 이에게 죄를 강요하는 시타라의 낯은, 아무런 표정이 없이 창백하여 시체를 닮았다.
이케르가 웃었다.

"네, 타라.

전부, 당신의 뜻대로.

#약피폐 #무심여주 #기사여주 #연상여주 #다정남주 #황제남주 #연하남주


표지:commision_l님
Twitter @U_MOONFLOWER
MAIL: yuseul592@gmail.com

 
1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말아라
작성일 : 20-10-12 09:22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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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타라의 말이 끝나고도 카롤리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적막이 깊은 그림자를 파고들었다. 등불조차 밝히지 않은 실내에 드리워진 푸른 달빛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창백한 달빛이 내려앉은 머리카락이 평소보다도 희고, 달빛이 피해간 손에 어둑한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그림자가 일렁인 것만 같았지만, 사실 카롤리나가 움직인 것이었다. 빛의 윤곽이 멀어진 어둠 속에 녹아들 것만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카롤리나의 거친 손가락에 의해 흐트러졌다.

 

  "이 미친놈들이!!"

 

  불같은 외침과 함께 카롤리나가 몸을 일으키자 그 반동으로 의자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바닥이 몇 번 더 울린 것처럼 느껴진 이유가 단순히 공간을 가득 채워서 울리는 것인지, 아니면 눈앞에서 뻗어온 손이 자신을 끌어안아 들린 심장 소리인지 헷갈렸다.

 

  몸을 깊이 숙인 카롤리나의 품은, 몸집이 작은 시타라가 다 안겨지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거세게 뛰는 심장 박동과, 참아내리 듯이 새어 나오는 숨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시타라는 그 품을 밀치지 못했다. 이토록 가까운 사람의 온기는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힘들었지?"

 

  시타라는 답하려고 했다. 입이 막힌 것만 같아도, 말이 흐물흐물하게 녹아 혀를 옭아매어도, 답하려고 했다. 허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뺨을 스치는 눈물이 자신의 것인지, 카롤리나의 것인지 헷갈렸다. 누가 우는 것인지, 누가 괴로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들, 다들 너까지 죽길 원하는 상황인데."

 

  어째서 카롤리나가 우는지 몰랐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 우는 건가 생각되었다. 바로 서면 제 가슴팍에 겨우 머리가 닿을 아이를 끌어안고서,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듯이 우는 것이 이상했다.

 

 "그런데도 달리고 있었구나."

 

  정말로 이상한데, 어쩐지 같이 울고 싶어졌다.

 

  카롤리나는 시타라만을 위하여 우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시타라만이 눈물을 흘렸던,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서도 울고 있었다.

  유일했다. 모두가 죽음을 기뻐하였는데, 눈앞의 여인은 처음 보는 아이와 아이의 가족들을 위해서 울고 있다.

 

  "그런 상황을 겪게 해서 미안해."

 

  자기 탓이 아닌데도 사과한다.

 

  "그런 일을 겪기 전에,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서 미안해."

 

  누구도 시타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만이 용서를 구한다.

 

  "너 같은 아이가 그런 일을 겪어선 안 되는데."

 

  공감 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같은 고통을 아는 사람만이.

  처음으로.

 

  시타라는 울었다. 가족들의 죽음 앞에서 울던 아이는 다시 울었다.

 

  쉬고 싶어서 울었고, 힘들었기에 울었으며, 겨우 들은 사과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라 울었다.

 

  살고 싶어서 울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 * *

 

 

  카롤리나가 울다 잠든 아이의 이마를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거트루드의 이들은 모두 아무런 색도 섞이지 않은 묵 빛의 머리카락을 가졌다던데, 이 작은 아이의 머리카락이 회색빛으로 새어버린 것이 안쓰러웠다. 그조차도 드러냈다가 제 얼굴이 함께 보여 들킬까 두려워한 것임을 증명하듯이, 후드가 너덜거린다. 이 작은 아이가 자신을 지킬 방법이 오직 그것뿐이었음에, 심장이 낡은 후드보다도 너덜거리며 찢겨간다.

 

  '아, 우리가 원한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찬란한 제국의 영광은 어디로 갔는가.'

 

  내뱉지 못한 물음은 다시금 울음이 되어 승화하려 하였지만, 발밑에서 울리는 소리가 사정없이 눌러가며 이를 막는다. 심장 소리처럼 일정히 울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자, 카롤리나가 두 손을 들며 몸을 일으켰다.

 

  나무로 이뤄진 바닥을 손끝이 더듬거린다. 작은 홈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눌러 당기면 문이 되어 열린다. 카롤리나는 저가 있는 방향으로 잠든 시타라를 보다가, 내려갔다.

 

  겉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집은 장난이라는 듯이, 지하로 거대한 공간이 펼쳐진다.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들을 이리 만든 자의 최후를 보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다. 숲 여기저기에 숨겨놓은 여러 입구 중 하나를 차지한 집의 주인은, 지하의 굴에 모인 이들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는데 왜 이리 시끄러워?"

 

  당장이라도 올라갈 듯이 삐딱한 자세로 그리 물으면, 되려 주변에서 화를 내지 못하고 당황하는 것이다. 저들이 자신을 중히 여기기에 그런 반응임을 아는 카롤리나가 한숨을 내뱉었다.

 

  "위에 애가 있어."

 

  "안전한 거 맞아?"

 

  "안전해. 너무 작고, 너무나 어려. 곤란할 정도야."

 

  "아이라고 방심하지는 마. 그럴수록 위험해."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이들에게 약한 나머지, 아이의 일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도 다가간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 지당하다면 지당한 걱정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진짜야. 그 아이도, 우리처럼 살아남았다. 이번에 희생된 이들은 거트루드였으니."

 

  "거트루드의 장녀가 행방이 묘연하다더니, 걔야? 아직 어리다던데…"

 

  "근데 믿을만해? 애가 가족들을 넘긴 건…"

 

  "헛소리!"

 

  인파에서 흘러나온 말에 카롤리나가 발을 굴렀다. 발소리가 한가득 울리며 말이 흘러나온 곳을 노려본다. 등불 하나가 그림자에 일렁인다.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 그 누구도, 가족의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을. 헌데도 우리의 가족들은, 소중한 이들은 죽고 말았지."

 

  침묵한다.

 

  "나의 남편과 자식이 그랬고, 너희의 부모와 형제와 자식이 그러했으며, 그 아이의 부모와 형제가 그렇지. 짓지도 않은 죄에 눌려 죽고 말았어. 모든 것은 황실이 저지른 죄를 뒤집어쓴 것이거나, 그들이 위조한 것임을 우리는 안다. 황실은 알고도 침묵하며 귀족들은 그들에게도 그 검이 다가올까 침묵한다. 백성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을 칭송하기에 바쁘다."

 

  모두가 동의하고, 모두가 공감하며, 부정할 수 없는 말에 입은 되려 막혀버린다.

 

  "오직 우리만이!"

 

  우리만이 그들의 억울함은 진정으로 알고 있다.

  침묵하여 고개를 돌리는 이들과 거짓을 믿는 이들과 그렇게 만든 이들이 모르는 고통을.

 

  "우리만이 알기에, 우리가 바꿔야 하는 것이다."

 

  기억하고, 알기에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음을 그들도 안다. 카롤리나도 알고 있었다. 작은 아이가 혹여 황실에서 보낸 함정일까, 길을 가는 노인이 사실은 암살자가 아닐까. 수배된 이들은 그리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도망쳐온 어린아이를 의심해? 상황이 그렇게 몰아붙임은 알지만, 그래선 안 될 일이야. 알았어?!"

 

  단지 카롤리나가 믿었을 뿐이었다. 만난 지 하루는커녕, 몇 시간도 되지 못한 아이를 믿는다.

 

  "미안… 그렇지만 의심할만하니까…"

 

  "그러니까 애한테 무슨 의…!"

 

  "의심할만해요."

 

  그렇기에, 시타라는 계단에서 일어나 걸어 내려왔다.

 

 

  * * *

 

 

  카롤리나가 지하로 내려가 입구를 닫는 것과 동시에, 시타라는 눈을 떴다. 잔뜩 울어서 지치고 피곤한 몸이었음에도, 아직 길거리에서 몸을 웅크려 자던 것을 잊지 못하여 신경은 여전히 날카롭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사람 하나의 기척 정도야, 쉬이 알 수 있다.

 

  '어쩌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말하였으며,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듯하여서 저도 같이 울어버렸다. 이 사람은 믿어도 될지도 모른다는 어떤 감각이 있었다. 사실, 기댈 곳이 필요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도망을 염두에 두는 것은, 혹 돌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테다.

 

  시타라는 고민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바닥으로 손을 뻗는다. 밤공기에 차게 식은 나무가 손의 열기를 앗아가는 대가로 숨겨둔 홈을 드러낸다. 그것을 밀고, 당기고, 누르기를 반복하고서야 열어내면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는 것이다.

  발끝과 손끝만을 의지하여 계단을 내려가면, 말소리가 공기를 타고서 울린다. 시타라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위치에 걸터앉아, 그들이 나누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믿어주세요."

 

  자신이 카롤리나를 믿고 싶어 했음을. 그리고 믿음을. 만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은 이의 온기가 너무나 따스했음을 인정했다.

 

  "너는…"

 

  "시타라 거트루드입니다."

 

  시타라는 자리한 이들을 보았다. 모두가 같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들, 죽음을 마주한 이들이다. 가장 가까운 이들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은 자들이다.

  그들 모두가 살아있는 눈을 지녔다. 타오르는 눈동자는 잡아먹힐 듯이 강렬했다. 죽어버린 이들의 생이 그 눈에 깃든 것만 같았다.

 

  "나는 내 가족들을 잊지 않아요."

 

  시타라는 그들과 같은 눈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가족들의 죽음을 알리고 싶었다.

 

 

 * * *

 

 

  "나는 가을이 싫어."

 

  툴툴거리는 소리에도 걸음을 늦추지 않은 시타라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시리만치 맑은 하늘이다. 투명한 푸른빛을 장식한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것이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이다. 물론 그들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이었음에도.

  시타라가 반응이 없자 괜히 걸음을 멈췄다며 카리슈마가 서둘러 쫓아왔다.

 

  한때 거트루드 영지라 불렸던 국경 출신인 카리슈마와, 방계마저 무너진 거트루드의 마지막 혈족인 시타라는 그 점을 공통점 삼을 수 있었다. 제국 내 어디를 가도 출신을 알 수 있는 이름에 대해 투덜거리며 석 달이란 시간동안 친해지며 말이다.

 

  "그런데 가을은 왜 싫은데?"

 

  시타라가 카리슈마의 붉은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물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붉게 달아오른 낙엽을 태워 왔다. 빠르게 그들을 스치려는 낙엽을, 한 손으로 무거운 상자를 든 채 다른 손으로 잽싸게 낚아챈 시타라가 그것을 카리슈마의 머리 위에 올렸다. 눈썹만 꿈틀거리지 호통은 치지 않는 모습은, 오직 절친한 친구인 시타라에게만 보이는 모습이었다.

 

  곱게 물들어 떨어질 날을 기다리는 낙엽을 닮은 붉은빛과 금빛을 가진 카리슈마는 보이는 모습과 똑같이, 난폭한 가을을 닮은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성정을 시타라가 열심히 눌러내니, 사람들은 가을 태풍 같은 녀석이 겨울이 오기 전 늦가을이 되었다 평했다만, 이를 안 카리슈마는 다시 펄쩍 뛰었다.

 

  "너랑 닮아서 그래?"

 

  "그것도 있고. 가을은 죽은 것들의 계절이잖아.

 

  "보통은 봄이랑 같이 생명의 계절 아니야? 죽은 것들의 계절은 겨울이지."

 

  "야, 무슨 소리야. 잘 들어라, 시타. 겨울은 다음 생을 살아갈 것들이 잠드는 시기지. 하지만 가을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것들이 전부 그 끝을 만나는 자리라고. 자라난 작물은 거둬지며 파랗게 물들었던 나무가 자신을 살리기 위하여 다른 것을 죽이니. 아. 이를 어찌 죽음의 계절이 아니리라 표할 수 있을까."

 

  스스로 감탄하는 카리슈마를 가볍게 무시한 시타라가 다시금 하늘을 보았다. 파랗게 물든 하늘이 무도회장이 되고, 거센 바람은 음악이 되었으며 낙엽들은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이 된다.

  나무가 자신을 살리기 위하여 버린 생명이 하늘로 떠나는 춤을 춘다.

  시타라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죽기 좋은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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