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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기사의 폭군
작가 : 유슬
작품등록일 : 2020.10.12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에요."

황제는 제 기사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다. 메마른 감정만 가득한 눈이건만, 제게 주어진 시선 하나가 너무나 기뻐 환히 웃는다.
하지만, 폐하.

"이것으로 이 제국이 무너지리라 확신하십니까?"

기사의 물음에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이것으로 부족하다. 아직, 아직.
시타라도, 이케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폐하, 저는 멸망을 원합니다."

이 제국에 파멸을.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죽음을. 그 광경을 보고 웃은 자들에게 저주를.
그것은 변하지 않은 어린 날의 결심이다.

"그대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무너진 황성을 장식하길 원합니다."

죄를 짓지 않은 이에게 죄를 강요하는 시타라의 낯은, 아무런 표정이 없이 창백하여 시체를 닮았다.
이케르가 웃었다.

"네, 타라.

전부, 당신의 뜻대로.

#약피폐 #무심여주 #기사여주 #연상여주 #다정남주 #황제남주 #연하남주


표지:commision_l님
Twitter @U_MOONFLOWER
MAIL: yuseul592@gmail.com

 
1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말아라
작성일 : 20-10-12 09:20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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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애가 무슨 인생 다 산 표정을 짓냐고 툴툴거리는 여인의 이름은 카롤리나였다. 오래전에 죽은 시체의 낯으로 타오르는 눈을 가진 카롤리나의 모습이 제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서, 시타라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라갔다.

  제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이가 쉴 곳을 주고 먹을 것을 주겠다고 말하는 것에 쉽게 넘어갈 만큼, 시타라는 아직 어렸다.

 

  사람이 살지 못할 것만 같은 숲 안에는 자그마한 통나무 집이 있다. 이것을 만들기 위하여 나무를 베어낸 것인지, 주변이 인위적으로 한산하다.

 

  '기묘하네.'

 

  시타라는 주변의 나무들이 정말 잘 치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얼핏 봐서는 이곳에 집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나무가 많았으나,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치워져 있으니 그 솜씨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딱, 숨기기 좋은 곳.'

 

  수상해. 그것이 시타라의 감상이었다.

 

  허나 수상하다 생각하여 경계해야 한다는 이성과 달리, 시타라는 카롤리나가 건네준 스튜 한 그릇에 흐물거리며 녹아버렸다.

  자그마한 통나무집 안은 한 사람이 살기 좋을 정도로 포근했으며, 시타라가 들어오자마자 배고프지 않냐며 카롤리나가 챙겨준 스튜는 따스했다.

 

  든든하게 챙기고 나니 하루종일 달려온 피로가 뒤늦게 밀려온다.

 

  "오늘, 수도 광장 한복판에서 처형식이 있었지?"

 

  아마, 카롤리나가 그리 묻지 않았다면 시타라는 그대로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정신이 번쩍 든다. 카롤리나의 눈과 시타라의 눈이 마주쳤다. 아득할 정도로 매섭게 타오르는 생기에 시타라는 자신이 죽어가는 듯이 느껴졌다.

 

  '무슨 생각인 거지?'

 

  뒤늦게 잡아낸 이성은 경계심을 끌어온다. 먹은 음식에 무언가를 타뒀을까? 혹시 보고 있던 건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건가? 어디서, 어디서부터…

 

  "얘,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진정해라?"

 

  진정하라는 저 말이 어찌 저리 태연하게 나온단 말인가. 시타라는 여차하면 바로 도망칠 생각으로 의자를 끌었다. 마찰하며 나는 소리가 선명하였지만, 그것을 신경 쓸 만큼 차분한 상태가 아니었다.

 

  "내 가족들도 황제 놈에 의해 죽었어."

 

  "…응?"

 

  "우리는 억울했어. 반역 모의라니 무슨 그런 개뼈다귀보다 못한 소리야? 우리들은,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인데."

 

  시타라는 저 갑작스러운 말에서 자신과 카롤리나가 가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백성들에게 인기가 높아지자, 적당히 죄를 뒤집어씌운 거지."

 

  같은 일이다.

 

  "너는?"

 

  카롤리나의 눈은 여전히 타오른다. 시타라는 자신이 느낀 것이 사실임을 느꼈다. 카롤리나는 살아있다. 자신은 죽어있다.

 

  "너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달린 거야?"

 

  시타라는 지금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 곧장 도망쳐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타라는 행복한 아이로 살아온 시절이 너무나 길었다.

 

  오물투성이의 골목보다 깨끗한 집, 몸을 웅크려야만 하던 딱딱한 길바닥과 달리 푹신한 쿠션이 깔린 의자, 썩어버린 과일 조각이 아니라 따뜻한 스튜 한 그릇.

  그리고 비슷한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

 

  지난 일주일간의 괴로움이 모든 것을 바꾸기란 어려웠으나, 작게 돌아온 평화는 지친 몸을 너무나 평온하게 감싸왔기에.

 

  "나는요."

 

  시타라는 카롤리나의 태양 같은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시타라는 제 동생의 입을 손으로 꾹 눌러 막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것 치고는 딱딱한 손이 거칠어 불편한지 손을 떼어내려고 하지만, 주변에 가득한 소리는 시타라의 손에 힘을 더해주어 동생이 떼어낼 수 없었다.

  이미 누가 헤집고 가 시선을 주지 않는, 푸릇하게 자란 수풀은 다행히도 몸집이 작은 두 아이를 잘 숨겨주었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저택이 날카로운 검과 차가운 창에 둘러싸인다. 늘 들려오던 온화한 목소리를 대신하여 비명이 가득하다.

 

  "누나?"

 

  간신히 손이 떨어지자 크게 숨을 들이쉰다. 동생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시타라는 그 심정을 해소해 줄 수 없었다.

 

  "쉿…"

 

  의아한 듯, 하지만 이상함을 느낀 듯이 두려워하는 제 동생의 눈을 마주한 시타라가 입가에 검지를 대었다. 동생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주변을 살핀다. 대다수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몇몇만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창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동생의 귀를 막았다. 제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막지 못하였다.

 

  '어쩌지… 지금 나가봤자…'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시타라는 현재 자신이 나가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파르르 떠는 동생을 꼭 안은 채로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시타라는 침착해지려 애쓰며 동생의 등을 토닥였다. 비명소리와 깨지는 소리 사이에는 제 가족들의 목소리가 섞인다.

 

  "이게 무슨 짓이냐!"

 

  '어머니.'

 

  비현실적인 소리 사이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목소리다. 다른 가족들의 소리가 그러했듯이 당혹이나 두려움이 묻어있지 않아서 시타라는 기대하였다. 어쩌면, 어머니께서 해결하실 수 있을 것이란 어리석은 기대를.

  허나 잠잠해진 저택에서 끌려 나오는 가족들을 본 순간, 모든 생각을 철회해야만 했다. 당당하던 어머니도, 자상하던 아빠도, 장난스레 웃던 오빠도. 저택 안에서 일하던 이들까지 모두 묶인 채로 이곳에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그 정도의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거트루드 공작은 들으라."

 

  살면서 겪어본 것 중 가장 차가운 선고가 떨어지고 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은총 아래에서 감히 어리석은 백성들을 선동하여 황실에 대한 권위를 하락시켰으며, 그들을 선동한 죄. 황족 시해 및 반역 모반의 죄. 타국에 무기를 밀반입한 죄. 이 모든 죄를 물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만 이루어진 선고.

 

  "거트루드 공작가의 작위를 비롯한 재산 일체를 몰수하며 사형에 처한다."

 

  단장의 손이 땅을 파낼 듯이 강하게 내려간다. 그와 동시에 끌려 나온 이들 중, 주위에서 벌벌 떨고 있던 사용인들에게로 날카롭게 빛나는 칼날이 내리쳐진다.

  시타라의 눈에 쓰러지는 이들이 담겼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저택에서 일했다는 집사와 하녀장이 쓰러지며 붉다란 피가 흩어진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때는 지나간 이후다.

 

  "단장님, 두 사람이 없습니다."

 

  숨을 죽인다. 시타라는 발버둥 치는 제 동생의 어깨를 찍어눌렀다. 수풀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미 누군가 살피고 간 장소라는 것은, 심지어 당사자들과 가까운 곳이라는 것이 이토록 안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남은 두 사람은 어디에 있지?"

 

  단장이라 불린 자의 물음에도 가족들은 침묵한다. 가장 어린 두 아이를 차마 사지로 데려오지 못할 이들은 부디 아이들이 최대한 멀리 도망치길 바랄 뿐이다.

 

  "대답하지 않는가?"

 

  "모른다."

 

  짓이기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오빠의 눈이 맹렬히 타올랐다.

 

  사실, 가족들은 아이가 어디 있는지 정말로 몰랐지만, 단장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눈치였다. 시타라는 본능적으로 제 동생의 귀를 막았다. 수풀 너머를 보지 않도록 고개를 낮추게 하면 동생이 아주 작게 칭얼거리다가, 불쑥 힘을 주며 고개를 들었다.

 

  시타라는 보았다. 그녀의 동생도 보았다. 날카롭게 빛나는 검이 사정없이 제 오빠의 어깨에 내리꽂혀 파고드는 것을. 허공에 날리는 피가 오빠의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것인지 몸 안에서부터 입 밖으로 타올라 떨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숨을 참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형!!"

 

  하지만, 동생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가는 것을 제때 막지를 못하였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다.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의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려 한다. 늦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이대로 얼어붙으면 죽는다. 본능이 그리 속삭인다.

 

  고개를 든, 한참 작은 동생을 서둘러 품에 꼭 안았다. 숨 막힌다고 바둥거리는 아이에게 조용히 하여라 이르며 놓아주지만, 사랑만 받아오고 다른 무언가를 경험한 적이 없는 동생은 겨우 자유로워진 몸으로 제일 먼저 물음을 뱉었다.

 

  "누나, 왜 자꾸 그래? 누나, 저 사람이, 형을-"

 

  걸음 소리가 들린다. 방향이 너무나 명확하다.

  시타라는 택해야 했다. 이곳에서, 이 수풀로 다가오는 이들에게 잡힐지. 아니면 도망칠지.

 

  머리가 정하기도 전에 몸은 결정하였다.

 

  수풀로 다가온 기사들이 뻗어온 손이 동생의 머리를 잡아챈다. 시타라는 그 반대쪽으로 땅을 박차 달렸다.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지나치게 자그마한 인형에 기사들이 머뭇거린 것이 행운이었다. 남은 두 사람이 어린아이라는 사실이 방심을 불러일으켰다.

 

  거트루드 저택의 거대한 정원은 길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미로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 기사들에게는 곤란한 지형물이 시타라에게는 우군이다. 웬만큼 단련한 기사도 기겁할, 이 거대한 정원을 매일같이 뛰어논 건강한 아이의 체력은 시티라의 힘이다.

  달리면서 얼핏 본 어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있었던 것도 같다.

 

  "쫓아라!"

 

  누군가의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려올 때, 시타라는 이미 정원 한쪽에 놓인 사다리를 이용하여 문과 가장 먼 곳에 있는 벽을 넘었다. 앓는 소리를 내며 당긴 사다리를 앞에 놓고 다시 내려가니, 적어도 당장은 쫓아오지 못할 것임을 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오직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동생에 대한 걱정, 가족에 대한 걱정보다도 더 크게 다가온 것은, 도망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것이리란 감각이다. 그 죽음이 가족들에게도 같이 드리워진 것을 알면서도, 쉬이 고개를 돌릴 수 없다. 외면해야 달릴 수 있다.

 

  시타라는 하얗게 수 놓인 푸른 비단 같은 하늘을 불태우는 노을을 보았다. 그 불길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본디 새까맣던 머리카락의 뿌리가 밝은 회색빛이 되어 금빛에 물드는 것을 알지 못하는 채로 달렸다.

 

  시타라는 그날부터 달리는 것을 멈춘 적이 없다. 반짝이는 구두가 망가져 굳은살 하나 없던 맨발로 달리고, 길에서 발견한 누가 버린 신발을 주워 신으며. 길거리에서 팔던 검은 후드를 훔쳐서 달아나, 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꽁꽁 가리고. 차가운 길바닥 위에 몸을 웅크려, 제대로 잠들지도 못한 채 신경을 곤두세우며 달렸다.

 

  도착할 곳은 없다. 어디론가 갈 수 없다. 그저 피하고자 달렸다. 이유 없이 달린다.

 

  그것은 가족들의 처형 날짜를 들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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